낙남(4일차) : 봉림산<남산치 - 신풍고개, 2003. 1. 25(토) 맑은 후 흐림>

◈ 구간개요
윗 냉정마을부터 신풍고개까지는 1구간 이어야하나 사정상 2구간이 된다. 이번 일정은 지난 3일차에 하산한 남산치에서 새벽산행으로 시작한다. 마루금은 비음산을 비켜가며 내정병봉에 이르러 멋진 일출로 감탄을 자아내게 하며 아기자기한 암릉을 지나 정병산(봉림산)에 서면 일망무제로 탁 트인다.

강줄기도 산줄기를 따르듯 북으로 낙동강이 잉태한 너르고 기름진 진영 벌과 겨울철새가 도래하는 주남저수지가 펼쳐지며, 남으로는 창원시가지는 물론 팔룡산 너머 마산시가지가 삐쭉 고개를 디밀고 무학산, 천주산이 눈앞에 다가온다.

정병산에서 뚝 떨어지는 마루금은 293봉부터 창원CC 능선을 타고 창원시와 진영읍의 경계를 긋는다. 남쪽 골프장, 북쪽 과수원을 파수하는 철조망과 탱자나무는 그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산꾼을 감시하듯 혹은 밀어내듯 가파르고 협소하여 위험한 길로 내몬다.

마침내 "골프장에 무단 출입하여 골프채와 공을 주어가면 형사 고발한다", "단감, 대추 등을 수확 중이므로 출입을 금함"으로 단죄한다. 골프장의 그 낡은 표지판이 특정부류를 지칭하지도 않았고 그럴만한 사연도 있었겠지만 무고한 대다수의 산꾼 들을 향하고 있음을 느낀다. 이제는 떼어버릴 때도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 운행기록
▶ 창원 고속버스터미날 1. 25(토) 3:50
이번 구간은 가볍게 멀리 가기로 하고 서울터미날에서 23:50발 심야우등을 타고 창원으로 향한다. 안내방송을 듣고 얼떨결에 짐을 챙긴 후 버스에서 내린다. 이 얼떨결이 산행을 좌우할 줄이야........ 예상치도 않은 눈이 많이 쌓여있다. 시간이 일러 잠시 쉬어갈까 하는 마음으로 사우나를 찾는데 10,000원을 달란다.(주간 5,000원) 돈을 꺼내다말고 시간이 어정쩡하다 싶어 조금 이르지만 산행을 하기로 한다. 택시를 타고 사파정동 동성아파트로 향한다. 4,800원이 나온다.

▶ 사파정동 동성아파트 후문 4:20
기사님께 세멘트포장로 끝까지 부탁을 하지만 길이 좁고 빙판이라 어렵다 한다. 아파트단지 후문에서 내려 남산치를 향해 출발한다.

▶ 남산치 5:05
비음산과 대암산이 갈라지는 남산치에 서니 창원과 진영의 야경이 대조를 이룬다. 2주만에 다시 가는 길이지만 생소하다. 길이 잘 나 있어 헤맬 일은 없겠지만 빙판길이 걱정된다. 마창지역에 눈이 쌓일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이 곳 사람들은 눈이 오면 반갑다 한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짐을 줄이고자 동계장구를 소홀히 했는데 허를 찔렸나? 찬 공기를 마시며 진례산성을 향한다.

▶ 청라봉 5:26
탁트인 정상에서 창원시가지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새벽산행에 대한 보상인가? 진례산성 안내문에 이어 비음산 정상 갈림길이다. 마루금에서 600여 미터를 벗어나 있다한다.

▶ 용추고개 6:40
비음산을 옆으로 하고 전망 없는 길을 오르내리며 서서히 고개를 숙이던 마루금은 용추계곡.정병산삼거리 갈림길을 지나 용추고개에 이른다. 희미하게 동이 튼다. 쉼터가 있고 갈림길 표지판이 있다.

▶ 내정병봉(내봉림봉) 7:00, 7:50발
은근히 고개을 숙이는 마루금을 언제 또 치고 오르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고도를 높이기 시작한다. "영신봉에서 시작 ..........."라고 적힌 표지석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운동 겸 산책을 나온 창원시민들과 일출을 맞는다. 동녘의 찬란한 태양이 어둠의 장막을 걷으며 밝아온다. 가히 장관이다. 날아갈 듯한 기분으로 한껏 고조된다.

출발을 준비하며 뭔가 허전한 기분에 주머니를 뒤적이는데 지갑이 없다. 낭패다 싶어 다시 한번 주머니를 뒤적이고 배낭을 살펴봐도 없다. 기억을 더듬으니 자켓 주머니에 넣고 심야우등에서 의자를 재끼고 자고 오다 흘린 것 같다. 분실신고를 할까? 수소문을 할까? 망설이다 다시 주머니를 털어 보니 버스 표가 나오고 ARS 안내전화가 표기되어 있다.

ARS 안내에 따라 회사를 확인 후 전화를 하니 마산의 자사 영업소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마산영업소에서는 확인하겠다며 10분 후에 전활 하란다. 희망을 걸고 백두대간종주를 하고싶다는 창원 도계동의 박헌만님과 산행 담을 나눈다. 다시 전활 하니 찾았다하기에 보관을 부탁하고 산행을 계속하기로 한다. 성심을 다해주신 "한진고속"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 봉림산(정병산) 8:40, 9:00발
내정병봉에서 지체시간이 길어 추위를 느낀다. 허겁지겁 발길을 옮긴다. 능선은 완만하게 고도를 높이며 칼날 능선에 쌓인 눈이 몸을 사리게 한다. 독수리 봉에 밧줄이 내려있지만 위험할 것 같아 우회하기로 하며 추모비 옆을 지난다. 사격장 갈림길 표지 위에 정상석과 안테나가 반긴다.

가파른 경사 밑으로 293봉을 지나 창원CC로 이어진 정맥이 14번 국도와 남해고속도를 건너 천주산으로 우뚝하다 기수를 남쪽으로 돌려 마산을 감싸안고 무학산으로 이어진다. 뒤로는 진영의 너른 벌 가운데 주남저수지가 움푹하고 그 너머엔 진영 벌의 젖줄인양 낙동강이 흐르며 강줄기도 산줄기를 따라 간다.

▶ 293.6봉 9:20
가파른 경사를 내려 사림동 사격장 뒷 능선에 서니 안부에 산불감시초소다. 눈이 쌓여 미끄러운 길을 엉거주춤 오르니 293.6봉이고 체육시설에서 몇 몇 주민이 운동을 하고 있다.

▶ 창원CC 능선
방향을 90도로 꺾어 눈 쌓인 정맥으로 빨려 들듯 나아가니 햇살에 녹은 눈으로 미끄러움이 더하고 신발에 물기가 스민다. 눈이 내린 후 인적이 끊긴 듯 발자국이 지워진다. 친절하게도 대문짝 만한 "등산로" 유도표지판이 나오고 산죽이 양옆으로 도열한다.

이어서 오른편으로 가시도친 탱자나무가 왼편 골프장 경계로는 철망이 파수를 서며 그들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을 차단하고 능선의 마지막까지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산꾼을 위태위태한 길로 내몰다가 마침내는 ".......형사고발 함" "......출입을 금함"으로 단죄한다.

씁쓸함은 엉뚱한 곳에서 위로를 받는다. 내봉림봉에서 만난 박헌만 님이 전화를 해 어디쯤인가며 안부를 묻는다. 병 주는 사람 따로 약주는 사람 따로 인가? 그저 스치는 것일진대 걱정해줘서 고맙다. 불현듯 지갑을 찾으러 나갈까? 천주산을 넘을까? 를 저울질하다 지갑을 찾기로 한다.

▶ 신풍고개 11:35
고개 못 미쳐 음식점인 듯한 곳에서 강아지 몇 마리 환영을 받고 내려서니 14번 국도가 지나는 신풍고개다. 진영을 경유하는 김해 ↔ 마산 완행버스가 10여분 간격으로 다닌다. 군경초소 건너편에 매점이 보인다. 정맥은 장승 뒤 왼쪽계단으로 올라서는 것을 확인하고 아쉽지만 일정을 마무리한다.

▶ 돌섬 13:50
마산 고속 터미널에서 지갑을 회수하고 택시기사 님이 추천한 오동동 아구찜으로 점심을 먹는다. 주인 할머니 왈 서울에서는 아구찜에 감자가루를 넣는데 마산은 된장을 넣는다 한다. 창원에서 복 매운탕에 된장을 넣는 것을 보고 색다르게 느낀 적이 있다. 시간이 많이 남아돌지만 산행을 다시 하기에는 김이 새 버렸다.

시내 관광에 나서기로 하고 돌섬으로 향한다. 돌섬은 해운항만터미널에서 유람선이 수시로 왕래(5,000원)하며 마산만 한가운데 위치한 작은 섬으로 유원지다. 선착장 가까이 돌섬의 유래를 적은 상징물이 보인다. 잘 정비된 순환도로를 따라 갯 내음 흠뻑 맡으며 "내 고향 남쪽바다 그 파란 물 눈에 ..............."의 바닷가를 거닌다. 시가지는 산에서 보다 바다에서 보는 것이 한결 더 아름답다.

한눈에 들어오는 마산과 창원의 내항과 외항을 돌아보며 돌섬이 있기에 마산 항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산행 못지 않은 쏠쏠한 맛이 있지만 혼자란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다. 산이야 가기 싫은 사람도 있겠지만 구경거리 찾아 나선다는데 두 발 성해 싫어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오랜만에 맛보는 바다의 향기로 못 다한 산행을 대신한다. 마산에 들려 돌섬을 보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 상경 1. 26(일) 12:50
내일 새벽 출발을 다짐하며 마산의 밤이 깊어간다. 예기치 않은 헤프닝으로 부진한 실적을 내일은 만회하리라. 알람에 눈을 뜬다. 창문을 열어 날씨를 확인하니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불행히도 일기 예보가 적중하는 것 같다. 자다 깨다 창문 열기를 수 차례 반복하나 빗줄기는 더 굵고 날이 훤하게 밝는다. 산행 중 예기치 않은 눈비를 만나 산행을 지속할 수는 있으나 출발에 앞서 내리는 눈비를 빤히 쳐다보고 출발할 강심장이 나는 아니다.

상경을 결심하나 김해 매리를 출발 후 마산.창원 지역에 들어 발목이 잡힌 듯이 부진한 산행에 마음이 무겁다. 나태한 것일까? 적응이 덜 된 것일까? 준비가 부족한 것일까? 바닷가의 비가 내륙으로는 굵은 눈발이 되어 내린다. 차창너머로 성난 듯이 휘날리는 눈발에 마음이 산란하다. 엉망진창 저 효율의 산행을 마감한다.

◈ 교통 및 숙식
▶ 교통
* 들머리 : 서울경부 → 창원(5:30소요) : 주간 6:00 - 18:35(1시간격, 16,600원/일반, 24,700원/우등), 심야(27,200원) - 22:30, 23:10, 23:50 창원고속터미날 → 사파정동 동성아파트 : 택시(4,800원)

* 날머리 : 신풍고개 → 마산 : 진영경유 김해 ↔ 마산(15분 간격), 마산 → 서울터미날 경부선(5:00소요) : 주간 6:00 - 21:00(15-30분 간격, 16,400원/일반, 24,400원/우등) 심야 22:30 - 1:00(15-30분간격, 26,800원)

▶ 숙식 : 창원 또는 마산

* 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3-04 1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