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월 30일 (목요일)

- 마이산
설날연휴를 끼고있어 혹시라도 버스를 못탈까 오랫만에 차를 몰고 일죽으로 달려간다.
올들어 가장 추운 날씨인듯 차현고개에서 버스를 내리니 손발이 얼어붙고 뺨은 찟어지는듯 아려온다.(07:22)
눈덮힌 통나무계단을 올라가니 화봉리쪽에서 올라오는 길은 발자국이 많이 찍혀있다.
가파라지는 눈길에서 뒤돌아보면 황색골산과 죽림산이 빼꼼하게 쳐다보고 있다.
억새밭을 지나서 마이산(472.5m)에 오르니 넓은 정상에서는 대야리 일대의 전답과 민가들이 평화스럽게 보이고 저수지들은 떠오르는 햇빛을 받으며 반짝거린다.(07:52)
마이산에서 동쪽으로 뻗어 나가다가 남쪽으로 분기하는 얕은 능선을 확인하지만 그뒤에 펼쳐지는 공장과 농가들을 보면 어떻게 나가야할지 걱정이 앞선다.

- 대야리고개
소나무들이 우거진 길에는 눈이 발목을 덮고 발자국 하나 없으며 찬바람에 손가락이 얼어온다.
통나무계단으로 가파른 경사길을 내려와 봉우리를 올랐다가 십자로안부를 넘으면 바로 능선갈림길이 나오는데 신경쓰지 않으면 찾을수 없다.(08:18)
잡목이 무성한 사면을 내려가면 낙엽쌓인 길은 희미하고 철사줄이 자주 발에 걸려서 귀챦다.
넝쿨지대에서 오른쪽 능선으로 들어가면 왼쪽으로 큰축사가 보이고 묘지들을 지난다.
황토로 지은 농가를 지나고 넓은 묘목지대를 내려오면 2차선 아스팔트 도로가 지나가는 대야리고개이다.(08:56)
도로를 넘어 넓은 공터옆에서 가파른 절개지를 간신히 올라가면 잡목숲이 나오고 바로 밑은 민가이다.
잡목을 뚫고 넝쿨지대를 통과하면 묘지들이 보이고 아담한 모습의 다홍산이 전면으로 나타난다.
인삼밭들이 있는 소로로 내려오면 다홍산약수가든이라 쓰인 작은 안내판이 서있는 6거리가 나온다.(09:16)
많은 선답자들이 길을 잘못잡은 이곳에서는 직진하여 웰럽공장을 끼고 넓은 비포장 도로로 방향을 잡으면 이후 정맥은 계속해서 큰길따라 이어진다.
포장도로를 건너고 인삼밭이 널려있는 시멘트도로로 들어서면 빈 공장들이 자주 눈에 띈다.
명인산업건물을 지나고 바로 왼쪽으로 갈라지는 비포장로를 따르면 택지조성장을 지나서 583번 지방도로에 닿는다.(09:46)

- 쌍봉초교
도로를 왼쪽으로 조금 올라와 금왕읍 안내판이 있는곳에서 다시 왼쪽으로 시멘트길을 들어간다.
잠시 숲길이 보이다가 조선내츄랄이라는 생수공장을 지나고 삼거리에서 왼쪽의 두콩식품 공장으로 꺽어지면 사창리 마을이 가깝게 보인다.
공장에서 왼쪽의 넓은 길로 들어서면 잠시후 건설공제조합기술연수원이 나오고 인삼밭을 지키는 개들이 사납게 짖어댄다.
포장도로따라 내려가면 시일무역 안내판이 서있는 583번 지방도로로 나온다.(10:09)
도로옆으로 잡목숲을 뚫고 낮은 봉우리를 올랐다가 까시나무와 넝쿨들을 헤치고 다시 도로로 내려오면 현대금속 안내판이 있는 삼거리에서 도로를 건너고 시멘트길로 들어선다.
빙판으로 반질거리는 길을 하염없이 가다가 빽해서 도로반사경이 있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들어가면 바로 쌍봉초교이다.(10:53)
학교담장을 따라가다 공장철망을 끼고 경사지를 넘으면 선우전기 공장이 보이는 583번 지방도로와 다시 만난다.

- 방아다리고개
도로를 건너 코니아일랜드 공장 옆으로 올라가 우리밀영농조합 뒤의 능선으로 붙는다.
사방에서 달려드는 까시나무들을 헤치며 잡목숲을 들어가면 묘지들이 여럿 보이고 마을이 가깝다.
마을로 잘못 내려갔다가 묘지로 돌아와 고추밭을 내려가서 앞에 보이는 능선으로 붙는다.
인삼밭을 지나서 방향을 꺽어 제수리마을로 내려서고 다시 능선으로 올라간다.
마을을 끼고 이리저리 능선이 갈리는곳이라 길을 찾느라 시간이 적지않게 소요된다.
까시나무들이 가득한 능선을 타고 마을을 지나면 1차선 포장도로를 건넌다.(11:41)
작은 봉우리에 오르면 우등산은 지척에 보이고 큰 인삼밭들이 사방에 널려있어서 여기에서도 제방향을 찾느라 꽤 시간을 보낸다.
우등산을 보며 인삼밭을 오르다 낮은 봉우리에서 오른쪽으로 꺽어지면 넓은 초지에 소나무들이 듬성듬성 서있고 묘지들이 몇기있는 광활지가 나온다.
능선을 내려와 갈림길에서 인삼밭이 있는 좋은길을 버리고 왼쪽으로 꺽어지면 고행의 길이 기다린다.
벌목을 해놓아 길은 막혀있고 온통 까시나무 천지이며 잡목때문에 나갈수도 없다.
간신히 헤치고 내려오니 군부대 철조망이 가로막고 오른쪽으로 길게 우회해서 583선 도로로 내려온다.(12:21)
도로를 타고 왼쪽으로 한동안 올라와 내송2리 버스정류장 있는곳에서 소로따라 들어가면 철조망이 다시 막아선다.
철조망을 따라 봉우리로 올라와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꿔서 내려온다,
덤불과 까시나무들이 괴롭히는 얕은 능선을 내려와 583선 도로를 건너서 협진주유소옆의 시멘트길로 들어선다.(12:50)
시멘트길을 따르다 왼쪽으로 숲길로 들어서면 잠시후 금왕농공단지가 길을 막는다.
공장을 오른쪽으로 돌아 내려오면 방아다리마을이 나오고 82번 지방도로따라 조금 올라가면 삼정주유소가 있는 방아다리고개이다.(13:10)

- 21번국도
도로를 건너서 숲길을 조금 오르면 택지공사로 파헤쳐져 거의 형체를 알수없는 155.8봉이 나오는데 베어진 나무들이 덮고있어 삼각점은 확인할수 없고 시야에는 드넓은 공장지대를 가로지르는 신설 82번 지방도로가 보이며 정맥방향으로는 통신탑이 서있다.
길을 건너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계우제지와 목우촌 공장을 지나고 길을 건너 절개지를 오른다.
잡목을 헤치고 통신소 철망을 따라 봉우리에 올라(13:36) 오른쪽으로 내려와 소로를 지난다.
다시 절개지를 오르면 철조망따라 길은 이어지고 봉우리를 오르면 검은망으로 덮힌 목장철망을 만난다.
베어진 나무들을 피해 잡목들을 뚫고 내려와 쌍묘를 지나면 소로를 넘고 잠시후 1차선 포장도로를 건넌다.(13:54)
잡목과 넝쿨들이 길을 막는 봉우리를 오르고 묘지들을 지나 밭을 건너면 사나운 개가 짖어대는 공장건물이 정맥을 막는다.
공장 옆으로 내려와 시멘트길을 건너서 칡넝쿨을 잡고 가파른 절개지를 올라가면 잡목들이 꽉 차있다.
녹슨 철조망을 따라 큰 구덩이들을 몇개 지나고 무너진 사면을 아슬아슬하게 통과하면 과수원옆으로 내려와서 시멘트도로를 넘는다.
아카시아 숲을 올랐다가 잡목사이로 내려오면 백야리 표지판이 있는 21번 국도이다.(14:27)

- 소속리산
도로를 건너 "바리지양탕"이라고 쓰인 큰 입간판을 지나서 작은 비포장길로 들어선다.
잘 조성된 묘지들을 지나고 산길로 올라가면 뚜렸하지만 아주 가파른 오르막 길이 시작된다.
오늘 처음으로 땀을 흘리며 힘겹게 오르면 삼각점이 있는 345.8봉이다.(14:55)
나무들이 빽빽해 조망은 답답하지만 이제부터 마루금 찾기가 힘들었던 농공지역을 벗어나 산다운 길로 들어섰다는 생각에 웬지 홀가분한 기분이다.
정상에서 조금 내려와 남쪽능선으로 들어서면 시원한 소나무길이 이어진다.
봉우리를 지나서 흙무덤 있는곳에서 정맥은 백야리 방향의 뚜렸한 길을 버리고 오른쪽으로 능선을 바꿔야 한다.
십자로안부를 지나고 가파른 길을 한동안 올라도 더 높은 봉우리가 보인다.
완만한 길을 올라서 송전탑을 지나고 조금 더 오르면 소속리산(431.6m)이다.(15:38)
잡목으로 사방이 막혀있지만 전부터 글에서만 보며 와보고 싶었던 산이라 그런지 친근감이 들고 지금까지 볼수 없었던 발자국도 보여서 갈길을 격려해 주는듯 하다.

- 346.3봉
정상에서 내려와 눈길을 헤치며 봉우리를 지나고 운동시설이 놓인곳을 통과한다.
한동안 좋은 길따라 내려가다 보니 꽃동네 내려가는 길같아 다시 올라온다.
능선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급하게 꺽어 들어가니 처음에는 길이 희미하다가 이내 제능선임을 알수있다.
울창한 숲사이로 오래된 묘지들이 자주 보이고 빈묘지도 있으며 이장공고가 많이 붙어있다.
잡풀이 무성한 넓은 길을 따라 송전탑을 지나면 눈에 띄게 해가 기운듯해 마음이 서둘러진다.(16:03)
봉우리를 올랐다가 다시 송전탑을 지나서 진행하면 백야리와 동음리를 잇는 넓은 비포장도로로 내려온다.(16:17)
차바퀴 자국이 있는 고개를 넘어서 절개지를 오르고 오래된 묘지들을 지나면 왼쪽으로 용계저수지가 모습을 보이고 곧 숲이 우거진 326.2봉에 오르는데 여기서 정맥은 북쪽으로 방향을 바꾼다.(16:36)
희미한 안부를 넘으면 묘지들이 자주 보이고 밋밋한 봉우리에는 폐무덤이 자리잡고 있다.
조금더 올라가 잡목이 울창한 353.5봉에 오르면 오른쪽으로 광활한 벌목지대가 나타나며 정맥은 벌목지대를 끼고 활처럼 휘어진다.(16:48)
능선 바로밑에까지 벌목된 곳을 지나면 베어진 나무들이 길을 막고 그루터기들이 발에 걸린다.
봉우리들을 넘고 346.3봉에 오르면 갈길이 막막한데 아직도 붉은빛을 보여주는 태양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17:03)

- 375.6봉
정 늦으면 벌목지 아래로 지나가는 임도로 탈출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며 쉼없이 발길을 옮긴다.
울창한 숲길을 따라 봉우리들을 연이어 넘고 410봉인듯한 봉우리에 오른다.(17:19)
이제 눈은 발목을 덮어서 발길을 내며 걷는것도 부담이 되고 해가 지면서 차가운 겨울바람이 세차게 몰아친다.
눈길을 가다가 낮은 봉우리에서 능선은 급하게 오른쪽으로 꺽여 나간다.(17:37)
키낮은 관목들과 억새지역을 통과하고 산불흔적이 있는 소나무숲을 지나간다.
이제는 앞쪽으로 375.6봉인듯한 봉우리가 가깝게 보이니 저기만 가면 오늘의 목적지인 승주고개는 지척이리라!
점점 빠져가는 체력을 느끼며 이온음료와 간식으로 몸을 보충한다.
가파른 경사길을 급한 걸음으로 올라가면 이리저리 미끄러지며 진땀이 흐른다.
봉우리를 올라 삼각점을 찾아봐도 확인할수가 없고 정면에 보이는 봉우리를 향해 다시 발길을 옮긴다.
이제 해는 서서히 넘어가고 사람사는 세상은 일제히 불을 밝혀 산속에 남은 외톨이를 더욱 쓸쓸하게 만든다.
간간이 보이는 표지기를 확인하며 정맥을 벗어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눈길을 서둘러 간다.
이 빌어먹을 375.6봉의 삼각점은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헐떡거리며 한동안 오르니 잘 조성된 큰 묘지 한기가 흰눈을 덮고 능선 전부를 차지하고있다.
조금 더 오르면 산불감시초소가 있는데 최근까지 사람이 있었는듯 안에는 모포와 잡지책들이 가지런하게 놓여있다.(18:18)
이제는 완전히 컴컴해져서 헤드랜턴과 보조 손전등을 켜고 한걸음 한걸음 눈길을 나아간다.
표지기들을 확인하며 더 높은 봉우리에 오르고 희미한 길따라 내려온다.
한동안 사면을 내려가다가 길이 없어 그제서야 확인하니 정맥은 오른쪽으로 크게 휘어져서 도망을 가고 있다.
다시 올라갈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가 다음구간에 승주고개에서 거꾸로 올라가 못밟은 구간을 확인하면 될것이란 생각으로 포기하고 산을 내려간다.
가파른 급사면에서 눈에 미끄러지며 구르다가 아깝게도 오랫동안 가지고 다녔던 손전등을 잃어 버린다.
마른 계곡을 끼고 한동안 잡목을 뚫고 내려오니 눈에 덮혀버린 큰 임도가 나오는데 사람 발자국은 전혀 없고 은은한 달빛을 받으며 적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 집에 가는길
임도를 내려가 개들이 짖어대는 작은 마을로 들어가니 윗창골이다.(19:02)
동네분께 승주고개와 감우재를 물어보고 다음에는 보현산을 올라간다고 하니 대뜸 "자네가 내려온곳이 보현산이야." 하신다.
영문도 모른체 노인분이 일러주는데로 감우재로 갈려고 내려온 임도를 한동안 올라가니 사람발자국이나 차바퀴자국은 전혀 보이지 않고 계속 산으로만 올라간다.
다시 내려와 작은 마을도로따라 20여분 내려오니 아랫창골이고 저녁 8시에 있다는 음성가는 마지막 버스를 기다리며 경로당 앞에 서있으니 한기가 뼈속을 파고들고 몸이 와들와들 떨려온다.(19:57)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는 오지않고 남은 소주 한모금 털어넣고 덜덜 떨고 있으니 경로당 안에서 들려오는 노인들 말소리에 문득 따뜻한 온기가 그리워진다.
경로당에 들어가 다시 물어보니 버스는 이미 끊어졌고 택시를 이용하는수 밖에 없다며 할아버지 한분이 자기 집으로 이끈다.
마이산에서부터 왔다고 하니 " 아니! 망이산에서 여기가 100리길이 넘는데 어떻게 왔어?" 하시며 놀란다.
어릴적부터 산을 좋아해서 며칠전에도 덕유산을 종주했다는 산꾼 할아버지의 호의로 따뜻한 커피도 얻어마시고 불러준 택시로 금왕까지 왔지만 차를 세워둔 일죽까지는 버스가 끊어졌단다.
계속 택시로 일죽까지 와서야 간신히 차를 회수한다.

- 후기
집에와서 가만히 지도를 보니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봉우리는 보현산의 전위봉인 478봉이고 아마 보현산 정상이나 조금 더지난 곳에서 산을 내려왔던것 같다.
오로지 승주고개로 내려가는 375.6봉의 삼각점만 생각하다가 뚜렸하지 않은(?) 승주고개를 무심코 넘었던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제 한남금북으로 접어들면서 충북내륙에서의 불편한 교통편이 복병으로 등장했고 앞으로는 구간을 짧게 끊고 일찍 하산해야 할것 같다.
하루밖에 안 지났지만 그래도 눈구덩이에서 보낸 12시간이 벌써 그리워지니 알듯 모를듯한게 산인 모양이다.


* 일정표
차현고개(07:22)
마이산(07:52)
대야리고개(08:56)
583번지방도로(09:46)
쌍봉초교(10:53)
내송2리버스정류장(12:21)
방아다리고개(13:10)
21번국도(14:27)
345.8봉(14:55)
소속리산(15:38)
백야리 비포장도로(16:17)
326.2봉(16:36)
353.5봉(16:48)
346.3봉(17:03)
376.5봉( ? )
승주고개( ? )
478봉(18:18)
보현산( ? )
윗창리(19:02)
아랫창리(19:53)

* 산행시간
07:22---19:02=== 약 11시간 40분

* zzanbul2 @ hitel net

* 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3-04 1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