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월 23일 (목요일)

- 은화삼골프장
택시로 무네미고개에서 내리니 날씨도 제법 쌀쌀하고 전날 내린 눈으로 산등성이는 온통 허옇다.(07:33)
은화삼골프장 진입로 왼쪽에서 잡목사이로 능선을 올라가면 까시나무들이 덤벼들고 다음은 철조망이 기다린다.
철조망을 따라 나무들을 피하며 빠져 나가도 쌓인 눈이 떨어져 금방 온몸이 눈투성이이다.
포장도로를 가로질러서 옆의 경비실에 들키지않게 잽싸게 능선으로 올라가니 카트도로가 나온다.
흰눈이 덮힌 넓은 페어웨이를 내 마음대로 발자국을 내며 위풍당당하게 올라간다.
몇년전에 골프를 치러 왔을때는 이곳이 한남정맥인지는 꿈에도 모르고 좁은 페어웨이때문에 OB가 자주 난다고 불평을 한적이 있었다.
크럽하우스를 지나고 골프장을 벗어나 솔밭을 올라가면 마침 붉은 해가 떠오르며 사방을 밝혀주고 태화산에서 백마산으로 이어지는 긴 능선이 하늘금을 그으며 반짝거린다.
218.1봉에 올라 눈에 묻힌 삼각점을 애써 찾아본다.
여기에서 내려다 보는 골프장은 적막속에 묻혀있고 흰눈이 덮혀있는 넓은 잔디밭들은 이국의 풍경인듯 마음을 설레이게 한다.(08:11)

- 망덕고개
운동시설이 있는 봉우리에서 자켙을 벗고 정맥길을 바라보면 새파란 하늘위로는 수많은 송전탑들이 눈에 들어 온다.
왼쪽으로 내려와 소나무 사이로 넓직한 길을 가면 낙엽위로 얕게 깔린 눈길에 자주 미끄러진다.
잡풀이 무성한 눈밭길을 따르고 정맥방향으로 놓여있는 송전탑들을 연이어 지나친다.
큰 송전탑이 서있는 봉우리에 서서 바람을 맞으면 함박산에서 이어지는 정맥은 골프장을 관통하며 뚜렸하게 보이고 희뿌연 대기속으로 지나야할 수많은 능선봉들이 눈에 들어온다.
잡목숲 사이로 길은 이어지고 가파른 길을 한동안 오르면 십자가를 얹고있는 큰 철탑이 보이며 신원골프장이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낸다.(09:26)
골퍼들이 지르는 함성과 걸어가며 나누는 낮은 속삼임들 그리고 딱딱 공때리는 소리가 들릴듯한 골프장은 얼어붙은 연못과 눈덮힌 잔디밭이 목가적이다 못해 쓸쓸함이 배어난다.
낮으막한 봉우리들을 넘고 삼각점이 있는 340.9봉를 지나 다시 오르막 길을 오른다.(09:55)
잡목이 울창한 봉우리에서 왼쪽으로 송전탑을 바라보며 내려오면 김대건신부의 추모비가 있는 망덕고개이다.(10:12)

- 문수봉
누군가 아침일찍 다녀간듯한 눈위의 발자국을 넘어 능선으로 오른다.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가면 능선은 오른쪽으로 꺽이며 왼쪽으로는 넓게 자리잡고있는 군부대가 보이고 높게 솟은 문수봉이 거의 반대쪽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참호들이 파여있는 산길을 가면 바람이 불며 눈보라가 날리고 떨어지는 눈은 은가루가 되어 얼굴에 부딪친다.
삼각점이 있는 424봉을 지나고 정자쉼터가 있는 봉우리를 넘는다.
군부대 철조망을 따라 미끄러운 눈길을 한동안 오르면 정자가 있는 문수봉(404.2m) 이다.(11:01)
소나무 한그루가 있는 넓은 정상에서는 잘하면 칠장산이 보일법도 하지만 흐릿한 하늘에는 확인할수 없는 봉들만 머리를 드러낸다.
이른 점심을 먹고 이정표가 가리키는 매봉재쪽으로 내려간다.
나무계단 길은 아주 가파르고 밧줄을 잡고 내려가도 눈녹은 진흙길은 미끄러워 조심스럽다.
샘터를 지나고 낮은 산에서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푸르른 산죽밭을 만나며 능선은 완만해진다.
넓직한 길을 따르다가 이정표가 있는곳에서 왼쪽방향인 사암리쪽으로 꺽어진다.
희미한 잡목길을 계속 따르면 미리내 전원마을이 있는 안골도로로 내려온다.(11:38)

- 두창리고개
전원주택뒤의 비닐하우스를 지나 능선으로 붙으니 동네개들이 아우성이다.
희미한 잡목길을 헤치고 묘지가 있는곳에서 표지기 따라 왼쪽의 전원주택으로 꺽어졌다가 다시 오른쪽의 능선으로 붙는다.
표지기들이 걸려있는 봉우리로 올라가 멀리 도로를 바라보며 지능선으로 내려가는데 대뜸 정맥길이 아닌것 같아 올라온다.
몇번을 오르내리다가 다시 처음의 묘지로 돌아오니 전원주택넘어 도로건너서 보이는 얕은 능선이 정맥길이다.
30여분 시간을 허비하고 신설도로따라 가다가 비포장도로로 공장을 통과하면 장수농원표시석이 있고 SK사암주유소가 있는 57번 지방도로로 내려온다.(12:27)
도로를 건너 시멘트길을 따르면 석재공장을 지나고 고개쯤에서 오른쪽으로 능선에 붙는다.
철사줄이 걸려있는 희미한 잡목길이 이어지고 밭을 지나서 시멘트 길로 내려온다.
목장을 끼고 다시 능선으로 오르면 왼쪽으로 넓은 초원과 풀을 뜯는 소들이 내려다 보이고 목장을 지나며 숲길로 들어선다.
목장과 마을을 끼고 낮게 이어지는 정맥길은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이리저리 방향을 바꾼다.
한동안 표지기만 확인하며 따라가면 교회가 가깝게 보이는 가좌리 마을로 내려온다.(13:15)
다시 능선으로 올라 잡목길을 가다가 정맥은 급하게 왼쪽으로 꺽어진다.
선답자들의 노력이 없었으면 마구 헤메었을 힘든길을 그들의 피와 땀과 눈물의 대가로 편하게 통과한다고 생각하니 미안하고도 고마운 마음이 슬며시 일어난다.
눈밭에서 간식을 먹고 잡목길을 내려오면 시멘트 도로이고 금강목장이 나온다.
금강목장앞에서 잠시 쳐다보니 목장따라 이어지는 얕은 능선이 정맥같아서 올라가 본다.
까시나무들과 관상수조림지를 어렵게 통과하며 보니 능선은 연결이 안되고 기상연구소를 지나는 도로가 마루금이라 급히 돌아 나온다.
여기서도 20여분 허비하고 극동기상연구소의 담장을 따라 시멘트길을 걷는다.
연구소 정문을 지나고 아스팔트도로를 계속 따르면 326번 지방도로가 지나는 두창리고개로 나온다.(14:09)

- 구봉산
급경사 절개지를 오르면 참호들이 있는 희미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낮은 봉우리를 오르고 돌무더기가 있는 안부로 내려섰다가 경사길을 오르면 삼각점이 있는 282.7봉인데 봉우리라기 보다는 능선 갈림길이다.(14:45)
누군가 버린 쓰레기더미 옆에서 점심을 먹고 소주 한잔을 걸치니 먹구름이 드리우며 찬바람이 불어온다.
봉우리에서 왼쪽으로 꺽어져 능선길을 가면 얼어붙어서 흰눈을 덮고있는 너른 사창저수지가 눈에 들어오고 매여있는 빈배는 더욱 쓸쓸함을 풍긴다.
연기가 모락모락나는 전원주택을 지나면 노송들과 바위들이 자주 보이고 벤치들이 한적하게 놓여있다.
밧줄을 잡고 가파른 눈길을 올라가면 이정표가 서있는 능선이고 봉우리들이 연속해서 솟아있는 제일 끝쪽으로 구봉산이 보인다.(15:24)
아름드리 소나무들을 따라서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를 지나고 곧이어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봉우리에 오르면 발밑으로는 오밀조밀하게 놓여있는 태영골프장의 페어웨이들이 가깝게 보인다.
눈을 이고있는 억새들을 지나고 암릉길을 잠시 오르면 표지목이 서있는 구봉산(465m)이다.(15:48)
조망이 시원한 정상에서는 달기봉으로 이어가다 가현치로 떨어져서 다시 국사봉으로 올라가는 정맥길이 잘 나타나고 칠장산도 저멀리 흐릿하게 보이는듯해 가슴이 설레인다.

- 가현치
정상에서 조금 내려가면 이정표가 서있는 수림이 울창한 봉우리가 나오는데 나무에 구봉산이라 쓴 작은 나무판 하나가 외롭게 흔들린다.
능선은 왼쪽으로 급하게 꺽이고 가파른 나무계단을 내려갔다가 다시 오름길이 시작된다.
낮으막한 봉우리를 넘고 완만한 경사길을 오르면 정상목이 서있는 달기봉(415.2m)인데 웬지 초라한 모습이다.(16:15)
산허리를 마구 파헤친 공원묘지를 바라보며 봉우리를 내려오면 오른쪽으로는 시멘트임도가 가깝게 지나간다.
잡목길을 잠시 내려오면 임도가 지나가는 안부이고 황새울농원 이정표가 서있다.(16:26)
능선으로 올라 운동시설이 있는 쉼터를 지나고 소나무길을 지나 임도로 내려온다.
임도따라 가다가 다시 능선으로 붙으면 송전탑을 만나고 평탄한 길을 따라가면 공사중인 절개지가 나온다.(16:58)
천주교공원묘지의 시멘트공사물은 정맥을 거의 파먹었고 조금 남아있는 진흙길을 아슬아슬하게 오르면 송전탑과 망가진 산불초소가 있는 347.2봉이다.(17:10)
수많은 망자들이 누어있는 묘지를 바라보면 세찬 바람이 불어오며 찬기운이 온몸으로 파고든다.
남은 소주 한모금을 털어넣고 오늘의 목적지로 잡은 국사봉을 포기하니 마음이 가벼워진다.
묘지를 따라 이어지는 능선은 잡목으로 길이 희미하고 방향이 자주 갈리지만 계속 능선을 따르면 결국 공원묘지로 내려서고 절개지가 앞을 가로 막는다.
급한 절개지를 조심해서 왼쪽으로 내려오면 82번 지방도로가 지나가는 가현치이다.(17:30)
국사봉으로 오르는 진입부를 확인하고 눈덮힌 도로따라 삼죽면쪽으로 발길을 옮기니 역시 삼죽으로 떨어지는 정맥길이 가깝게 따라 오는듯 하다.
해는 뉘엿뉘엿지고 찬바람을 맞으며 고개를 내려가면서 한남정맥의 마지막 구간을 기다려 본다.


* 일정표
무네미고개(07:33)
218.1봉(08:11)
십자가철탑(09:26)
망덕고개(10:12)
문수봉(11:01)
안골도로(11:38)
57번지방도로(12:27)
가좌리(13:15)
두창리고개(14:09)
282.7봉(14:45)
구봉산능선(15:24)
구봉산(15:48)
달기봉(16:15)
347.2봉(17:10)
가현치(17:30)

* 소요시간
07:33---17:30===약 9시간 57분

* zzanbul2 @ 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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