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구간 : 나밭고개 - 윗냉정<2003. 1. 11(토), 맑음>

◈ 亡者를 벗하여 산을 넘고 길을 건넌다.
이 구간은 100 - 400m 내로 그리 높지는 않으나 연속된 작은 봉우리를 오르내려야 하는 것이 힘겹다. 마루금에 올라서는 전체적으로 낮은 고도임에도 김해의 낮은 평야지대와 비교되어 고도를 느끼게 한다. 구간 운행 중 전망은 기대할 수 없으며 임도와 도로가 많이 개설되어 있고 남쪽 사면의 완만한 곳으로 여러 개의 공원묘지가 있다. 마루금과 도로 좌우에는 채석장, 골재 채취장, 공장들이 있다. 전반적으로 이 구간은 산행의 묘미를 느낄 수 없는 야산과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 운행기록
▶ 서울터미날 경부선 1/10(금), 24:00
심야버스를 이용하는 늦은 시간인데 경부선 매표소가 번잡하다. 예약을 못해 표가 없는 사람들의 표정이 곤혹스럽다. 고속버스는 의례 표가 있으려니 생각하다 차시간을 확인하는 중에 예약을 한 것이 천만다행이다. 기차 등 대용교통수단이 없어 예약을 해야 안전하다 한다. 느긋하게 출발을 기다리고 있는데 헐레벌떡 뛰어올라온 청년이 차표를 들이밀며 자리를 내놓으란다. 차표를 꺼내 확인을 하니 같은 번호다. 그 청년의 차표를 유심히 보니 같은 시간대 포항행 버스다. 멋 적어 뒷머리를 긁으며 내리는 청년을 뒤로하고 심야우등고속은 김해를 향해 떠나고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잠을 청한다.

▶ 김해외동공용터미날 1/11(토) 4:20
예상시간이 5:30인데 4:20이 걸렸다. 버스는 사람들을 토해낸 후 어둠 저편으로 숨어버리고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져 나는 외톨이가 된다. 지난번에 산행입구를 확인해 놓지 않아 이른 시간의 산행이 부담스럽다. 터미널은 굳게 닫히고 주변은 어둠에 묻혀있다. 신축건물 공사장 불빛아래 산행채비를 갖추고 나오니 터미널에 열려있다. 시간을 때우며 출발준비를 한다.

▶ 김해수련원 출발 6:30
택시요금이 4,800원이다. 김해수련원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오르다 비포장도로로 바뀌며 낯익은 리본이 눈에 띤다. 오름 길이 제법 가파르다. 능선에 올라 왼쪽 마루금을 따른다. 채석장으로 인해 나밭고개부터 마루금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 첫 번째 임도 7:15
이어 두 번째 임도, 세 번째 아스팔트 포장로, 네 번째 임도의 끝은 송전탑에서 멎으나 임도는 마루금 옆으로 한동안 이어진다. 이어 내리막 끝에 다섯 번째로 2차선 도로가 나오나 포장상태가 엉망이고 주위는 쓰레기가 너부러져 불결하다.

▶ 14번 국도 8:20
엉망이라는 2차선 도로는 14번 국도에서 갈라진다. 14번 국도는 정맥에 의해 단절된 김해시 구산동과 한림면을 잇는다. 우측에는 가구공장이 들어서 있다. 차량통행이 뜸할 때를 틈타 1m 높이의 중앙분리대를 무단횡단하고 건너편 가파른 능선을 오른다.

▶ 인성기업 골재채취장 9:10
햇볕이 잘 드는 곳을 찾아 휴식을 취하고 남은 김밥으로 허기를 면한다. 좌측에 폐타이어와 공장건물이 서 있고 우측에는 인성기업 골재채취장으로 중장비가 요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공장건물과 골재채취장 사이를 지나 낮은 포복으로 경계망을 통과한다. 풀섶과 나무가지에 흙먼지가 많이 쌓여있다.

▶ 낙원공원묘지 9:45
인성기업을 지나 무심코 가다 묘를 만나고 길이 끊긴다. 돌아 나와 리본을 확인하고 길을 찾는다. 제법 큰 밤나무 단지가 쭉 이어진다. 까지 않은 밤송이들이 말라 비틀어져 널려있다. 넘어진 나무를 밑으로 통과하기 위하여 무릎과 손을 땅에 대고 엎드리니 밤송이 가시가 박혀 쓰리다. 완만한 능선이 낙원공원묘지로 이어진다.

▶ 공원 맞은편 철탑 10:05
마루금은 낙원공원묘지 맨 위 기단의 끝에서 숲과 기단의 경계에 나있는 통로를 따라 본관 앞을 지나 식당건물의 좌측으로 해서 임도로 접어들며 송전 철탑을 만난다. 푸드득 뛰는 소리에 쳐다보니 고라니 한 마리가 인기척을 느껴 도망간다. 날이 풀려 조끼로 갈아입는다.

▶ 덕암공원묘지 11:00
마루금은 묘지 기단과 숲의 경계를 따라 이어진다. 지인으로 부터 전화를 받는다. 집을 떠나 수 천리 밖 첩첩산중에 이름 모를 영령들이 뉘인 낯 설은 곳에서 받는 전화라 반갑기 그지없다. 자동셔터로 사진을 찍고 간식을 먹고있는데 인기척이 난다. 부산에서 정맥을 하는 분들이라 하며 올 3월에 지리산에 도착하여 매실주를 먹어야하는데 가능한가를 묻는다. 부지런히 하면 가능할 것이라 하고 오손도손 동행이 되어 목적지까지 같이 하게 된다. 서로 통성명을 않기로 한다.

▶ 황세봉 12:15
밀양24의 삼각점과 산불감시초소가 있으며 특징과 조망은 없으나 392.6m로 2구간중 가장 높은 곳이다.

▶ 매봉산 갈림길 14:05
앞서가던 부산팀들이 휴식을 하며 기다리고 있다. 매봉산쪽으로 길이 시원하게 나있어 헷갈리는 모양이다. 독도를 하고 출발한다. 산토끼가 뛰고 꿩이 난다.

▶ 구마고속도로 15:10
송전탑이 구마고속도로를 향해 일렬로 늘어서 있다. 편도 4차선에 중앙분리대가 승용차 높이와 같고 차량통행이 엄청나다. 무단횡단을 포기하고 선답자의 기록을 따라 90cm 정도 농수로 관을 확인하였으나 대형배낭을 매고 낮은 포복 외에는 방법이 없다. 체념하고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냉정IC를 향해 100여 미터를 터벅터벅 걷다 윗냉정마을과 연결되는 화물차도 다닐 수 있는 통로를 찾아 통과한다.

▶ 전경부대 앞 15:40
터널을 통과 후 구마고속도로로 끊긴 맞은편 마루금을 고집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아 윗냉정 마을로 이어진 농로를 따른다. 가축과 과수원을 하고 있는 몇 가구 안 되는 조그만 마을이다. 전경부대 앞에서 부산에서 오신 분들과 작별을 고한다.

▶ 윗 냉정마을
목욕, 식수, 저녁식사 해결책이 막막하다. 핑계삼아 김해로 나갔다 온다. 어둠이 깔리자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얕은 집 담에 붙여 침낭을 펴고 드러누우니 따뜻하다. 날씨가 풀려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라면을 끓여 안주 삼아 소주 한 모금 마시고 별 한번보고 전화 한 통화 걸기를 반복하다 괜한 짓이다 싶어 영롱한 별 빛을 친구 삼아 잠을 청한다.


◈ 교통 및 숙식
▶ 교통
* 들머리 : 서울 → 김해 : 심야 22:30/24:00(5:30, 29,000원), 김해 → 나밭고개 : 생림 경유 삼랑진행(8회, 김해발 첫8:00 막6:40, 고속.시외터미날055-327-7880)
* 날머리 : 진례 - 냉정고개 → 김해 외동터미날(고속.시외.시내 겸용) : 44번 시내버스(수시)
▶ 숙식 : 김해방면 1km 아랫냉정의 식당가, 김해 장유면의 숙식시설 이용이 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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