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월 11일 (토요일)


- 목감리
이른 새벽부터 설치다가 청량리에서 40여분 전철을 기다리고 안양에서 탄 버스도 한 정거장을 더가서 목감리가 아닌 목감사거리에서 내린다.
그저께 지났던 낯익은 정맥과 눈인사하고 도로를 가로질러 목감리로 들어가니 초입부에 붙혀놓은 내 표지기가 반갑게 팔랑거린다.
잡목숲을 조금 올라가 군부대가 있는 166봉과 174봉사이의 안부에서 정맥길을 이어간다.(08:02)
174봉을 넘어 작은 봉우리에 올라 군부대를 내려보다가 참호옆에 있는 크레모아를 보고 혼비백산한다.
훈련용인것 같아도 혹시나 하는 끔직한 생각에 급히 자리를 뜬다.
암릉들을 넘으니 수암봉이 보이고 마침 찬란한 일출이 시작되며 온산하를 골고루 비추어준다.

- 수암봉
군시설물과 교통호가 이어지고 군부대는 바로 아래에 가깝게 보인다.
암봉인 222봉을 넘으면 돌로 쌓은 진지가 있고 능선은 왼쪽으로 방향을 바꾼다.(08:36)
335봉에 오르면 지나온 정맥들은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며 모습을 드러내고 수리산에서 태을봉과 관모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바짝 다가온다.(08:53)
정맥은 오른쪽으로 꺽이며 일반등산로와 연결되고 소나무들 사이로 상쾌한 아침이 열린다.
등산객들을 지나치고 눈이 쌓여서 미끄러운 암릉길을 조심해서 오르면 수암봉(395m)이다.(09:12)
암봉에 서면 정맥을 관통하는 수암터널로 수많은 차량들이 오가고 안산시 일원이 시원하게 펼쳐지지만 바짝 다가와 앉아있는 수리산의 군시설물들은 볼썽 사납다.

- 수리산
가파른 암릉길을 내려와 헬기장을 지나면 이정표들이 세워져있다.
슬기봉을 지나면 군부대 철조망이 나타나고 철조망과 소나무들을 따라 능선은 오르락 내리락하며 길게 이어진다.
철조망과 헤어지고 조금 오르면 드디어 군부대인데 머리위로 발칸포가 무섭지만 초소는 마침 비어있다.
철망을 따라 진행하다가 희미한 길은 사면으로 이어지고 눈길을 잠시 따라가면 공사재와 간이숙소가 있는 공터로 내려서고 군도로따라 내려간다.
얼마간 내려오면 정상으로 이어지는 지능선이 보이고 발자국따라 숲길로 들어가 능선으로 붙는다.
간혹 걸려있는 표지기들을 보며 낙엽길을 오르면 길은 군부대를 우회하며 산을 길게 돌아 나간다.
눈이 쌓여 미끄러운 급사면의 암릉을 힘들여서 오르면 드디어 정상의 군부대를 지나 능선으로 나온다.(10:14)
길이 뚜렸한 태을봉쪽 능선에서는 야호소리가 요란하지만 남쪽으로 이어지는 정맥길을 찾고 숨을 고른다.
군부대가 없었으면 금방 갈길을 무려 1시간이나 걸려서 간신히 통과했지만 그래도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 47번 국도
암릉들을 지나고 미끄러운 황톳길을 내려오면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군시설물들은 어마어마하고 크게 지어놓은 3층건물이 흉물스럽다.
넓은 길에 내려오면 일반등산로가 나오고 산불감시초소와 이정표들을 만난다
송전탑들을 지나고 258봉에서 정맥은 왼쪽으로 꺽이며 억새밭으로 길을 이어간다.
아지랭이 피어나는 봄날처럼 사위는 아른아른하고 대기는 희뿌옇게 마을들을 감싸고 있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감투봉에서 정맥은 다시 왼쪽능선으로 방향을 바꾼다.(11:03)
차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오는 길을 잠시 내려가면 "신기명가" 식당이 있고 마을길을 따라 걸으면 안양베네스트골프장 입구가 있는 47번 국도로 나온다.(11:22)

- 오봉산
도로를 건너고 용호고등학교옆의 비포장로를 따라 골프장옆을 지나간다.
경부선철로를 지하차도로 통과하고 아파트공사장을 지나면 길은 자연히 고층아파트로 둘러싸인 한세대학교로 들어가게 된다.
오른쪽으로 도서관과 학생복지관을 지나면 잡목숲이 나오고 곧 쌈밥집을 통과해서 길은 이어진다.
철망을 뛰어넘고 조림지를 지나 철망을 다시 넘는다.
낮으막한 야산길을 한동안 오르면 무덤들이 있는 곳에서 능선은 오른쪽으로 갈라지고 오봉산은 정맥에서 벗어나 있다.
왼쪽길로 몇분 오르면 이정표와 산불감시초소를 지나서 오봉산(205.4m) 정상에 서는데 빽빽하게 들어앉은 의왕시의 아파트와 공장들이 내려다 보인다.(12:22)

- 지지대고개
무덤가로 도로 내려오면 잡목사이로 희미한 길이 이어진다.
송전탑을 지나고 까시나무들을 따라 가면 높은 절개지가 나오고 왼쪽으로 우회해서 내려오면 4차선 도로가 지나가는 고고리고개이다.(12:51)
영동고속도로 이정표가 있는 고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서 시설물 철망을 따라 까시나무를 헤치며 올라가니 개들은 짖어대고 직원인듯한 사람이 나오더니 길도 없는 곳을 왜 가냐며 나무란다.
넓은 공동묘지를 지나면 이정표가 있는 산책로를 만나고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내려오면 과천-의왕간고속화도로가 지나간다.
잡목과 까시나무들을 헤치고 내려가 오봉산생태계 연결통로로 도로를 건너고 넓은 묘지가에서 점심을 먹는다.(13:11)
따뜻한 날씨에 녹은 눈은 엉덩이를 적시고 소주 한잔에 힘을 얻어 발걸음을 재촉한다.
넓은 산책길을 따르다가 수원-의왕시 경계 이정표를 지나서 정맥은 왼쪽으로 급하게 꺽인다.
송전탑들을 지나서 완만한 길을 내려오면 1번 국도가 지나가는 지지대고개이고 비각이 세워져 있다.(13:49)

- 광교산
6차선도로를 무단횡단하면 곧 영동고속도로 북수원 인터체인지가 나오고 차량흐름이 뜸할때 역시 무단횡단한다.
송전탑이 있는 절개지를 오르니 예상치않게 넓은 등로가 기다린다.
소나무 숲사이로 나무계단이 있는 등로를 따라 범봉을 오르면 백운산에서 광교산으로 이어지는 정맥이 시원하게 모습을 드러낸다.(14:16)
광교헬기장을 지나고 왼쪽으로 꺽이는 능선을 따르면 곧 넓직한 통산대헬기장인데 포장도로가 미군부대까지 이어진다.(14:53)
벤치에 앉아 물 한모금을 마시면 헹글라이딩을 하며 백운산 꼭대기를 훨훨 날아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말 부러워 보인다.
9 정맥이 끝나면 그때는 하늘을 한번 날아 보아야겠다.
부대를 지나고 시멘트 계단이 시작된다.
끝이없이 이어지는 계단들을 오르면 통신대가 자리잡고 있는 백운산(564.2m)이고 철망을 따라가 정상옆에 있는 삼각점을 확인해 본다.(15:18)
백운산에 서면 청계산에서 바라산을 거쳐 광교산으로 이어지는 기나긴 능선이 거침없이 펼쳐지고 개발의 영향으로 정맥이 송두리채 없어지고 있다는 용인일대가 가깝게 보인다.
눈이 녹으며 질퍽대는 길을 따라 광교산으로 향한다.
수많은 등산객들을 만나고 경기방송 송신탑을 지나 노루목을 통과한다.
얼어서 미끌거리는 나무계단을 오르면 형제봉갈림길이 나오고 왼쪽으로 조금 더 오르면 수원의 진산인 광교산 시루봉(582m)에 닿는다.(15:48)
몇년만에 다시 찾는 광교산에 오르니 수지일대가 훤하게 내려다 보이고 정맥을 막고있는 아파트들이 보여서 은근히 걱정스러워진다.

- 43번 국도
갈림길로 되돌아와서 급경사 길을 내려와 토끼재를 통과한다.
가파른 길을 오르면 팔각정이 있는 비로봉이고 능선은 계속 굴곡지며 흐른다.
양지재를 통과하고 진땀을 흘리며 암봉인 형제봉(448m)을 오른다.(16:34)
또다른 형제봉을 바라보며 험한 암릉길을 내려와서 경기대 방면으로 향하면 넓은 산책길이 잘 조성되어 있다.
백년수를 지나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정맥은 경기대쪽을 버리고 이의동 방향으로 꺽인다.
곧 천년약수 안부를 지나고 송전탑을 따라 길은 이어지다가 나무계단을 타고 내려오면 좁은 비포장로가 지나는 버들치고개이다.(17:14)
고개를 지나면 좁은 오솔길이 이어지고 이정표상의 상현동 방향으로 진행한다.
군시설물이 있는 능선을 우회하여 약수터에 이르고 군도로를 따라서 올라가면 군부대 철조망이 가로 막는다.
오른쪽으로 약간 올라가서 왼쪽으로 내려가는 철조망을 한동안 따라간다.
완만한 길을 내려가다 갈림길에서 오른쪽 능선을 따르면 LG아파트가 보이고 곧 43번 국도가 지나가는 망가리로 내려온다.(17:50)
수지 벽산-풍산 아파트 정류장에 서니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지고있고 정맥을 가로막고 들어선 아파트들은 철옹성처럼 솟아있다.
난개발의 대명사로 불리는 용인 수지에 오니 개발의 광풍인가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어온다.


* 일정표
166봉-174봉 안부(08:02)
222봉(08:36)
335.3봉(08:53)
수암봉(09:12)
수리산(10:14)
감투봉(11:03)
47번국도(11:22)
오봉산(12:22)
고고리고개(12:51)
오봉산생태계연결통로(13:11)
지지대고개(13:49)
범봉(14:16)
통신대헬기장(14:53)
백운산(15:18)
광교산시루봉(15:48)
형제봉(16:34)
버들치고개(17:14)
43번국도(17:50)

* 소요시간
08:02---17:50===약9시간 48분

* zzanbul2 @ 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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