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2차 3소구간종주 산행기

1. 산행일정 : 2002. 09. 15
2. 산행구간 : 여원재-복성이재
3. 산행동지 : 오영동, 정영찬, 김용순, 박현숙
4. 산행여정
2002. 09. 15
04:04 부산 출발-06:20 여원재 도착

2002. 09. 15 (제3소구간 : 여원재-복성이재)
06:20 여원재 출발 - 08:00 고남산입구 암릉 - 08:08 고남산(08:35 출발) - KT중계탑 - 유치재 - 09:50 매요리(10:26 출발) -

11:30 88고속도로 - 12:35 새맥이재(13:00 출발) - 14:30 아막성터 - 14:50 복성이재 도착

5. 산행기

※ 2002.09.15(제3소구간 : 여원재-복성이재) 날씨 : 흐림, 비
 지난 9월1일 이번구간 산행을 계획 하였으나 제15호 태풍『루사』의 영향으로 2주가 늦은 오늘로 변경 하였다. 새벽 6시20분 여원재에 도착할 즈음 흐린 날씨에 가랑비가 조금 내리고 있었으나, 산행에는 별로 무리가 없다고 생각된다. 길가에 심어놓은 개나리나무 사이로 들머리가 열린다. 솔 숲길을 지나니 마을안길에 닿는다. 시멘 포장도로에서 우측으로 꺾어 마을 안으로 들어서니 조그마한 고개턱 오른쪽 저편에 고남산 정상 중계 탑이 보이는 곳이 오늘 산행 방향이다. 마을앞 들판에는 지난 태풍에도 잘 견디어낸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단감나무 묘목도 눈에 뜨인다.

 합민성터 부근 대간길에 묘지 2기를 만나는데, 지난주 성묘 시에 잘려나간 소나무 10여 그루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얼마 전 일간지에 보도된 자료에 의하면, 성삼재에서 남원군 야영면 새맥이재간 약30km 구간에 200여기의 개인 묘지로써, 201m마다 1기꼴 이라는 기사를 접하였다.

 길 상태가 좋은 소나무숲 능선 길을 1시간 40분가량 달리다 보니 암릉 구간으로 로프를 잡고 오른다. 능선길 왼쪽에 바위 전망대를 만날 수 있다. 운무 속에서 마을이 어렴풋이 나타나고, 건너편엔 자연적인지 인위적인지 분간키 어려운 석탑상이 눈에 들어온다. 전망대를 돌아 올라서면 고남산(826m) 이다.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들어 세워진 고남산 표지기에 여원치 4.2km, 매요리 4.0km라는 이정표도 새겨져있다. 바람이 너무나 세차게 몰아친다. 옷은벌써 이슬에 젖어 한기를 느낀다. 헬기장을 지나 아래쪽 묘지 옆에서 아침식사를 하려고 도시락을 펼친다. 이곳이 정말 명당인지 바람이 없다. 들국화가 만발한 또 하나의 헬기장을 지나면 통신시설물로 우회 하는 곳으로 비 바람에 쓰러진 억새풀과 산딸기 넝쿨이 길을 가로막는다.

 멀리 차량 소음과 88고속도로가 눈에 뜨일 쯤 매요리에 닿는다. 별로 크지 않은 마을 이지만 길가에는 세 곳의 정미소에서 요란한 기계음이 들려온다. 이슬을 맞아 조금 추운 탓으로 마을의 주막을 찾았다. 매요휴게소 에서 맥주 4병에 새우깡 한 봉지를 시키고 상점 옆의 고추 몇 개를 따서 된장에 찍는다. 훌륭한 안주다. 맥주 한잔을 마실 즈음에 제법 굵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빗속에 매요교회를 지나 포장도로를 따라 걷다 삼거리 부근에서 좌측으로 난 산길로 접어들어 618봉을 오르기 시작할 때 빗줄기가 점차 가늘어지고 몸의 온기로 후덥지근하여 우의를 벋고 걷기를 한 시간 여후 산길을 내려서니 88고속도로가 대간을 잘라놓고 있다. 당시 건설시 대간을 걷는 수많은 산 꾼들을 위하여 조그마한 다리를 하나 건설하여 사람이며, 산짐승들의 통로가 되게 하여 주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러한 배려가 없는 게 못내 아쉬움 으로 남는다. 우리 대원들은 도로 건너편에 보이는 형형색색의 리본을 따라 양방향의 차량 흐름을 피하여 사치재를 건넌다. 이래서는 안 되는데! 사치마을 쪽에 있는 고가 도로를 건너려면 왕복 2km가량을 더걸어야 하는 부담때
문이기도 하겠지만! 11시30분경 고속국도를 무사히 통과하였으니 다행이다.

 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차량을 뒤로하고 다시 대간길에 오른다. 꾀나 가파르다. 약10여분을 오르니 헬기장이다. 이제는 바람도 세차게 불어온다. 오른쪽 아래로 지리산 휴게소가 눈에 들어온다. 비바람에 쉴 틈도 없이 길을 재촉하여 몇 발짝을 움직이니, 꽃말이 부부의 사랑 또는 결혼 이라는 팥알 보다 더적은 붉은색 열매가 맺힌 보리수나무를 만났다. 자양, 진해에 좋다는 열매를 둘러싸고 대원4명이 비를 맞으며 따먹기 시작한다. 새큼한 맛이 괜찮다. 산중 과일은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던가? 무딘 칼같은 능선에는 지리산 휴게소 쪽에서 불어오는 골바람에 몸을 가누기가 힘들 정도다. 이곳을 지나 697봉에 오를 때는 우리키보다 큰 억새풀과 철쭉가
지가 비바람에 쓰러져 길 찾기가 여간 고생이 아니며, 풀잎에 묻은 빗물로 하여금 온 몸이 적신다.


 힘겹게 봉우리에 오르니 몇 년 전에 산불로 인해 엄청난 산림이 손실을 입어 시커멓게 밑동만 남아있는 모습들이 애처롭다. 산도 춥고 나도 추워 우의를 다시 꺼내 입고, 20여분 능선 길을 걷다 묘지를 왼쪽에 두고 오른쪽 으로 크게 꺾어 내려서서 새맥이재에 닿았다. 점심을 먹을 요량으로 키 큰 소나무 밑에 자리를 잡는다. 왜냐하면 아직도 비가 그치질 않았기 때문이다.

 점심 도시락을 빗물에 말아 먹어서 인지 배가 더욱 부른 것 같고, 신발 안에는 빗물로 질펀 거린다. 무릎이 시려와 쉴 수가 없어 13:00경에 일어섰다. 30여분 오르니 전망대가 나타난다. 빗속이라도 운무가 걷힌 상태라 멀리까지 전망이 트여 정말 다행이다. 전망대를 지나 781봉에 닿으니 멀리 복성이재가 보인다. 30여 분이면 충분히 내려 설듯하여 지난번 1차산행시 받아둔 남원의 개인택시 기사분께 전화를 하였다. 오후3시까지 복성이재에 도착해 주십사라고. 키 큰 철쭉나무는 위에서 잡아끌고 아래쪽은 빗물에 젖어 굉장히 미끄럽다. 행여 넘어질라 조심스럽게 걷다보니 시간이 꾀나 걸린다.

 20여분이 걸려서 삼국시대 백제와 신라가 주도권을 잡기 위해 쟁탈전이 벌어졌다는 아막산 성터에 올랐다가 얼게 설게 쌓인 성터 아래로 내려설 때 벌써 30여분이 지났다. 임도를 가로질러 복성이재에 가까워질 무렵 아름들이 소나무가 길을 가로 막는다. 지난 15호 태풍의 위력을 새삼스레 느끼게 한다. 잠시 빗줄기가 가늘어지고 오늘 산행을 마감할 즈음 물에 젖은 옷을 갈아 입으니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다. 14:50분에 장수군 번암면과 남원시 아영면 경계지점인 복성이재에 닿으니 택시가 보이 않는다. 다시 연락 해보니 이곳에 왔다 아무도 보이지 않아 성리 쪽으로 돌아갔다며, 곧 도착 된단다.

또 다시 빗줄기는 굵어져만 간다.

6. 돌아 오는 길
2002. 09. 15
- 15:10 복성이재 출발-15:45 여원재 도착(택시비₩30,000)
- 18:35 부산 도착(뒷 풀이)

* 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3-04 1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