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3차 4소구간종주 산행기

1. 산행일정 : 2002. 10. 03
2. 산행구간 : 복성이재-육십령
3. 산행동지 : 오영동, 정영찬, 김용순
4. 산행여정
2002. 10. 03
03:00 부산 출발-05:00 복성이재 도착

2002. 10. 03 (제4소구간 : 복성이재-육십령)
05:10 복성이재 출발 - 06:55 봉화산 - 08:30 광대치 - 08:59 월경산어깨(09:20 출발) - 09:58 중재 - 10:38 중고개재 -

12:07 백운산(12:17 출발) - 13:10 전망대(13:45 출발) - 14:00 영취산(14:05 출발) - 14:40 덕운봉 - 15:05 샘터(15:15 출발) -

15:45 977봉(15:50 출발) - 16:06 북바위 - 16:32 민령 - 17:02 깃대봉 - 18:03 육십령 도착

5. 산행기

※2002.10.03(제4소구간 : 복성이재-육십령) 날씨 : 맑음,소나기
 추석을 보내고 첫 산행인데 대원 한명이 도착하지 않아 새벽 두시 반에 부산에서 출발하기로 하였으나, 30여분 늦어졌고 발걸음도 별로 가볍지 않다. 칠흑 같은 어둠을 헤치며 흥부마을 성리를 지나 장수군 번암면과 남원시 아영면 경계지점인 복성이재에 차를 주차한 뒤 키 큰 소나무 숲길을 따라 산을 오르는데, 소나무 갈비가 많이 깔려있어 길은 보이지 않고, 대간 길 내내 그리 많이 보이던 리본 하나 찾기 어렵다. 5분여 헤매다 겨우 갈 길을 찾아 걷는다. 소나무 숲을 지나니 하늘엔 그믐달은 쪽박 같고, 별빛도 아름답다.


 오늘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 였었는데, 정말 다행이라 생각이 들 즈음 사방이 훤하게 튀여 있는 첫 전망대에 닿는다. 부근 부락에서의 불빛이 눈에 들어온다. 심호흡과 물 한 모금을 들이킨다. 치재로 내려서는 가파른 길가에는 키 큰 철쭉과 산딸기 넝쿨이 엄청난 군
락을 이루고 있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아마도 봉화산 철쭉제가 열리는 게 이곳 나무들의 효자 노릇 때문인가 보다. 치재를 지나면 완경사길 을 오르내 린다. 날이 밝아 오는 소리가 들릴 즈음 다리재를 지나 된비알을 오르면 봉화산(919.8m) 입구에 닿는다.

 봉화산 정상을 향해 펼쳐진 억새평원은 2m 정도로 키 큰 억새가 잡목 하나 섞이지 않은 완벽한 상태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날이 밝아 오는가 싶더니 햇님이 껑충 뛰어 하늘에 솟아있다.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봉화산을 내려서면 남원시와 장수군을 연결하는 임도가 나오는데 일부 산 꾼들이 이곳에서 야영을한 흔적이 남아있어 안타깝게 느껴진다. 임도를 지나서 싸리나무와 억새풀을 헤쳐 나가면 870m봉인 전망대에 다다른다. 이곳이 전북과 경남의 경계지점으로 영 호남의 기운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너럭바위로 이루 어져 있는 곳이다. 오늘 산행길이 너무 길게 짜여져 있어 오래 머물 수가 없는게 몹시 아쉬움으로 남는다.

광대치를 지나 뚜렷한 소로를 지나면 월경산(981.9m)을 향한 본격적인 오름길이 시작된다. 억새평원이 살아지고 울창한 도토리나무 숲으로 접어든다. 아직도 울어대는 메미소리와 발아래 널브러져 있는 도토리와 낙엽을 밟으며 월경산 왼쪽 옆구리를 돌아 중기부락이 눈에 들어올 즈음 배낭을 내려놓고, 허기진 배를 채우려 도시락을 꺼낸다. 따스한 햇볕이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

 중재 쪽을 향해 거의 다 갈 무렵쯤에 산사태 지역을 지나면 곧장 내리막길로 전나무같이 나무껍질이 얇은 소나무가 신기하게 느껴진다. 개량종인지? 외국에서 들어온 품종인지 처음 보는 소나무라 신기하기만 하여 머리를 갸우뚱 한다. 열시가 거의 다 되었을 때 중재에 도착했다. 아름드리 정자나무 그늘 아래 잠시 머무른 후 다시 길을 재촉한다. 중재를 지나 급경사길을 10여분쯤 오르면, 이제 완경사길. 능선 오른쪽 바로 옆으로 밭과 작은 저수지 아래는 황금빛으로 물든 계단식 논뙈기들이 보인다. 옛날 어린시절 동네 뒷산에 오른 느낌이다. 중고개재에서 백운산 정상까지는 숨이 턱에 닿는 급경사 길로 이어진다. 그러나 정상부근 7부능선에 이르면 경치가 좋은 전망대 바위가 하나 나는데 여기서 잠시 숨을 고르며, 오늘 우리가 달려온 길을 되짚어 볼 수 있는 멋진 곳으로서 저 멀리 봉화산이 가물가물 하게 느껴진다.

 이곳을 지나 암릉을 우회하여 무덤2기에 이어 헬기장에 도착하니 등산객들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다. 오늘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라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이곳에서 약 100여m 떨어진 곳이 조망이 탁월 하다는 백운산(1,279m)으로 저멀리 동쪽으로 금원-기백산이, 우리가 진행 하려는 북쪽으로 남덕유산이 가물 거린다. 백운산 정상에는 정상석과 백운암, 원통재 하산로(5.7km), 상연대 하산로(4.3km), 백두대간 깃대봉으로 향하는 삼각점인 곳이다. 대간길은 정상 팻말이 선 곳에서 왼쪽으로 90도 꺽이며 이어진다.

 

 양쪽으로 지능선이 많이 갈라지지만 워낙 주능선 길이 뚜렷하고 선행 산 꾼들 리본이 많아 헷갈릴 염려가 없다. 키를 넘는 산죽이 수백 미터 도열해 있는 길을지나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면 잔디로 단장되고, 널찍한 공터로 이루어진 1,066봉 정상에 닿는다. 멀리 들리던 천둥소리가 가까워지고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 올 때 재빨리 식사 준비를 하였다. 빗물에 밥을 말아먹지 않기 위해서다. 한발 늦은 탓인지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져 우의를 꺼내 입고 식사를 했다.

1,066봉 정상에서 내리던 빗방울이 점차 가늘어져 오고, 골바람이 세차게 불어 뺨을 친다. 무령고개로 향하는 무명재에 도달하니 영취산 0.3km, 백운산 3.5km, 진부령 1,105.9km, 천왕봉 134.1km, 무령고개 0.7km, 장안산 3.7km라는 이정표를 만난다. 이것이 정확한지는 검증을 해봐야 겠지만… 된비알을 지나면 바로 영취산(1,075.6m)에 도착한다. 이곳은 금남호남정맥 줄기가 시작되는 곳으로, 발 아래쪽에 산을깍아 길을 닦고 있는 무령고개로 연결 된다. 우리가 찾은 이곳 영취산에서는 지금 항공측량을 위해 젊은 측량사들이 부근의 산 정상 일곱 개소에 배치되어 있다고 하는 것을 젊은이께 듣는다. 우린 산이 좋아서 이곳에 올랐지만! 그 젊은이는 정말 외롭게 보인다. 조금 전 백운산에서도 측량하고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영취산에서 35분여 지나면 덕운봉(956m) 어깨인 암봉에 다다른다. 이곳을 뒤로 두고 주능선 길을 걷노라면 짤막한 암릉길이 나오는데 지도를 유심히 살펴보니 아래쪽 서상면으로 향하는 갈림길에 샘터 표시가 보인다. 점심 식사 때부터 물 뼈만 남아있는 수통을 바라보았기에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억새가 많은 갈림길 소나무에 50m아래 샘터, 컵 준비라고 누군가가 적어놓았다. 정말 고맙게 느껴진다. 이곳에서 수통을 가득 채우고 민령으로 길을 재촉 할 때가 벌써 시계는 오후 3시15분을 가리킨다.

 육십령이 6.5km 남았다는 이정표를 넘어서 북바위에 다다른다. 북바위에서 바라보는 왼쪽의 전북 장수군과 오른쪽의 서상IC및 대전-충무간 고속도로가 펼쳐져 있어 시야가 시원스럽다. 곧이어 완경사의 억새밭 능선을 오르내리다 송전탑을 지나 완경사의 오르막길로 바뀐다. 철탑부지에 돋아난 가을의 전령 들국화가 화사하게 웃고 있다. 식물들은 전자파와 무관한 것인가?

 송전탑을 지나 대진고속도로 육십령구간 터널 상부의 완경사 길을 지나면 깃대봉(1,014. 8m)에 도달한다. 오늘 산행 구간중 마지막 봉우리라는 것을 마음속으로 위안하며 좌측으로 90도꺽어 북진한 뒤 다시 북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흡사 계곡으로 떨어지는 것 같아 보일쯤 길옆 오른쪽에 잘 가꾸어진 샘을 만나 물을 바꿔 담고, 5분여 산행후 잘 트인 능선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데 등 뒤편에서 낙엽을 밟는 짐승 발자국 소리와 방송에서나 접한 멧돼지의 울음 소리가 함께 들려 돌아보니 꼬리만 겨우 쳐다볼 수 있도록 빠르게 산 아래로 달려 내려간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곳에 오래 머물 수 없어 내려서니 오른편으로 버섯 재배사가 보이고 잘 가꿔진 무덤 두기를 지나 육십
령 고개에 도착했다.

 지금까지 참았던 빗줄기가 굵어지나 싶더니 이내 그친다.

6. 돌아 오는 길
2002. 10. 03
- 18:15 육십령 출발-19:05 복성이재 도착(택시비₩35,000)
- 21:45 부산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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