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4월 10일 (목요일)



* 일정표

남부터미날(06:40)

홍성터미날(08:20)

신성역(08:41)

162.4봉(09:16)

갈마고개(09:47)

아홉굴고개(10:09)

84.6봉(10:45)

생미고개(11:05)

꽃발굴고개(11:38)

하풍고개(12:13)

공덕고개(13:14)

금자봉(13:37)

가로고개(13:48)

우수고개(14:13)

상월안부(14:36)

새말안부(15:09)

물편고개(15:17)

스므고개(16:09)

166.2봉(16:14)

시온산수양원(16:30)

백월산(17:23)

능선갈림길(17:34)

족한안부(18:06)

공덕재(18:15)

보령터미날(19:40)

남부터미날(22:20)



* 산행시간

약 9시간 34분



* 후기



- 162.4봉

안개가 자욱한 홍성에서 택시를 타니 육십이 다된 기사님이 자신도 백두대간을 하고 있다며 정맥꾼의 힘든 형편을 헤아려 준다.

신성역사로 들어가 아름드리 느티나무와 오래된 은행나무사이로 묘지를 오르면 전날 내린 비로 옷은 금방 축축히 젖는다.

쓰레기가 즐비한 사거리안부를 넘고 잡목과 가시나무들을 헤치며 봉우리에 오르면 넓은 묘지와 인삼밭을 지나며 길이 좋아진다.

송전탑을 지나고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여있는 꽃길을 따라가 삼각점이 있는 162.4봉에 오르면 참호가 파여있고 햇살이 따뜻하게 내려와 아늑하다.

밤나무밭을 넘고 빽빽한 소나무숲을 지나면 특이하게 큰 구덩이들이 패여있으며 길이 없어지는 묘지대를 조심해서 내려가 아스팔트 신설도로를 넘는다.

넓은 밭을 지나고 왼쪽으로 꺽어지면 오랫만에 박성태님의 표지기가 걸려있는 산판길을 만나고 냄새가 진동하는 축사를 지나면 공수마을 표지석이 서있는 갈마고개로 내려선다.



- 84.6봉

2차선 아스팔트도로를 건너고 넓게 펼쳐진 밭사이에서 잠시 방향을 잃었다가 밭일을 하는 노인분에게 길을 확인하고 농로를 오른다.

별장처럼 예쁘게 지어진 작은 집을 지나고 잡초가 무성한 열녀 난향의 묘를 만나면 정맥은 왼쪽으로 임도를 따라간다.

개들을 사육하는 민가를 지나고 2차선 아스팔트도로인 아홉굴고개를 건너 넓은 비포장도로를 걸어가면 들녁에는 햇살이 가득하고 밭일하는 농부들의 모습이 파스텔색채처럼 평화스럽게 와 닿는다.

푸른 잔디밭에 꽃들이 화사하게 피여있는 멋있는 3층 양옥집을 지나고 하원부락 이정표를 만나면 삼거리에서 정맥은 왼쪽으로 꺽어진다.

양로원과 목장을 지나고 다시 만나는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들어가니 밭일하던 분들이 무엇을 찾으러 다니냐고 물어보는데 놀러 다니는것 같아 미안한 마음만 든다.

농장을 지나고 오거리에서 직진하여 넓은 밭사이로 희미한 잡목숲을 헤치면 무덤들이 있는 84.6봉인데 무심히 지나치면 삼각점을 볼수가 없다.



- 하풍고개

밭으로 내려가 넓은 산판길을 따르면 기독교묘지를 만나고 숲에 마구 버려져있는 냉장고들을 보면서 우리 국민들의 환경인식에 큰 문제가 있다는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솔길을 따라 도재고개로 내려서고 직진해서 넓은 시멘트도로를 오르면 3.1독립운동기념비가 나오며 애국선열들의 묘지가 있는데 한적한 곳이라 그런지 쓸쓸해 보인다.

614번 지방도로상의 생미고개를 건너면 "한국통신명예관리장"이란 문패가 있는 집을 지나고 물웅덩이가 곳곳에 있는 진흙길을 오른다.

능선갈림길에서 좋은 길을 버리고 왼쪽으로 꺽어지면 잡초들이 무성한 공터를 지나 새로 조성한 묘를 만나며 시멘트도로를 넘는다.

넓은 밭의 고랑을 따라 한동안 길을 이어가면 오서산이 앞에 우뚝 솟아있고 금자봉으로 이어지는 정맥길이 꽤나 가파르게 보인다.

덤불숲이 우거진 봉우리에서 길이 없어져 헤메다가 밭옆으로 희미한 길을 찾아 내려가니 산판길이 나오고 곧 시멘트도로가 지나는 꽃밭굴고개를 넘는다.

억새가 무성한 밭을 지나고 산판길을 가다 왼쪽으로 꺽어져 오래된 뽕나무밭을 지난다.

소나무숲을 내려가면 묘지들이 나오고 밭을 지나 마을로 내려가니 생각지도 않은 물줄기를 건너게 되어 다시 올라가 보니 밭이 정맥길이다.

젊은 농부가 일하는 밭으로 들어가 낮게 이어지는 산줄기를 따라가면 좁은 시멘트도로가 지나는 하풍고개인데 농부에게 물어봐도 하풍마을은 알지만 고개는 잘 모른다.



- 금자봉

잡목사이로 능선에 오르려니 웬 처음 보는 표지기가 있는데 "옻나무순은 따지 마세요"라고 비닐에 쓰여있지만 설마 정맥꾼들이 나무순을 따가지는 않을것이다.

묘지를 지나서 바람이 잠잠하고 햇볕도 따사한 풀밭에 앉아 허겁지겁 김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잡념에 잠겨 보지만 백월산 넘을일이 까마득해 엉덩이를 털고 일어난다.

산판길을 따라가다 임도와 만나면 길이 없는 왼쪽 능선으로 들어서는데 긴 너덜지대가 나오며 벌목한 나무들이 사방에 쓰러져있고 베어진 밑둥은 마치 비수처럼 돌사이에 숨어있어 넘어질까 조심스럽다.

가파른 사면을 오르면 임도를 넘고 급경사 산길을 나무들을 잡고 힘겹게 오르면 401봉이다.

울창한 소나무 숲을 오르면 많은 소나무들이 누렇게 죽어있고 베어진 나무들은 온통 길을 막고있다.

대기오염으로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이 오르면서 열대지역에서 유행하는 소나무곰팡이가 창궐한다는데 그것 때문이 아닌지 걱정스러워진다.

사거리안부인 공덕고개를 넘고 가파른 낙엽길을 한동안 오르면 금자봉(520m)이며 소나무들만 빽빽하고 봉우리같지도 않게 뭉툭하다.

다른 분들의 산행기에서 항상 언급되는 가지가 11개 뻗어있는 소나무가 있는 정상에서 계속 동쪽능선을 오르면 유명한 오서산이지만 몇해전에 갔다왔고 오늘 일정도 빡빡해 그냥 남동쪽의 정맥길로 내려간다.



- 물편고개

가파른 길을 내려가면 정맥은 사거리안부에서 오른쪽으로 꺽어졌다가 다시 산길로 붙고 장송숲을 지나면 임도가 지나가는 가로고개를 넘는다.

너덜지대를 넘어 봉우리에 오르면 오서산과 정상의 통신탑이 올려다 보이고 월정사와 오서산휴양림의 방갈로들이 발아래에 보이며 물소리도 시원하게 들려온다.

송전탑을 지나면 공사도로는 깊게 패여있고 돌멩이들이 굴러내리며 곳곳에 심어놓은 새끼소나무들은 언제 자라서 이 망가진 산길을 덮을것인지 한심스럽다.

산판길을 따라 아스팔트도로인 우수고개를 넘고 철조망따라 장송숲을 오르면 나무들이 곳곳에 꺽어져 있어 길을 막지만 시원한 바람이 상큼하게 불어와 땀에 찌든 육신을 위로한다.

진달래 꽃길을 지나 마을이 가까운 상월안부를 넘고 가파른 산길을 지나서 바위들이 놓여있는 270봉에 오르고 무덤들을 지난다.

잡목지대를 지나고 장송숲을 따라 넓직한 길을 내려가면 새말안부이며 바로 옆에 민가가 있어서 식수를 조달하거나 탈출하기에 좋다.

산판길을 가다가 송전탑과 인삼밭사이로 내려와 폐타이어로 만든 참호와 계단을 지나면 619번 지방도로상의 물편고개이다.



- 스므고개

송전탑이 있는 사거리안부를 넘고 너덜지대를 지나서 낙엽덮힌 사면을 가파르게 오르면 290봉이며 봉우리를 내려서다 정맥은 왼쪽으로 급하게 꺽인다.

성가신 잡목숲을 지나면 넓고 완만한 길이 이어지며 사거리안부를 넘고 220봉을 넘는다.

묘지대로 내려가면 시야가 트이며 뒤로는 오서산이 우뚝하고 앞으로는 넘어야 할 백월산 줄기가 만만치않게 험해 보인다.

구불구불 멋있게 뻗어있는 아름드리 소나무지대를 지나고 안부에서 내려가면 36번 국도상의 스므고개인데 도로표지석에 서니 적적한 고개에는 바람만 세차게 분다.



- 백월산

가파른 절개지를 올라 접도구역 표시석을 지나고 잡목과 까시나무들을 헤치며 오르면 166.2봉인데 삼각점은 찾을수 없다.

밭을 지나고 푸른 대나무숲이 보기좋은 민가를 지나 넓은 길로 가다보니 정맥은 오른쪽으로 낮게 지나가지만 귀찮아 그냥 간다.

조용한 산속에 깨끗하게 자리잡은 시온산수양원을 보며 묘지를 지나 능선으로 붙으면 잡목숲사이로 희미한 족적이 보인다.

거치장스러운 나뭇가지들을 헤치며 쉴새없이 가파르게 이어지는 산길을 오르면 왼쪽으로는 이름모를 작은 저수지가 파랗게 보인다.

바위사이로 노송들이 보기좋은 능선에 오르면 왼쪽에서 올라오는 뚜렸한 등로와 만나며 정맥은 오른쪽으로 이어진다.

봉우리에서 왼쪽으로 꺽어지면 고도를 낮추다가 다시 밤송이들이 널려있는 가파른 산길을 오르는데 정맥은 바로 올라가야 하지만 바위지대가 가로막고 너무 가파라서인지 측면으로 길게 돌아 오른다.

능선갈림길에서 오른쪽은 성태산과 문봉산 그리고 만수산으로 이어지다 금강에서 맥을 다하는 산줄기이고 왼쪽으로 꺽어져서 거친 바위지대를 넘고 백월산(565m)에 오른다.

금북정맥의 최남단인 정상에는 삼각점이나 정상석은 없고 나무들사이로 오서산만이 우뚝하며 일반산악회의 표지기들 사이에 전국의 산에서 자주 보던 "과천 김형오"님의 표지기가 눈에 띈다.

바위에 앉아 얼려간 캔맥주를 마시고 바람을 맞으며 땀을 식히면 오늘도 목표로 했던 긴 산행을 마칠수 있음에 가슴이 뿌듯해 온다.



- 공덕재

바위지대를 지나서 내려가면 곳곳에 노송들이 멋있게 서있고 까마득한 절벽에 서면 조망이 시원하게 트여서 오랫만에 좋은 산에 오른 느낌을 받는다.

잠시후 정맥은 왼쪽으로 한동안 급하게 떨어지다가 소나무숲을 만나면서 완만해지고 유순한 능선이 이어진다.

넓은 길을 따라가다 왼쪽으로 능선에 붙으면 울창한 잡목과 관목사이로 길이 희미하고 억새지대를 내려서다 뒤돌아보면 백월산은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며 우뚝 서있다.

산불지대를 지나면 오봉산이 시야에 들어오고 지독한 잡목숲을 헤치고 내려가면 임도가 지나가는 족한안부를 넘는다.

너덜지대를 지나고 소나무들사이로 넓은 산판길을 내려가면 통신시설을 만나고 610번 지방도로가 구불구불하게 지나가는 공덕재로 내려선다.

대강 짐을 정리하고 옷매무새를 추스리며 소주한잔 마시고 있으니 고개를 올라오던 승합차가 흔쾌히 세워주는데 마침 보령나가는 차라고 한다.

다음구간에 지나야할 정맥줄기를 바라보며 고개를 내려가면 기울어가는 햇살에 눈이 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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