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날....2003년 3월31일
간 곳....차동고개-장학산-야광고개-국사봉-분골<금북정맥>
간 사람....바랭이
지형도....예산, 청양 1/50,000
간 시간....9시간 7분
차 길....<서울-예산....무궁화>, <예산-차동고개....택시19,000>,<예산-서울....무궁화>

차동고개....9시3분
들머리....9시13분
첫번째 봉우리....9시36분
왕바위....9시44분
묘1기....9시56분
장학산....11시7분<아침식사 23분>
천봉 갈림길....12시
야광고개....12시4분
392봉.....12시23분
삼정리 내려가는 임도....13시8분
차돌바위 헬기장....13시30분
국사봉.....1시34분<지도 보느라 30분소비>
99-3-15 헬기장....14시 52분
불탄 소나무 지역....15시 16분
금자봉 옆 봉우리....16시 25분
마을로 내려가는 갈림길....16시 28분
분골....17시 13분
벌목한 소나무 지대....17시 15분
산소....17시20분<10분 간식>
젖소 농장....17시 38분
흑염소 농장이 있는 철탑....17시 45분
임도....15시 55분
분골 갈림길....18시 10분
국도<위라 1리>....18시 20분

사월 중순에는
높은산님 일행과의 금북 산행이 어려워
혼자서 금북 7구간 8구간을 걸어야 하니 여러가지로 부담스럽다.
예산 역에서 택시를 타고
지도상의 "차령고개 가자" 고 했더니
기사 아저씨는 "차령고개가 차동리의 차동고개라" 며 데려다 주신다.
지난 번 날머리였던 차동고개에서
나침반을 보지 않고도 쉽게 들머리를 찾는 것은
경험의 힘인가~~

들머리를 조금 지나니
중부지방의 산이라 그런지 북쪽의 산에서 보다
제비꽃...노루귀....양지...봄 친구들이 먼저 인사하는데
봄의 언저리에 와 있음을 느끼게 한다.

첫번째 봉우리에 오르니 9시36분 이다.
왕바위를 지나니 소나무가 많아 솔 낙엽을 밟으며 걷는 느낌이 좋다.
곧게 뻗은 소나무 숲 길
소나무가 건강한 모습이지만
자생한 소나무가 아닌 듯 해서 씁쓸한 마음이다.
솔 숲을 걷다가 내리막에서 묘 1기를 지나며
100m직진을 하니 오른쪽으로는 마을의 초록 지붕이 가까이 보여
이상해서 되돌아 가 보니 묘1기를 지나며 왼쪽으로 가야 했던 것을 직진을 했다.

봉우리의 암릉과 어우러진 소나무는
자생해 기이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능선길 옆으로 육림에 의해 심겨진 곧게 뻗은 소나무는~~
교육제도에 길들어진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우리의 아이들이
자신의 모습을 지키며 자생할 수 있도록 지켜봐 준다면
본성을 찾아서 아름답게 자라줄 텐데....
교육제도...사회제도....지구라는 큰 굴레의 제도가
많은 아이들을 획일화 시켜서
곧게 뻗은 소나무의 모습을 갖게 하는 것 같아...씁쓸하다.

획일적인 소나무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듯이
획일적인 교육제도 속에서 자란 아이들의 모습에서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환경에 맞게 구부러지고 휘어진
자생한소나무를 보며
아이들이 개성있는 제 모습을 찾을 수 있도록 기다려 주지 못하는.....나를 반성한다.

11시7분 장학산에 올라
걸어야할 국사봉까지의 마루금을 이어보며
떡과 커피로 아침을 먹고 11시30분 출발.
1km 쯤 가서 봉우리에서
천봉과 국사봉으로 갈라지는데 오른쪽으로 간다.

12시4분 야광고개를 지나
392봉에 올라 이름이 희미한 노란 표시기에
<바랭이>라고 수성펜으로 쓴다.
그 곳에서 다음에 오를....높은산님의 일행들을 만날 수 있을까 해서.....비가 오면 지워지겠지만

12시43분 오른 봉우리에서
고래등처럼 생긴 바위....바위에 살짝 걸린 둥그런 큰 바위를 지나고
암릉구간을 지날 때는 멋진 소나무가 마음을 끈다.

삼정리 내려가는 임도를<13시8분> 지나
하얀 차돌바위를 오르니 헬기장에
몇 무덤 피어 있는 할미꽃이....유년의 뜰을 걷게 한다.
국사봉에 오르니 13시33분
낙엽은 포근해서 눕고 싶은 마음이 일게 하는데
혼자서의 산행을...자유를 맘껏 즐기며
오래된 나무가지로 날아든 나비의 몸짓을 본다.
투명한 나눔의 몸짓이 자유로워.....그 몸짓은 미술관의 그림처럼 가슴에 걸린다.

지도를 보니....이럴 수가
잘못 그려온 마루금을 다시 그리며 30분을 보내고
14시5분 국사봉을 내려와 첫번째 봉우리를 지나는데
왼편 소나무 옆으로 풍성한 털을 세운 너구리가 보인다.

엎드려 있는 너구리의 모습이 너무 고요해서
두려워 피해 걷는 내 발 소리만 들린다.
'너구리가 급하게 새끼를 낳으려는 것일까?....하필이면 길 옆에서 일까?'
생각하며 내려온다.

.........다음 순간
촘촘히 매여 있는 올무가 즐비해....이상한 예감이 드는데
또 한 마리의 너구리가 통나무 옆에서 엄숙하다.
너구리는 나를 바라보지도 않았고
바위처럼 얼어 붙어서 고통스러움으로 몸을 웅크리고 있다.
빠져 나오려고 긁어 놓은 통나무 위의 흔적은
탈출의 가능성을 생각했을 너구리의 마음으로 남아 있으니....난 마음이 어둡다.
탐스럽고 보드라운 털을 만질 수 있을만큼
가까이 있는 너구리에게.....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올무 열네 개를 풀어 가방에 넣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고작 올무를 풀어내는 것 이라니....너구리에게 긁히더라도 올무를 풀어보려는 시도를 못한 것이.....짐으로 남는다.

다음부터
뒤죽박죽 어떻게 산행을 했는지 모른다.
너구리 생각으로

뛰기도 하고 부지런히 걸었음에도
올무를 푸느라고 시간이 걸려서인지
계획한 문박산까지 진행하려니 집으로 가는 길이 부담스러워
오늘 산행을 접는다.


▣ 돌양지 - 잘 읽었습니다. 그 지역에서 가까운 동물보호협회에 신고하심이 어떨까요 ?
▣ 바랭이 - 자책을 느끼는 것은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다는 것 입니다. 말과 행동이 분리되었던 자신이 부끄럽고....나의 두려움을 용기로 극복하지 못했던 것이 부끄럽습니다.
▣ 바랭이 - 너구리의 울음은 고요함이 되었을 텐데......나의 지나침이 무자비함으로 다가옴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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