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산 북 변 산 해 창 단 맥 종 주 기

영산북해창단맥이란?

호남정맥 전북 정읍 내장산에서 분기된 영산북기맥이 서진하여 대한민국 1번 국도상 전라남북도를 넘나드는 장성갈재를 지나
방장산에서 영산북기맥은 남진을 하고 변산지맥은 정상 조금 못미친 바위 전망대에서 북진을 한다

한동안 비산비야 구간을 누비다가
전북 부안군 보안면 남포리 사창마을에서 본격적인 산줄기를 형성하여
작은 반원을 그리며 임도인 사창재로 떨어졌다가
올라친 330봉에서 변산지맥은 상여봉쪽으로 남진을 하고 해창단맥은 북진을 하여

도면상 341봉 학치 우금암(울금바위) 주유산성(울금산성) 우슬재 261봉 440봉어깨 쇠뿔바위 기상(의상)봉 해창산 해창선착장에서 그 맥을 다하는 약 17km의 산줄기를 나는 영산북변산해창단맥이라 부르기로 한다

사창재-세봉-남여치-묵정마을 변산교에서 끝나는 지맥은 내변산 남쪽과 서쪽의 울타리를 만들고
사창재-울금바위-우슬재-기간(의상)봉-해창산에서 끝이 나는 단맥은 내변산 동쪽과 북쪽 울타리를 만든다
이 두줄기는 내변산을 에워쌓는 원을 그리며 부안호가 바다로 빠져나가는 변산교에서 서로 마주보며 그 맥을 다한다

이 원이 변산 종주코스가 되는 것이다

변산의 최고봉인 기간(의상)봉을 마땅히 단맥의 이름으로 삼아야 하나
지금은 새만금방조제 공사용으로 해체되어 없어져 버린 해창산을 부득이 단맥의 이름으로 삼는 것은
우리 녹색친구들 조태경간사외 회원들이 새만금간척사업 반대를 위해 절벽시위가 있었던 산이고

현재 진행중에 있는 종교지도자들과 뜻 있는 인사들의 삼보일배의 기나긴 고행의 시작점이 지금은 비록 없어지고 그 뿌리만 간신히 남아 있는 해창산 밑 바닷가 도로에서부터 시작하였으니
지금은 없어져 버렸지만 글로나마 내 마음속에 새겨두고 뜻 있는 님들과 공유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의미를 두고 단맥이름을 정하는 바이다

종주에 필요한 5만분의1 지형도 도엽명 : 부안


제1-1구간 울금바위구간

일 시 : 2003. 04. 19(흙의날) 비 신경수 송영희


구간거리 : 16.6km 단맥거리 : 11.8km 접근거리 : 3km 하산거리 : 1.8km

구간시간 16:40 단맥시간 5:20 접근시간 2:00 하산시간 1:10 헤맨시간 4:30
휴식시간 0:10 기타 3:30


고도 : 사창마을(30m), 상여봉(395m), 단맥분기점(330m), 학치(210m), 울금바위(290)
: 울금봉(310m), 울금산성정상(331m), 우슬재(130m),쇠뿔바위(470m)

거리 : 사창마을-삼거리(1.5km)-상여봉(1.5km)-단맥분기점(1.5km)-학치(1km)-
: 우슬재(2km)-쇠뿔바위(2.7km)-십자안부(0.5km)-문수제 갈대밭(1.8km)

시간 : 사창마을-천주교 만석공소(10분)-삼거리(05분)-마지막묘(15분)-본능선(20)-
:상여봉(30분)-전망대(25)-단맥분기점(10분)-┣자안부(05)-341봉(10)-학치(10)-
: 헬기장(05)-임도(05)-┣자길(05)-동북진점(10)-┣자길(05)-전망대(10)-
: 사거리(10)-울금바위(05)-울금봉(10)-십자길(05)-울금산성정상삼각점(20)-
: ┫자안부(10)-서진점(15)-십자안부(05)-우슬재(1:00)-본능선(10)-261봉(10)-
: ┫자안부(05)-┣자길(05)-암릉(10)-바위전망대(05)-무명봉(10)-T자길(05)-
: ┫자길(05)-┫자길(10)-┣자길(05)-민둥봉(05)-쇠뿔바위(05)-쇠뿔바위밑(20)-
:십자안부(10)-절벽(30)-문수제갈대밭(40)-손주한묘(50)-꽝꽝나무군락지(2:00)-
: 부안호(2:00)-부안읍(1:30)




변산지맥은 아쉬운대로 끝이 났지만 내변산과 외변산을 구분짓는 원형의 곡선 변산종주라는 숙제가 남아 있고
마눌이 정감록을 읽은 뒤 매일같이 울금바위 타령을 해대는 그 울금바위와 부사의방을 보기 위해 이번엔 아예 정읍으로 떠난다
부안군 줄포면을 가는 것은 이곳이 오히려 교통편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정읍역사 내에서 노숙자 신세를 지고 시외버스터미날에서 줄포가는 첫버스를 7시06분에 타고 줄포에서 내리면 부안 시내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남포리 사창마을 지나 용사휴게소 버스정거장 영성제문 앞에서 내린다

사창마을 영성제문 : 7:50

인위적으로 만든 수로를 따라 사창마을을 지나고 과수원을 지나고 천주교만석공소를 지나면서부터 비포장 도로로 바뀐다

천주교 만석공소 : 8:00

만석삼거리에 도착하면 왼쪽으로는 산으로 도는 자갈 깔린 임도가 휘돌아 오르고 나는 작은 개울을 건너 앞에 보이는 농장 싸이로 옆으로 간다
조그만 천주교 묘지에서 길은 산길로 바뀐다

자 초입부터 헤매기 시작한다
전번에 변산지맥할 때 내려선 사창재가 잘 관리된 너른 임도라서 임도 따라 올랐는데 천주교 묘지에서 임도는 사라지고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임도는 개암에서 사창재를 넘다 중간에서 끊어지고 만 것 같다
그걸 모르고 임도가 끝까지 계속된다고 추호의 의심도 없이 "이 길이 아니야" 하며 돌아선 것이 헤매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빽해서 만석삼거리에서 좌측 자갈 깔린 잘 뚫린 임도가 산허리를 돌고 돌아 개암으로 넘어 가겠지 막연한 추측을 하며 전혀 방향이 틀리는데도
원래 임도란 돌고도니 정확한 방향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곧 제대로 가겠지 하고 무식하게 한없이 가다보니 남쪽에 있는 능선을 넘어 한없이 이어진다

에고 아니다
다시 만석삼거리까지 빽해서 개울 건너가기 전 그러니까 농장으로 가기 전 농장 왼쪽 개울을 따라 오른다

만석삼거리 : 8:05 9:15 출발

조금 오르다 보면 길은 포크레인 한대가 올라 갈 정도로 넓게 뚫려 있다
이번에도 방향이 아니다 그리고 계곡으로 진행하는 것도 아니다
다시 빽하기도 지쳐서 그냥 오른다 좀 돌아서 그렇지 산줄기가 이어져 있는 것은 틀림없으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처음 올라갔던 농장 지나서 길을 찾아야 했다
그랬으면 오늘의 추억만들기 따위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마지막묘 : 9:30

길은 흔적으로 바뀐다 잡목 가지와 산죽에 묻어 있는 빗물을 털어가며 가다보니 신발이고 뭐고 다 젖어든다
스패츠하기가 귀챦아서 미련하게 그냥 진행한다
본능선에 오르면 길이 좋아질 것임으로
이것도 나중에 추억만들기에 일조를 하게 될 줄이야 누가 짐작이나 했겠는가?

본능선 : 9:50

험한 바위지대를 올라 잘쓴 묘에 오르면 전망이 좋다 올라온 능선이 대충 감이 잡힌다 잠깐 더 오르면 좌우로 잘 나 있는 등로를 만나게 된다
좌측 약간 높은 곳으로 몇발자국 가니 능선상에 삼각점이 있다 도면상 상여봉으로 오른 것이다

상여봉 : 10:20

지맥 능선을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적당한 곳에서 오른쪽으로 가야 하는데 좋은 길 따라 직진했다면
자연석으로 비석을 만들고 역시 자연석에 팔쾌문양을 새긴 상석이 있는 묘지에 이르게 되는데 그리 가면 잘못 간 것이니 빽을 하던지 잠깐 뒤로 와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이면 조그만 계곡을 건너 옆뎅이로 돌아 지맥능선으로 오른다

왼쪽에서 오는 길과 만나 우측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는 곳을 지나 바위 전망대로 오른다

바위전망대 : 10:45

무명둔덕봉으로 올라도 되고 오른쪽 사면길로 진행해도 된다
다시 무명둔덕봉인 도면상 비스듬이 누운8자 모양으로 된 330봉으로 오르면 자연스레 길이 왼쪽으로 휘며 울금바위 능선으로 연결이 되고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변산지맥으로 사창마을로 내려서는 능선이다

단맥분기점 : 10:55

이제부터 단맥능선이며 잠깐 내려가면 ┣자안부다

┣자안부 : 11:00

잠시 오르면 "부안 305 1984 재설" 삼각점이 나온다

341봉 : 11:10

한참을 내려가면 펑퍼짐한 십자안부다

학치 : 11:20

너른 헬기장을 지나 : 11:25

좌우로 길이 잘 뚫려 있는 자갈 깔린 임도로 내려선다
도면상 개암사에서 학석제 넘는 고개다

임도 : 11:30

┣자길 오른쪽 밑으로 개암사가 빤히 내려다보인다

┣자길 : 11:35

오름짓을 하다보면 능선은 서서히 동북 방향으로 휘어진다

동북진점 : 11:45

┣자길 안부로 내려선다

┣자안부 : 11:50

조금 가다 좌로 트레버스 하는 길과 직진으로 오르는 길이 나온다
무명봉 바위전망대로 오르면 외변산 주산면 일대가 보여야 하는데 안개 속에서 아무것도 보이는 것은 없다

바위전망대 : 12:00

또 왼쪽으로 트레버스 하는 길과 직진으로 오르는 길이 보인다
여기서는 무조건 정상으로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야 하고
좌측으로 트레버스를 했다면 그대로 무명봉을 오른쪽으로 휘잡아 돌아야 하는데
나는 좌측길로 그냥 전진하다 보니 북서 방향으로 내변산 유동마을로 내려가는 길로 가고 있다
되 돌아와 오른쪽으로 잡아 돌아 잠깐 가니 십자 안부 그 앞에 울금바위의 웅자가 펼쳐진다

울금바위 앞 십자안부 : 12:25

바위에 붙어보니 사면을 올라 크랙을 따라 정상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으나 다만 추측일 뿐
처음 오르는 길이고 안개비는 계속 내려 미끄러운 바위 사면을 오를 자신이 없어 온 길로 잠깐 가서 목책을 넘어 대여섯명 정도 비박할 수 있는 굴을 지나 울금바위 정상으로 오른다

울금바위 정상 : 12:35

허물어진 성곽을 따라가며 무심한 세월의 흐름에 작아만 지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영겁 속에 찰나를 살다가는 인생살이 무에 두려울 것이 있겠느냐만 ....
망각의 인간이 그걸 모르고 오늘도 내일도 헛소리만 해대는구나
성곽위에 "부안408"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로 오른다
도면상 주유(울금)산성 중간 지점에 있는 331봉이다
빨간 나무 깃발이 추위와 바람에 파르르 떨고 있다

331봉 : 13:00

오른쪽으로 간다 안개비는 그치고 오른쪽으로 전망이 트이며 너른 사산저수지가 조망된다
조금 덜 허물어진 성곽 위를 조심스럽게 지나간다

┫자안부를 지나 직진하다 빽해서 ┫자길서 오른쪽으로 내려간다

┫자안부 : 13:10

잠시 가면 능선은 서진을 한다

서진점 : 13:25

십자 안부 이후 길이 희미해진다

십자안부 : 13:30

잡목 등으로 길이 험해지고 이내 길이 없어진다
우측 사면으로 길 흔적따라 북쪽으로 돌아 나가다 좌측(서쪽)능선으로 가야 한다

서진점 : 13:50

여기서부터 우슬재까지는 길찾기에 사력을 다해야 한다 희미한 흔적은 오른쪽으로 가고 단맥은 길 없는 직진길로 가야한다
희미한 길이 나오고 무명봉에서 그대로 직진한다

무명봉 : 14:15

좌측으로 더 높고 확실한 능선이 같이 가는데 단맥이 아님에 유의해야 한다
그 사이 계곡으로 하얀 자작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아름다운 숲의 모양을 보여
주고 있다

2차선도로로 내려서니 736번 지방도로 우슬재이며
차가 제법 다니고 있는 내변산과 외변산을 동서로 이어주는 길이다
머리털 나고 처음 보는 인조 솔잎으로 치장한 소나무 인조목 전봇대가 반긴다

우슬재 : 14:30

왼쪽으로 도로 따라 잠깐 내려가다 보면 길 건너 도로변에 산으로 오르는 길이 보인다
옆사면으로 올라 본능선이 나오면 왼쪽으로 오른다

본능선 : 14:40

길은 좋다
너른 헬기장이 도면상 261봉인데 찾는 삼각점은 없고 이런저런 표시기들만 바람에 나부낀다

261봉 : 14:50

┫자 안부에서 오르는 중간에 ┣자길이 나온다 : 15:00

세상은 안개속에 희미하다
오리무중 보이는 것 없으니 땅만 보고 그저 무심히 걸을 뿐이다

암릉이 나오면 왼쪽으로 트레버스해서 지나간다

암릉 : 15:10

너른 바위너럭 전망대 조그만 공터에 작은 묘하나 달랑 있는데 조망은 좋을지 몰라도 무식한 내가 보아도 명당 자리는 아닌 것 같은데 여기다 묘를 쓴이는 무슨 속내가 있길레 그리 했을까?

안개구름에 갇혀 보이는 건 없지만 지세로 보아 조망이 빼어난 곳인 것만은 사실이다

바위너럭전망대 : 15:15 15:25 출발

둔덕능선이 왼쪽으로 꼬부라지며 이학노지묘가 있는 무명봉을 오른다

무명봉 : 15:35

내림능선 중 T자길서 왼쪽으로 내려간다
오른쪽으로 살짝 올라가면 도면상 삼각점이 있는 448봉 가는 길이다

T자길 : 15:40

많은 ┫자길 ┣자길을 지나 허물어진 묘 2기가 있는 민둥봉을 넘는다

민둥봉 : 16:05

이어서 암릉길을 진행하는데 왼쪽은 천애절벽을 이루고 있고 오른쪽은 그저 그런 산사면이다
Y자길이 나오면 오른쪽으로 진행 또 암릉이 계속된다 다시 나오는 암릉길 바로 전에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능선을 고집하며 고래등 같은 암릉을 타고 넘고 넘고 보니 방향이 계속 남쪽이라 잘못된 것을 알아채고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는 곳까지 빽한다

쇠뿔바위┣자길 : 16:10 16:30 출발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급경사라 만만치가 않다
지지물에 의지해 엉거주춤 내려가다 적당한 곳에서 좌측 옆뎅이로 꼬부라져 쇠뿔바위 바로 밑 서진하는 단맥능선으로 붙는다

쇠뿔바위 밑 : 16:50

길은 좋다
희미한 ┫자길 ┣자길을 지나 십자 안부에 이르면 수많은 표시기들이 성황당 당산나무처럼 형형색색으로 치장되어 있다
이 고개는 내변산 청림마을에서 외변산 문수마을을 이어주는 고개다

각종 산악회 표시기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기간(의상)봉을 넘어서 간 것도 같고 아니면 군부대 앞까지 갔다가 빽을 한건지 짐작이 안가나 좌우지간 기간봉으로 오른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마눌왈 "해지기 전에 내려가자 응 더군다나 정상은 군부대라며"
"야 그래도 다 왔는데 1시간 정도면 정상을 벗어날텐데 그 다음은 계속 내리막길 한 30분 정도만 야간산행을 하면 해창마을로 내려설 수 있는데 너무 아쉽지 않니"
마눌 한북소요종현단맥 할 시 밤중에 군부대에 걸려 못 지나간 것이 생각나는지 한사코 말리는 나를 어거지로 탈출시키려고 한다
"그래 오늘만 날이냐 내일도 시간이 잘잘하게 남아 있는데 그러지 뭐"
인심 한번 팍팍 쓴다

십자안부 : 17:00

부안읍으로 가기 위해 외변산 문수제를 거쳐 백련리로 방향을 잡고 오른쪽으로 내려서는데 좋은 길은 잠시 뿐
계곡 물소리를 들으면서부터 길이 없어지니 계곡 물길을 수없이 건너가며 진행한다

합수점에 이르니 물소리는 더욱 거세지며 바위 형상이 험해지고 ...

합수점 : 17:25

이윽고 사방이 막혀버린 절벽에 다다르게 되는데 비온 끝이라 소에는 많은 물이 넘실대 적당히 미끄러져 내리는 것도 허락칠 않는다

절벽 : 17:30

할 수없이 왼쪽 급사면을 산죽을 붙잡고 올라 적당히 절벽 지난 곳으로 내려가니 좋은 길이 기다리고 있다

이 때부터 그쳤던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한다
주위는 너른 평지를 이루고 있으며 이윽고 온천지가 갈대밭이며
오른쪽으로 흘러내린 산줄기는 암릉의 파노라마다 기기묘묘한 형상들을 연출하며 멋을 한없이 부리고 있고
몇천평 이상되는 버려진 밭에 각종 기화요초와 너울대는 갈대의 향연 그 사이를 구비구비 돌아 나가는 계곡물의 맑고 청아한 소리
왼쪽으로 흘러내리는 산줄기엔 소나무 참나무 사이사이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산복숭아꽃 이름을 알 수 없는 흰꽃나무들
바람이 건 듯 부니 연분홍 도화꽃잎이 춤을 추며 흐르는구나
그것도 모자라 밭 고랑고랑마다 도화 향기가 진동을 하니

이곳이 진정 무릉도원인가 하노라

갈대밭 : 18:10

산새들의 지저귐을 뒤로하고 앞으로 전개되는 문수제를 바라보며 가노라니 사방이 절벽이다
우측 암릉 사이로 길이 있으려나 가보지 않고 눈짐작으로 살펴보고 일단은 그 험한 기세에 눌려 직감적으로 판단을 할 때 그곳은 길이 없기 쉽다
그러면 왼쪽으로 흐르는 산줄기는 육산이니 그리 어디 돌아나가는 길이 있을 것이라 여기고 찾으니 과연 잘 나 있는 길이 산사면을 따라 가는 밧줄이 설치되어 있다
분명 사람의 손을 많이 탄 길인 것이리라

결국 이 무릉도원은 이 곳 한 곳으로 만 통하는 것일까?

미리 밝히지만 여기서 판단을 잘못한 것을 그 다음 날이 되어서야 지도를 보고 알 수가 있었다 오른쪽 암릉길로 갔어야 했던 것이다

신선이 노닐던 무릉도원에서 속세로 나가자니 떨어지지 않은 발걸음을 옮긴다

밧줄 쳐진 길을 한동안 가다보니 문수제 근방으로 가는 것이 아니고 급경사 산사면을 치고 오르게 된다

능선으로 오르니 기가 막히게 조망이 좋은 곳에 밀양손주한묘가 커다랗게 써져 있고 그 앞에 커다란 상석은 최근에 설치한 듯 깨끗하고 티하나 없는 대리석 반석이다
이 곳으로 이 큰돌을 어떻게 옮겨왔는지 참 대단한 집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손주한묘 : 19:00

자 여기서부터 추억만들기가 시작됩니다
손주한 묘에서 바로 앞으로 북쪽으로 방향을 잡고 길이 없어도 적당히 치고 내렸으면 아무 일이 없었을텐데 능선을 넘어가는 길이 보인 것이 화근이 된다
도면상 그 능선을 넘으면 해창에서 백련리 중간쯤 되는 소광마을로 내려가게 될 것으로 철떡같이 믿고 아니 당연히 그렇게 되리라고 생각하고
에고 무릉도원 들어가는 길이 이리 어렵구나 하면서 희미한 길 따라 산사면을 지그재그로 진행하다 깜깜한 밤이 되고 말았다
거기다 빗방울은 점점 커지고(폭우가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인 것이다) 랜턴 불빛에 의지해 내려서니 웬 호숫가

지금 내가 바로 내변산의 원점 태풍의 눈 한가운데인 부안호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이 난관을 어떻게 해결해야 옳은가? 어떻게 이런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무조건 호숫가를 따라 도는데 그것도 만만치가 않다
웬만한 호숫가는 빙 둘러서 길이 있는 법인데 이곳은 어느곳도 길이 없다
비는 하염없이 내리고 온 몸은 비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엄습해 오는 한기와 졸림증으로 걷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칠흙같은 어둠속에 비오는 밤 랜턴 한줄기 불빛에 의지해 호숫가를 돌다가 진행하기가 곤란한 지점에서
능선을 넘으니 철책이 나오고 천연기념물 124호 꽝꽝나무 군락지라는 안내판이 두 개가 서 있고 철책문은 열려있다

아열대 식물로서 이곳이 북방 한계이며 약 1m 정도 자라는 상록수이다 남부 지방의 정원수로 인기가 높은 식물이다

이 꽝꽝나무가 우리를 살릴 줄을 어떻게 알 수가 있었겠는가?

꽝꽝나무군락지 : 21:00

왼쪽으로 내려가도 호숫가 오른쪽으로 내려가도 호숫가 직진해도 호숫가 부안호에 완전히 고립되고 말았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호숫가에서 저체온증을 극복하기 위하여 기합 몇마디를 지르고 빨리 올라가라고 다그치자 그 순간 마눌은 신문에 가끔 나오는 조난사고를 떠올리며 만일 내가 여기서 죽으면 무서워서 어떻게 참고 있겠느냐고 호수 속으로 뛰어들겠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는 것이다
아이고 웬 방정맞은 생각을 했는지 참으로 답답한 마음이 들었으나
아직까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하여 그런 생각을 했다고 생각하니 감사한 마음이 일어난 것도 사실이다

할 수 없다 구조를 요청하자
지역번호 063에 119를 돌리니
꽝꽝나무 군락지에서 500m 정도만 내려오면 도로가 있다고 하여 또 다시 사방으로 뚫어보나 길이 나올 기미도 안보인다

죽지 않으려면 밤새도록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데 그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

길은 아무리 찾아보아도 없어 이번엔 진짜로 구조 요청을 한다

꽝꽝나무 군락지에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말고 기다리라고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꽝꽝나무가 우릴 살린 것이다
이 내변산은 지정된 등산로 외엔 길이 전혀 없고 그 지형지물을 설명하기가 어려워 구조 요청을 받아도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어떻게 국립공원에서 관리하고 있는 꽝꽝나무 군락지가 나왔으니 망정이지 진짜로 큰일날 뻔했다고 한다

자꾸 엄습해 오는 졸음과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꽝꽝나무 군락지를 중심으로 위 아래로 오르내리기를 두시간여 서서히 비가 그치기 시작한다
전화가 온다 호숫가에 도착했다고

육로로는 길이 없어 접근하기가 용이하지가 않아 보트를 수소문해 왔다는 것이다

산에 가서 배를 타고 부안호를 탈출한다

국립공원관리사무소로 가서 사진 몇방 찍히고 간단히 인적사항 밝히고 ....

국립공원관리사무소 : 23:30

직원이 끓여주는 라면으로 허기를 채우고 마눌은 아예 넘기지도 못하고 국물만 좀 마신다

부안읍이 집인 직원 차를 타고 여관까지 잡아주는 착한 우리 공단 직원들
서글서글한 인상을 주는 젊은이들로 마냥 친절한 분들이다

된통 야단을 맞을 줄 알았는데 아무 이상없이 구조된 것만으로도 오히려 우리에게 감사하다는 식이다

부안읍 : 24:30

그후

다음날 찾아 뵙고 고마움을 전하고 나오는데 웬지 섭섭한 마음이 앞을 선다
다음에 변산을 들르면 소주 한잔 대접해 섭섭한 마음을 달래볼까 한다
더군다나 일부 직원들은 퇴근하고 나서 비상이 걸려 나왔다고 하니 미안한 마음에 섭섭함이 더욱 새록새록해진다

이 산행기를 읽으시는 산님들 산에 다니다 보니 이런일도 있네요
신중하지 못한 저를 꾸중하고 나무래 주시길 바랍니다

그런데
여기서 왜 한때 중국에서 베스트셀러였던 아큐정전이라는 책이 생각이 날까요?

중국 천지 그 너른 땅에 혼자 가난한 생활을 해오는 마냥 마음씨 고운 아큐
무슨 나쁜 일이 일어나면
사람이 살다보면 이런일도 있구나로 시종일관되는 좀 지루한 소설이기도 한데
끝에 가서 무슨 혁명단에 연루되어 진짜들은 살아남고 대표로 모든 죄를 아큐에게 뒤집어 씌워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고 만다
끝까지 죽는 것을 모르고 있다가 보자기를 씌우고 칼날이 떨어지는 순간 아큐는 이렇게 중얼거렸다고 합니다

"아 사람이 살다보면 목이 떨어지는 수도 있구나"

아무도 원망할 줄 몰랐던 아큐 그가 생각나는 이유를 나는 모르겠다

그나저나 그 와중에도 고사리 한봉지 가죽나무순 한봉지 뜯어다가 돌아오는 할머니 제사에 유용하게 쓰일거라는 나의 마눌!


▣ 산그림자 - 언제나 꽃의 유혹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산을 향해 걸어시는 님의 산사랑앞에 늘 경의를 표하며 또 다시 시작하시는 산걸음에 건강하시기를 기원하여 봅니다.
▣ dk - 경수님 고생했군요..아큐는 노예근성을 버리고 진정한 개인 진정한 민중이 되라고 외친 노신의 노설이지요
▣ 양창순 - 신경수님!!! 그렇군요!!!!! 늘 앞서가는 길, 뒤따르는 이에게 큰 길이 되리라고 믿습니다. 무사히(?) 산행을 마치셔서 다행입니다. 부인께도 위로와 안부를 전합니다.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면, 제 휴대전화기는 매표소만 통과하면 어김없이 서비스지역이 아니라고 바뀌는데 이 번 기회에 산형이 가지고 계시는 기종이나 업체로 교체할까 합니다. 대부분 단독산행하는 저로서는 자주 비상연락선이 사라져서 꺼림직했거든요.
▣ 산사랑방 - 후후 ~ 두 분이 어딜잠수하셨나 궁금했는데 산에가서 배를 타고 오셨군요.제가 진해 시루봉오르려다 몰운대 바다에 빠진 적은 있지만 진짜 배는 아직 ,아무튼 두분 큰고생하셨네요 무사하시니 너무 다행입니다.
▣ 산사랑방 - 후후 ~ 두 분이 어딜잠수하셨나 궁금했는데 산에가서 배를 타고 오셨군요.제가 진해 시루봉오르려다 몰운대 바다에 빠진 적은 있지만 진짜 배는 아직 ,아무튼 두분 큰고생하셨네요 무사하시니 너무 다행입니다.

* 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3-04 1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