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구간 : 오음산군 만대산구간

일시 : 2002.03.31 흐림, 맑음

구간거리 : 13.2km 정맥거리 7.7km 접근거리 3km 하산거리 2.5km

구간시간 : 8:00 정맥시간 4:30 접근시간 1:10 하산시간 0:20 헤맨시간 2:30 휴식시간 0:30







3월 28일 목요일 밤 내가 술 먹고 있을 때 친구 녀석은 국립의료원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저녁밥 준비해 놓으라고 전화해 놓고 오다가 1시간도 안되 교통사고로 죽었단다
뭔가 좀 해보려고 돈좀 벌어서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안스러울 정도로 뛰어 다녔는데 이제는 동생까지 같이 뛰어들어 사무실도 차렸다는데 항시 너 요즘 뭐하느냐고 물으면 응 사기칠 궁리하고 있어 내가 할게 그거 밖에 더 있겠니 하던 녀석 IMF 때 부도가 나 팔자에 없는 교도소까지 갔다 온 녀석 21살 처녀와 이제 중학교 간 아들 녀석을 두고 그렇게 저 혼자만 편하게 가버리다니... 괘씸하기는 하되 가는 길에 잘 가라고 명복은 빌어줘야 하지 않겠는가
20여년전 지 아버지 가실 때도 관을 들었는데 이제는 그 녀석 관을 든다
손이 떨리고 눈앞이 흐려지나 현실은 엄연한 것
토요일 그 녀석 시신이 타고 있을 때 하늘은 슬픈 눈물을 하염없이 뿌리는 구나
키가 너무 커서(186cm) 타는 것도 남들 보다 20분이상 더 걸린 놈 욕심이 그것 밖에 없었는가
얼마 전 한국형 가족묘지를 만들어 놓고 떼를 입히며 참 좋다고 하던 놈 자기 들어갈 자리를 만들어 놓고 본인이 제일 먼저 들어가는구나 세상이 그렇게 힘들었는가 보다
입이 열개라도 무슨 위안의 말이 있겠는가 산자와 죽은자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자주 못 만난 것이 후회되고 잘해 주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한이 될 것이다

친구를 묻어놓고 나는 또 산으로 간다

홍천에서 버스편이 여의치 않아 월운리 진평마을까지 택시로 간다(12000원)

월운리(진평) : 9:50

버스 종점에서 포장도로는 끝이나고 비포장도로 따라 가다보니 경고판이 나온다
"민간인 출입금지 군사시설 보호구역 육군 제5397부대장" 화랑후예 유격훈련장 안으로 도로가 이어진다 도로 삼거리에서 직진하면 계곡 길로 접어들고 좌측 도로 따라 가면 임도가 구불거리며 소삼마치까지 이어진다

임도삼거리 : 10:10

빨리 가려고 계곡길로 들어선다 잠시 가다보면 임도는 오른쪽으로 산사면을 넘어간다 바로 400고지를 넘나들며 삼마치 원터마을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지난번 오음산 안부에서 내려와 만난 임도에서 오른쪽으로 정맥능선 사면으로 난 길을 따라 가다보면 바로 이 자리가 나오는 곳이다 이 길을 걷는다는 것이 큰 의미는 없어 언젠가 시간이 나면 소삼마치에서 능선을 타고 중계소까지 왕복하리라 마음먹고 이 임도를 생략하고 계곡으로 직진한다

임도삼거리 : 10:20

임도는 끝이나고 소롯길로 바뀐다 통나무 길을 오르면 참호에서 길이 끊어지니 길이 좁고 안보이더라도 "분대방어전투사격장" 팻말 뒤로 계곡길을 가늠해서 올라가야 한다 곳곳에 불발탄 산재지역 철판으로 만든 군인들 등 유격훈련장 시설을 통과하다 보면 길이 없어진다 고생 좀 해서 소삼마치로 올라서니 너른 공지 한켠에 세맨으로 만든 탱크 모형이 있으며 왼쪽으로는 임도가 올라온다
절개지에서 오를 자리를 찾아 보다 보니 너른터 한켠에 소삼마치 비석이 서 있다 제1107야전공병단이 74년 11월 개통했다는 내용이다 야영지로도 적합하다(군인들이 뭐라고만 하지 않는다면)

소삼마치 : 11:00

도저히 붙을 만한 곳이 없다 적당히 각종 지지물에 의지해 직벽 비슷한 곳을 여섯발(?)로 찐짜 기어서 오르니 너무 힘들어 정신이 하나도 없다 능선으로 올라 가쁜 숨을 고른다

본능선 : 11:10 11:20 출발

가끔 바위능선을 우회해서 통과하다 보면 북동으로 가던 정맥이 그 머리를 동쪽으로 튼다

동진봉 : 12:00

묶은 헬기장인 739봉을 오르면 1988년 재설 홍천 307번 삼각점이 있다 여기서 정맥은 왼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739봉 : 12:15 12:25 출발

보이지 않던 겨우살이가 군락을 이룬 참나무 숲길을 지나간다
참나무 한그루에 수십그루의 겨우살이가 기생하고 있다 참나무 진을 빨아먹고 사는 겨우살이 자기 사는 것도 좋지만 참나무는 어이하라고... 고달픈 인생사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개운치가 않다

겨우살이 군락지 : 12:35

5분 정도 가면 짧은 날암릉이 나오는데 양쪽이 절벽이라 우회길이 없다

암릉 : 12:40

조심해서 내려가니 보답이라도 하는 듯 잔뜩 흐린 날씨가 햇살 비치는 봄날로 변한다
심심하면 바윗길이 나와 가는 걸음을 느리게 만든다 안부로 뚝 떨어졌다가 오른다

안부 : 12:50

올라간 밋밋한 봉우리가 만대산인 것 같은데 아무런 표시나 특징이 없다
여기서 2시간 반이나 헤매는 일이 생길 줄이야 상상도 못했는데 현실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만대산 : 13:15

정맥능선이 꼭꼭 숨어 있어 찾기가 난해하다
직진해서 능선이 확실한 줄기를 가다보니 방향이 틀린다 지도상 묵방산 줄기를 620봉 지나서까지 갔다가 빽했다
만대산 정상에서 오른쪽 좌운리로 떨어지는 능선으로 한참을 가다가 역시 방향이 틀려서 빽했다 빽하는 도중 오른쪽 저멀리 지도에 있는 하얀 임도가 고개 마루를 넘어오는 것이 보인다 그러면 그 쪽으로 연결되는 산줄기를 찾아야 한다 잃어버릴까바 눈으로 그리며 산줄기를 찾아 나선다

찾고 나니 정맥능선은 만대산에서 오른쪽 좌운리 방향으로 잠깐 내려왔다가 커다란 소나무들이 있는 둔덕 같은 봉우리로 올라 잠깐 내려가다 길 좋다고 계속 내려가지 말고 좌측으로 사면을 돌아나가 숨어 있는 능선으로 붙어야 한다 한남금북정맥 소속리산에서 당한 것과 똑 같이 당하고 말았다
역으로 종주할 시는 전혀 헤맬 이유가 없는 곳이다 가는 방향에 따라 이렇게 틀려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표시기 하나 떡 붙이고 진행한다

만대산 : 15:40

10여분가다 지도에 하얗게 표시된 비포장 임도로 내려서니 98. 6. 1 홍천군수가 세운 때 지난 스덴 안내판이 나온다
"자연 휴식년제 실시 안내 동면 속초리 먹방골 6km 2001. 5. 31(3년간)까지 자연 생태계 보호 및 계곡 수질 보전 사람의 출입행위를 금지한다 어기면 1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 는 내용이다

임도 : 15:55

앞 절개지를 올라 좌측 먹방골 깊은 계곡을 바라보면서 진행하니 길을 헷갈릴 일이 없다
고만고만한 확실한 능선을 오르내리다 보면 안부로 뚝 떨어진다 가야할 앞길을 쳐다보니 엄청난 급경사 산사면이다
졸려서 앉으니 한 10분 단잠을 잔 것 같다

안부 : 16:30 16:40 출발

앞으로 쳐다보이는 묘 뒤로 오른다
산사면 전체가 굴곡이 없는 거대한 판자를 약간 경사지게 세워 논 것 같다 올라가야 할 능선을 쳐다보니 좌우로 확실한 능선이 하늘금을 그리고 있다 여기도 긴 밧줄이 하나 있어야 하겠다 역시 네발로 기어서 오른다 심호흡을 몇 번하고 오른쪽으로 약간 오르는 능선으로 방향을 잡는다
이 곳을 역으로 주행할 시 반듯이 헤매는 지점이 될 것 같다 왜냐하면 진행 방향으로 능선이 확실하게 뻗어나가고 있어 무심코 직진할 확률이 100%다
길이 없는 절벽 같은 산사면을 치고 내린다는 것은 정상적인 산줄기에선 거의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역주행할 시 항시 왼쪽 저 아래 잘 가꾸어진 묘가 있나 확인하고 묘를 향해 꼬꾸라져야 할 것이다

본능선 : 16:50

5분 정도 가다 능선 삼거리서 왼쪽으로 90도 각도로 꺾어서 내려간다

능선 삼거리 : 16:55

앞에 보이는 뾰족한 봉우리를 오르지 않고 오른쪽 사면으로 간다
만약 정상으로 올랐다면 정상에서 오른쪽으로 90도 각도로 꺾어서 내려가야 한다

동진봉 : 17:00

능선상에 기둥을 드러낸 삼각점을 지나면 금방 조그만 공터에 삼각점이 박혀 있다

응곡산 : 17:05

암봉을 올라서 오른쪽으로 가거나 오르기 전 오른쪽 사면으로 간다

암봉 : 17:15

이어서 부드러운 능선으로 5분 정도 가면 낙락장송이 즐비한 소나무 숲으로 들어가게 된다

송림 : 17:20

송림이 끝이 나고 약간의 잡목지대를 지나면 소나무 한그루가 넘어져 고개 양쪽으로 걸쳐져 있는 푹 꺼져버린 듯한 안부로 내려선다

개고개 : 17:30

좌측으로 방향을 잡고 노천리로 하산한다
한 5분 정도 좋은 길을 내려가면 민가 한 채가 나오고 개들의 합창이 시작된다 개 사육장인 것 같다 이후 길은 아우토반 임도 따라 내려간다
가는 도중 묘에서 땀내 나는 옷을 바꾸어 입느라고 커내 놓은 동전을 그냥 놓고 떠난다
요즘 와서 건망증이 부쩍 심해진다
노천리는 제법 큰 마을로 음식점을 겸업하는 민박집도 있고 유치원 교회 새마을금고까지 있는 마을이다

노천리 : 17:50

그후
구멍가게에 들러 맥주 한잔으로 하산주를 대신하고 교통편이 맞지 않아 아침에 타고 내린 택시에 전화를 한다
"홍천 개인콜택시 문상현 강원41바-1090 017-289-7801" 메다요금을 받으며 일이천원 더 주면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15000원)
18:45 고양시 화정가는 버스 시간에 기가 막히게 맞췄다
아침에 빵을 사고 돈만 지불하고 놓고 나와 하루 종일 굶었다 맡겨 놓은 빵을 찾아 버스 안에서 먹는다
이래 보기는 태어나서 처음인 것 같아 내 자신이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지 당혹감이 먼저 든다 않하던 짓을 하루에 두 번씩이나 하다니 이러다가 기억상실증에 걸리는 것이 아닐지 모르겠다

친구야 너를 묻고 나는 또 산에 왔단다
할 말도 많고 할 일도 많은데 먼저 간 너에게는 소리되어 나오지를 않고 팔을 뻗어 붙잡지도 못하겠구나 차디찬 돌상자 안에서 추워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겠구나
평소 누려보지 못한 느긋한 평화가 그 곳에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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