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key의 나홀로 백두대간 종주
제11차 구간종주 산행기



1.산행일정 : 2002. 3.23(토)
2.산행구간 : 늘재-청화산-조항산-대야산-곰넘이봉-버리미기재(14.9Km)
3.산행친구 : 당나구 혼자
4.산행여정
- 3/23 : 제16소구간(늘재-청화산-조항산-대야산-곰넘이봉-버리미기재:14.9Km)
02:35 울산 출발
06:28 늘재 도착 및 산행시작
08:45 청화산(984m)
09:50 조항산(951m)
10:29 고모령
11:44 밀재
12:44 대야산(931m)
13:34 촛대봉
13:47 불란치재
15:10 버리미기재



5.산행기
- 청화산의 아침
봄 기운 때문일까? 잠을 못잔 탓일까? 차를 모는 내내 피곤함이 엄습해 온다. 올라 오면서 휴게소에도 들리고 심지어 시끄러운 노견 비상주차대에까지 차를 세워 잠을 잤지만 그 무거운 눈까풀은 어떻게 들어 올릴 수가 없다. 상주 톨게이트를 빠져 나와 차에서 도시락으로 아침을 먹는다. 되돌아 오기 쉽도록 상주 시외버스 터미널 근처 도로변에 차를 주차시키고 택시를 잡았다.



늘재로 가자고 하는데 기사는 말귀를 잘 못 알아 듣는다. 화령재에서 갈령을 지나면 있다고 하자 그 때서야 "아! 늘티고개."한다. 지도상 지명과 원주민들이 부르는 지명이 틀릴 때가 많은 것 같다. 시골의 조용한 아침풍경만으론 아직도 봄을 느끼기엔 좀 이른 것 같다. 택시를 타고 가는 동안 잠시 눈을 붙여 둔다. 낯 익은 갈령를 지나 늘티고개의 음나무 보호수아래 내려 산행준비를 한다.



몸을 이리저리 비틀고 흔들고 구부려 뼈 마디 마디의 긴장을 풀어 준다. 백두대간이 속리산을 지나면서 이 곳 늘재에서 숨을 고르고 다시 청화산으로 힘차게 솟아 오른다. 청화산 오르는 길목에 출입금지 큰 팻말이 서 있다. 초입의 잔솔밭을 지나 급경사 지대를 오르는 데 바람이 엄청 불어 온다. 마치 청화산을 날려 버릴 것 같은 기세로 불어 오고 그 소리는 천둥소리가 길게 이어지는 듯 하다. 계곡엔 아직도 잔설이 남아 있어 불어 오는 바람에 볼이 차갑다. 해는 솟아 올라 뒤의 속리산능선을 환하게 비추고 있고 청화산 그림자는 늘티고개 맞은편 산자락에 까지 길게 누워 있다. 가쁜 숨을 몰아 쉬며 군데 군데 암릉을 지나는 급경사를 올라 헬기장을 지나니 곧바로 청화산 정상이다. 백두대간 청화산 표지석에 970m라고 적혀 있고 문경시에서 세운 이정표에는 해발 984m라고 쓰여 있다.


며칠간의 그 심한 황사는 어디로 갔는가? 황사 걷힌 백두대간의 아침은 숨이 막힐 듯 황홀하다. 청화산에서의 전망이 꿈을 꾸는 듯 하다. 아침 햇살이 부드럽게 온 세상을 비춘다. 산과 산 사이의 골짜기 마다 아침연무가 엷게 깔려 있다.
정상은 조그만 바위로 되어 있고 그 위에 표지석과 나무로 된 청화산 표지목이 나란히 서 있다. 표지목을 잡고 서서 목이 터져라 힘찬 함성을 질러 본다. 바람 속에 섞인 고함소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 아! 대야산
청화산을 지나자 산 등성이는 온통 눈이다. 눈길을 조금 나아가자 조항산으로 가는 이정표가 하나 나온다. 능선의 암릉에서 바라다 보는 대간길은 정말 아름답다. 황사가 걷힌 맑은 하늘에 부드럽게 퍼지는 아침햇살, 간간이 흘러가는 하얀 구름과 새들의 지저귐,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능선과 암릉들은 한 대간꾼의 혼을 빼앗아 놓기에 충분하다.


청화산에서 시작한 아기 자기한 바위 능선과 그 곳에 올라설 때 마다 파노라마처럼 펼쳐 지는 아름다운 경치는 858봉과 801봉을 지나 갓바위재까지 이어진다. 왼쪽으로 보이는 의상저수지의 푸른 물빛은 더욱 선명하고 오른쪽의 상궁마을은 평화롭기만 하다. 세찬 바람도 이런 곳에서는 신선할 뿐이다.


갓바위재에서 조항산으로 가는 길 또한 바위 오름길로 인하여 만만치가 않다. 오르다 힘들면 돌아서서 잠시 쉰다. 힘든 것도 즐겁기만 한 암릉 산행이다.

조항산(951m)으로 올라선다. 시야가 툭 터진 이 곳에서의 전망 또한 멋지다. 뒤돌아 보니 문장대를 가운데 두고 좌우로 길게 펼쳐진 속리산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 온다. 황사가 걷힌 덕을 톡톡히 본다. 오늘 같이 시야가 좋은 봄날도 드물 것 같다. 대간길을 마주 보고 서면 대야산, 장성봉, 구왕봉, 희양산이 각각의 아름다운 바위 옷을 자랑이라도 하듯이 도열해 있다.


그런데, 이건 뭔가? 저 아래 고모령 좌우 능선을 파 먹고 있는 것이 무엇인고? 고모치광산의 석산개발 현장의 중장비 굉음소리는 백두대간 파괴 현장의 신음소리로 들린다. 인간들의 절제 못하는 욕심이 영원히 치유할 수 없는 자연 파괴로 이어져 안타깝기만 하다.


배낭을 벗어 베개 삼아 바위 위에 벌렁 눕는다. 바람 탓인지 하늘의 구름이 빨리 움직인다. 조금 춥긴 하지만 이대로 있고 싶다. 백두대간을 하겠다고 맘먹고 지리산을 출발한지도 3개월이 지난다. 제대로 한번 쉰 휴일이 없다. 한반도의 등뼈인 백두대간을 따라 이렇게 북상할수록 감동이 새롭게 와 닿는다. 내가 여기 누워 있는 것 그 자체 만으로 충분히 감동적이다. 대한산악연맹 경북연맹 산들모임산악회에서 세운 '白頭大幹 鳥項山 951m'이라고 적힌 표지석 뒤에 이런 글귀가 보인다.

白頭大幹을 힘차게 걸어
땀 속에서 꿈과 희망을...
아 아! 우리들 山河...



조항산의 내리막을 따라 고모치로 향한다. 고모치광산의 흉한 모습을 곁눈질하며 간간이 나오는 바위오름이 있는 가파른 오르막을 오른다. 숨을 몰아 쉬며 889봉을 비켜 854봉에서 반원을 그리면서 849봉에 이른다. 오른쪽으로 꺽어 내려서면 집채바위의 위용에 압도 당한다.

정면 앞에 나타나는 한 폭의 동양화같은 바위산이 대야산이다. 밀재까지의 내리막을 내려 섰다가 다시 암릉으로 오르는 밧줄과 싸워야 한다. 곳곳의 전망 좋은 바위에서 바라다 보는 첩첩의 산들은 산행에 지친 산행객의 피로를 잠시라도 풀어 준다. 무거운 배낭과 크고 험한 암릉이지만 반드시 좋은 전망의 보상이 뒤따르기 때문에 즐거운 암릉길이 힘든 줄을 모르겠다. 한시간여의 암릉과의 싸움이 끝나면 대야산 정상에 와 닿는다.




아! 大耶山(903.7m). 충청북도와 경상북도의 경계가 되는 아름다운 산이다. '밀재 40분, 피아골(월영대) 1시간 20분, 촛대봉 1시간 30분'이라는 이정표가 서있다. 촛대봉 방향이 대간길이다. 대야산을 내려서자 깎아 지는 절벽이 기다리고 있다. 직벽에 가까운 내리막에 굵은 밧줄 하나만 덩그렇게 매달려 있다. 무거운 배낭에 스틱까지 있어 아무리 특수부대 출신이라도 겁부터 난다. 수십미터나 되는 절벽길을 내려 서자 장갑이고 옷이고 온통 붉은 흙투성이가 되어 있다. 며칠간의 심한 황사는 떠났지만 황사바람이 몰고 온 황토 먼지가 온 산하를 더럽혀 놓은 것이다. 등산로 옆의 잔 나무가지들이 옷이며 배낭이며 모자를 스치고 지나면서 붉은 황토먼지의 흔적을 남긴다. 아름다움과 암릉의 고통이 공존하는 대야산은 과연 두 얼굴의 산인가?



빤히 앞에 보이는 촛대봉가는 길도 곳곳에 암릉의 연속이다. 밧줄이 있어 안전하지만 힘이 많이 든다.촛대봉에서 불란치재는 금방 내려 서진다. 불란치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곰넘이봉 넘을 힘을 비축한다. 옷 매무새도 정리한다.


곰넘이봉도 암릉과 오르막이 심하다. 곰이 재주를 넘듯 몇 번의 밧줄 오름짓을 해야 한다. 버리미기재까지는 금방 닿을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심한 암릉구간 때문에 시간이 많이 지체 된다. 곰넘이봉에서 보면 대야산이 손에 잡힐 듯이 웅장하게 서 있다. 버리미기재로 오르는 꾸불꾸불한 포장도로도 보인다.


이번 산행은 이화령까지 가는 걸로 되어 있었는데 오늘 버리미기재까지만 끊고 집으로 가야 겠다. 3월에도 계속된 산행으로 체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고 이번 구간이 예상외로 어려웠던 것 같다. 가서 휴식을 좀 취하자!
지난 구간인 속리산 문장대에서 늘티고개까지 내려 오는 암릉구간 못지 않는 힘든 구간인 것 같다.


버리미기재 아래 계곡엔 맑은 계곡물이 졸졸 흐른다. 내려가서 차가운 계곡 물로 손이며 얼굴이 흠뻑 젖도록 씻어 본다. 상쾌하다.
버리미기재에서 전화가 터지질 않아 가은 쪽으로 걸어 내려가다가 승마용 말(馬) 이송용 트럭을 얻어 타고 가은 까지 이동한다.(終)



6.접근로 및 복귀로
- 접근로 : 울산-상주(승용차), 상주-갈령-늘재(택시 3만원)
- 복귀로 : 버리미기재-가은(hitch-hicking), 가은-점촌(버스 2,050), 점촌-상주(버스1,500)



7.제12차 구간 종주 계획
- 일정 : 2002. 4.5-4.6(2박3일)
- 구간 : 버리미기재-은티재-이화령-하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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