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두대간, 그 설레임과 두려움의 시작(1회차, 3구간.주촌에서 매요리까지)


● 일시 ; 2002년 3월 2일 ~ 3일
● 날씨 ; 기간중 맑음
● 동행 ; 이찬영. 유병길.
● 구간 ; 백두대간3(주촌에서 매요리)( 주촌 - 수정봉 - 여원재 - 고남산 - 매요리 )

● 산행시간
- 3월 2일 토요일
22:15 = 동대문 주차장 출발(두레고속 관광버스)

- 3월 3일 일요일 (총 산행시간 ; 7시간 30분)
03:40 = 주촌리 도착
04:00 = 주촌 출발 , 산행시작
05:30 = 수정봉 도착(휴식 5분)
07:30 = 여원재 도착(휴식 30분. 아침식사)
10:00 = 고남산 도착
11:30 = 매요리 도착 , 산행 끝
13:30 = 매요리 출발
18:20 = 서울 강남역 도착
19:10 = 집 도착

● 산행후기
계절은 어김없이 바뀌고 있다. 기다려 왔던 봄이 성큼 다가오고 있음이야.
대간을 탈 준비를 해 온 시간도 이제 제법 되었다. 드디어 그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산행 채비를 한다.
되도록이면 배낭의 무게를 줄이고자 해 보지만 좀처럼 무게가 줄어들질 않는다.
「자! 아빠 백두대간 종주하러 간다」
아직 감기기운이 떨어지지 않아 기침을 하는, 매우 불완전한 몸상태를 걱정하며 1주일만
더 쉬었다 시작하라며 만류하는 아내의 걱정과 함께 잘다녀 오라는 가족의 따뜻한 정을
뒤로 하고 아내가 정성껏 마련해준 아침식사를 배낭에 챙겨 넣고 집을 나선다.

만약 이 계획을 연기하면 모든 것에서 차질이 생길 것이고, 자신의 의지력의 감소와 또
하나는 나의 이 계획에 동행하겠다고 하는 병길이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에 미룰 수 없었다. 감기는 산행으로 극복하리라......
이렇게 하여 나의 백두대간 종주는 시작되었다.

동대문에 도착하여 산우회장에게 천안에서의 탑승자 여부를 확인해 본다. 방금
전화통화를 했다 하면서 걱정 말라 한다. 병길이가 고맙게도 동참한다는 것이었다.
차내에서 잠을 청하니 대간 종주에 대한 설럼임과 두려움이 교차되어 잠이 쉽게 오질
않는다.

오늘의 산행기점인 주촌 가재마을에 도착한 시각이 새벽 3시 30분경, 차내에서
산우회장의 산행 설명이 있고 난 후 바로 4시부터 산행에 나선다.
사실 지리산 중산리부터 시작해야 하나 입산통제 관계로 종주의 시작은 3구간부터이다.
입산통제가 풀리면 지리산종주는 6월에 하기로 하고....

오늘 산행의 도상거리는 약 18킬로미터 예상 소요시간은 9시간 정도.
가재마을, 아직 가보지 못한 백두대간 북쪽은 잘 모르겠지만 대간의 마루금상에 마을이
자리잡고 있는 곳은 여기가 처음이 아닌지.....
모두들 깊은 잠에 빠져 있을 시각, 낮선 이방인들의 발걸음에 온 동네 개들이 미친듯이
짖는다. 공연히 미안하고 죄스러워 걸음을 빨리한다. 마루금상의 우물 중에서 가장
물맛이 좋다는 우물에서 물을 한바가지 퍼 마신다.

마을 뒤편 유명하다는 소나무 3그루가 마을 수호신처럼 지키고 있으며 그 앞에 내력을
적은 비석이 있건만 개소리에 그냥 지나치고 만다.


그렇게 어둠을 해치고 수정봉(804m) 정상까지 올려 치는데 오호라!
몸살감기 20여일 앓고 올라오는 산행 컨디션이 말이 아니다. 어지러워서 못견디겠다. 벌써 선두
중간그룹은 다 지나가고 후미그룹만 3~4명 후미리더와 함께 올라온다.
후미리더 뒤에 산우회장이 올라온다. 낙오일보 직전, 산우회장의 조언과 덕담을 기운삼아 천천히
수정봉을 오른다. 좌측엔 남원시, 우측엔 태조 이성계가 왜구를 물리쳤다는 황산벌(계백장군
황산벌이 아님) 펼쳐져 있다고 하나 아직 어둠속이라 사면의 조망이 잘 안된다. 무너진 성곽의
돌무더기들이 이곳이 전략적 요충지였음을 어렴풋이 알 수 있게 한다.


여원재까지 완만한 능선을 따라 소나무 삼림욕을 즐기며 무난하게 진행한다.
여원재, 24번 국도가 지나가는 포장도로, 후미그룹이 나와 산우회장을 기다리고 있다.
후미 일행과 아침식사를 한다. 입안이 깔깔하여 도무지 식사가 넘어가지 않는다.

기운을 차리고 정신을 가다듬으니 다시 전과 같은 지구력이 약간 솟아난다. 그냥 오를 만하다.
한 30분이면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은 고남산 정상이 지척에 보이는데,
역시 백두대간은 그렇게 호락하지가 않다.
왼쪽으로 크게 원을 그리며 대간의 마루금이 이어지고, 오르막 또한 가볍지 만은 않다.
몇 개의 굴곡을 지나는 동안 날씨가 맑고 바람마저 없으니 몸이 더워 온다.

대간상에 고남산 일대가 풍수지리적으로 명당에 속한단다.
그래서 그런지 마루금상에 유달리 묘지가 많다.

한동안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니 산세가 험해지고 몇 개의 자일이 진행을 도와주는데,
벌써 고남산(846m) 정상이다.

이제 하산길, 아직 갈 길은 한참이 남았는데, 역시 울창한 소나무 숲길을 가로지르며.......
산불에 죽은 소나무 숲도 지나고, 그래도 공기는 엄청 맑고 시원하다. 한껏 심호흡하며
빠르게 진행을 한다. 그러나 발길은 천근만근의 무게이다.

예상보다 일찍 매요리에 도착, 훈훈한 시골 할머니 주막집에서 산우회에서 마련한 막걸리와
육개장으로 점심 식사를 한다. 기막힌 국맛, 시원하여 국물을 한 대접 더 마셨다.
산우회원들과 산우회장을 비롯한 산행대장님들의 따뜻한 인간미를 느끼면서 기념촬영을 한컷
하였다.

설레임과 두려움이 교차한 가운데 시작된 대간종주의 무사 완주를 기원하면서 귀경 차에 올라
잠을 청하니 피곤함에 비하여 잠이 잘 오질 않는다.

아울러 옆자리에 세상 모르게 잠에 떨어진 친구의 모습을 보면서 어렵게 백두대간의 산행에 동참한
병길이가 산꾼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하면서 오질 않는 잠을 자꾸만 청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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