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구간 두륜산군 두륜산구간

일시 : 2001. 8. 12 (일) 흐림 태극능선종주팀 6명


지명 오소재 가련봉 헬기장 두륜봉 헬기장 대둔산 대흥사
고도 170 700 671
거리 2 3.1(5.1) 4(9.1)
시간 3:30 40(4:10) 20(4:30) 2:00(6:30) 30(7:00) 1:00(8:00)

구간거리 기맥거리 접근거리 하산거리
9.1 5.1 4

구간시간 기맥시간 접근시간 하산시간 휴식시간
8:40 7:00 1:00 0:40

비바람이 휘몰아치고 천둥 번개를 동반하는 최고 150미리 이상의 강수량이 예상된다는 뉴스를 접하고 전부다 산행하기를 꺼려한다 선배님들 앞이라 노골적으로 반대를 하지 못하고 그저 내일 아침 일기를 보고요로 얼버무리고 만다 새벽에 일어나 밖을 보니 밤새 내리던 비는 어느 정도 개기 시작한다 일단 밥부터 먹고보자는 의견에 또 찬성하고 맛없는 김치찌개 된장찌개로 아침을 먹는둥마는둥 하고 나와보니 비는 그쳤다 모두들 아무 말 없이 산행 준비를 한다

월출산도 멋진 암봉은 다하고 그저 평범한 육산 구간만이 남아 있어 월출산 구간은 다음을 기약하고 호남 해남의 명산 두륜산을 가기 위해 좌일리행 버스를 타고 오소재에 내리니 자그마한 소공원을 만들어 놓았다 운전기사님 말씀이 오소재에 뭘 보려고 가느냐며 의아해 한다
오소재 넘어 오기 바로 전 능허대로 오르는 좋은 길인 약수터 길은 기맥 능선이 아니므로 그 쪽으로 오른다는 생각은 아예 해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일반산행으로 두륜산 하나만을 오른다면 당연히 약수터에서 올라와야만 할 것이다

오소재 건너편 능선도 바위들과 바다가 어우러진 멋진 능선이다 강진만이 시원스레 조망된다

오소재 : 9:20

소공원(쉼터) 안으로 들어가면 길이 있으나 무덤에서 길이 끊어지고 어제 불티재와 같이 또 가시 넝쿨 억새 잡목 등을 헤쳐가며 오르는데 어제 난 상처가 아물지도 않은 상태에서 또 긁어대니 그 쓰라림이란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를 것이다 긴팔 긴바지를 입지 복장이 그게 뭐고? 에고 그래도 땀으로 범벅이 되어 휘감기는 끕끕함을 참는 것보다는 긁힌 쓰라림이 나에게는 오히려 더 났습니다 하하...

이래저래 길 흔적 따라가다 늪에 등산화를 묻히고 길이 나오다 없어지기를 여러번 너덜지대에서 길은 오리무중 대충 너덜 좌측 잡목 숲 속으로 진행하다 보면 길 흔적이 나온다 오르다 보면 또 길이 없어진다 이번에는 산죽까지 협찬하여 더 이상 오른다는 것이 불가능으로 다가온다 마음을 다잡고 온 몸으로 밀고 당기다 보니 온 몸의 기운이 빠져나갈 대로 빠져나가 주저앉고만 싶어지나 앉을 자리도 없다 키 큰 배낭이 잡목 넝쿨에 걸려 빠져나갈 때는 혼신의 힘을 다 써야 한다

지세를 살펴보니 오른쪽으로 보이는 너덜을 통과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이 들어 오른쪽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너덜지대에 이르니 그런대로 올라갈 만하다 너덜이 끝나고 또 산죽 잡목지대 대충 요령껏 오르니 바로 두륜산 정상아래 암봉 뿌리 부근이며 길이 나타난다 약수터로 해서 능허대를 거쳐 오르는 길이다

뿌리를 돌아 오르니 아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동으로 강진만 남으로 완도 서로 진도 부근 섬들이 쪽빛 바다와 어우러져 여기 아니면 도저히 연출할 수 없는 장관을 연출한다
완도로 이어지는 두 개의 다리 그 사이 달도는 그냥 검푸른 띠로 서로 연결된 것처럼 보이며 그 너머로 완도 상황봉이 듬직하게 곰이 도약을 하러 웅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불어오는 바람은 사람을 날려 버릴 것 같아 그 정상에 오래 있기를 거부하고 있다
정상석이 있으며 가련봉 700M 라는데 왜 지도하고 3M차이가 나는 것일까? 그리고 하고많은 이름중에 가련이 왜 가련일까? 나약한 산이름과는 달리 바위들이 몇겹씩 어우러져 있는 남성적인 산이다 그나저나 도상거리 2KM도 안되는 거리를 3시간 30분이나 걸렸으니 그 험악함이란 상상하고도 남을 것이다

두륜산(가련봉) : 12:50

밧줄을 잡고 오르내리고 링을 잡고 발 디딜 자리를 찾아 한발한발 어렵게 내려가니
세찬 바람에 너울거리는 억새들의 향연 산사면과 헬기장 주변 일대가 키 작은 억새밭이다 두팔을 벌리고 강진만에서 불어오는 모든 바람을 가슴으로 쓸어안는다
주여 믿사옵니다 폼으로...
헬기장에 도착 기념사진을 찍는다 강진만을 배경으로...
감동적인 식사다 그 멋진 헬기장 한가운데 H자 보도블럭에 앉아 강진만 완도 부근 바다를 바라보며 그저 한점 화석으로 남고픈 마음으로 한잔한다
세찬 바람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며 넘실거리는 억새들을 바라보노라니 어느덧 바다가 되고 하늘이 되고 바람이 되어 억새들의 군무를 즐긴다
가련봉과 나란히 하고 있는 사방이 바위 절벽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바위봉이 앞으로 가야할 두륜봉이다
산은 두륜산인데 정상은 가련봉이라 뭔가 뒤바뀐 느낌이다

헬기장 : 13:30 14:10 출발

진불암 가는 좋은 길을 뒤로하고 이정표에 두륜봉으로 가는 길로 진행하면 두륜봉 바위 뿌리를 왼쪽으로 한바퀴 빙돌아 위험하게 벼랑 끝에 설치한 철사다리를 올라서면 두륜봉이다 멀리서 조망할 때의 멋진 장면은 기대하기 어려우나 그런대로 조망을 즐길 수 있다
이번에는 줄을 잡고 내려 진불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잠시 가다보니 왼쪽으로 앞으로 가야할 능선이 보이며 가고 있는 이 길이 계곡으로 이어짐을 보여주나 반듯이 그렇지만은 않기에 의심없이 진행하다 보니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지금쯤 왼쪽 어드메로 기맥상에 있는 헬기장을 향해 사면길이 있어야지만 하나 그런 기미를 아예 보여줄 생각을 않는다

이문용이 묻는다 아무래도 능선으로 가는 길이 아닌 것 같다며 강선배가 길을 찾으러 다시 두륜봉으로 올라갔다며 어떻게 할거냐고 대답을 종용한다 진불암으로 내려가 대둔산 중계소로 가는 도로 따라 대둔산으로 진행을 할까도 생각했으나 처음 시작부터 일부 능선을 눈으로 간다는 것이 용납되지 않아 빽하기로 한다

강선배가 길을 찾았다는 연락이 온다 젠장 대장체면이 말씀이 아니게 되었으나 한편 안심이 된다 두륜봉 정상에선 바로 진행 방향 암봉을 지나갈 수가 없어 왔던 길을 철계단까지 내려가 그러니까 철계단 오르기 직전에서 두륜봉 바위 뿌리를 돌아 능선으로 붙는 희미한 길을 발견한 것이다
조금 진행하다가 보니 또 이상하다 지도상 위봉으로 해서 쇠노재로 떨어지는 지능선으로 갈 것만 같아 염려했으나 돌다가 보니 두륜봉에서 대둔산을 바라보는 가야할 능선상에 악세사리처럼 박혀 있는 헬기장이 눈이 아프게 들어와 마음을 놓을 수가 있었다 사실 이 길이 맞지 않는다고 하여도 빽하여 능선을 찾을 생각은 없었다 시간상 빽해서 완주하기에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냥 하산하여 포구인 남창리로 이동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다행이 능선은 찾았으나 거리상 시간상 오늘 닭골재까지 진행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아니 웬 밧줄 가련봉은 줄과 작은 철계단을 링을 잡고 발을 옮겨 내려가도록 만들어져 있어 좀 수월했으나 모든 사람들이 다 두륜봉까지만 가고 그 넘어 연결되는 능선(땅끝기맥)은 가지 않으므로 그저 긴 자일만 늘어져 있는 것이다 키큰 배낭과 성치 못한 내다리 때문에 무진장 조심해서 한발한발 내려가야지 덤뻑덤뻑 내려갔다가 배낭이 어디에 걸린다든지 무릎을 삐끗이라도 하는 날에는 이 바위 절벽에서 누가 도와줄 수도 없으니 낭패중에 상낭패이리라 어린아이 물가에 가듯 그렇게 조심스레 내린다
또 오름길 내림길은 예외 없이 밧줄 끝났는가 하면 또 나오고 하기를 여러번만에 산죽밭으로 내려선다 키를 넘는 산죽이 가시 잡목과 어우러져 있어 강시되어 진행하면서도 가시 넝쿨에 걸리지 않으려고 조심해야하므로 몹시 고된 진행이다
산죽밑의 길은 대체로 잘나 있으나 겉으로 보아서는 일견 길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헬기장에 도착해서야 한시름 놓는다 또 2KM도 안되는 거리를 1시간 20분이나 걸려서 겨우 도착한 것이다
동쪽으로 보이는 위봉능선도 암릉길로서 험할 것이 예상되나 능선 자체를 조망할 때는 멋진 신사같은 세련미를 풍기는 능선이다 그 길로 갔어도 결코 후회는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헬기장 : 16:30

조금 진행하면 또 헬기장이다 다시 산죽 잡목 가시밭길 이 과정에서 3번이나 벌들과의 전쟁을 치루었다 일방적으로 깨지는 싸움이지만... 온 몸이 벌침으로 구멍이 뿅뿅 뚫렸다 대둔산 중계소가 머리 위로 막 바로 보이는 안부에 도착하니 어느덧 시계는 5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닭골재까지 진행한다는 것은 밀림 같은 산속에서 아니면 비오는 암릉길을 밤중에 걸어야할 판이니 아쉽지만 여기서 오늘의 일정을 접어야 할 것 같다 도상거리 3KM를 3시간 이상 걸려 진행하였으니 그 험악함이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대둔산안부 : 17:00

왼쪽으로 빤히 남창마을이 보이나 칠흙같은 잡목숲은 그 길을 열어주지 않는다 잠시 빽해서 중계소 올라오는 도로로 해서 도로 따라 진행하여 대흥사로 내려가기로 한다 잡목속의 길을 잘 찾어야한다 이 길도 역시 강선배가 찾어낸 길이다 나는 무엇을 했을까? 참패로 끝난 벌들과의 전쟁외에 한 일이 없는 것 같다
내려오는 도로변에 약수터가 두군데 있으며 바가지도 준비되어 있어 먹고 받고 내려와 대흥사 집단시설지구까지 절에서 운영하는 무료 봉고 셔틀버스를 타고 시설지구로 가 해남행 시내버스에 몸을 실었다

대흥사입구 집단시설지구 : 18:00

벌침 맞은 효과로 온 몸이 나른해지며 졸리운데다가 한기까지 스며들어 밤새도록 고생해야 했다 여관 주인도 시체 치우고 싶지 않으니 병원 가라고 난리고 나는 괜챦다며 오돌오돌 떨고 누워 있고 ..
버티면 괜챦을 것 같은 예감이 들며 은근히 내일 산행이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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