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산-육십령 산행기(백두대간 4구간)


* 산행일시 : 2002년 2월 3일


* 코스 : 원통재-서래봉(1,157)-백운산(1,278.6)-영취산(1,075.6)-깃대봉(1,014.8)-육십령


* 이동수단 : 산악회 버스


* 산행시간 : 7시간 6분(휴식시간 포함)


* 도상거리 : 20.6km


* 구간거리 및 소요시간 - 원통재 출발 : 10:17 - 백운산 : 12:07(5.8km) - 영취산 : 13:07(3.8km) - 깃대봉 : 16:35(8.5km) - 육십령 : 17:23(2.5km)


 


서울에서 출발한 버스는 잘도 달린다 새로 개통된 대전 통영간 고속도로는 일요일인데도 썰렁할 정도로 한산하다. 약 3시간을 달려 원통재에 도착한다. 원통재를 오르는 길은 눈이 녹지 않아 버스가 오르기도 쉽지가 않다.


800고지의 원통재에서 오늘의 산행을 시작한다(10:17)


그동안 거의 혼자만의 등산을 하였지만 산악회를 이용하는 것이 두번째. 2주전에는 중산리에서 백무동 코스를 당일에 갔다 왔다(07시 출발, 22시 도착) 고속도로가 개통되지 않았다면 무박으로 마쳐야 하는 길이지만 참 편리해졌다.


주력이 가능한 사람들은 육십령까지 그렇지 않은 사람은 무령고개로 하산한다. 백두대간 4구간은 중재에서 시작하여 육십령까지이다. 하지만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산행이 아니라 이동의 편리성과 많이 다니지 않는 코스를 택해 계획된 산행이다. 그 대신 중재에서 시작하는 것보다는 약간 먼 거리를 걸어야 한다.


절개지 사면으로 오르기 시작이다. 오름 시작부터 겹겹이 쌓인 눈길의 연속이다 가파른 코스를 힘들어 오르고 나면 약간의 내림길 작은 오르내림이 몇 차례 이어지더니 서래봉(1157)에 도착한다. 오름 내내 조망은 매우 좋다. 뒤로는 괘관산과 저멀리 지리산이 아련히 보인다.


구름 한점 없는 날씨여서 가시거리는 좋지만 멀리 보이는 산은 구분이 잘 가지 않는다. 날씨도 포근하여 쿨멕스 나시 티와 필드센서 긴팔 티만 입었는데도 흐르는 땀을 막을 수가 없다. 서래봉에서 고도를 낮추더니 백운산까지 다소 높은 오름길이 이어진다 양지 바른 곳은 발목정도 빠지는 눈이 사면에는 무릎까지 빠진다.


스패츠를 할까 하다가 귀찮아 그냥 걷기로 했는데 결국 짐만 늘린 꼴이 되었다 눈이 많아 의미가 없을 것 같아 아이젠도 하지 않았는데 덕분에 수도없이 넘어져야 했다. 작년 6월에 산 고어택스 등산화가 바닥이 닳아서인지 수 없는 엉덩방아를 감수했으나 눈 위에서 내동댕이 치는 엉덩방아는 스릴을 느낄 정도로 싫지는 않았다. 스패츠를 하지 않아 눈이 신발에 들어가지 않게 하려고 러셀이 된 곳만 골라 밟고 갔으나 진도가 느리고 힘도 더 드는 것 같았다(나중에는 개념치 않고 걸었지만).


부지런히 걸은 덕에 조금 빨리 백운산(1278.6)에 올랐다(12:07). 조망은 매우 좋다. 지도를 꺼내 잠시 조망을 감상한다. 앞으로 가야할 등로가 굽이굽이 이어져 있음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고 육십령 너머 할미봉과 덕유산의 서봉과 남덕유산의 육중한 두 봉우리가 시야에 들어온다. 금남정맥으로 갈라지는 영취산 좌측으로 장안산 등줄기가 육중하게 버티고 있고 남쪽 백두대간 길도 굽이굽이 이어져 있음을 보면서 언젠가 백두대간 마루금을 밟아 보고 싶은 충동에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월간산"과 "사람과 산"에서 발행한 백두대간 종주 지도집을 보면서 구간구간을 나누어 종주계획을 염두 계획을 해 보기도 한다. 잠시 조망을 한 후 영취산에서 점심을 하기로 하고 부지런히 발걸음을 재촉한다.


백운산부터는 계속되는 내림길이다. 영취산을 앞에 두고 무령고개를 알리는 안내표지판을 만난다. 천왕봉134.5km, 대청봉1,???km(지송! 외었는데 기억이 잘 안남)이라는 이정표를 만난다. 와~ 정말 멀고 먼 길이요 힘든 여정이다. 이 길을 수 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종주하는 대간 꾼 들에게 자연 머리가 숙여진다. 외롭게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며 멀고 먼 산 마루를 무거운 등짐을 지고 묵묵히 걸었을 길들을 밟아 보며 오늘의 산행은 그들과 마루금을 같이 하고 있다는 동지로서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갖고 싶기도 하다.


깃대봉을 오르기 전 단독종주 하는 님(나그네님과 강산에 님)들이 붙여 놓은 리본도 발견되었다. 언제 지났는지 구름나그네님의 리본은 약간 헐어 보였으나 매우 정감이 가고 반갑게 느껴졌다. 힘내어 완주하기를 기원하며 님들의 건투도 빌어본다.


1시간 만에 영취산(1,075.6)에 도착하였다(13:07) 영취산에서 무령고개로 내려가 등산을 마치는 사람과 육십령으로 향하는 팀들이 갈라진다. 보온이 잘 된 뜨거운 물로 컵라면을 맛있게 먹고 떡과 과일로 내장을 든든히 채운 후 저 멀리 보이는 깃대봉을 향하여 출발한다(13:30).


영취산에서 육십령까지는 11km. 표지판에는 7시간이라는 소요시간이 기록되어 있다. 육십령에서 6시에 버스가 출발한다고 하였으니 7시간이라는 안내대로라면 시간에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은가. 깃대봉에 오르는 200여미터를 제외하면 내림길이 대부분. 예측을 해 보니 4-5시간이면 가능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눈이 많아 힘은 들지만 고도차가 크지 않아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는다.


아침부터 뱃속이 편치 않았는데 힘이 떨어지기 시작하니 아랫배가 무거워 진다. 육십령까지 가는 사람들은 무지하게 빠르다. 별로 쉬지도 않고 걷는가 보다. 부지런히 걸어가는데도 선두는 저 멀리 멀어져만 간다. 시작이 조금은 늦어졌고 정체현상으로 속도를 내지 못해서인지 선두를 쫒아 가기는 무리다. 남들이 빨리 내 달리니 내 마음도 조금은 바빠진다.


혼자 산행하면 다소 여유도 가지면서 산행하는데 단체산행이다보니 조금은 부담이 된다. 200여m 밖에 되지 않은 오름길이지만 깃대봉에 오르는 길은 매우 힘이 든다. 힘이 빠지면서 허리디스크 증상이 점점 심해져 엉치 뼈가 통증으로 고통스럽다 다리가 무겁고 힘이 든다. 잠시 스트레치로 몸을 풀어 가며 오르니 조금은 나은 것 같다.


전후좌우가 시원하게 조망되기 때문에 매우 좋았다. 새로 난 대전 통영간 고속도로가 바로 밑으로 관통하고 있고 앞에는 남덕유산이 버티고 서있고 뒤로는 백운산에서 굽이쳐 이어져 온 마루금들이 한 눈에 들어와 숲이 우거진 여름과는 대조를 이룬다. 깃대봉(1,14.8)에 도착하니 육십령 고개가 눈에 들어온다(16:35). 육십령까지 2.5km. 뜨거운 커피한잔으로 여유를 가져 본다. 별로 쉬지도 못하고 부지런히도 걸어왔다. 오다가 뱃속을 무거운 짐(?)을 벗어 버려서인지 내장의 평화도 찾아왔다. 이제 30분이면 내려갈 거라는 계산이 나온다. 앞서 도착했던 님들은 내리달려 벌써 꼬리를 감추고 보이지 않는다.


배낭을 꾸리고 스틱을 잡고 하산시작. 30분이면 충분한 하산길이 왜 이리로 멀기만 한가 48분이 소요되어서야 육십령에 도착되었다. 뭔가 거리측정이 잘못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영취산과 육십령 중간의 이정표에는 각각 6.5km라는 안내판이 걸려 있었는데, 그러면 영취산에서 육십령까지 11km라고 되어 있는 것이 맞는건지 13km가 맞는 건지 헷갈리게 하는 거리표시다.


깃대봉에서 육십령 중간에 있는 샘물은 너무도 시원하고 맛있는 꿀맛같은 물이다 뱃속에 그득하게 채우고 빈통에도 가득 담아 내려온다. 산을 찾는 꾼들에게 저러한 샘물이야 말로 생명수가 아니고 무었이랴. 하얗게 눈덮인 산중에 녹은 눈사이로 물이 나오는 샘물을 생각하니 너무 정겹고 고맙게 느껴졌다.


등산화 뒷꿈치가 닳아 수도 없이 엉덩방아를 찌었다 신발도 하나 더 장만 해야 할 모양이다. 바닥 창도 갈아줘야 되겠고... 그래도 스틱이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 다리 힘도 분산하고 중심을 잃을 때면 스틱이 버팀목도 되어주고 균형을 잡아주기 때문이다.


 


다음주에는 남덕유산에서 향적봉종주인데 갈 수 있을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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