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구간 오대산군 운무산구간

일 시 : 2002. 4. 7 (일) 흐림 비 신경수

구간거리: 31.1km 정맥거리: 14.1km 접근거리: 0 하산거리: 17km

구간시간 15:00 정맥시간 10:20 접근시간:0 하산시간: 3:50 휴식시간: 0:25 헤맨시간: 0:25




















오늘 산행은 하산거리가 길어 어떻게 될지 몰라 혼자서 가기로 했다
6시15분 홍천행 버스를 동서울 터미널에서 타고 홍천에서 8시에 서석행 군내버스를 타고 서석에 도착하니 8시35분이다 곧 바로 있을 횡성 경유 원주행 버스를 타고 기사에게 먼드래재에 내려달라고 부탁했다
요금은 기본요금 700원이다
고개마루는 정거장이 아니니 사전 양해를 구해야 한다
횡성군 산불조심 깃발이 펄럭이는 공원 앞에서 내려 산행을 시작한다

먼드래재 : 9:00

깃발 앞에서 길을 건너 왕사가 깔린 급경사를 오르면 본능선이 나온다

본능선 : 9:05

구릉성 둔덕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글자 그대로 구름과 안개로 뒤덮힌 운무산 오름길이라서 그런지 짙은 비구름 속에서 조망은 제로고 어제 내린 비로 산야가 촉촉이 젖어있다
설상가상으로 바람에 비까지 합세해 마음을 심란하게 만든다
그래도 가야지 무슨 다른 방도가 있겠는가
진행하다가 무명봉을 왼쪽 사면으로 가다가 둔덕 삼거리서 직진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펑퍼짐한 곳에 삼각점이 있는 717봉으로 가 버렸다
처음에는 그 길이 맞는 줄 알고 여기저기 쑤셔보다 도면을 확인해 보니 717봉은 정맥이 지나가지 않는다
둔덕삼거리까지 빽하니 본의 아니게 25분 가량 과외공부를 하고 말았다

둔덕삼거리 : 10:15

둔덕삼거리서 오른쪽으로 꺾어 진행하다 보니 겨우살이가 뭉텅이뭉텅이 붙어 있는 키 큰 참나무 한그루가 뿌지지직 하는 소리를 내며 넘어지고 있지 않은가
나무가 스스로 쓰러지는 것을 처음 본 나는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자연의 신비함을 느끼며 나도 드디어 겨우살이 한보퉁이 가져 갈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차 있었는데 스러짐을 멈추고 만다
그 뒤로 올라오는 등산객 4명 굵은 밧줄을 가지고 나무를 쓰러뜨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당혹감이 확 밀려든다
그들도 놀랬는지 아이구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면서 좀 가져가라고 한다
잠시 쳐다보다 아무 말 없이 갈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그래도 미안하다고 하는 것을 보니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기는 아는 모양이다
처량한 내신세여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희미한 길이 있는 안부로 내려선다 안말 내려가는 길이다
자연은 마음의 고향입니다 이정목에 운무산 2.1km 소요시간 3시간30분이라고 한다

안부(이정목) : 10:30

진행하다 암봉이 나오면 왼쪽으로 기어오른다 쉬기 좋은 곳이 나온다

암봉 : 10:50

잠시 가면 또 암봉이다

암봉 : 10:55

우회길이 안보여 암릉을 채고 올라야하는데 마땅한 홀드도 없고 안개비가 내리니 사면이 미끄럽다 어떻게 하든 오르기는 하겠으나 만약을 생각해서 오른쪽으로 바위를 뿌리채 돌아서 적당히 오른다 몇분 안걸릴 거리를 20분이나 걸리고 말았다

능선 : 11:15

이어서 날암릉이 계속된다 왼쪽으로 치고 오르면 능선삼거리다
좌측으로 150도 정도 꺾어서 진행한다
능선을 오른쪽 옆사면으로 올라 능선따라 가지말고 능선을 넘어 가파른 사면을 조심해서 계곡으로 떨어지듯이 내려가면 숨어 있는 능선이 나온다
다행히 토질이 미끄럽지 않은 흙이라 다행이다 작고 흘러내려가는 너덜이 나오면 급경사를 치고 오른다

너덜 : 12:05

군A-20H 헬기장 생긴 형태로 보아 조망이 그지없이 좋을 것 같은데 그 놈의 가스 땜시롱 아무것도 안보이고 나만 허공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강열히 느낀다

헬기장 : 12:20

잠시 가면 산불예방에 앞장섭시다 라는 이정목이 나온다 운무봉 0.4km 30분 소요된다고 한다

이정목 : 12:25

세상이 밝아지면서 해가 날 징조가 보인다
해가 나려나 내가 그렇게 재수 좋은 놈은 아닌데 따스한 기운이 감돌면서 각종 산새들이 기지개를 켠다
또 산불예방 이정목이 나온다 왼쪽으로 0.6km가면 치마바위고 오른쪽으로 0.2km10분만 가면 운무봉이라고 한다

이정목 : 12:40

곧바로 억새 잡목이 어우러진 헬기장을 지나면 이내 뾰족한 정상에 삼각점과 운무산에 오심을 환영합니다 해발 980m 운무봉 980.3m라는 정상목이 있다
여기도 조망이 무지게 좋을 것 같은데 그 놈의 가스 땜시롱 보이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운무산 : 12:50

이후 암릉길이 계속되는데 암릉을 오른쪽으로 우회해서 넘어가고 급경사를 내려가면 안부다

안부 : 13:00 13;10 출발

진행하다 급경사를 내려서 오른쪽으로 바위를 돌아내리면 가는 밧줄 하나가 있으나 별 소용이 없다 단지 겨울일 경우 소용될 것 같으나 여기 뿐만 아니라 여러군데 튼튼한 밧줄을 설치해야만 안전한 산행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암릉 : 13:15

엄청나게 큰 바위를 오른쪽으로 급하게 내려가면 작은 너덜지대다

너덜 : 13:25

또 큰 바위봉을 왼쪽으로 완전히 360도 잡아돌아 능선으로 붙는다

암봉 : 13:35

좌측으로 약간의 억새 공터를 지나면 십자 안부가 나오는데 좌측 일대가 노란 생강꽃밭이다
비가 오고 있어도 은은한 향기는 사라질 줄 모른다
도면상 삼년대와 황장곡 넘는 고개다

십자안부 : 13:45

암릉이 나오면 오른쪽 사면으로 코를 땅에 박고 오른다

암릉 : 13:55

올라선 능선에서 왼쪽으로 올라 암릉이 나오면 그대로 타고 넘어 정상으로 오른다

암릉 : 14:05

날능선이 계속된다
암봉이 나오면 치고 올라 능선삼거리서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암봉 : 14:35

강한 바람에 빗방울이 사면팔방으로 튕겨져 나간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오르막 짙은 운무 시계 제로 오로지 고달픈 전진만이 있을 뿐이다
정상이 움푹 들어간 둔덕에서 남진하다가 다시 오르면 키작은 산죽밭이 나온다

산죽밭 : 15:50

지금부터 산죽길이 한도 끝도 없이 이어진다
1031봉은 참나무속 키 작은 산죽봉인데 오른쪽으로 봉복산 가는 길이 확실하고 정맥은 왼쪽으로 진행해야 한다

1031봉(봉복산 갈림봉) : 15:55

1031봉서 좌측으로 가다보면 암릉이 또 나온다

암릉 : 16:20

오른쪽으로 돌아가는데 밧줄이 있다
잠깐 갤 것 같은 날씨가 차츰 어두워지더니 강한 바람과 함께 비가 오는데 한치 앞도 안보이는 상태가 계속된다
그렇다고 마땅히 탈출하기도 적당하지 않다
청일 426 1989재설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로 오른다

1080봉 : 16:30

우측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정맥은 동쪽으로 직진한다

암릉 : 16:45

오른쪽으로 돌아내린다

암릉 : 16:55

넓은 밧줄을 잡고 암릉을 타고 넘는다
오르고 나면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이며 정맥은 직진한다
이제부터 제법 많은 비가 오기 시작한다

암릉 : 17:05

비옷을 입고 화채봉은 언제 지났는지 지나가고
펑퍼짐한 터에 토요산우회에서 만든 정상 팻말이 있다 오른쪽으로 신대리 내려가는 길이 있다

덕고산 : 17:25 17:30 출발

진행하다 보니 초록빛 잎을 무성하게 자랑해야 할 산죽이 말라죽어 있는 곳을 지나간다

죽어버린 산죽밭 : 17:50

오른쪽 지척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리니 첩첩산중에서 참으로 묘한 일이다
반은 죽어 있는 키 작은 산죽봉에서 왼쪽으로 간다

북진점 : 18:20

곧 이어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하산하듯이 내려가야 즉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계속 희미한 산죽길 정맥은 서서히 북으로 머리를 튼다

북진점(태기산 갈림봉) : 18:40

키 큰 산죽밭을 온 몸으로 밀고 나가니 산죽밭이 끝나고 잡목지대가 시작된다
해가 있을 때 산죽밭이 끝난 것을 대단한 행운으로 생각된다
길이 희미하니 아무래도 밤중에 진행하면 잃어버릴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잔디밭 산악회의 빛 바랜 작은 표시기들이 길을 인도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산죽끝 : 18:50

삼거리서 우측 잡목 속으로 들어가서 오르면 잡목봉이다

잡목봉 : 19:00

이후 구목령까지 모조리 잡목 세상이다
땅끝기맥처럼 심하지 않아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지나갈 만은 하니까 말이다
어둠이 나를 삼키고 바람은 세다
안부로 내려섰다 무명봉을 올라 좌측으로 간다

무명봉 : 19:15

암봉이 나오면 좌측으로 돌아 묶은 헬기장으로 오른다

헬기장 : 19:50

이후 평탄한 길을 걸어가면 구목령이다
다행이 해지기 전 산죽지대를 통과하니 모든 시련이 끝난 것 같이 느껴지며 산신령님에게 감사를 드린다
이정표에 배나무골 6.5km 생곡리 5.5km
2001. 5. 30(3년간) 까지 자연 휴식년제 실시지역이라는 때 지난 안내판이 서 있다

오는 도중 링반데롱 당할까 보아 나의 표시기를 촘촘히 붙이고 진행하였으나
전혀 헤매는 일이 없이 무사히 도착하였으니 이게 다 산신령님의 가호가 아니겠는가
운무산(雲霧山) 글자 그대로 운무와 비를 마음껏 맞으면서 한 산행이었다
헤드랜턴이 한번 쓰고 난 건전지라 언제까지 버티어줄지 걱정이 앞선다

구목령 : 20:00

이제부터 무지막지하게 긴 임도를 따라 내려간다
깎이고 유실된 부분이 많아 무지 조심하여야 한다
랜턴 불빛 시계가 몇미터에 불과해 조심에 또 조심을 거듭한다
21시부터 계곡의 시원한 물소리를 들어가며 돌고돌아 내려가는데 비는 진작에 그치고 밤하늘엔 영롱한 별빛뿐이다
하늘도 나의 한강정맥 완주를 축하해 주는 것 같아 발걸음이 가볍다
차량통행 차단 바리케이트, 산불조심 안내판, 임도 안내판, 불법수액채취금지 어길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의 벌금에 처한다는 경고판이 세워져 있는 임도 입구로 내려선다

임도입구 : 21:20

마을의 불빛이 보이며 도로는 콘크리트 포장도로로 바뀐다

배나무골 마을 : 21:30

마을길에서 길을 잃고 마지막으로 빽을 한번 더 한다 어쩐지 잘 가더라니 섭섭했던 모양이다 앞으로 생곡저수지가 보이면 왼쪽길로 해 다리를 건너야 한다
생곡2리 농산물집하장을 지나간다

생곡2리 : 22:00

낚시 취사 등을 금지한다는 저수지 관련 경고판을 지나간다

경고판 : 22:10

저수지가를 돌다 보니 재래봉 보호지역 안내판을 지나간다

안내판 : 22:20

이곳도 전형적인 강원도 산골 마을이라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여기 하나 저기 하나 말 그대로 散村인 것이다
집 앞을 지날 때마다 가슴이 철렁철렁 내려앉는다 우리를 튀어나올 듯이 나대는 무지 큰 개들 말리는 사람 하나 없다

저 앞에 점멸 신호등이 명멸하는 곳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대충 직진길을 가늠해서 가다보니 길이 끊어지고 없다 약은체했으나 진짜 막판으로 또 한번 빽한다 흐흐 동네길에서...
길을 잘못 들어 56번국도변까지 나가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도로 따라 걷다보니 진행 방향으로 서석4km지점 안내판이 나온다 조금 더 가면 생곡삼거리로써 삼생초교 앞 버스 정류장이다
집으로 전화하고 신발 끈 다시 고쳐 매고 또 도로 따라 하염없이 걷는다

생곡1리(생곡삼거리) : 23:10 23:20 출발

가끔 쌩쌩달리는 차들은 태워 줄줄 모른다
결국 서석까지 가니 시간은 자정을 넘어가고 있다

서석 : 24:00

그후
그제 묵었던 여인숙에서 일정을 접는다
또 혼자 장장 15시간의 외로운 산행 끝에 한강정맥을 완주하였다
축하해 줄이 없으나 어려운 여건 속에서 아무 탈 없이 마무리지을 수 있게 해주신 산신령님에게 무수히 감사를 드린다
방바닥에 앉아 비 때문에 쉴 수도 먹을 수도 없었던 처가 싸준 주먹김밥에 소주 한잔을 곁드리며 완주를 자축한다

이제 또 어디로 가야하나
그 가는 길에 끝이 있을 것인가?
더욱 진한 슬픔이 가슴속으로 스며든다
먼저 가신 님들이 하나 둘 머릿속에서 명멸하며 까닭 모를 눈물이 흐른다

* 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3-04 1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