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북정맥 01. 수피령-복계산-복주산-(회목봉)-광덕산-광덕현, 한심하기 짝이 없다.


 

Mt. 0818  福桂山(1054.0m) - 강원도 철원군

              伏主山(1151.9m) * (檜木峰 1025.8m) - 철원군. 화천군

              廣德山(1046.3m) - 강원도 철원군. 화천군, 경기도 포천시


 

산 행 일 : 2008년 5월 25일 일요일

산의날씨 : 흐림

동 행 인 : 지리산악회 동참 산우님들


 

산행(도상)거리 : 약 21.3km (헛수고 불 포함)

                     수피령 <1.9> 복계산 <9.8> 복주산 <2.0> 하오현 <4.0> 상해봉 갈림 <1.3> 광덕산 <2.3> 광덕현


 

산행시간 : 10시간 20분 (휴식 36분포함)

              수피령▪56번 국도(2차선)▪대성산 전투전적비 <0:55▪헛수고 10분포함> 복계산 갈림길▪헬기장 <0:18> ▲복계산▪헬기장▪정상 표지석 <0:33> 헛수고하고 다시 복계산으로 <0:07> 복계산 갈림길 <0:48> 약 930봉▪근거리에 잠곡리 갈림길 <0:35> ▲943.3봉 <0:24> ×892봉▪해방촌 갈림길 <0:16> 950고지▪헬기장▪△953.6봉 갈림길 <0:41> 1050고지▪화천군 상서면. 사내면, 철원군 근남면 경계▪지근거리에 헬기장 <0:40> ▲복주산 <0:13> 복주산 표지석 봉 <0:39> 하오현▪비포장도로▪463번 지방도 하오터널 위 <0:30> 약 930봉 <0:33> ▲1025.8봉▪(회목봉)▪헬기장 <0:25> 약 1010 암봉 앞 <0:22> 회목현▪비포장도로 <0:29> 상해봉 갈림▪화천군 사내면, 철원군 근남면. 서면 경계 <0:25> 광덕산 기상 레이더 관측소 <0:10> ▲광덕산▪정상표지▪도계 및 3개 시군 경계(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철원군 서면,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0:41> 광덕현▪경기 372번 지방도


 

참 고 : 국토지리정보원 1:50,000 화천(2007년 편집본) * 갈말(2007년 수정본) 지형도


 


 

                                                             대성산으로 솟는 해 - 복계산에서


 

수피령∼광덕현 구간에서 조금만 신경 쓰면 길 잃을 염려는 없겠는데 몸 컨디션이 안 좋아 10여 분간 마루금을 이탈했고 복계산 갈림 헬기장에서는 본의 아니게 복계산으로 오른 것은 잘 못이 아니나 엉뚱한 곳으로 내려가다 되돌아 오르는 등 총 1시간 이상을 허비하다보니 오늘 종착지인 도마치까지 진행하지 못 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수피령 표지석


 

수피령에서 임도를 따르다 고개를 넘어가는 형국인 지점 좌측 산길 초입에 표지기들이 걸렸으니 당연히 그 길을 타고 오른 능선 헬기장에서는 우측의 복계산(△1054.0m)을 다녀오고 싶지 않으면 좌측으로 팍 꺾이는 길로 들어서야 한다.




                                                         군에서 세워놓은 이정표로 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892봉을 넘어 15분가량 가다 나오는 950고지 헬기장 우측 길은 △953.6봉으로 가게 되므로 벙커를 돌아 좌측의 급경사 내림 길로, 1050고지 갈림길에서는 우측 임도를 따라 조금 가면 헬기장이 나오면서 우측의 산으로 들어섰다 나왔다 반복하게 되는데 원형 가시철망이 늘여진 묵은 임도 입구에서 산길을 타고 오른 헬기장과 ‘화생방 신호규정’ 팻말이 있는 벙커 봉에서도 우측으로 가야 한다.




                                                                      이런 것은 언제나 없어질런지?


 

복주산은 삼각점이 설치된 봉우리이나 그 보다 약간 높은 약 1060봉에 철원군에서 표지석을 세워 놓았으며 하오현을 거슬러 오른 삼각점이 박힌 △1025.8봉 앞 헬기장을 몇 발자국 지난 곳에 누군가가 ‘회목봉 1027m’라 적은 표지를 걸어 놓았다.

이어 내림 길 거대한 암봉을 좌측으로 돌아 능선에 닿고 회목현, 기상 관측소로 이어진 비포장도로를 따르다 우측 산으로 들어서나 도로를 타고 오르나 상해봉 갈림에서 만난다.








                                                                                오늘 산행 구간도


 

순천, 여수에서 비교적 먼 거리에 위치한 한남금북정맥이나, 금북정맥은 새벽에 출발하여 아무 탈 없이 완주할 수 있었으나 한북정맥은 무박산행이 아니고는 어렵다.

토요일 20시 50분 경 집을 나서 호남고속국도를 달리는 버스 안에서 한북정맥 종주에 참고 될 요점을 메모한 것을 찾으니 없다.

뿐만 아니라 지형도마저 집에 두고 왔으며 스포츠 타월도 없다.

오랜만에 하는 무박산행에 마음만 바빴을 뿐 준비가 소홀하니 앞길이 걱정된다.




                                                                                       수피령


 

여수를 출발한지(20시 30분) 생각보다 많은 8시간이 걸려 강원도 화천군과 철원군 경계인 수피령에 도착하니 조금만 지나면 헤드랜턴이 필요 없겠다.

대성산 지구 전적비 앞에 조촐하나마 정성들여 준비한 제물을 차려놓고 향을 사르며 목숨을 잃은 피아간 장병들과 산길에서 유명을 달리한 선인들께 묵념을 올린다.




                                                              대성산 지구 전적비 앞에서-허남금 님 사진


 

04 : 55 약 20여 분간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보니 필요 없는 헤드랜턴을 배낭에 다시 집어  넣고 들머리인 임도를 따르면서 완전하지 못한 한북정맥 첫 발을 내딛는다.


 

한강 북쪽 울타리 격인 한북정맥은, 신산경표 도표를 살펴보면 백두산을 출발한 백두대간을 따라 남진하다 766.8km 지점인 식개산 분기점에서 갈래 쳐 장바위산(1052m)∼남미봉(1011m) 등을 넘어 남한 땅에 이르게 되며 지척인 대성산(大成山 1174.2m  수피령에서 4.9km 거리)은 통제구역으로 민간인 출입을 막고 있으니 75.1km를 까먹는 셈이다.    


 

그래서 이 곳 수피령을 출발하여 한강봉(漢江峰 476m)까지의 117.4km 그리고 장명산(長命山 102m)까지의 53.0km 도합 170.4km 산줄기를 걷게 되지만 실제 챌봉(516m)∼장명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북쪽 곡룡천(길이 45.7km)도 한강에 합류하므로 한강봉∼월농산(月籠山 229m)∼통일전망대 인근 오두산(鰲頭山 119m)에 이르는 145.8km(수피령으로 부터)의 산줄기를 한북정맥으로 보고 있다.




                                                                                   나무뿌리와 밧줄


 

허리가 부실한 사람, 특히 척추관 협착증과 디스크 대 수술을 받은 나 같은 사람은 걷는 것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오래 앉아 있는 것은 금물이다.

불편한 버스 좌석에 장시간 앉아 잠도 이루지 못한 체 뒤척거리다보니 컨디션이 좋을 리 만무하며 임도를 따라 걷고 있지만 허리가 무겁고 가벼운 현기증이 일면서 초장부터 땀이 비 오듯 쏟아져 맨 뒤로 처져버리고 만다.




                                                                      페인트 글씨를 보고 우측으로


 

계속 오르던 임도가 내리 꽂히면서 대성산 우측으로 솟는 해가 바라보인다.

마루금을 놓친 것을 확인한 후 산악회에서 준비한 지형도 복사본을 찾으니 그마저 버스에 두고 와버렸으니 갈수록 태산이다.

산길을 따르는 사람이 지도가 없으니 장님과 진배없고 10여 분을 허비하고 되돌아 오른 숲길 들머리에 걸린 표지기들을 바라보니 어이가 없어 나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잘 보이는 곳에 표지기 한 개 걸어 놓지만 이런 실수는 서막에 불과했다.




                                                                            복계산으로 오르는 길


 

05 : 50 작은 헬기장에 올라 좌측으로 팍 꺾이는 길은 임도 좌측으로 이어졌던 능선 길로 착각하며 ‘능선으로 길이 있는데 왜 임도를 따랐을까?’ 주저 없이 우측 반질반질한 길로 들어선다.

바지가랭이와 신발을 금새 적셔버리는 물기와 목에 휘감기는 거미줄은 사람들이 지나지 안했다는 징표로 의심스러웠으나 미련스럽게 낑낑대며 계속 오른다.




                                                                                복계산 삼각점


 

06 : 06 대성산이 가깝게 보이는 널찍한 헬기장인 봉우리 한 편에 좌대 글자를 확인할 수 없는 삼각점이 박혔다.

헬기장 좌측 봉우리로 가자 ‘복계산 1057.2m’라 음각한 표지석이 세워졌으며 직진하는 내림 길에 표지기들이 많이 걸렸으나 정맥종주 표지기는 한 개도 안 보인다.




                                                               복계산 좌측 봉에 세워놓은 표지석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북정맥 첫 구간을 광덕현으로 잡고 어떤 이들은 그보다 짧은 하오현에서 산행을 접는데 먼 길을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백운산을 넘어 마루금이 아닌 길도 따라 도마치(75번 국도)까지 걸어야하기 때문에 복계산은 물론 상해봉 오름도 생각하지 안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복계산에 올랐으니 생고생을 감수해야할 형편이 되고 말았다.




                                                                  이 물건 옆길로 내려가고 말았다.


 

되돌아 온 헬기장을 한동안 내려서자 갈림길에 있는 헬기장은 나타나지 않고 엉뚱한 송전철탑 공사용 넓은 길이 나타나면서 지능선으로 들어서는 길이 안 보인다.

일행을 쫒겠다고 부지런히 내려왔으니 그 거리가 상당하고 지도라도 있으면 탈출로를 찾아 일부 구간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 간절했다.




                                                                    되돌아 내려온 갈림길 헬기장


 

06 : 41 복계산으로 되올라, ‘수피령으로 다시 가자’는 절박한 심정으로 헬기장에 내려서니 ‘광덕현까지 가는 것이 좋겠다’는 또 다른 마음이 생겨 물 한 모금 마시고 빠르게 걷지만 길이 어디 그리 좋아야 말이지.

일행들 몇 분을 제외하고는 야생마와 같다.

어떤 이들이 “후미도 어지간한 산악회 선두 그룹과 같다”고 말할 정도이니 모르긴 해도 후미와의 거리도 2km 이상 벌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참호와 땅바닥의 전화선


 

전방답게 참호들이 수시로 나오고 길바닥에 깔린 전화선이 신경 쓰이지만 암릉을 우회하는 곳이 아니면 길도 아주 좋고 다른 곳으로 빠질 염려도 없다.

약 930봉을 넘어서면 우측 잠곡리로 내려가는 샛길이 나오고 오르락내리락 하는데 까마귀 한 마리가 기분 나쁘게 머리 위를 맴돌며 울고 있다.

참호가 있는 봉우리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꺾어든다.




                                                                                943.0봉 삼각점


 

08 : 11 좌대가 망가져 번호를 알 수 없는 삼각점이 설치된 943.0봉을 지나고

08 : 35 ×892봉에서 좌측 해방촌 길이 아닌 우측으로 들어선다.




                                                                  950고지 헬기장에서 본 가야할 산줄기


 

08 : 51∼09 : 01 벙커와 쇠 파이프를 사용하여 만든 길쭉한 종이 매달린 950고지 헬기장.

우측 길은 삼각점이 표시된 953.6봉으로 이어지므로 좌측으로 돌아간 나무 그늘에 퍼질러 앉아 가야할 능선을 바라보며 아침 식사대용으로 카스타드 두 개와 초코파이 한 개 그리고 홍삼액 한 봉지를 먹고 마신다.

가느다란 밧줄이 늘여졌고 폐타이어를 듬성듬성 놓아 둔 급경사를 타고 내려 야영지와 ‘↓ △954  2.5km’ 이정표를 지나 폐타이어를 고르게 놓은 길을 타고 오른다.




                                                               1050고지로 오르다 내려다 본 타이어 계단


 

09 : 42 ‘↑ 복주산 1.9km’ 이정표가 선 1050고지.

이곳은 3개 면 경계봉으로 우측은 철원군 근남면이고 좌측은 화천군 상서면에서 사내면으로 바뀌며 좌측 면계는 우리가 버스로 올랐던 실내고개로 이어진다. 

임도 내지는 작전도로를 따라 50m 가량 가면 헬기장이 나오고 능선 우사면으로 돌아가는 곳에서 고사리를 뜯으러 온 두 분 부인에게 일행을 묻자 “만난 지 한참 되었다”라고 한다.




                                                                    복주산(좌)과 표지석을 세워놓은 봉


 

우측 산으로 들랑날랑하다 가시철망이 드리워진 임도가 좌측으로 가는 지점 헬기장을 거슬러 ‘화생방 신호규정’ 팻말이 세워진 벙커봉에서 우측으로 1분을 가면 풀이 웃자란 헬기장이 나오고 군에서 세운 복주산 표지가 박혔다.




                                                                      복주산-앞 봉에 표지석이 있다.


 

10 : 22∼26 ‘갈말 23, 1983 재설’ 삼각점이 설치된 복주산(1151.9m)

지나가야 할 맞은편에 이보다 약간 더 높은 봉우리가 제법 뾰쪽하게 서있어 기를 충전이라도 하겠다는 듯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바위가 나타나 기어오르며 한 차례 땀을 쏟는다.




                                                                                 복주산 표지석 봉


 

10 : 39∼45 비좁은 봉우리 정상에 철원군에서 세운 ‘복주산 1152M’라 새긴 정상표지석이 있고 뒷면에는 ‘철원군 근남면 잠곡리 산 133-1번지’ 지번 지목도 써 놓았다.

모르긴 해도 삼각점 봉보다 이곳이 약간 더 높은 관계로 정상표지석을 세운 것 같다. 




                                                                      지도가 없으니 그냥 길만 따랐다.


 

아득히 이어지는 산줄기, 지도가 없으니 하오현은 어디쯤이고 광덕산과 광덕현은 얼마를 더 가야 하는지 참으로 답답하고 갑갑하다. 

한동안 가다가 헬기장을 지나면 우측 잠곡리로 내려가는 길이 있고 좌측 사면을 따라 능선에 닿은 후 타이어 계단 급한 내림 길이 이어진다.




                                                                                        하오현


 

11 : 24 463번 지방도 하오터널 위 비포장 길인 하오현.

고도 약 760까지 뚝 떨어졌는데 복주산에서 바라본 능선은 높디높았다.

그렇다면 내린 만큼 다시 올라야 한다.

헬기장과 타이어 계단 길을 지나 가다서다 반복하며 땀을 훔쳐낸다.


 

11 : 54∼12 : 00 아침밥 대용으로 먹은 음식이 부족했는지 배도 고프고 다리는 물론 허리도 아파 약 930봉 땅바닥에 퍼질러 앉아 앞서와 마찬가지로 똑 같은 것으로 배를 채운다.

이어 헬기장을 지나고 봉우리에서 좌측 또는 우측으로 꺾고 오르내리기를 몇 번 거듭한다.




                                                                                    1025.8봉 삼각점


 


 

                                                                        회목봉이라 적은 표지가 있다.


 

12 : 33 좌대가 없는 ‘건설부 1977’ 삼각점이 설치된 1025.8봉.

좌측 10m 거리의 헬기장에서는 단체산행객들이 점심을 펼치는 중이며 한 분이 “밥이 많으니 같이 먹자”고 했으나 어디 그럴 여유가 있겠는가.

술 한 잔에 홍어 한 점 안주로 목을 축인 후 감사드리고 몇 발자국 나아간 봉우리에 ‘회목봉’이라 적은 표지가 있어 부부로 보이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내 모습을 담는다.




                                                                좌측 멀리 광덕산 기상 관측소가 보인다.


 

거대한 암봉 좌측으로 돌아 밧줄을 붙잡고 능선에 이르자 급하고 거친 내림 길이 펼쳐지는데 곳곳에 밧줄이 늘여졌고 미끄러운 암반을 조심스럽게 거스르기도 하고 바위틈을 비집고 가느라 걸음이 더디다.

안부로 내려서 다시 조금 오른 뒤 푹 꺼져 내리면 헬기장이 나오면서 마루금 좌측으로는 레이더 기지처럼 보이는 돔이 우측으로는 멀리서 봐도 멋진 암봉이 올려다 보인다.




                                                                                      회목현 도로


 

13 : 20 회목현.

포천시에서 세운 ‘광덕산 기상 레이더 관측소’ 안내판에 거리 표기가 돼 있으며 그 곳으로 연결된 비포장 길을 따라 오른다.

터벅터벅 힘없이 한동안 가자 우측 산으로 들어가는 길이 나온다.

그러나 만사가 귀찮아져 그냥 도로를 타고 오르는데 오히려 빙 돌아가고 있다.




                                                                    도로를 따르다 상해봉을 뒤돌아보고


 


 

                                                                          광덕산 기상 관측소


 

13 : 49∼54 상해봉(×1024m) 갈림길, 화천군 사내면과 철원군 근남면, 서면 경계점이다.

백운산 넘기를 포기한 대신 상해봉은 찾아보려고 했었다.

그도 마음뿐으로 퍼질러 앉아 눈으로만 오르고 또 다시 비포장도로를 걸어 우측으로 휘어지는 지점 헬기장 옆을 스쳐 간다.

기상 관측소 앞에 이르러 ‘광덕산 0.4km’ 팻말을 보고 뒤도 안돌아 본 체 우측 안테나가 세워진 봉에 들린 후 부지런히 걷는다.




                                                                               광덕산 삼각점


 

14 : 29∼34 광덕산.

좌대 글자를 확인할 수 없는 삼각점과 ‘광덕산 1046m’라 적힌 표지가 세워졌다.

이곳은 기상 관측소가 있는 봉보다 약간 낮으며 강원도와 경기도를 가르는 도계이자 강원도 화천군(사내면)과 철원군(서면) 그리고 경기도 포천시(동면) 경계봉이기도 하다.

또한 한북정맥 마루금은 좌측 능선으로, 도마치 갈림봉까지 도계를 따르게 되며 신산경표에서는 우측의 명성산(鳴聲山 921.7m)∼관음산(觀音山 733.0m)∼보장산(寶藏山 555m)을 넘어 포천시 창수면 영평천(좌)에 이르는 52.2km 산줄기를 명성지맥이라 이름 짖고 있다.




                                                                                   광덕산


 

가족으로 보이는 네 댓 분이 쉬고 있어 사진 촬영을 부탁하면서 “광덕현까지 몇 분이면 내려갈 수 있냐?”고 물으니 “약 30분이면 된다”라고 한다.

내가 도마치에 도착하려면 다섯 시를 약간 넘어서리라 예상했었다.

그런데 벌써 2시 반이 되었으니 앞선 일행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을뿐더러 더 걷고 싶지도 안 해 포기하기로 했던 생각을 굳힌다.




                                                               한남금북 길에서 자주 봤던 통나무 걸상


 

고도 약 400m를 낮추면서 내려가야 하는 광덕현까지의 길은 지루하고 갑갑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오름길에 비하면 얼마나 수월한가.

한 남자가 “아내와 길이 엇갈려 찾으러 올라간다”며 “붉은 티를 입은 여자 못 봤냐?”고 묻지만 그런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도마치-화천군 방향


 

15 : 15 372번 지방도가 강원도와 경기도를 넘는 광덕현.

간이음식점 주인에게 도마치로 가는 길을 묻는 사이 포터 트럭이 다가와 손을 들자 고맙게 태워주고 반암교 옆 주유소 마당에 내려준다.

헌병에게 택시 편을 물어보니 “주유소에 부탁하면 불러준다”고 한다.

역시 주유소에서 불러준 택시로 도마치에 도착하니 버스가 안 보이나 요금 11,000원을 지불하고 전화기를 꺼내는데 벌써 도착한 세 분이 다가오고 있다.


 

내 얘기를 대충 들은 이복환 님이 “위로 주를 사겠다”며 음식점으로 끌어 들인다.

잣술-내 입에는 안 맞아 소주를 마셨다-에 도토리묵, 두부 안주 등 과한 대접을 받고 계곡 쪽에 대기하고 있는 버스로 내려가서도 한 참을 기다려 내가 끼어 있었을 후미를 맞이한다.


 

17 : 30 광덕현으로 되돌아 오른 버스가 47번 국도로 들어서 먼 순천, 여수를 향해 달린다.

비록 계획했었던 곳까지 산행을 못했으나 다른 정맥 종주 때와 마찬가지로 백운산을 홀로 찾고 싶지 않으며 차분하지 못했던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귀가 시간이 자정을 넘어서리라 예상하며 지친 몸을 달랠 겸 두 눈을 감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