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늘재-대야산-버리미기재) 산행기<18차>

 

0 산행 일자

  2012.7.22  일요일  날씨:흐리고 산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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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두대간(늘재-대야산-버리미기재)  경북 상주시, 문경시, 충북 괴산군

0 산행 코스

  늘재(08:50)-성황당(08:53)-정국기원단(09:23)-헬기장(10:31)-청화산(10:34)-갓바위재(12:21)-조항산(13:09)-고모치(14:02)-889봉(14:37)-854봉(14:55)-849봉(15:09)-집채바위(15:15)-밀재(15:41)-대문바위(16:13)-대야산(16:53)-촛대재(17:43)-촛대봉(18:03)-불란치재(18:16)-헬기장(18:27)-미륵바위(18:43)-733봉(19:05)-곰넘이봉(19:18)-675봉(19:39)-헬기장(19:48)-버리미기재(20:13)

0 산행 거리(포항셀파산악회 기준)

  17.49km(대간 17.49km, 접근 0km)   * 총 누적거리 333.15km(대간 301.45km, 접근 31.7km)

   * 늘재-2.49-청화산-3.7-갓바위재-1.15-조항산-4.35-밀재-1.25-대야산-4.55-버리미기재

0 산행 소요시간

  11시간23분(08:50-20:13)   * 총 누적시간  171시간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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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0 산행기

 

백두대간의 마법에 빠진 듯 어둠이 채 가시기 전 새벽 5시에 도착한 늘재는 비를 촉촉하게 맞고 있다.

일기예보로는 비가 내리지 않는다 하였는데 예상과 달리 발목을 꽁꽁 묶는다.

새벽 2시에 일어나 177km의 거리 2시간 반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달려 왔건만 집으로 돌아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 일단 설친 잠도 보충할 겸 눈을 붙여 보지만 차창을 두드리는 빗소리는 콩 볶듯 요란하다.

 

수시로 변하는 이 지역 일기예보를 131번이나 인터넷으로 거듭 확인한다.

고개가 빠지도록 하늘을 올려다 본 회수는 또 얼마나 될까.

그렇다고 짧은 거리도 아닌 10시간 훨씬 넘는 대간거리 우중 산행을 할 수도 없는 처지다.

늘재에서의 허송 시간이 어느덧 3시간 넘어갈 때 반갑게 비가 그치며 하늘이 열리지만 산릉은 온통 구름으로 가득 차 있다.

 

늦은 시각이라 채비가 바빠진다.

버리미기재에 도착할 즈음 어두워질 것까지 예상을 하며 등산화 끈을 힘껏 조여 매는 손길에 각오 또한 함께 다진다.(08:50)

백두대간 표석 뒤에 성황당 건물이 보이고 좌측 '성황당 유래비' 뒤쪽으로 나풀거리는 대간 리본들이 길을 안내하지만 잡풀에 엉겨 붙은 물방울로 신발과 옷이 젖는다.

 

소나무 숲 오름길 서서히 가팔라지더니 고도를 높이면서 안개 속으로 세상은 묻히고 만다.

운해에 쌓였던 늘재 골짜기의 멋진 장관마저 한순간 삼켜버리는 기상천외의 마력에 나약해져 숨죽인다.

두 개의 이정표를 연거푸 만나는데 청화산이 가까워지는데도 오히려 거리가 더 멀어져 있다.

아마 서로 뒤 바뀐 것 같다.

 

해발 803.5m의 정국기원단 제단 봉우리에 도착하자(09:23) 늘재에서 뒤 따라 올라오던 창원00산악회 회원들이 하나 둘 올라오며 제단은 순간 번잡해진다.

이들 단체 역시 같은 구간의 백두대간 답사팀이다.

모두 앞질러 가고 후미 대장으로 보이는 사람과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나눈 뒤 홀로 산행은 계속된다.

 

바위 전망대에 이르러 늘재를 내려다보니 속리산 방향은 구름에 가려져 있지만 반면 산 아래쪽은 멋진 운해 풍경에 새삼 놀라고 만다.

바위 로프 구간이 있는 가파른 오르막 뒤 봉우리를 20여 미터 남겨 놓고 이를 오르지 않고 좌측으로 돌아가게 한 다음 편한 길을 내어 준다.

빗물에 흠뻑 젖은 청량한 원추리꽃과 털중나리 등 여름 야생화들이 등산로 곳곳에 수없이 피어 홀로 걷는 적적한 길 외로움을 달래준다.

 

봉우리 한 개가 바로 앞에 보이는 헬기장에 도착한다.(10:31)

3분 후 청화산 정상에 올라선다.(10:34)

'백두대간 청화산 970m'의 정상석이 바위에 놓여 있고 대간 방향 화살 표시가 파란 페인트로 그려져 있다.

정상석 직전에는 '늘재 2.6km, 조항산 4.2km, 청화산농원'의 이정표가 있으며 글씨가 훼손된 또 하나의 이정표가 있다.

 

청화산에서 8분간 내려서자 좌측으로 꺾어 내려가는 능선에 4개의 이정표가 한꺼번에 달려 있다.(10:54)

'늘재2.6km 우복동천, 시루봉 3.1km, 회란석 6.9km, 조항산 3.7km 백두대간'이라 적혀 있으며 방면별로 화살 표시가 되어 있다.

이곳이 시루봉 갈림길이다. 정상에 있던 늘재 거리와 이곳 늘재 거리가 똑같다.

내리막 뒤 작은 봉우리를 지나 암릉 지역이 시작된다.

 

평탄한 능선을 지나다 삼거리가 나타나(11:31) 대간은 리본이 많이 달려 있는 우측 급경사 내림길이지만 좌측에 호기심에 발동 20여 미터를 진행해 본다.

조항산이 보일법한 전망 좋은 암반지대지만 안개가 뒤덮여 삼거리로 되돌아온다.

3개의 조각으로 벌어진 바위가 있는 작은 봉우리를 넘는다.(11:35)

 

그리고 칼바위 암릉 능선이 이어 나타난다.(11:39)

그 후 수직 낭떠러지 바위에 갑자기 길이 끊긴 것처럼 여겨지는 벼랑이 나타나며 50여 미터 암벽이다.(11:44)

이런 곳이야말로 전망이 가장 좋은 곳인데 오늘은 안개로 개점휴업 상태다.

어렵게 암봉을 내려선 뒤 올려다보는 암벽은 앙칼져 보인다.

 

다시 편한 길로 바뀌고 100m 앞이 보이지 않는 짙게 깔린 안개를 헤치며 대간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가파른 급경사 오름길 땀을 뻘뻘 흘리며 오르자 봉우리 정상 약 30m를 남겨 놓고 좌측으로 우회하라는 대간의 명령에 따라 돌라가니 바위 전망지가 나오지만 역시 휴업중이다.(12:00)

대간에서는 항상 겸손하며 몸을 낮추라는 뜻으로 길을 막고 있는 휘어진 나무 아래를 허리 숙여 통과한다.(12:08)

 

그리고 넓은 공터의 갓바위재에 도착한다.(12:20)

둘산악회에서 코팅하여 나무에 붙여 놓은 '갓바위재(769m)' 표시가 있어 갓바위재임을 알게 된다.

좌측 내리막길은 삼송리와 의상저수지로 내려가는 길이지만 대간은 직진해야 한다.

갓바위재에서 50m 떨어진 곳에 헬기장이 있고 서서히 오름길이 시작되는 암릉이다.

 

날카롭게 돌부리가 돋아난 바위에 오르며 암릉구간이 펼쳐진다.(12:42)

암릉을 우회할 수도 있지만 바위를 타고 가는 재미 또한 쏠쏠하고 10m 수직 로프를 잡고 내려선다.(13:03)

그 후 바위 덩어리가 보여 그 뒤쪽으로 가보니 아담한 조항산 정상석이 숨바꼭질하자며 살짝 숨어 있다.(13:10)

정상석에는 '백두대간 조항산 951m'라 새겨져 있다.

 

공터에 앉아 점심을 먹고 있는데 또 다른 산악회 선두팀이 올라오며 정상이 어디냐 묻기에 바위 뒤쪽에 정상석이 있다고 알려준다.

30분 넘게 조항산에 머문 뒤 대간은 정상석을 전면에서 바라보았을 때 좌측으로 내려선다.

조항산에서 9분 뒤 즉, 500m 지점에 삼거리를 만나는데 목재 이정표가 있다.

'조항산 0.5km, 고모치 0.9km'라 적혀 있다.

대간은 방향 표시 따라 우측으로 급하게 내려서며 로프가 매달려 있다.

 

10여분 미끄러지듯 비탈을 내려서자 평길이 나오고 다시 부드러운 오르막 뒤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는데 '조항산 1.1km, 고모치 0.3km'의 목재 이정표가 기다린다.(13:50)

내리막이 이어지더니 우측으로는 가지 말라는 노란 노끈이 금줄처럼 걸쳐 있고 몇 초 안되어 고모치다.(14:02)

고모치에는 '조항산 1.2km, 고모샘 10m, 대야산 3.8km'의 흰색 아크릴 이정표가 나무에 걸려 있다.

바닥에는 '고모치(내리는곳) 궁기2리회관, 백두대간 문경구간 동시 걷기대회'의 안내판이 나무에 기대어 있다.

 

대간 산행 중 식수가 바닥났을 때 고개 바로 아래에 샘터가 있어 공급할 수 있는 중요 지점이기도 하다.

고모치에는 많은 리본이 걸려 있다.

이곳에서 대야산으로 가는 대간은 곧장 가파른 오름길을 따라가야 한다.

점심 식사 후 지도상의 889봉에 오르기 위한 첫 번째 경사가 심한 길이 길게 펼쳐진다.

능선 좌측으로 간벌했던 흔적이 보이며 오르막은 계속되다 봉우리 30여 미터 직전에 삼거리가 있지만 대간 리본은 일제히 좌측으로 안내하기에 망설일 필요 없다.

 

3분여 오르다 드디어 889봉에 올라선다.(14:37)

리본이 무수히 달려 있는 곳으로 마귀할미통시바위와 둔덕산으로 갈라지는 삼거리 봉우리다.

한참을 쉬며 간식으로 체력을 보강한 뒤 좌측 대간을 따라 가다  얼마 안가 854봉에 오른다.(14:55)

또 소나무 한 그루가 있는 넓은 암반지대를 벗어난다.(14:59)

 

849봉으로 가는 편한 능선 좌측 길가에 두꺼비처럼 생긴 바위가 귀여운 표정으로 산객을 바라본다.(15:04)

그리고 849봉을 올라서는 길목에 삼거리가 나타나지만 대간 리본들은 봉우리를 직접 오르도록 좌측에 모두 걸려 있다.

어느 쪽이 대간일까. 앞서 지나갔던 단체 산악회 팀의 흔적이 양쪽으로 보여 혼란스럽다.

우측이 849봉을 우회하는 옆구리 길로 생각되지만 괜히 편하게 가려는 꼼수에 알바 할 것 같아 좌측 가파른 길로 진행한다.

 

5분여 헐떡거리자 좌측에 소나무가 있는 바위가 있으며 우측 대간 방향으로 소나무들이 있는 849봉이다.(15:09)

849봉에서 대간은 우측으로 꺾이며 4분을 내려서자 조금 전 849봉 직전에 만났던 우회 길과 마주치는 삼거리다.(15:13)

대간길에 너무 착한 것도 탈이다.

그냥 옆구리를 따라 왔으면 849봉을 오르지 않고 이곳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그러나 이곳 삼거리는 남진 방향에서 볼 때  대간 리본은 모두 좌측으로 우회하도록 리본들이 달려 있을 뿐 아니라 849봉 쪽 오름길에는 오히려 리본 하나 없이 통나무 2개를 막아 놓아 대조적이다.

결론적으로 남진은 편하고 북진은 849봉을 오르도록 선답자들이 길을 뚫어 놓아 아이러니하기까지 한다.

 

삼거리에서 2분지나 어마마한 크기의 바위들이 엉켜 있는 지도상 집채바위를 통과한다.(15:15)

바위 사이로 숭숭 구멍이 뚫려 있어 석굴 같다.

고개 돌린 아기 돼지 머리 모양의 바위 형상이 귀엽기까지 한다.

다시 나무에 로프가 걸린 흙길의 내리막 뒤 푹 꺼진 아주 작은 안부를 지나고 암반 봉우리에 올라서자 사람소리가 들려온다.(15:33)

남진하는 대간 산행객으로 생각하며 내려서자 뜻하지 않게 밀재가 불쑥 나타난다.(15:41)

 

대야산에서 용추계곡으로 하산하는 등산객들이 휴식을 하고 있다.

백두대간을 보전하는 차원에서 이곳 밀재에서 대야산 구간은 출입을 금하고 있으며 출입금지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하지만 대야산 오름길은 안내판만 있을 뿐 등산로는 아주 잘 정비되어 있으며 길 또한 번드르르하다.

거리낌 없이 대야산을 향해 가다 목재 계단이 수없이 이어진다.

바위구간을 만나며 능선에 오른다.(15:54)

 

대간은 우측 능선 오름길이지만 잠시 멋진 바위가 그냥 가냐 섭섭해 하여 좌측 30m에 접근하니 거북바위가 기다린다.(15:55)

그냥 지나치기 십상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대간 능선은 계속 오르막이다.

'대야산 20번지점' 119구조요청 지점 안내판을 벗어나자 좌측으로 암릉이 나타난다.

바위에 올라서자 이번에는 코끼리바위가 반겨준다.(16:03)

 

소요 시간 글씨가 훼손된 '용추, 밀재, 현위치 능선'이라 적힌 녹색 철제 이정표를 벗어나 '대야산 24번지점'을 지나자 거대한 대문바위를 만난다.(16:13)

처음에는 대문바위인줄 모르고 대야산 정상과 어느 정도 떨어져 있을까 궁금하여 스마트폰으로 네이버지도를 검색해 현 위치를 알아보니 대문바위가 표시되어 대문바위임을 안다.

 

네이버지도에는 백두대간 등산로가 표기되어 산행 중 많은 도움이 되고 있는데 GPS로 현 위치를 알아볼 때는 최대 500m까지 엉뚱한 곳을 표기하고 있어 수시로 작동해 보면 10m까지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전적으로 의지해서는 안 되며 길을 잃었을 때나 특히 야간에 보탬이 될 것 같다.

어느 구간에서는 암릉을 직접 오르기도 하고 위험한 구간에서는 우회하여 오르다 정상일 듯해 보이는 암릉을 어렵게 올라서는데 정상석은 보이지 않는다.

 

100m 전방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 처음 접해보는 대야산이기에 낯설기만 하다.

수 년 전 가족들과 함께 대야산에 오르려다 용추계곡을 벗어난 7부 능선에서 배탈이 나 정상 답사를 포기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비 오듯 흘러내리는 땀을 훔치며 스마트폰을 꺼내 현 위치를 알아보니 500m나 차이가 나는 엉뚱한 곳에 매번 위치를 알려준다.

협곡 건너편 봉우리가 정상일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아니면 다시 돌아와야 하는 수고에 고민을 한다.

등산객들은 모두 이 시각 하산하였을 시간이지만 혹시 몰라 대야산 정상이 어디냐며 허공에 큰 소리로 외쳐본다.

 

목소리가 끝나기가 무섭게 100여 미터 떨어진 협곡 건너 봉우리 쪽에서 "여깁니다"라며 메아리쳐 들려온다.

드넓은 안개 바다를 항해하는 고깃배가 등대를 만난 듯 기뻐하며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협곡에 내려선 뒤 로프 잡고 다음 봉우리에 올라설 때 모자가 보인다며 "이곳입니다"를 반복하여 인도해 준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이윽고 '백두대간 대야산 930.7m'라 쓴 정상석이 눈에 띄고 길을 유도해준 고마운 사람이 자기네 집의 귀한 손님인양 반갑게 맞아준다.

인사하며 잠시 대화를 나누는데 화가라며 용추계곡에서 하루를 더 머물 계획이란다.

먼저 용추계곡으로 내려가고 홀로 남은 정상은 적막하고 쓸쓸하기까지 하다.

 

대야산 정상에서 이어지는 대간은 발아래 협곡을 벗어나 바위 쪽으로 직진해야 한다.

암릉을 벗어나자 공포의 수직 암벽이 현기증을 불러일으킨다.

50m 이상 되어 보이는 낭떠러지를 4단계로 나뉘어 로프가 걸려 있으며 마지막 구간을 제외하고는 모두 위험하다.

여러 개의 로프가 거미줄처럼 걸려 있지만 지형지물을 잘 이용하여 1단계, 2단계, 3단계를 차례로 내려가고 마지막 숲과 만나는 4단계를 마무리하자 '대야산 57번지점' 119구조판이 걸려 있다.(17:18)

겨울철에는 특히 미끄러워 더욱 위험할 것 같다.

 

대야산에서 촛대봉으로 줄기차게 내려가는 길은 이정표나 리본 한 개 눈에 띄지 않는 그야말로 외길뿐이다.

안전 로프를 둘러친 곳에 징검다리처럼 놓인 여러 개의 돌에 앉아 쉬었다가라 손 내밀지만 갈 길이 아직 많이 남아 거절하며 길을 재촉한다.(17:34)

맑은 날이면 촛대봉이 보일 것 같은 가까운 거리의 암반에 도착하자 우측 계곡으로 물소리가 요란하다.

대간에 물을 건너면 길을 잘 못 들었다는 것으로 일단 판단하라는 준칙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혹시 계곡으로 내려가는 것이 아닐까 의구심이 들 때 다행히 촛대재에 닿는다.(17:34)

삼거리로 우측은 용추로 내려가는 길이지만 대간은 직진해야 촛대봉에 오를 수 있다.

과거 선답자의 산행기에는 이곳에 이정표가 있다고 했는데 어떠한 표시나 출입금지 안내문 하나 발견할 수 없다.

촛대재에서 오르막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바위 로프가 연이어 세 번이나 나타나 남아 있는 힘마저 한꺼번에 빼앗으려 한다.

 

대야산이 보일법한 멋진 조망지역도 오늘은 무용지물에 불과하기에 포기하고 발길을 돌린다.

촛대봉이 얼마 남았는지 안개가 방해하여 묘를 이장했던 곳으로 여겨지는 묘지 터 잔디에 앉아 휴식한 뒤 벗어나자마자 촛대봉 정상을 만난다.(18:03)

이럴 줄 알았으면 정상에서 쉴 텐데..

 

촛대봉 정상석을 만나며 이곳까지 길을 잃지 않고 잘 찾아 왔음에 깊은 안도의 숨을 내쉰다.

2008년11월2일 문경 산들모임에서 세운 '백두대간 촛대봉 661m'의 정상석이 있어 사진 한 장 남기고 곰넘이봉으로 직행한다.

그리고 지난 번 갈령-늘재구간에서 승용차 회수를 위해 이용했던 화북 자가용 운전기사에게 전화하여 위치를 알리고 버리미기재에서 만나자 하니 하산 30분 전에 다시 전화를 하란다.

 

촛대봉에서 6분 내려서자 작은 안부가 나타나고 좌측으로 꺾어지는 길이 눈에 띄지만 대간은 직진 능선 방향이다.

그로부터 6분을 더 내려가니 불란치재다.(18:06)

불란치재 좌측은 사람이 다닌 흔적이 전혀 없는 낙엽 쌓인 곳이지만 우측은 벌바위 주차장으로 가는 넓은 길이다.

이곳에서도 역시 대간은 직진으로 오르막이 펼쳐지다 폐허로 남은 헬기장 봉우리에 도착한다.(18:27)

 

지쳐 있는 상태로 헬기장 블록에 주저앉아 남아 있는 과일 2개와 두유로 배를 가득 채우니 힘이 충전된다.

바지에 달라붙은 흙투성이와 등산화를 바라보니 대간이 뭐가 대단한 것이라고 이렇게 생고생할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버리미기재까지 어두워지기 전에 도착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부지런히 서두른다.

헬기장에서 5분도 안되어 오름길이 시작되는 암릉이다.

 

외줄 로프가 걸려 있어 힘껏 잡아당기며 올라서기를 몇 군데에서 반복한다.

안개가 걷히는 것 같아 왔던 길 돌아보니 촛대봉이 희미하게 바라보인다.

등산로 우측 상단에 커다란 기암 두 개가 좁은 틈을 비워 놓고 포개어 있어 유심히 바라보니 돼지 머리 모양의 바위가 눈을 즐겁게 한다.(18:43)

바위를 돌아 오르자 지도상에 표기된 미륵바위가 나타난다.(18:44)

 

미륵의 세계에서 넓은 세상을 굽어보는 바위 형상으로 누가 이름을 붙였는지 기가 막히다.

미륵바위에서 다시 오름길이 이어지고 비스듬한 넓은 암반을 벗어나 곳곳에서 기암을 만나며 봉우리 정상 5m 정도를 남겨놓고 우회하도록 한다.

혹시 곰넘이봉을 놓칠세라 일부러 희미한 길을 따라 꼭대기까지 가 보지만 정상석은 없다.(19:05)

곰넘이봉을 만나기 직전에 또 하나의 733봉이었던 것이다.

 

733봉에서 내려선 뒤 약간 오름길 뒤에 큰 바위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나타난다.

우측 커다란 바위 쪽에 헤진 짧은 로프가 걸려 있지만 그 옆으로 기어올라서니 바위 끝 지점에 아담한 '곰넘이봉 733'이라 새긴 정상석이 막차로 온 손님을 기다린다.

정상석이 등산로 옆 바위 위에 있어 의식하지 않고 가다가는 지나치기 쉽다.

 

잠시 곰넘이봉에서 쉰 다음 얼마 남지 않은 버리미기재로 향한다.

곰넘이봉에서 내려가는 길은 가팔라 여러 번에 걸쳐 로프가 있어 안전을 지켜준다.

앞서 지나갔던 산악회 대간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땅을 주시하며 걷지만 안개가 끼고 날이 조금씩 어두워져 잘 살피며 진행한다.

 

곰넘이봉에서 작은 봉우리 한 개를 쉽게 넘자 다시 바위 봉우리가 바로 머리 위에 곧추서 있다.

암벽 로프가 매달려 있는 암봉 직전에 삼거리가 나타난다.(19:35)

산악회 흔적은 우측 암봉 로프 쪽으로 나 있고 좌측은 비온 뒤 깔끔하여 모두 암봉을 오른 것 같다.

아마 이곳이 버리미기재로 내려가는데 있어 국립공원 지킴터 초소를 피해서 양쪽으로 갈라지는 분기점인 것 같다.

 

좌측은 공원지킴터를 중심으로 볼 때 좌측 도로로 떨어지는 길인지 모른 상태에서 무조건 산악회 발길 따라 우측으로 보이는 암봉을 약 15m 높이 로프잡고 올라선다.(19:39)

외톨이 소나무가 있는 암봉으로써 마지막 봉우리인 675봉인 것 같다.

암봉에서 내려서 9분을 더 진행하자 헬기장이 나타나고 그 주변으로 콘크리트로 만든 수로 시설이 있다.(19:48)

그리고 자동차 소리가 가깝게 들려온다.

 

다시 화북 운전기사에게 전화하여 30분 뒤 버리미기재에서 만나기로 하고 내려가다 결국 어두어져 스마트폰으로 불을 밝히니 아무런 지장이 없다.(20:06)

헬기장으로부터 10여분 내려서자 삼거리 길을 만나지만 산악회 발자국은 모두 우측으로 나타나 덩달아 우측으로 진행한다.

이곳 좌측 길이 공원지킴터가 있는 방향으로 곧장 능선 따라 내려가는 정규 대간이 아닌가싶다.

버리미기재를 넘나드는 자동차 불빛이 숲 사이로 간혹 보인다.

 

물소리가 들리더니 곧 계곡에 내려선다.

대간길에 웬 물을 만난단 말인가.

계곡을 건너자 사방이 어두워 더 이상 길을 찾을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무조건 사면을 곧장 치고 올라가기로 한다.

도로가 나타나면 다행이고 아니면 산악 구조 활동을 하고 있다는 호출 운전기사도 곧 도착할거라 생각하니 든든한 버팀목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숲을 뚫고 5분여 올라서니 922번지방도가 내려다보이는 절개지 위다.(20:05)

도로에 내려서자 도로 옆에 최근에 세운 삼각점 시설이 있으며 해발 446m라 적혀 있다.(20:06)

좌측 고갯마루 쪽을 향해 경사진 도로를 200여 미터 걸어가자 버리미기재가 나타나고 좌측에 공원지킴터 초소가 있다.(20:13)

암봉 직전 삼거리(19:35)에서 좌측 길을 택해 내려왔다면 공원지킴터 반대쪽 도로로 내려왔을 것이다.

도로 양 옆으로 펜스가 둘러쳐 있으며 출입금지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펜스가 끝나는 지점 나무에 흰색 페인트로 두 줄 그려진 쪽으로 조금 전 만났던 헬기장으로 가는 대간 정규 등산로가 보인다.

그리고 다음 산행지인 반대편 장성봉 방향으로 역시 펜스가 끝나는 지점에 대간길이 눈에 띈다.

약속 시간보다 먼저 도착해 땀에 젖은 셔츠도 갈아입고  10여분 넘게 기다리니 기사가 도착해 승용차가 있는 늘재로 이동하며 오늘 걸었던 대간을 거슬러 떠올려 본다.

 

이번 18차 산행은 비만 내리지 안했다면 3시간 정도 앞당겨 하산했을 텐데 아쉽고 안개가 산행 내내 드리워져 있어 멋진 조망을 함께하지 못한 것이 미련으로 남는다.

하지만 좁은 시야에서 알짜배기 대간의 속살만 어루만졌다는데 큰 의미를 두며 이 또한 추억 한 자리에 오래 머무를 것 같다.

 

 

* 버리미기재에서 늘재 승용차 회수: 화북 식당운영 김환동님 054-534-7447, 011-803-6463

   요금  34,000원

 

 

0 산행 사진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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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치며 늦은 시각이라 채비가 바빠진다.

버리미기재에 도착할 즈음 어두워질 것까지 예상을 하며 등산화 끈을 힘껏 조여 매는 손길에 각오 또한 함께 다진다.(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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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표석 뒤에 성황당 건물이 보이고 좌측 '성황당 유래비' 뒤쪽으로 나풀거리는 대간 리본들이 길을 안내하지만 잡풀에 엉겨 붙은 물방울로 신발과 옷이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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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이정표를 연거푸 만나는데 청화산이 가까워지는데도 오히려 거리가 더 멀어져 있다.

아마 서로 뒤 바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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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숲 오름길 서서히 가팔라지더니 고도를 높이면서 안개 속으로 세상은 묻히고 만다.

운해에 쌓였던 늘재 골짜기의 멋진 장관마저 한순간 삼켜버리는 기상천외의 마력에 나약해져 숨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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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803.5m의 정국기원단 제단 봉우리에 도착하자(09:23) 늘재에서 뒤 따라 올라오던 창원00산악회 회원들이 하나 둘 올라오며 제단은 순간 번잡해진다.

이들 단체 역시 같은 구간의 백두대간 답사팀이다.

모두 앞질러 가고 후미 대장으로 보이는 사람과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나눈 뒤 홀로 산행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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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전망대에 이르러 늘재를 내려다보니 속리산 방향은 구름에 가려져 있지만 반면 산 아래쪽은 멋진 운해 풍경에 새삼 놀라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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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로프 구간이 있는 가파른 오르막 뒤 봉우리를 20여 미터 남겨 놓고 이를 오르지 않고 좌측으로 돌아가게 한 다음 편한 길을 내어 준다.

빗물에 흠뻑 젖은 청량한 원추리꽃과 털중나리 등 여름 야생화들이 등산로 곳곳에 수없이 피어 홀로 걷는 적적한 길 외로움을 달래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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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우리 한 개가 바로 앞에 보이는 헬기장에 도착한다.(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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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장에서 3분 후 청화산 정상에 올라선다.(10:34)

'백두대간 청화산 970m'의 정상석이 바위에 놓여 있고 대간 방향 화살 표시가 파란 페인트로 그려져 있다.

정상석 직전에는 '늘재 2.6km, 조항산 4.2km, 청화산농원'의 이정표가 있으며 글씨가 훼손된 또 하나의 이정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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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화산에서 8분간 내려서자 좌측으로 꺾어 내려가는 능선에 4개의 이정표가 한꺼번에 달려 있다.(10:54)

'늘재2.6km 우복동천, 시루봉 3.1km, 회란석 6.9km, 조항산 3.7km 백두대간'이라 적혀 있으며 방면별로 화살 표시가 되어 있다.

이곳이 시루봉 갈림길이다. 정상에 있던 늘재 거리와 이곳 늘재 거리가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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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위 암릉 능선이 이어 나타난다.(11:39)

그 후 수직 낭떠러지 바위에 갑자기 길이 끊긴 것처럼 여겨지는 벼랑이 나타나며 50여 미터 암벽이다.(11:44)

이런 곳이야말로 전망이 가장 좋은 곳인데 오늘은 안개로 개점휴업 상태다. 어렵게 암봉을 내려선 뒤 올려다보는 암벽은 앙칼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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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m 앞이 보이지 않는 짙게 깔린 안개를 헤치며 대간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대간에서는 항상 겸손하며 몸을 낮추라는 뜻으로 길을 막고 있는 휘어진 나무 아래를 허리 숙여 통과한다.(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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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공터의 갓바위재에 도착한다.(12:20)

둘산악회에서 코팅하여 나무에 붙여 놓은 '갓바위재(769m)' 표시가 있어 갓바위재임을 알게 된다.

좌측 내리막길은 삼송리와 의상저수지로 내려가는 길이지만 대간은 직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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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바위재에서 50m 떨어진 곳에 헬기장이 있고 서서히 오름길이 시작되는 암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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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롭게 돌부리가 돋아난 바위에 오르며 암릉구간이 펼쳐진다.(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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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릉을 우회할 수도 있지만 바위를 타고 가는 재미 또한 쏠쏠하고 약 10m 수직 로프를 잡고 내려선다.(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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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덩어리가 보여 그 뒤쪽으로 가보니 아담한 조항산 정상석이 숨바꼭질하자며 살짝 숨어 있다.(13:10)

정상석에는 '백두대간 조항산 951m'라 새겨져 있다.

30분 넘게 조항산에 머문 뒤 대간은 정상석을 전면에서 바라보았을 때 좌측으로 내려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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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항산에서 9분 뒤 즉, 500m 지점에 삼거리를 만나는데 목재 이정표가 있다.

'조항산 0.5km, 고모치 0.9km'라 적혀 있다. 대간은 방향 표시 따라 우측으로 급하게 내려서며 로프가 매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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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분 미끄러지듯 비탈을 내려서자 평길이 나오고 다시 부드러운 오르막 뒤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는데 '조항산 1.1km, 고모치 0.3km'의 목재 이정표가 기다린다.(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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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치-

내리막이 이어지더니 우측으로는 가지 말라는 노란 노끈이 금줄처럼 걸쳐 있고 몇 초 안되어 고모치다.(14:02)

고모치에는 '조항산 1.2km, 고모샘 10m, 대야산 3.8km'의 흰색 아크릴 이정표가 나무에 걸려 있다. 바닥에는 '고모치(내리는곳) 궁기2리회관, 백두대간 문경구간 동시 걷기대회'의 안내판이 나무에 기대어 있다. 대간 산행 중 식수가 바닥났을 때 고개 바로 아래에 샘터가 있어 공급할 수 있는 중요 지점이기도 하다.  대야산으로 가는 대간은 곧장 가파른 오름길을 따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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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9봉-

점심 식사 후 지도상의 889봉에 오르기 위한 첫 번째 경사가 심한 길이 길게 펼쳐진다.

능선 좌측으로 간벌했던 흔적이 보이며 오르막은 계속되다 봉우리 30여 미터 직전에 삼거리가 있지만 대간 리본은 일제히 좌측으로 안내하기에 망설일 필요 없다. 

3분여 오르다 드디어 889봉에 올라선다.(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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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4봉-

체력을 보강한 뒤 좌측 대간을 따라 가다  얼마 안가 854봉에 오른다.(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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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한 그루가 있는 넓은 암반지대를 벗어난다.(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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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9봉으로 가는 편한 능선 좌측 길가에 두꺼비처럼 생긴 바위가 귀여운 표정으로 산객을 바라본다.(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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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9봉-

849봉을 올라서는 길목에 삼거리가 나타나지만 대간 리본들은 봉우리를 직접 오르도록 좌측에 모두 걸려 있다.

어느 쪽이 대간일까. 앞서 지나갔던 단체 산악회 팀의 흔적이 양쪽으로 보여 혼란스럽다. 우측이 849봉을 우회하는 옆구리 길로 생각되지만 괜히 편하게 가려는 꼼수에 알바 할 것 같아 좌측 가파른 길로 진행한다. 5분여 헐떡거리자 좌측에 소나무가 있는 바위가 있으며 우측 대간 방향으로 소나무들이 있는 849봉이다.(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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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채바위-

어마마한 크기의 바위들이 엉켜 있는 지도상 집채바위를 통과한다.(15:15) 바위 사이로 숭숭 구멍이 뚫려 있어 석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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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돌린 아기 돼지 머리 모양의 바위 형상이 귀엽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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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로프가 걸린 흙길의 내리막 뒤 푹 꺼진 아주 작은 안부를 지나고 암반 봉우리에 올라서자 사람소리가 들려온다.(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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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재-

남진하는 대간 산행객으로 생각하며 내려서자 뜻하지 않게 밀재가 불쑥 나타난다.(15:41) 

대야산에서 용추계곡으로 하산하는 등산객들이 휴식을 하고 있다. 백두대간을 보전하는 차원에서 이곳 밀재에서 대야산 구간은 출입을 금하고 있으며 출입금지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하지만 대야산 오름길은 안내판만 있을 뿐 등산로는 아주 잘 정비되어 있으며 길 또한 번드르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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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바위-

바위구간을 만나며 능선에 오른다.(15:54) 

대간은 우측 능선 오름길이지만 잠시 멋진 바위가 그냥 가냐 섭섭해 하여 좌측 30m에 접근하니 거북바위가 기다린다.(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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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바위-

'대야산 20번지점' 119구조요청 지점 안내판을 벗어나자 좌측으로 암릉이 나타난다. 바위에 올라서자 이번에는 코끼리바위가 반겨준다.(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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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바위-

소요 시간 글씨가 훼손된 '용추, 밀재, 현위치 능선'이라 적힌 녹색 철제 이정표를 벗어나 '대야산 24번지점'을 지나자 거대한 대문바위를 만난다.(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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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m 전방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 처음 접해보는 대야산이기에 낯설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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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봉에 도착해도 정상석이 보이지 않는 안개속이라 허공에 대고 정상이 어디냐며 소리지르자 협곡 건너편 봉우리에서 정상임을 알려주는 산객의 목소리가 그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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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백두대간 대야산 930.7m'라 쓴 정상석이 눈에 띄고 길을 유도해준 고마운 사람이 자기네 집의 귀한 손님인양 반갑게 맞아준다.홀로 남은 정상은 적막하고 쓸쓸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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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야산 정상에서 이어지는 대간은 발아래 협곡을 벗어나 바위 쪽으로 직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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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릉을 벗어나자 공포의 수직 암벽이 현기증을 불러일으킨다.

50m 이상 되어 보이는 낭떠러지를 4단계로 나뉘어 로프가 걸려 있으며 마지막 구간을 제외하고는 모두 위험하다.

여러 개의 로프가 거미줄처럼 걸려 있지만 지형지물을 잘 이용하여 1단계, 2단계, 3단계를 차례로 내려가고 마지막 숲과 만나는 4단계를 마무리하자 '대야산 57번지점' 119구조판이 걸려 있다.(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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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야산 직벽 로프구간(4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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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야산에서 촛대봉으로 줄기차게 내려가는 길은 이정표나 리본 한 개 눈에 띄지 않는 그야말로 외길뿐이다.

안전 로프를 둘러친 곳에 징검다리처럼 놓인 여러 개의 돌에 앉아 쉬었다가라 손 내밀지만 갈 길이 아직 많이 남아 거절하며 길을 재촉한다.(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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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이면 촛대봉이 보일 것 같은 가까운 거리의 암반에 도착하자 우측 계곡으로 물소리가 요란하다.

대간에 물을 건너면 길을 잘 못 들었다는 것으로 일단 판단하라는 준칙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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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대재-

혹시 계곡으로 내려가는 것이 아닐까 의구심이 들 때 다행히 촛대재에 닿는다.(17:34) 삼거리로 우측은 용추로 내려가는 길이지만 대간은 직진해야 촛대봉에 오를 수 있다. 과거 선답자의 산행기에는 이곳에 이정표가 있다고 했는데 어떠한 표시나 출입금지 안내문 하나 발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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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대재에서 오르막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바위 로프가 연이어 세 번이나 나타나 남아 있는 힘마저 한꺼번에 빼앗으려 한다. 

대야산이 보일법한 멋진 조망지역도 오늘은 무용지물에 불과하기에 포기하고 발길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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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대봉이 얼마 남았는지 안개가 방해하여 묘를 이장했던 곳으로 여겨지는 묘지 터 잔디에 앉아 휴식한 뒤 벗어나자마자 촛대봉 정상을 만난다.(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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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대봉 정상-

촛대봉 정상석을 만나며 이곳까지 길을 잃지 않고 잘 찾아 왔음에 깊은 안도의 숨을 내쉰다.

2008년11월2일 문경 산들모임에서 세운 '백두대간 촛대봉 661m'의 정상석이 있어 사진 한 장 남기고 곰넘이봉으로 직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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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란치채-

촛대봉에서 6분 내려서자 작은 안부가 나타나고 좌측으로 꺾어지는 길이 눈에 띄지만 대간은 직진 능선 방향이다.

그로부터 6분을 더 내려가니 불란치재다.(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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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장(679봉)-

오르막이 펼쳐지다 폐허로 남은 헬기장 봉우리에 도착한다.(18:27) 

지쳐 있는 상태로 헬기장 블록에 주저앉아 남아 있는 과일 2개와 두유로 배를 가득 채우니 힘이 충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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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에 달라붙은 흙투성이와 등산화를 바라보니 대간이 뭐가 대단한 것이라고 이렇게 생고생할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버리미기재까지 어두워지기 전에 도착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부지런히 서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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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장에서 5분도 안되어 오름길이 시작되는 암릉이다. 

외줄 로프가 걸려 있어 힘껏 잡아당기며 올라서기를 몇 군데에서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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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우측 상단에 커다란 기암 두 개가 좁은 틈을 비워 놓고 포개어 있어 유심히 바라보니 돼지 머리 모양의 바위가 눈을 즐겁게 한다.(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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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를 돌아 오르자 지도상에 표기된 미륵바위가 나타난다.(18:44)

미륵의 세계에서 넓은 세상을 굽어보는 바위 형상으로 누가 이름을 붙였는지 기가 막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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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3봉에서 내려선 뒤 약간 오름길 뒤에 큰 바위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나타난다.

우측 커다란 바위 쪽에 헤진 짧은 로프가 걸려 있지만 그 옆으로 기어올라서니 바위 끝 지점에 아담한 '곰넘이봉 733'이라 새긴 정상석이 막차로 온 손님을 기다린다.

정상석이 등산로 옆 바위 위에 있어 의식하지 않고 가다가는 지나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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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75봉-

곰넘이봉에서 작은 봉우리 한 개를 쉽게 넘자 다시 바위 봉우리가 바로 머리 위에 곧추서 있다.

암벽 로프가 매달려 있는 암봉 직전에 삼거리가 나타난다.(19:35) 산악회 흔적은 우측 암봉 로프 쪽으로 나 있고 좌측은 비온 뒤 깔끔하여 모두 암봉을 오른 것 같다.

아마 이곳이 버리미기재로 내려가는데 있어 국립공원 지킴터 초소를 피해서 양쪽으로 갈라지는 분기점인 것 같다. 산악회 발길 따라 우측으로 보이는 암봉을 약 15m 높이 로프잡고 올라선다.(19:39) 외톨이 소나무가 있는 암봉으로써 마지막 봉우리인 675봉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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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봉에서 내려서 9분을 더 진행하자 헬기장이 나타나고 그 주변으로 콘크리트로 만든 수로 시설이 있다.(19:48) 그리고 자동차 소리가 가깝게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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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2번지방도상의 삼각점(해발 446m)-

헬기장으로부터 10여분 내려서자 삼거리 길을 만나지만 산악회 발자국은 모두 우측으로 나타나 덩달아 우측으로 진행한다.

물소리가 들리더니 곧 계곡에 내려선다. 계곡을 건너자 사방이 어두워 더 이상 길을 찾을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무조건 사면을 곧장 치고 올라가기로 한다. 숲을 뚫고 5분여 올라서니 922번지방도가 내려다보이는 절개지 위다.(20:05)

도로에 내려서자 도로 옆에 최근에 세운 삼각점 시설이 있으며 해발 446m라 적혀 있다.(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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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2번지방도 버리미기재 고갯마루에 있는 공원지킴터-

고갯마루 쪽을 향해 경사진 도로를 200여 미터 걸어가자 버리미기재가 나타나고 좌측에 공원지킴터 초소가 있다.(20:13)

암봉 직전 삼거리(19:35)에서 좌측 길을 택해 내려왔다면 공원지킴터 반대쪽 도로로 내려왔을 것이다.

도로 양 옆으로 펜스가 둘러쳐 있으며 출입금지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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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지킴터 바로 옆에 있는 대야산-버리미기재의 대간 등산로(펜스가 끝나는 지점에 산길이 보임)로 간 큰 사람만 이쪽으로 내려올 수 있음(평소 근무하지 않는다고 하며 내부를 들여다 보니 최근 근무했던 흔적이 없어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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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미기재에서 장성봉으로 가는 대간 등산로로 펜스가 끝나는 지점에 산길이 보이는 들머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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