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대관령-선자령-노인봉-진고개) 산행기<35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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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7 토요일 날씨:흐린 뒤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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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대관령-선자령-소황병산-노인봉-진고개) 강원도 강릉시, 평창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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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06:25)-KT중계소(06:46)-새봉(1,071m)(07:16)-선자령(1,157m)(08:10)-나즈목(08:52)-대공산성 갈림길(09:25)-곤신봉(1,127m)(09:29)-철제 차단기(09:52)-바람의 언덕(10:05)-셔틀버스 승강장(10:08)-동해전망대(10:10)-매봉(1,173m)(10:57)-강우 자동측정기(12:11)-소황병산(1.328m)(14:45)-공원지킴터(14:53)-바위봉(16:22)-노인봉대피소(16:37)-노인봉삼거리(16:42)-노인봉(1,338m)(16:50)-노인봉삼거리(17:01)-진고개(18:10)
0 산행 거리(포항셀파산악회 기준)
25.8km(대간 25.8km, 접근 0km) * 총 누적거리 688.9km(대간 650.4km, 접근 38.5km)
대관령-5.65-선자령-3.25-곤신봉-4.25-매봉-5.1-소황병산-3.7-노인봉-3.85-진고개
0 산행 소요시간
11시간45분(06:25-18:10) * 총 누적시간 353시간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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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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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인 첫째 날은 대관령에서 진고개 구간을, 둘째 날은 진고개에서 구룡령 구간의 백두대간을 이렇게 이틀에 걸쳐 진행하려고 전날 강릉을 향해 배낭을 챙겨든다.
집에서 출발하는 저녁 8시발 서울행 고속버스는 빗길에다 주말까지 겹치는 정체로 말미암아 예약해 두었던 강릉행 11시 막차를 10여 분 남겨 놓고 놓치고 만다.
강원도 방향으로 가는 다른 고속버스 역시 운행이 종료되고 말았다.
강릉에서 대관령으로 직접 가는 대중교통이 없어 비싼 택시요금 보다 새벽 6시10분에 출발하는 제천행 첫 차가 횡계를 경유하기에 그 차에 오른 뒤 횡계에서 대관령은 택시로 이동하려 하였는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터미널 부근에서 잠을 자고 다음 날 첫차를 타기 위해 버스 시간을 검색하던 중 일명 바람잡이들이 강릉으로 가는 합승택시가 있다며 손님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결국 5명이 개인당 오만원의 거금으로 합승해 강릉 오아시스 찜질방에 도착하니 새벽 2시간 조금 넘는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서울로 가는 승객들을 모아 되돌아간다 하기에 대관령까지 그 차로 만 오천원에 이동하기로 약조까지 한다.
몇 시간 누워 있지도 않을 것 같아 사우나 티켓만 끊어 수면실에 잠시 눈을 붙인 뒤 다음 날 새벽 다섯 시 반 찜질방 앞에서 만나기로 한 택시가 오지 않아 몇 번의 통화 시도 끝에 지금 서울로 올라가고 있다고 하며 다른 자가용이 강릉버스터미널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얼른 택시타고 가보란다.
사전 약속한 것과 달라 약간 화가 치민 상태로 터미널에 도착하니 전날 합승택시와 서울에서 같이 출발한 카니발 자가용이 손님들을 모으고 있다.
결국 2명을 더 끌어 모은 뒤 손님이 없자 서울로 향하다 대관령에 홀로 남겨두고 고속도로 횡계나들목으로 진입하겠다며 시야에서 사라진다.
들머리인 대관령 국사 성황당 표지석에서 만반의 산행 채비를 한 뒤 대간길에 접어든다.(06:25)
대관령에서 선자령까지는 예전에 한 번 다녀왔던 곳이기에 낯이 익어 있다.
등산로 입구라 알리는 이정표 방향의 넓은 길을 걷자마자 계수기를 통과하고 통나무 계단을 지나 헬기장 앞에 있는 이정표가 '선자령 4.7km, 대관령 0.3km'라 길 안내를 하고 있다.
잠시 후에는 철제 차단기가 있는 임도 삼거리를 만나는데 과거 제3벙커터였음을 알리는 안내석과 함께 '선자령 3.2km, 대관령 0.8km, 대관령 1.0km'라 알리는데 임도 방향의 거리 표시까지 되어 있다.(06:39)
길은 넓은 콘크리트 포장길로 바뀌고 KT중계소 앞을 지나자 '선자령 3.7km, 대관령 1.3km'의 이정표가 있고 약 50m 지점에 컨테이너 산불감시 통제소 앞을 통과한다.(06:51)
예전 이 즈음이면 산불예방 차원에서 선자령으로 가는 길을 통제하였는데 선자령까지는 기간에 관계없이 통행을 허용하고 있다.
계속 포장길을 따라가다 임도에서 분리되며 본격적으로 산길에 들어서는 삼거리에 도착하니 등산로 안내도와 함께 '선자령 3.2km, 대관령 1.8km, 무선표지소 0.1km'의 이정표가 있어 좌측으로 진입한다.(07:01)
전날 낮은 지역은 비가 내렸지만 이곳 고지대는 눈이 내렸음을 알리려는 듯 등산로는 하얗다.
아무도 앞서 간 흔적이 없는 눈길에 하나하나 발자국의 흔적을 남기며 선자령을 향하다 철탑이 세워진 새봉이 바라보인다.
새봉을 앞에 두고 직접 봉우리를 오르지 않고 우회할 수 있는 갈림길을 만나는데 이정표가 있다.
좌측 우회하는 방향으로 '선자령 2.6km', 새봉 방향으로 '선자령 2.7km' 그리고 지금까지 왔던 방향으로 '대관령 2.3km'라 알리고 '뉴밀레니엄 기념 천년수 주목'이라 새긴 표석이 박혀 있다.(07:11)
곧 전망이 트이는 바위를 지나 새봉에 올라서자 넓은 전망 데크시설이 있으며 야영중인 텐트 3동이 설치되어 있다.(07:16)
등산로 안내도와 구급함이 있고 산불감시 카메라 철탑 옆에는 '선자령 2.5km, 대관령 2.5km' 적혀 있어 새봉이 중간 지점에 있음을 알린다.
강릉 방향의 조망과 함께 방금 전 우회했던 무선표지소 그리고 대관령 고개지나 능경봉과 고루포기산이 한꺼번에 바라보인다.
새봉에서 내려서는 길 선자령의 풍력발전기들이 시야에 들어오고 야생화 설명판이 등산로임을 알리며 줄 지어 길을 밝히고 있다.
내려섰다 다시 약간 오름길에 새봉과 우회했던 갈림길을 만나는데 이정표에는 선자령이 2.1km 남았음을 알리고 있다.(07:26)
평지 수준 정도밖에 되지 않은 편한 길에 '선자령 1.8km, 대관령 3.2km'의 이정표가 서 있고 그 앞에는 작은 돌탑도 보인다.(07:32)
또 '선자령 1.4km, 대관령 3.6km'의 이정표를 벗어나면서부터는 앞에 보이는 풍력기들이 더 웅장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서서히 오르막이 펼쳐지는 지점에 산나물 채취 금지 안내판과 등산로 안내도와 함께 '선자령 0.8km, 대관령 4.2km'의 이정표가 나란히 있다.
풍력기가 가까워지면서 바람개비 소리가 윙윙거리는 초지에 이르자 한 겨울에 접어든 듯 대지는 완전히 눈으로 덮여 있고 나뭇가지는 하얀 털옷으로 갈아입었다.
'선자령 0.4km, 대관령 4.6km'이라 적힌 이정표는 글씨를 겨우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예쁜 설화로 꽃을 피웠으며 가깝게 선자령 표지석이 숲 한 가운데 비친다.
초지를 가로질러 가자 선자령 정상 직전에 '선자령 0.1km, 대관령 4.9km'의 이정표가 있으며 한참 떨어진 곳에는 컨테이너 산불감시초소가 보인다.
드디어 해발 1,157m의 선자령에 올라서자 커다란 선자령 표지석이 아침 첫 손님을 반겨주고 있지만 강한 바람과 추위가 엄습한다.(08:10)
삼각점과 함께 '선자령 해발 1,157.1m'라 쓰인 작은 정상석이 앞에 놓여 있다.
선자령은 선자령 계곡이 아름다워 선녀들이 아들을 데리고 와서 목욕을 하고 하늘로 올라간 데서 그 명칭이 유래되었으며, 옛날 대관령에 길이 나기 전 영동지역으로 가기 위해 나그네들은 선자령을 넘나들었다고 한다.
매봉으로 가는 길은 헬기장에 있는 이정표의 지시에 따라 내려서면 되는데 황병산까지 멀리 바라보이는 드넓은 초지와 함께 바람에 움직이는 풍력 발전기들이 그림처럼 펼쳐지며 맞아준다.
바람이 많이 불지 않는 귀퉁이에서 선 채로 떡과 두유로 아침 식사를 치르고 내려서자 임도와 마주치는 지점에 '매봉 6.5km, 선자령 0.3km, 대관령 5.5km'의 이정표가 마중 나와 임도를 따르라 한다.(08:36)
편한 임도를 걷다 풍력기와 만나기 직전에 우측 숲으로 들라는 대간 리본들이 손짓하여 임도를 따라가도 다시 만나게 되지만 대간길로 접어든다.(08:42)
곧 등산로에서 약간 벗어난 숲속에 '선자령 나즈목 0.5km' 이정표가 있고 임도를 30-40m 간격으로 좌측에 두며 가다 임도에 합류하니 평지의 나즈목이다.(08:52)
이정표는 온데간데없고 기둥에만 '선자령 나즈목'이라 글씨만 남아 있으며 그 옆에는 무슨 용도로 세웠는지 알 수 없으나 훼손된 표지판 공간에 '여기는 나즈목입니다'라 매직 글씨가 적혀 있다.
그리고 진행해야 할 방향으로 대관령목장에서 세운 출입금지 안내판이 있지만 무시하고 임도따라 100여 미터 걸으니 다시 임도를 버리고 우측 산길로 리본들이 이끈다.(08:56)
대간은 다시 임도와 만나고 오름길 30m도 안되어 이정표 기둥만 서 있는 곳에서 리본들을 바라보며 재차 산길로 접어든다.
초지와 숲 사이의 경계선을 따라 대부분 이어가는 대간길은 임도를 좌측에 두고 만날듯하면서도 평행선을 이어가듯 만나지 않고 설령 만났다고 하더라도 마루금 산길이 있으면 으레 마루금을 따라 이어가려는 선답자들의 노력과 열정이 갸륵하다.
초지 한 가운데 외톨이 소나무가 보이는 계곡을 돌아서 오르는 중간 지점에 대간과 관련 없어 보이는 뜯겨진 이정표 사각 기둥이 있다.
언덕에서 내려가자 임도와 다시 만나는 대공산성 갈림길로 '곤신봉 정상 300m, 선자령 2.2km, 보현사 3.4km, 대공산성 1.3km'의 철제 이정표가 있다.(09:25)
마주 보이는 언덕을 향해 임도를 걷다 고갯마루에서 갑자기 '곤신봉 해발 1,131m'라 적힌 정상석을 엉겁결에 만난다.(09:29)
봉우리 같지 않은 도로변 언덕이 곤신봉 정상이라니 믿기지 않을 정도로 허무하다.
곤신봉도 산정이니만큼 사진 한 장 남기고 하얀 눈밭의 임도를 따라 내려서다 진행해야 할 방향의 마루금 능선이 환하게 들어온다.
운치 넘치는 주변의 풍력기를 감상하며 걷다 50여 미터 구간은 임도에서 벗어나 숲길로 이어진다.
다시 임도에 내려섰다가 '태극기 휘날리며' 영화 촬영지를 알리는 바람의 언덕 차단기 삼거리에 도착한다.(10:05)
이곳에서 대간은 우측 넓은 임도를 따라가도 되지만 마루금 방향의 좁다란 산책로 목책을 따른다.
사방으로 전개되는 일대의 풍경이 이국적으로 느껴지고 언덕배기를 넘어 목책이 끝나는 지점에 임도와 다시 만나며 간이 화장실과 이정표가 있다.
'동해 전망대 300m, 연애소설 나무 1,880m, 정연원 광장 4,500m'라 적혀 있다.
또 셔틀버스 타는 곳 임도를 걷다 내려서는 길에 전망대 시설이 마련된 동해전망대에 도착한다.(10:09)
'일출장관 망망대해 희망의 전망대'라 글씨를 새긴 표지석이 있는 이곳은 강릉 앞바다와 앞으로 진행해야 할 방향의 매봉과 더불어 황병산까지 선명하게 들어오는 으뜸의 조망지로 손색이 없다.
전망대에서 내려서는 길목에 삼양축산이 국유림을 임대해 목장지역으로 사용하고 있으니 일반인의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판 이후 이번에는 국립공원 측에서 세운 출입금지 안내판이 서 있지만 이에 개의치 않고 임도 따라 내려선다.(10:13)
매봉을 목전에 두고 안부로 내려섰다 '풀밭은 우유와 고기입니다(들어가지 마세요)' 안내문이 있는 곳에서 임도를 버리고 우측 초지와 숲 사이로 열려 있는 대간길로 리본들이 손잡아 끌고 간다.(10:21)
언덕을 지나 'WTG 03'이라 적힌 풍력기를 통과해 내려서자 외톨이 소나무가 있는 임도에 다시 닿고 50m도 채 가지 않아 매봉이 바로 눈앞에 보인다..(10:36)
우측에 출입금지 안내판이 있는 뒤쪽 대간을 따르게 되고 4분을 더 가 출입금지 안내판이 또 가로막고 있다.
동해 전망대에서 이곳까지 백두대간을 걷는 사람들에게 갖은 설득과 회유를 하려는 듯 출입금지 안내판이 수시로 나타나지만 진부령 종점이 가까워지며 이런 문구에 둔해져 가고 있는 것은 왜 그럴까.
초지를 가로질러 가자 매봉 직전에 숲으로 접어들며 양 어깨가 성가실 정도의 좁은 산길을 따라 눈밭을 헤쳐 오르니 넓은 공터의 매봉이다.(10:57)
자그마한 돌멩이에 '매봉 이여요'라 적힌 깜찍한 정상 표지석은 이유 아닌 이유로 발목을 붙잡고 있는 방해꾼들로 인해 울부짖는 아우성이 함축되어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이곳 역시 대간 방향으로 목책 철조망과 함께 출입금지 안내판이 떡 버티고 있다.
마치 한 발자국이라 경계선을 넘었을 경우에는 용서 할 수 없다는 듯이 매섭게 주시하고 있는 듯하다.
매봉에서 대간은 목책 우측 철조망을 살짝 넘어서도 되련만 대간꾼들의 오기가 발동한 듯 철조망을 짓밟아 으깨어 마치 화풀이를 한 듯한 느낌이 든다.
덩달아 철조망을 짓이기며 목책을 넘는다.(11:07)
목책을 넘는 순간 어수선한 눈밭으로 변해 발자국 하나 없는 숲을 이리 저리 살펴봐도 대간을 찾을 수 없어 일단 능선 우측 방향으로 약간 비켜 50여 미터 진행하다 아니다 싶어 목책으로 돌아와 다시 찾아 나선다.
이번에는 능선 직진 방향으로 100여 미터 진행하다 약간 넓은 길을 만나 대간길인가 싶다하며 또 100여 미터를 진행한다.
곧 매봉보다 조금 고도가 높은 곳에 콘크리트 건물 잔재물이 나타나며 '1985 복구 연곡 320'이라 새겨져 있는 삼각점 봉우리에 도착해도 그 이상의 대간길을 눈에 띄지 않는다.
알바가 시작되었구나 판단하며 허탈감과 함께 걱정이 앞서지만 바위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선자령의 무한한 풍광은 가히 다른 곳과 비교할 수 없는 전망지다.
어쩔 수 없이 매봉으로 원 위치 하여 지난 번 설악산 구간을 함께 걸었던 산친구분에게 구원 요청을 해 간신히 길을 찾게 된다.(11:45)
매봉에서 소황병산으로 가는 대간은 목책 철조망을 건너 약 20m 능선 방향으로 직진하다(머리 위 나뭇가지에 '산새들의 합창' 대간 리본 1개 매달림) 좌측으로 90도 꺾은 다음 약 20m 더 진행하면 넓은 임도 수준의 길이 나오는데 매봉에서 이곳까지 5분정도 걸린다.
꺾어지는 지점 부근에 진분홍색 리본 2개를 호주머니에서 꺼내 매단다.
이렇게 쉽게 찾을 수 있는 대간도 눈에 덮여 있을 뿐만 아니라 부근이 어수선한 숲으로 우거져 찾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알바를 하는 바람에 진짜 매봉으로 여겨지는 삼각점 봉우리까지 올라가 마루금을 걸은 것 같아 조금은 위안이 된다.
심란했던 마음을 추스르고 넓은 길에서 내려서자 소황병산이 확연히 바라보이며 곧 임도에 합류하고서는 막바로 목책이 있어 훌쩍 넘어선다.(11:49)
산길은 다시 얼마 안가 소나무 한 그루가 있는 자갈밭 목책 울타리가 또 나타나 넘어진 출입금지 안내판을 계단 삼아 목책을 넘는다.(11:52)
콘크리트 기둥 철조망과 초지의 경계선을 따라 펑퍼짐한 안부에 내려선 뒤 오르막 초지 능선을 벗어나 강우 자동측정기 앞을 통과한다.(12:11)
내려섰다 오름길에 또 목책 울타리를 만나는데 이번에는 아래쪽 목책 한 개를 부러뜨려 놓아 그 아래로 지나가고 2분지나 초지 경계선을 따라 가는 길과 숲길로 곧장 진입하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초지 방향에는 커다란 통나무 한 개가 가로막고 있으며 우측 산속으로 접어드는 길목에 선답자의 리본이 눈에 띄어 오르막 산길로 접어든다.(12:25)
능선봉 한 개를 넘을 때 좌측으로 계곡이 초지 방향으로 뻗어 있다.
그 후 능선을 편하게 걷다 낮은 능선봉 양지쪽 눈밭에 앉아 점심 식사를 한다.(12:40)
식사 도중에 눈길에 등산화까지 젖으면 내일 산행에 커다란 지장을 줄 것 같아 우의 팔 부분을 잘라 배낭에 넣어 두었던 것을 비상용 스패츠로 활용한다.
발목까지 빠지는 대간 눈길 다행이다 생각하며 걷지만 응달진 깊은 곳에서는 눈이 파고 들어와 별 효과가 없는 것 같다.
그래도 하지 않은 것보다는 나은 것 같아 지저분해 보이지만 어쩔 수 없다.
점심을 먹은 능선봉에서 서서히 고도를 낮춰가다 안부에 도착하니 양 쪽에 목책이 설치되어 있으며 출입금지 안내판이 한 개씩 세워져 있다.(13:18)
오름길에 접어들기 전 아이젠을 착용하고 진행하는데 우측으로 웅덩이가 보이는 계곡이 따라 붙는다.
물이 흘러내리고 있어 물이 부족할 때는 긴급한 식수로 활용하면 될 것 같다.
계곡 옆으로 목책이 또 나타나며 출입금지 안내판이 서 있다.(13:28)
계곡물이 백두대간을 가로지르고 있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이다.
대간도 별 수 없이 산자분수령에 밀려나 있고 냇물을 건너면 백두대간이 아닌데.. 등 등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할 무렵 아이젠 한 개가 발목에서 빠진 것을 발견한다.
다급히 정신 차려 출입금지 안내판에 배낭을 내려놓고 50여 미터 후진해 눈 속에 묻혀 있는 것을 찾는다.
산자분수령과 걸맞지 않은 계곡물을 오늘 두 번 건넌 셈이 되었다.
대간 길 좌측 습지 같은 곳에 백엽상 시설 같은 것이 보인다.
깊은 산중에 누가 어떤 목적으로 설치 해 놓았을까.
오름길 우측에 주거 터로 보이는 사각형 돌담이 있고 계곡 상류로 생각되는 협곡을 건너기 직전에는 절구통도 눈에 띈다.(13:39)
협곡을 벗어나자 등산 리본이 별로 눈에 띄지 않지만 나무에 노란 페인트가 표시되어 있다.
소황병산으로 통하는 길이 가까워지면서 바윗길이 나오며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또 아이젠이 없어진 것을 확인하고 30여 미터를 후진해 왔던 길을 다시 왔다 얼마만큼 올라서 또 잃어버린다.
조금 전 발견된 곳까지 내려갔는데도 눈에 띄지 않아 이제는 완전히 잃어버렸구나 생각하며 급비탈 원점으로 돌아오자 눈 속에 파묻혀 있다.
매봉에서 40여 분 간 알바까지 하며 시간과 체력을 소비하더니 이제는 아이젠이 말썽을 부리며 세 번이나 잃어버리는 참극이 벌어지고 있다.
심신을 가다듬고 오르는 길은 가팔라 매우 미끄럽고 오늘 산행 중 최고로 힘든 구간임을 새삼 느끼며 능선에 닿으니 목책 울타리가 막고 있다.
목책 좌측으로 돌아 통과하니 좌측 아래 방향에 리본들이 많이 달려 있는 길이 선명하다.
어느 곳과 통하는 지름길 같아 보인다.
이곳 목책에서 소황병산으로 가는 길은 직진 능선 방향이다.
능선봉을 가볍게 넘자 목책 철조망 울타리가 또 나타나며 광활한 소황병산 초지 봉우리가 펼쳐진다.(14:28)
목책을 넘어선다.
소황병산이 우측에 있는 줄 알고 초지와 숲 경계 산비탈로 이어지는 길을 5분여 오르다 봉우리 끝에 공원지킴터가 벼란간 나타나 순간 몸을 낮춘다.
자세히 살펴보니 내부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아 보인다.
소황병산이 어디에 있을까 이리저리 살펴보던 중 초지 끝 봉우리가 황병산임을 직감하고 목책으로 다시 돌아와 초지를 향해 직진한다.
공원지킴터는 일거수일투족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 좋은 위치에 있지만 조금 전 어렴풋 확인한 바에 의하면 아무도 없는 것 같아 황야의 무법자 마냥 당당하게 초지를 가로지른다.
잠시 후 전개될지도 모를 비극은 어찌될망정 좌측으로 전개되는 선자령의 풍성한 풍력 발전단지를 감상하며 중턱에 이르자 콘크리트 구조물로 만들어 세운 '소황병산 1,430m'의 정상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좀 더 높은 곳으로 올라서자 철제 안내문과 함께 삼각점이 박혀 있는 소황병산 정상이다.(14:45)
산정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을 정도로 산등성의 껍질을 벗겨 초지로 조성한 소황병산은 별 특징이 없는 언덕마루에 불과한 것 같다.
하지만 시야를 가릴만한 장애물이 전혀 없어 인접한 황병산은 물론 동서남북 주변의 장쾌한 전망지로는 최고 수준이다.
맞받이로 보이는 공원지킴터를 향해 표지판 좌측 초지 임도를 따라 가다 '풀밭 출입금지'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공원지킴터 방향인 우측으로 꺾어 오른다.
휘발유를 들고 불 속에 뛰어드는 상황이 전개될지도 모를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마른 침 꿀꺽 삼키며 옮기는 발걸음은 그저 초조하기만 하다.
임도에서부터 공원지킴터 방향의 눈밭에 사람 발자국의 흔적이 전혀 없어 일단 안심하며 다가가자 텅 비어 있다.(14:53)
엄동설한에 출입문은 뜯겨져 온데 간데 없어 근무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며 희소를 띠며 안에 들어가 간식을 챙겨 먹는다.
승전보의 깃발 대신 기념사진 한 장 남기고 건물 뒤편에 있는 출입금지 안내판 옆의 목책 철조망을 넘는다.(15:07)
무사히 위험 구간을 통과했음에 승리의 거드름을 피우며 노인봉으로 향하는 내림길에는 눈이 더욱 많이 쌓여 있다.
산물을 절취하였을 때에 끔찍한 징역에 처하겠다는 경고성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 안내판에 또 마음을 조아린다.
이러한 안내판이 수시로 나타나 겁을 준다.
어떤 용도인지 알 수 없는 'B-5'라 적힌 작은 노란 표찰이 나무에 기대어 있어 뜸한 리본 대신 길잡이 역할을 해주고 있는데 이것 또한 수시로 만난다.(15:16)
안부에 닿자 부러진 'B-4' 표찰이 있고(15:29) 평지 길 이후 약간 오름길에서 봉우리를 우측에 두고 우회하자 이번에는 'B-3'표찰이 걸려 있다.(15:35)
다시 오름길이 열리고 산등성에 이르자 산림보호구역 안내판을 지나 잠시의 내리막에 진행해야 할 노인봉이 숲 사이로 보인다.
또 오르막 뒤 내려서자 'B-2' 표찰이 나타나며 곧 안부에 닿는데 동물이동 카메라가 나무 기둥에 묶여 있다.(16:00)
이제는 상당히 가파른 오름길이 펼쳐지는데 눈이 많이 쌓여 있어 등산화가 푹푹 빠지며 눈 조각이 등산화 속으로 들어가 애를 먹인다.
동물이동 카메라를 벗어나 노인봉이 빤히 바라보이는 바위봉에 도착한다.(16:22)
바위봉에서 별로 내려서지 않은 채 좁은 산길을 따라가다 약간 올라서나 싶었는데 산등성을 앞에 두고 우측으로 가로질러가게 하더니 노인봉 산자락 중턱에 자리 잡은 노인봉대피소 건물이 나타나 목책을 넘어선다.(16:37)
이 구간부터 진고개에 이르는 구간은 출입이 허용되는 구역이지만 가을철 산방기간으로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도 사람들이 많이 오르내렸던 흔적이 역력하다.
방금 목책을 넘어왔던 방향으로는 출입금지 안내판이 있고 대피소 앞에는 '현 위치 노인봉대피소 해발 1,297m'라 알리며 '노인봉 0.3km, 진고개 3.7km, 소금강분소 9.3km'라 적힌 이정표가 있다.
무인대피소로 내부 시설이 궁금해 들어가 보니 설악산과 같은 2층 마루 침상으로 되어 있으며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지저분하지만 비상시에는 긴요하게 이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대피소에서 노인봉을 오르기 위해 능선을 향해 오르다 '노인봉 0.25km, 진고개 3.6km, 화장실 50m, 소금강분소 9.35km'의 이정표가 위치한 노인봉삼거리에 도착해 노인봉으로 직행한다.
오르막 뒤 암봉으로 이뤄진 노인봉 정상에 서니 바람이 거세게 불고 또한 손까지 시려 오래 머무를 수 없지만 볼거리며 즐길거리며 모두 챙긴다.(16:50)
'노인봉 해발 1,338m'라 한문으로 새긴 정상석 뒷면에는 한글로 새겨져 있고 지나온 선자령과 소황병산은 물론 내일 진행해야 할 동대산과 두로봉까지의 전경이 한눈에 비친다.
또 정상에는 동해 방향의 전망판이 있어 사진과 실물을 맞춰가며 풍광을 감상할 수 있어 덤이 아닐 수 없다.
정상에서 조금 전 삼거리로 돌아와 진고개 방향인 우측으로 꺾어 가는 길은 봉우리를 오르지 않고 옆구리 길로 편하게 진행하여 다행이다.(17:01)
내려서는 길 석양이 산마루에서 붉은 띠를 두르며 대간길을 황홀한 분위기로 연출한다.
삼거리에서 진고개까지 가는 구간에는 이정표와 119구조목이 수시로 있어 막바지 산행을 돕고 있으며 어둠이 빨리 내려 앉아 랜턴에 불 밝히며 부지런히 내려선다.
눈 쌓인 능선봉을 넘어 내리막에 기다란 목재 계단이 시작될 무렵 진부 개인택시를 호출하여 진고개에서 만나기로 한다.
'진고개탐방센터 0.9km, 노인봉 3.0km'의 이정표를 지나 안부로 내려서자 다시 언덕길로 오르는 넓은 길이 나타나고 곧 숲길로 바뀌더니 내리막 우측으로 강릉과 평창을 잇는 6번국도 진고개가 보이며 도로 표지판에 '여기는 진고개 정상입니다 해발 960m'라 알리고 있다.
날머리인 계수기를 통과하려하자 산방기간 출입금지 안내문이 걸려 있어 옆으로 비켜 빠져 나오니 어두컴컴한 진고개 휴게소는 적막에 잠겨 있고 바로 옆 탐방지원센터는 굳게 잠겨 있다.
택시가 도착하지 않아 내일 이어갈 동대산 들머리를 확인한 후 한참을 기다리니 대낮처럼 불 밝히며 택시가 올라온다.
아랫목처럼 데워놓은 택시 안이 포근해 스르르 잠이 들 무렵 진부에 도착해 찜질방이 없어 모텔을 정한 뒤 내일 새벽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다.
오대산둥지식장에 들려 맛있게 식사하고 나오려다 내일 아침과 점심 대용으로 떡을 구입하기 위해 떡집을 물으니 문을 닫았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마침 결혼식장에서 가져온 인절미가 있다며 전해주는 시골 인심의 따뜻함에 피곤함은 한 순간 녹아내린다.
또한 생수, 커피 등 다른 먹을거리도 가져와 함께 먹자는 살가운 마음에 깊이 감동 받으며 대간 산행을 정리한다.
* 강릉에서 대관령 이동 교통비(자가용 영업) 15,000원
진고개에서 진부까지 진부개인택시(장봉순님) 011-363-9535 17,900원
진부 대명장 숙박비 35,000원
0 산행 사진모음
들머리인 대관령 국사 성황당 표지석에서 만반의 산행 채비를 한 뒤 대간길에 접어든다.(06:25)
대관령에서 선자령까지는 예전에 한 번 다녀왔던 곳이기에 낯이 익어 있다.
등산로 입구라 알리는 이정표 방향의 넓은 길을 걷자마자 계수기를 통과하고 통나무 계단을 지나 헬기장 앞에 있는 이정표가 '선자령 4.7km, 대관령 0.3km'라 길 안내를 하고 있다.
잠시 후에는 철제 차단기가 있는 임도 삼거리를 만나는데 과거 제3벙커터였음을 알리는 안내석과 함께 '선자령 3.2km, 대관령 0.8km, 대관령 1.0km'라 알리는데 임도 방향의 거리 표시까지 되어 있다.(06:39)
길은 넓은 콘크리트 포장길로 바뀌고 KT중계소 앞을 지나자 '선자령 3.7km, 대관령 1.3km'의 이정표가 있고 약 50m 지점에 컨테이너 산불감시 통제소 앞을 통과한다.(06:51)
계속 포장길을 따라가다 임도에서 분리되며 본격적으로 산길에 들어서는 삼거리에 도착하니 등산로 안내도와 함께 '선자령 3.2km, 대관령 1.8km, 무선표지소 0.1km'의 이정표가 있어 좌측으로 진입한다.(07:01)
전날 낮은 지역은 비가 내렸지만 이곳 고지대는 눈이 내렸음을 알리려는 듯 등산로는 하얗다.
아무도 앞서 간 흔적이 없는 눈길에 하나하나 발자국의 흔적을 남기며 선자령을 향하다 철탑이 세워진 새봉이 바라보인다.
새봉을 앞에 두고 직접 봉우리를 오르지 않고 우회할 수 있는 갈림길을 만나는데 이정표가 있다.
좌측 우회하는 방향으로 '선자령 2.6km', 새봉 방향으로 '선자령 2.7km' 그리고 지금까지 왔던 방향으로 '대관령 2.3km'라 알리고 '뉴밀레니엄 기념 천년수 주목'이라 새긴 표석이 박혀 있다.(07:11)
곧 전망이 트이는 바위를 지나 새봉에 올라서자 넓은 전망 데크시설이 있으며 야영중인 텐트 3동이 설치되어 있다.(07:16)
등산로 안내도와 구급함이 있고 산불감시 카메라 철탑 옆에는 '선자령 2.5km, 대관령 2.5km' 적혀 있어 새봉이 중간 지점에 있음을 알린다.
강릉 방향의 조망과 함께 방금 전 우회했던 무선표지소 그리고 대관령 고개지나 능경봉과 고루포기산이 한꺼번에 바라보인다.
내려섰다 다시 약간 오름길에 새봉과 우회했던 갈림길을 만나는데 이정표에는 선자령이 2.1km 남았음을 알리고 있다.(07:26)
평지 수준 정도밖에 되지 않은 편한 길에 '선자령 1.8km, 대관령 3.2km'의 이정표가 서 있고 그 앞에는 작은 돌탑도 보인다.(07:32)
또 '선자령 1.4km, 대관령 3.6km'의 이정표를 벗어나면서부터는 앞에 보이는 풍력기들이 더 웅장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서서히 오르막이 펼쳐지는 지점에 산나물 채취 금지 안내판과 등산로 안내도와 함께 '선자령 0.8km, 대관령 4.2km'의 이정표가 나란히 있다.
풍력기가 가까워지면서 바람개비 소리가 윙윙거리는 초지에 이르자 한 겨울에 접어든 듯 대지는 완전히 눈으로 덮여 있고 나뭇가지는 하얀 털옷으로 갈아입었다.
'선자령 0.4km, 대관령 4.6km'이라 적힌 이정표는 글씨를 겨우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예쁜 설화로 꽃을 피웠으며 가깝게 선자령 표지석이 숲 한 가운데 비친다.
초지를 가로질러 가자 선자령 정상 직전에 '선자령 0.1km, 대관령 4.9km'의 이정표가 있으며 한참 떨어진 곳에는 컨테이너 산불감시초소가 보인다.
드디어 해발 1,157m의 선자령에 올라서자 커다란 선자령 표지석이 아침 첫 손님을 반겨주고 있지만 강한 바람과 추위가 엄습한다.(08:10)
삼각점과 함께 '선자령 해발 1,157.1m'라 쓰인 작은 정상석이 앞에 놓여 있다.
매봉으로 가는 길은 헬기장에 있는 이정표의 지시에 따라 내려서면 되는데 황병산까지 멀리 바라보이는 드넓은 초지와 함께 바람에 움직이는 풍력 발전기들이 그림처럼 펼쳐지며 맞아준다.
아침 식사를 치르고 내려서자 임도와 마주치는 지점에 '매봉 6.5km, 선자령 0.3km, 대관령 5.5km'의 이정표가 마중 나와 임도를 따르라 한다.(08:36)
편한 임도를 걷다 풍력기와 만나기 직전에 우측 숲으로 들라는 대간 리본들이 손짓하여 임도를 따라가도 다시 만나게 되지만 대간길로 접어든다.(08:42)
곧 등산로에서 약간 벗어난 숲속에 '선자령 나즈목 0.5km' 이정표가 있고 임도를 30-40m 간격으로 좌측에 두며 가다 임도에 합류하니 평지의 나즈목이다.(08:52)
이정표는 온데간데없고 기둥에만 '선자령 나즈목'이라 글씨만 남아 있으며 그 옆에는 무슨 용도로 세웠는지 알 수 없으나 훼손된 표지판 공간에 '여기는 나즈목입니다'라 매직 글씨가 적혀 있다.
그리고 진행해야 할 방향으로 대관령목장에서 세운 출입금지 안내판이 있지만 무시하고 임도따라 100여 미터 걸으니 다시 임도를 버리고 우측 산길로 리본들이 이끈다.(08:56)
대간은 다시 임도와 만나고 오름길 30m도 안되어 이정표 기둥만 서 있는 곳에서 리본들을 바라보며 재차 산길로 접어든다.
초지와 숲 사이의 경계선을 따라 대부분 이어가는 대간길은 임도를 좌측에 두고 만날듯하면서도 평행선을 이어가듯 만나지 않고 설령 만났다고 하더라도 마루금 산길이 있으면 으레 마루금을 따라 이어가려는 선답자들의 노력과 열정이 갸륵하다.
초지 한 가운데 외톨이 소나무가 보이는 계곡을 돌아서 오르는 중간 지점에 대간과 관련 없어 보이는 뜯겨진 이정표 사각 기둥이 있다.
언덕에서 내려가자 임도와 다시 만나는 대공산성 갈림길로 '곤신봉 정상 300m, 선자령 2.2km, 보현사 3.4km, 대공산성 1.3km'의 철제 이정표가 있다.(09:25)
마주 보이는 언덕을 향해 임도를 걷다 고갯마루에서 갑자기 '곤신봉 해발 1,131m'라 적힌 정상석을 엉겁결에 만난다.(09:29)
봉우리 같지 않은 도로변 언덕이 곤신봉 정상이라니 믿기지 않을 정도로 허무하다.
곤신봉도 산정이니만큼 사진 한 장 남기고 하얀 눈밭의 임도를 따라 내려서다 진행해야 할 방향의 마루금 능선이 환하게 들어온다.
운치 넘치는 주변의 풍력기를 감상하며 걷다 50여 미터 구간은 임도에서 벗어나 숲길로 이어진다.
다시 임도에 내려섰다가 '태극기 휘날리며' 영화 촬영지를 알리는 바람의 언덕 차단기 삼거리에 도착한다.(10:05)
이곳에서 대간은 우측 넓은 임도를 따라가도 되지만 마루금 방향의 좁다란 산책로 목책을 따른다.
사방으로 전개되는 일대의 풍경이 이국적으로 느껴지고 언덕배기를 넘어 목책이 끝나는 지점에 임도와 다시 만나며 간이 화장실과 이정표가 있다.
'동해 전망대 300m, 연애소설 나무 1,880m, 정연원 광장 4,500m'라 적혀 있다.
또 셔틀버스 승강장 임도를 걷다 내려서는 길에 전망대 시설이 마련된 동해전망대에 도착한다.(10:09)
'일출장관 망망대해 희망의 전망대'라 글씨를 새긴 표지석이 있는 이곳은 강릉 앞바다와 앞으로 진행해야 할 방향의 매봉과 더불어 황병산까지 선명하게 들어오는 으뜸의 조망지로 손색이 없다.
전망대에서 내려서는 길목에 삼양축산이 국유림을 임대해 목장지역으로 사용하고 있으니 일반인의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판 이후 이번에는 국립공원 측에서 세운 출입금지 안내판이 서 있지만 이에 개의치 않고 임도 따라 내려선다.(10:13)
매봉을 목전에 두고 안부로 내려섰다 '풀? 우유와 고기입니다(들어가지 마세요)' 안내문이 있는 곳에서 임도를 버리고 우측 초지와 숲 사이로 열려 있는 대간길로 리본들이 손잡아 끌고 간다.(10:21)
언덕을 지나 'WTG 03'이라 적힌 풍력기를 통과해 내려서자 외톨이 소나무가 있는 임도에 다시 닿고 50m도 채 가지 않아 매봉이 바로 눈앞에 보인다..(10:36)
우측에 출입금지 안내판이 있는 뒤쪽 대간을 따르게 되고 4분을 더 가 출입금지 안내판이 또 가로막고 있다.
초지를 가로질러 가자 매봉 직전에 숲으로 접어들며 양 어깨가 성가실 정도의 좁은 산길을 따라 눈밭을 헤쳐 오르니 넓은 공터의 매봉이다.(10:57)
자그마한 돌멩이에 '매봉 이여요'라 적힌 깜찍한 정상 표지석은 이유 아닌 이유로 발목을 붙잡고 있는 방해꾼들로 인해 울부짖는 아우성이 함축되어 있는 것 같아 보인다.
대간 방향으로 목책 철조망과 함께 출입금지 안내판이 떡 버티고 있다.
마치 한 발자국이라 경계선을 넘었을 경우에는 용서 할 수 없다는 듯이 매섭게 주시하고 있는 듯하다.
매봉에서 대간은 목책 우측 철조망을 살짝 넘어서도 되련만 대간꾼들의 오기가 발동한 듯 철조망을 짓밟아 으깨어 마치 화풀이를 한 듯한 느낌이 든다.
덩달아 철조망을 짓이기며 목책을 넘는다.(11:07)
목책을 넘는 순간 어수선한 눈밭으로 변해 발자국 하나 없는 숲을 이리 저리 살펴봐도 대간을 찾을 수 없어 일단 능선 우측 방향으로 약간 비켜 50여 미터 진행하다 아니다 싶어 목책으로 돌아와 다시 찾아 나선다.
매봉으로 원 위치 하여 지난 번 설악산 구간을 함께 걸었던 산친구분에게 구원 요청을 해 간신히 길을 찾게 된다.(11:45)
매봉에서 소황병산으로 가는 대간은 목책 철조망을 건너 약 20m 능선 방향으로 직진하다(머리 위 나뭇가지에 '산새들의 합창' 대간 리본 1개 매달림) 좌측으로 90도 꺾은 다음 약 20m 더 진행하면 넓은 임도 수준의 길이 나오는데 매봉에서 이곳까지 5분정도 걸린다.
이렇게 쉽게 찾을 수 있는 대간도 눈에 덮여 있을 뿐만 아니라 부근이 어수선한 숲으로 우거져 찾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알바를 하는 바람에 진짜 매봉으로 여겨지는 삼각점 봉우리까지 올라가 마루금을 걸은 것 같아 조금은 위안이 된다.
# 진짜 매봉의 삼각점
# 매봉에서 길을 어렵게 찾아 만나는 넓은 길
심란했던 마음을 추스르고 넓은 길에서 내려서자 소황병산이 확연히 바라보이며 곧 임도에 합류하고서는 막바로 목책이 있어 훌쩍 넘어선다.(11:49)
산길은 다시 얼마 안가 소나무 한 그루가 있는 자갈밭 목책 울타리가 또 나타나 넘어진 출입금지 안내판을 계단 삼아 목책을 넘는다.(11:52)
콘크리트 기둥 철조망과 초지의 경계선을 따라 펑퍼짐한 안부에 내려선 뒤 오르막 초지 능선을 벗어나 강우 자동측정기 앞을 통과한다.(12:11)
내려섰다 오름길에 또 목책 울타리를 만나는데 이번에는 아래쪽 목책 한 개를 부러뜨려 놓아 그 아래로 지나가고 2분지나 초지 경계선을 따라 가는 길과 숲길로 곧장 진입하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초지 방향에는 커다란 통나무 한 개가 가로막고 있으며 우측 산속으로 접어드는 길목에 선답자의 리본이 눈에 띄어 오르막 산길로 접어든다.(12:25)
능선봉 한 개를 넘을 때 좌측으로 계곡이 초지 방향으로 뻗어 있다.
그 후 능선을 편하게 걷다 낮은 능선봉 양지쪽 눈밭에 앉아 점심 식사를 한다.(12:40)
식사 도중에 눈길에 등산화까지 젖으면 내일 산행에 커다란 지장을 줄 것 같아 우의 팔 부분을 잘라 배낭에 넣어 두었던 것을 비상용 스패츠로 활용한다.
점심을 먹은 능선봉에서 서서히 고도를 낮춰가다 안부에 도착하니 양 쪽에 목책이 설치되어 있으며 출입금지 안내판이 한 개씩 세워져 있다.(13:18)
오름길에 접어들기 전 아이젠을 착용하고 진행하는데 우측으로 웅덩이가 보이는 계곡이 따라 붙는다.
물이 흘러내리고 있어 물이 부족할 때는 긴급한 식수로 활용하면 될 것 같다.
계곡 옆으로 목책이 또 나타나며 출입금지 안내판이 서 있다.(13:28)
계곡물이 백두대간을 가로지르고 있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이다.
대간도 별 수 없이 산자분수령에 밀려나 있고 냇물을 건너면 백두대간이 아닌데.. 등 등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할 무렵 아이젠 한 개가 발목에서 빠진 것을 발견한다.
다급히 정신 차려 출입금지 안내판에 배낭을 내려놓고 50여 미터 후진해 눈 속에 묻혀 있는 것을 찾는다.
오름길 우측에 주거 터로 보이는 사각형 돌담이 있고 계곡 상류로 생각되는 협곡을 건너기 직전에는 절구통도 눈에 띈다.(13:39)
협곡을 벗어나자 등산 리본이 별로 눈에 띄지 않지만 나무에 노란 페인트가 표시되어 있다.
소황병산으로 통하는 길이 가까워지면서 바윗길이 나오며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또 아이젠이 없어진 것을 확인하고 30여 미터를 후진해 왔던 길을 다시 왔다 얼마만큼 올라서 또 잃어버린다.
조금 전 발견된 곳까지 내려갔는데도 눈에 띄지 않아 이제는 완전히 잃어버렸구나 생각하며 급비탈 원점으로 돌아오자 눈 속에 파묻혀 있다.
매봉에서 40여 분 간 알바까지 하며 시간과 체력을 소비하더니 이제는 아이젠이 말썽을 부리며 세 번이나 잃어버리는 참극이 벌어지고 있다.
심신을 가다듬고 오르는 길은 가팔라 매우 미끄럽고 오늘 산행 중 최고로 힘든 구간임을 새삼 느끼며 능선에 닿으니 목책 울타리가 막고 있다.
목책 좌측으로 돌아 통과하니 좌측 아래 방향에 리본들이 많이 달려 있는 길이 선명하다.
어느 곳과 통하는 지름길 같아 보인다. 이곳 목책에서 소황병산으로 가는 길은 직진 능선 방향이다.
능선봉을 가볍게 넘자 목책 철조망 울타리가 또 나타나며 광활한 소황병산 초지 봉우리가 펼쳐진다.(14:28) 목책을 넘어선다.
소황병산이 우측에 있는 줄 알고 초지와 숲 경계 산비탈로 이어지는 길을 5분여 오르다 봉우리 끝에 공원지킴터가 벼란간 나타나 순간 몸을 낮춘다.
자세히 살펴보니 내부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아 보인다.
소황병산이 어디에 있을까 이리저리 살펴보던 중 초지 끝 봉우리가 황병산임을 직감하고 목책으로 다시 돌아와 초지를 향해 직진한다.
공원지킴터는 일거수일투족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 좋은 위치에 있지만 조금 전 어렴풋 확인한 바에 의하면 아무도 없는 것 같아 황야의 무법자 마냥 당당하게 초지를 가로지른다.
잠시 후 전개될지도 모를 비극은 어찌될망정 좌측으로 전개되는 선자령의 풍성한 풍력 발전단지를 감상하며 중턱에 이르자 콘크리트 구조물로 만들어 세운 '소황병산 1,430m'의 정상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좀 더 높은 곳으로 올라서자 철제 안내문과 함께 삼각점이 박혀 있는 소황병산 정상이다.(14:45)
산정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을 정도로 산등성의 껍질을 벗겨 초지로 조성한 소황병산은 별 특징이 없는 언덕마루에 불과한 것 같다.
하지만 시야를 가릴만한 장애물이 전혀 없어 인접한 황병산은 물론 동서남북 주변의 장쾌한 전망지로는 최고 수준이다.
맞받이로 보이는 공원지킴터를 향해 표지판 좌측 초지 임도를 따라 가다 '풀밭 출입금지'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공원지킴터 방향인 우측으로 꺾어 오른다.
휘발유를 들고 불 속에 뛰어드는 상황이 전개될지도 모를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마른 침 꿀꺽 삼키며 옮기는 발걸음은 그저 초조하기만 하다.
임도에서부터 공원지킴터 방향의 눈밭에 사람 발자국의 흔적이 전혀 없어 일단 안심하며 다가가자 텅 비어 있다.(14:53)
엄동설한에 출입문은 뜯겨져 온데 간데 없어 근무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며 희소를 띠며 안에 들어가 간식을 챙겨 먹는다.
승전보의 깃발 대신 기념사진 한 장 남기고 건물 뒤편에 있는 출입금지 안내판 옆의 목책 철조망을 넘는다.(15:07)
무사히 위험 구간을 통과했음에 승리의 거드름을 피우며 노인봉으로 향하는 내림길에는 눈이 더욱 많이 쌓여 있다.
산물을 절취하였을 때에 끔찍한 징역에 처하겠다는 경고성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 안내판에 또 마음을 조아린다.
이러한 안내판이 수시로 나타나 겁을 준다.
어떤 용도인지 알 수 없는 'B-5'라 적힌 작은 노란 표찰이 나무에 기대어 있어 뜸한 리본 대신 길잡이 역할을 해주고 있는데 이것 또한 수시로 만난다.(15:16)
안부에 닿자 부러진 'B-4' 표찰이 있고(15:29) 평지 길 이후 약간 오름길에서 봉우리를 우측에 두고 우회하자 이번에는 'B-3'표찰이 걸려 있다.(15:35)
다시 오름길이 열리고 산등성에 이르자 산림보호구역 안내판을 지나 잠시의 내리막에 진행해야 할 노인봉이 숲 사이로 보인다.
또 오르막 뒤 내려서자 'B-2' 표찰이 나타나며 곧 안부에 닿는데 동물이동 카메라가 나무 기둥에 묶여 있다.(16:00)
이제는 상당히 가파른 오름길이 펼쳐지는데 눈이 많이 쌓여 있어 등산화가 푹푹 빠지며 눈 조각이 등산화 속으로 들어가 애를 먹인다.
동물이동 카메라를 벗어나 노인봉이 빤히 바라보이는 바위봉에 도착한다.(16:22)
바위봉에서 별로 내려서지 않은 채 좁은 산길을 따라가다 약간 올라서나 싶었는데 산등성을 앞에 두고 우측으로 가로질러가게 하더니 노인봉 산자락 중턱에 자리 잡은 노인봉대피소 건물이 나타나 목책을 넘어선다.(16:37)
이 구간부터 진고개에 이르는 구간은 출입이 허용되는 구역이지만 가을철 산방기간으로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도 사람들이 많이 오르내렸던 흔적이 역력하다.
방금 목책을 넘어왔던 방향으로는 출입금지 안내판이 있고 대피소 앞에는 '현 위치 노인봉대피소 해발 1,297m'라 알리며 '노인봉 0.3km, 진고개 3.7km, 소금강분소 9.3km'라 적힌 이정표가 있다.
대피소에서 노인봉을 오르기 위해 능선을 향해 오르다 '노인봉 0.25km, 진고개 3.6km, 화장실 50m, 소금강분소 9.35km'의 이정표가 위치한 노인봉삼거리에 도착해 노인봉으로 직행한다.
오르막 뒤 암봉으로 이뤄진 노인봉 정상에 서니 바람이 거세게 불고 또한 손까지 시려 오래 머무를 수 없지만 볼거리며 즐길거리며 모두 챙긴다.(16:50)
'노인봉 해발 1,338m'라 한문으로 새긴 정상석 뒷면에는 한글로 새겨져 있고 지나온 선자령과 소황병산은 물론 내일 진행해야 할 동대산과 두로봉까지의 전경이 한눈에 비친다.
또 정상에는 동해 방향의 전망판이 있어 사진과 실물을 맞춰가며 풍광을 감상할 수 있어 덤이 아닐 수 없다.
정상에서 조금 전 삼거리로 돌아와 진고개 방향인 우측으로 꺾어 가는 길은 봉우리를 오르지 않고 옆구리 길로 편하게 진행하여 다행이다.(17:01)
내려서는 길 석양이 산마루에서 붉은 띠를 두르며 대간길을 황홀한 분위기로 연출한다.
삼거리에서 진고개까지 가는 구간에는 이정표와 119구조목이 수시로 있어 막바지 산행을 돕고 있으며 어둠이 빨리 내려 앉아 랜턴에 불 밝히며 부지런히 내려선다.
'진고개탐방센터 0.9km, 노인봉 3.0km'의 이정표를 지나 안부로 내려서자 다시 언덕길로 오르는 넓은 길이 나타나고 곧 숲길로 바뀌더니 내리막 우측으로 강릉과 평창을 잇는 6번국도 진고개가 보이며 도로 표지판에 '여기는 진고개 정상입니다 해발 960m'라 알리고 있다.
날머리인 계수기를 통과하려하자 산방기간 출입금지 안내문이 걸려 있어 옆으로 비켜 빠져 나오니 어두컴컴한 진고개 휴게소는 적막에 잠겨 있고 바로 옆 탐방지원센터는 굳게 잠겨 있다
택시가 도착하지 않아 내일 이어갈 동대산 들머리를 확인한 후 한참을 기다리니 대낮처럼 불 밝히며 택시가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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