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 9일 (목요일)

◈ 산행일정

남부터미널
서상톨게이트(23:00-01:30)
영각사매표소(02:05)
영각재(03:12)
남덕유산(03:49)
백두대간(03:57)
영각재(04:32)
하봉(04:43)
1014.7봉(05:43)
남령(05:53)
수리덤(06:50)
암봉(07:37)
월봉산(08:08)
큰목재(08:39)
능선갈림길(08:51)
수망령(09:15)
금원산(10:18)
임도공터(10:53)
시흥골등로(11:12)
기백산(11:45)
오두산갈림길(12:31)
상촌갈림길(12:40)
헬기장(13:00)
872.2봉(13:09)
헬기장(13:17)
헬기장(13:25)
헬기장(13:43)
상비재(14:52)
580.7봉(15:05)
바래기재(15:45)
안의터미널
남부터미널(17:25-20:40)

◈ 도상거리
22.1km (접근 4km)

◈ 산행시간
약 11시간 48분 (접근 1시간 52분)

◈ 산행기

- 남덕유산
안의가는 심야버스를 타고 서상톨게이트에서 내려 덕유정이라 쓰인 정자에 들어가 서상택시를 부르고는 따뜻한 커피를 한잔 타 마신다.
교육원 앞에서 택시를 내려 정적에 묻혀있는 영각사매표소를 지나고 시커먼 덕유의 품으로 들어서니 돌밭길이 이어지고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가 낭랑하게 들려온다.
계곡을 몇번 건너고 넓직한 바윗길을 한동안 따라가다 가파른 통나무계단을 올라가면 이정표가 서있는 영각재가 나오고 남령가는 오른쪽은 큰 나무로 막혀있다.
왼쪽 남덕유산 방향으로 꺽어져 샘터를 지나서 바윗길을 몽롱한 상태로 올라가다 어이없게도 발을 헛 딛으며 등로밖으로 떨어졌는데 밑에는 절벽이라 나무가 없었으면 큰일날 뻔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급하고도 좁은 철계단들을 조심스럽게 올라가 옛 시멘트구조물이 흉칙스럽게 서있는 암봉으로 오르니 시원하게 바람이 불어오고 발밑으로 속세의 불빛 몇점만이 깜박거린다.
봉우리를 내려갔다가 다시 암릉을 우회하며 남덕유산(1507.4m) 정상에 오르면 산중은 쥐죽은듯 고요한 달빛을 받고있고, 덕유 주능선이 검은 실루엣으로 펼쳐지며, 무룡산은 우뚝서서 밤을 거스른 산객을 바라보고있다.
밑으로 조금 내려가니 1998년 여름에 지나갔던 백두대간 주능선이 나오고 거창군 극서점을 알리는 시멘트 표시석이 마치 남강기맥의 출발점을 알리듯 어둠속에 얌전히 누워있다.



▲ 서상톨게이트에 있는 덕유정 쉼터



▲ 남덕유산 정상



▲ 남강기맥의 출발점



- 남령
다시 남덕유산을 오르고 이슬에 젖어 미끄러운 철계단을 내려가 영각재에서 막혀있는 남서쪽 능선으로 들어가면 수림이 울창하고 진한 숲향이 코를 찌른다.
암릉을 우회하며 뚜렸한 바윗길을 지나 작은 암봉에 오르니 서서이 여명이 밝아오고 남덕유산의 봉긋한 두 봉우리는 마치 진안의 마이산처럼 올려다보인다.
앞에 우뚝하게 보이던 하봉(1363m)에 오르면 오래된 이정표가 서있고 남덕유산의 전위봉인 중봉까지 1.0km. 정상인 상봉까지 2.0km, 남령까지 2.0km라 적혀있다.
하봉에서 무심코 뚜렸한 등로따라 영각사쪽으로 직진하다가 돌아와 왼쪽으로 급하게 꺽어져 마루금을 따라가니 울창한 수림사이로 온갖 날벌레들이 날라다니고 거미줄은 쉬지않고 얼굴에 달라붙는다.
오래된 헬기장에서 멋진 수리덤 암봉을 바라보며 왼쪽으로 꺽어져 내려가 산죽지대들을 통과하고 이슬에 젖어있는 폐무덤 한기를 지난다.
점점 위용을 드러내는 수리덤을 바라보며 거친 암릉을 우회해서 오래된 삼각점과 헬기장이 있는 1014.7봉으로 올라가면 지나온 남덕유산은 물론 수리덤너머로 가야 할 월봉산이 높게 올려다보인다.
누렇게 진흙이 드러난 묘지대를 지나고 수직 절개지를 오른쪽으로 길게 돌아 거창군과 함양군의 경계가 되는 37번 지방도로상의 남령으로 내려선다.



▲ 1014.7봉에서 바라본 남덕유산



▲ 남령



- 월봉산
등산로 안내판이 있는 고갯마루를 건너 표지기들이 잔뜩 걸려있는 급한 산길을 올라가면 금방 암릉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밧줄들을 잡고 바위지대를 지나 첫 암봉에 오르니 꾸불꾸불한 도로가 내려다 보이고, 울창한 관목들을 헤치며 좀 더 올라가면 수리덤(칼날봉)이 전면으로 모습을 보이는데 그 위용이 사뭇 대단하다.
암벽지대를 왼쪽으로 길게 우회해서 큼지막한 바위들을 타고 수리덤 정상 바로 전까지 가보니 양옆은 아찔한 절벽이고 꼭대기는 상당히 위험해 보여서 되돌아온다.
수리덤을 내려가 월봉산을 바라보며 암릉의 날등을 타고 넘으면 조망도 확 트이고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주지만 아침부터 햇볕이 너무 뜨겁고 땀이 줄줄 흐른다.
다시 암릉들을 우회해서 오르다 바위에 앉아 날파리를 쫒으며 도시락을 까 먹고 잡목을 헤치며 편안해진 육산길을 잠시 따라간다.
찬 이슬로 바지를 적셔가며 억새들이 무성한 초지를 지나서 밧줄을 잡고 고래등처럼 솟아오른 바위에 올라가니 누군가 표지기에 거북바위라 적어놓았으며 아직도 월봉산 정상은 멀리 서 있다.
전면으로 보이던 뾰족한 봉우리를 두개 연거푸 넘고 암릉을 힘겹게 우회하며 월봉산(1279.2m) 정상에 오르면 삼각점(함양305/1985재설)이 있고 함양군의 산마다 세워져있는 낯익은 모양의 정상석이 반겨준다.



▲ 수리덤(칼날봉)



▲ 수리덤 정상



▲ 수리덤에서 바라본 월봉산



▲ 월봉산 정상



- 금원산
저 멀리 흐릿한 황석산을 바라보며 헬기장을 지나고 억새와 싸리나무들이 울창한 산길을 내려가니 금원산과 기백산으로 이어지는 기맥의 장쾌한 흐름이 눈에 들어온다.
억새들이 출렁거리는 큰목재를 넘고 가파른 사면을 잠시 오르면 오른쪽으로 거망산 줄기가 갈라져나가며 뜨거운 햇볕이 사정없이 내리쬔다.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꺽어지니 다행히 서늘한 숲이 이어지고 호젓한 산길따라 내려간 수망령 임도에는 양쪽으로 나무계단이 있고 용추계곡을 한바퀴 일주하는 산행안내판이 서 있다.
그늘에서 잠시 땀을 식히고 까마득한 주능선을 향해 올라가면 거망산과 황석산이 마주보이고 내려온 월봉산이 우람하게 서 있으며 수리덤 암봉도 잘 보인다.
가파르게 이어지는 산길을 한동안 따라가 시야가 훤히 트이는 서봉에 올라서며 금원산이라 생각했지만 이정표에는 아직 정상까지 0.6km라 적혀있다.
뜨거운 햇빛을 맞으며 빽빽한 관목숲을 지나고 암봉을 우회해서 이 근처에서 가장 높은 금원산(1352.5m) 정상에 오르니 정상석이 두개나 있지만 삼각점은 찾을 수 없고 대기가 흐려서 아쉽게도 지리산 연릉은 보이지않는다.



▲ 큰목재



▲ 수망령



▲ 금원산 정상



- 기백산
정상에서 참외 한개 깍아먹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움푹 패인 등로를 내려가 돌탑이 서있는 동봉에 오르면 기백산으로 길게 이어진 장쾌한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진록색 산릉을 바라보며 안부를 넘고 헬기장을 지나 간간이 나타나는 암릉지대들을 통과하니 하늘에 조금씩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다.
오른쪽으로 수망령에서 임도가 올라오는 넓은 공터를 지나서 완만한 수림따라 시흥골 등로가 연결되는 삼거리를 빠른 속도로 통과한다.
책장처럼 바위들이 차곡차곳 쌓여있는 누룩덤을 우회하고 밧줄이 걸려있는 바위사면을 지나 돌탑들과 삼각점(거창21/2002재설)이 있는 기백산(1330.8m) 정상에 오르니 포항에서 막 올라온 등산객들로 시끌벅적하다.
사람이 없는 남동쪽 바위지대로 내려가 눈앞에 시원하게 모습을 보이는 황석산과 거망산을 바라보며 남은 밥을 먹다가 혹 산행이 너무 일찍 끝나면 어떻하나하는 엉뚱한 생각까지 해 본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기백산



▲ 누룩덤



▲ 누룩덤에서 바라본 금원산



▲ 기백산 정상



- 872.2봉
유안청폭포 내려가는 길을 지나고 돌탑 두개가 서 있는 곳에서 무심코 도수골쪽으로 잘못 내려가다 되돌아와 왼쪽으로 급하게 꺽어지는 마루금을 찾아 들어간다.
뚝 떨어지는 수림 울창한 그늘길을 내려가다 선바위처럼 생긴 바위들을 우회하고 찔레꽃 진한 향이 가득찬 완만한 숲을 따라간다.
왼쪽 오두산으로 능선이 갈라지는 분기점을 지나고 암벽이 있는 안봉을 오른쪽으로 길게 우회하면 곧 상촌마을로 등로가 갈라지는 삼거리를 만난다.
소나무들이 많은 암봉을 이리저리 올라가 안봉에서 오두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확인하고 다소 흐릿해진 족적을 따라가니 선답하신 신경수님의 표지기가 반갑게 맞아준다.
커다란 헬기장을 지나고 잡목들을 헤치며 두리뭉실한 872.2봉에 올라 억새와 잡초사이에서 한동안 삼각점을 찾다가 이내 포기한다.



▲ 돌탑에서 바라본 기맥의 마루금



▲ 암봉에서 바라본 오두산



- 580.7봉
관목숲따라 다시 헬기장을 지나고 무덤 한기가 있는 다른 헬기장으로 내려가면 왼쪽 상촌마을로 뚜렸한 등로가 갈라져 나가고 표지기 하나도 걸려있다.
간간이 걸려있는 기맥표지기들을 확인하며 다시 헬기장을 지나니 길은 더욱 흐릿해지고 벌목된 나무들이 땅에 뒹구는 지저분한 송림이 이어진다.
능선이 갈라지는 갈림길에서 왼쪽 급사면으로 내려가다 되돌아와 오른쪽 능선으로 꺽어져 들어가고, 오른쪽으로 우회하는 뚜렸한 길을 버리고 작은 암봉을 직진해서 올라간다.
함양군계 표지기가 걸려있는 잡목봉에서 왼쪽으로 꺽어져 내려가 잡초 가득한 무덤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상비마을이 내려다보인다.
등로가 어지러운 곳에서 왔다갔다하며 헤메이다가 까시덤불들을 헤치며 능선만 가늠하고 내려가니 한동안 사라졌던 표지기들이 나타나고 다시 등로가 좋아진다.
방향을 잘 맞추고 잡목숲을 내려가면 좌우로 길이 뚜렸한 상비재가 나오고, 마을로 내려가는 오른쪽 길을 버리고 봉우리를 직진해서 오르니 무덤 한기를 지나 곧 삼각점(1981/건설부)이 있는 580.7봉이 나온다.



▲ 580.7봉 정상


- 바래기재
앞에 있는 능선삼거리를 올라 무심코 왼쪽으로 내려가니 곧 무덤이 나오고 표지기들도 두엇 걸려있는데 길이 갑자기 사라져버린다.
실은 여기에서 다시 되돌아가면서 찬찬히 마루금을 찾았어야하는데 서울에서의 저녁약속을 생각하고 거창에서 4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놓치지않으려 그만 판단이 흐려진다.
가깝게 들려오는 차소리를 들으며 동쪽으로 방향을 맞추고 암벽을 우회해서 내려가니 숲은 까시덤불로 꽉 차있고 오른쪽으로 기맥의 마루금이 보이지만 갈 수도 없다.
까시에 찔려가며 빽빽한 잡목숲을 간신히 헤치고 농가뒤의 밭으로 내려와서 보니 3번 국도가 지나가는 바래기재는 50여미터 바로 앞이니까 삼거리에서는 오른쪽으로 꺽어져 내려왔어야 했다.
옷과 배낭에 들러붙은 덤불과 낙엽들을 털어내고 고개에서 다음 구간의 마루금을 헤아리다 택시를 타고 안의터미널로 와 보니 거창에서 4시에 출발하는 버스는 안의에 서지 않는다고 한다.
5시 15분 표를 끊고 온통 땀으로 젖어버린 상의를 갈아입고는 가게에서 찬 캔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며 힘들었던 첫 기맥길을 마무리한다.



▲ 바래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