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북정맥 제3차(도성고개-도치고개)


 

제2007058029호     2007-08-25(토)


 

자리한 곳 : 경기 포천시, 가평군

지나온 길 : 연곡리-불땅계곡-도성고개-강씨봉-한나무봉-오뚜기령-귀목봉 갈림길-망구대분기점-청계산-길매재-길매봉-노채고개-약수터

거리 및 시간 : 도상거리=약 12km(08:23~15:42) 7시간 19분, 실제거리(접속도 포함): 약19km 만보기= 30,019보

날     씨 : 흐리고 갑자기소나기

함께한 이 : 단독


 

8월 달은 게으른 탓으로 산행다운 산행을 하지 못하고 요령만 피우다가보니 어느덧 처서(處暑)가 지나가버렸으니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리라는 기대감으로 한북정맥을 이어가기로 결정하고 대강 산행준비를 끝내고 가벼운 마음으로 04시 05분에서 고요한 새벽의 정적을 깨트리는 모닝콜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니 집식구는 벌써 도시락을 준비하고 과일을 챙겨주어 배낭을 꾸려 집을 나선다.(04:30)

버스정류장에 정차해있는 버스를 뛰어가서 타고 종로1가 정류장에 하차하니 동대문 가는 버스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기다림 없이 갈아타고 4호선 전철을 타려고 동대문역에 들어서니 너무 빠른 탓인지 한산하기만 하다.(05:15)

첫차 운행시간이 30여분이나 남아있어서 무료한 시간을 때우려고 열심히 걷다보니 전철을 기다리는 승객들이 갑자기 많아지나 했더니 전철이 들어왔고 빈자리에 잠시 앉아 있으니 수유역에 도착했다.(05:59)

매표소에서 일동을 경유하는 승차표를 매표하고 정류소에 정차해있는 버스에 오르니 유일한 승객은 나뿐이다 06시 05분에 정확하게 출발했고 졸고 있는 사이에 일동터미널에 도착했다.(07:29)

터미널에서 100m쯤 내려가 길 건너 24시편의점 앞에서 지도를 펼치고 산행정보를 살피고 있는 사이에 버스가 정차했고 승객 두 사람이 내리기에 연곡리에 가느냐고 물으니 간다하여 보고 있던 지도를 움켜지고 버스에 올라 연곡4리 구담사입구 정류장에 내려선다.(07:49)


# 무더위 속에서 튼튼하게 자라 가을을 부른 벼 #
 

도로가에 서있는 커다란 밤나무아래 원두막[園頭幕]에서 아침식사를 하기로 하고 걸레로 대강 먼지를 털어내고 편안하게 자리 잡고 앉아서 배낭을 열어보니 이거 어찌된 일인가?

배낭이 온통물바다다 내용물을 꺼내서 물을 털어내고 살펴보니 물통 잠금이 부실했던지 200cc정도가 흘러나와 있었으나 다행히 내용물은 모두 비닐봉지로 꼼꼼하게 잘 포장하여 젖는 낭패를 면하고 걸레로 배낭의 물기를 닦아내고 식사를 하고 있는데 시내버스가 버스정류장에서 멈춰서고 산객한사람이 배낭을 짊어지고 내렸다.

식사중이라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구담사에서 식수를 보충해야겠다고 먼저 올라가며 나중에 보자고 한다.

식사를 끝내고 배낭을 꾸려서 포장길을 따라 산행을 시작하는데 산마루에는 짙은 구름이 무겁게 느껴져 혹시 비가내리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했는데 기상청 일기예보는 비소식이 없어서 다행으로 여긴다.(08:23)

 

                                                   # 아침식사 장소로 사용했던 원두막 #


 

                                          #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일동의 아침하늘 #

 

너무 느긋하게 아침식사를 보냈으니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에서 포장도로를 따라 군부대정문을 뒤로하고 담장을 지나니 제초 작업을 하고계신 할머니께 인사하고 구담사에서 앞서간 산객과 만나 불땅계곡 등산로입구까지 동행했으나 진행속도가 서로 어긋나 함께하기엔 서로 부담이 된다는 생각에서 어느 사이 단독산행 중이다.(08:44) 


            

 

폭우로 인한 수해흔적이 남아있는 산행진입로 여기저기가 무너지고 커다란 구멍이 생겨나 위험한 곳도 있었다.

무릎보호를 위해 스틱을 사용하려는 생각으로 스틱높이를 조절하는데 고정이 안 되고 헛돌기만 하는 말썽을 부려서 하나는 배낭에 매달고 하나만을 사용하니 균형이 잡히지 않아 불편을 느끼며 멀쩡할 것으로 생각하여 점검을 하지 않은 자신을 탓하며 지루하고 힘겨운 접속로를 올라서는 동안에 온몸은 땀이 흥건하게 젖어있었고 도성고개 이정표가 서있는 마루금에 도착했지만 바람 한 점 없이 후덥지근하다 (09:25)

 

 

6주 만에 찾은 한북정맥을 따라온 방화선의 억새는 벌써 피어있었고 계절은 속일 수 없다는 듯 씨앗들이 영글어가고 있어서 배낭과 등산복의 안부에 알찬 알맹이가 소복이 쌓인다.

헬기장을 지나 비구름 사이로 살며시 쏟아지는 따가운 태양 볕으로 갈증이 찾아와 목을 적시고 요즘에 만들어 설치한 아담한 나무안내판 백호봉(815m)에서 지나왔던 능선을 뒤돌아보고 가야할 능선을 확인하고 시선을 좌측으로 돌리니 온몸을 짓누르는 소나기구름의 무게가 힘겨움을 호소하는 명지산은 자기에게 오라고 자꾸만 유혹하지만 남으로 이어지는 정맥마루금과 나란히 가는 방화선을 따라가니 강씨봉에 닿았다.(10:07)

 


 

 
 
# 강씨봉 까지는 하늘이 점점 맑아지는 상황이였다 #
 

사방으로 구름이 있어서 조망은 불만이지만 땡볕에서 보다는 산행하기는 더 좋은 날씨라고 생각하며 억새가 무성하게 자라있는 한나무봉에 이르러 호흡을 고르며 하늘을 우러러보니 서북쪽하늘에는 비구름으로 어두워지며 자리바꿈이 빈번함을 목격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11:04)

완만한 내리막을 지나 임도에 내려서니 오래전에 아담한 석물로 세워진 오뚜기령 이정표에는 약식개념도가 길안내를 해주고 있었지만 무성한 수풀에 가려져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가기 십상이다

고갯마루에 돌로 단을 쌓아올리고 세워둔 오뚜기嶺 머릿돌이 자리한 공간 비포장 삼거리가 탑에서 흐르는 땀을 훔친다. (11:12)

 



# 한나무봉에서 바라본 구름이 몰려온 하늘 #
 

임도를 잠깐 따라가다 나뭇가지에 표시기가 매달린 능선을 치고 올라서는 완만한 오르막능선에 땅에서 1m정도를 남겨놓고 베어버린 나무는 버섯의 집이다

가파른 오름을 올라서는데 주위가 어두워지더니 느닷없이 소나기가 쏟아져 배낭카바를 씌우고 능선에 올라서는 사이의 짧은 순간에 소나가는 지나가 버리고 “생태계보전지역”이란 푯말과 청계산과 귀목봉 갈림의 안내목이 다정하게 길안내를 하고 있는 갈림길에서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 이미 귀목봉으로 물러간 소나기구름을 바라보니 등산화속은 물로 흥건하다.(11:54)

 


 

 


 


 

 


 

 

 



 

                                       # 한줄금 소나기를 뿌린 구름이 귀목봉에 걸려있다 #

 

지도를 펼쳐 방향을 확인하고 귀목봉과 명지산줄기의 실루엣을 뒤로하고 급하게 우측으로 꺾이는 한북정맥을 이어가다 망구대분기점을 통과하여 청계산에 이르니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지고 짙은 구름에 가려져 바로 앞 능선이 달 없이 맑은 밤에 보는 것처럼 흐릿하게 형체만 어른거린다.(12:53)

 

 

 

 

     

                             # 청계산에 이르자 비구름이 한층 짙어지고 빗방울을 뿌린다 #

 

빗방울이 굵어질까 두려워 일단은 청계산을 내려서야겠다는 생각으로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서면서 청취한 라디오 12시 뉴스에서는 경기북부지방에 0.5mm의 소나기가 지나갔다는 보도에 분통이 터진 이유는 아침8시의 기상청예보에서는 오늘은 비예보가 없었고 내일은 한두 차례 소나기를 예보했었다.

 


 


 

 

# 청계산 정상에서 바라본 사방 #
 

오늘내린 소나기의 강수량이 내 육감으로는 1mm는 족히 된다고 확신하고 있는데 0.5mm라고 상황이 끝난 뒤에야 발표하니 실망스러움 때문에 젖은 신발속의 발이 더욱 고통스럽기만 했다.

간간이 빗방울이 떨어져 나무가 무성한 능선안부에 자리 잡아 점심식사를 끝내고, 얼어있다 알맞게 해동된 포도통조림으로 입가심하고 쓰레기 부피를 줄이려고 빈 깡통을 납작하게 하려다 실수로 왼손 무명지에 가벼운 상처를 입었는데 지혈이 않되 끙끙거리다 저편안부에서 식사중인 등산객에게 소독된 밴드를 얻어서 지혈시키고 비구름 자욱한 등로의 가벼운 내리막능선으로 향했다.(13:40)

‘경고 박격포와 기관총 사격장으로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판우측 봉우리에 올라서니 작은 돌탑이 서있고 전망이 양호했

지만 궂은 날씨로 지척의 길매봉이 흐리게 시야에 들어왔다.

 


 

 


 



 

 

 

# 돌탑봉우리에서 본 길매봉과 주변 #
 

급경사 내리막에는 밧줄과 계단이 설치되어 안전하게 길매고개에 이르렀으나 갈림길 안내판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이유는 누군가가 안내판 철판을 구부려서 방향을 엉뚱한 곳으로 유도했기 때문에 지도를 확인하고 직진하여 암벽아래 서있는 경고판 갈림길 (리지:ridge,우회)에서 잠시 망설이다 좌측으로 나있는 우회로를 택하여 바위봉우리에 올라서니 뿌연 들판사이로 멀리 청계저수지가 조망된다.

 


 

 


 

# 길매봉 오르는 우회로와 바위능선의 조망 #
 

펑퍼짐한 안부바위에 서울 오류동 기이산악회에서 1995년 2월26일 세운 검정대리석에 길매봉(735m)에 안착하여 한모금의 식수로 갈증을 잠재우고 얼굴로 흘러내리는 땀을 닦았다.(14:40)

 


 

 


 

# 길매봉에 서서 #
 

헬기장을 지나니 군사용 비상 교통호를 넘나들고 등로 주변은 간벌작업으로 베어진 나무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는 내리막을 이어가는 도중에 간간이 보이는 운악산 봉우리는 구름에 완전히 가려져 거리를 가름하기가 어려운 진행도중 난생처음으로 직접 눈으로 확인한 멋진 광경을 목격한 행운을 잡았다

 

 

 

# 구름속에 숨어있는 운악산과  망태버섯 #
 

산행중에는 물론이고 사진으로만 보았던 아름다운 자태의 망태버섯을 기쁜 마음으로 오늘에야 볼 수 있었다.(15:12)

자동차 소리가 들려오기에 곧 도로에 내려설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도로확장과 포장공사가 한창인 도치고개에 내려설 수 있었다.(15:42)

 


 

# 도치고개와 다음번 산행 출발지 #
 

아직 산행을 끝내기에는 이른 시간이지만 “한국의 산하”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산우님들과 저녁약속에 정상적으로 참석하려면 서운하다 싶지만 욕심을 버리기로 마음을 정하고 다음에 시작할 들머리를 확인하고 디카에 담고 있는데 포장공사 인부가 일은하지 않고 산객에게 지나친 관심을 표하여 질문을 피하려고 노채고개를 뒤로하고 우측으로 방향을 잡고 10여분을 진행하니 자동차 4대가 주차한 약수터에 도착했다.(16:05)

수십 개의 물통이 대기하고 있는 식수대에서 목을 적시고 빈 통에 물을 가득채우고 택시를 부르려고 전화번호를 찾고 있는데 비포장 길을 넘어와 약수터에 주차하고 작은 물통을 손에 들고 약수터를 향해서 걸어오고 있는 사나이가 시야에 포착되어 자동차로 눈을 돌려 차에 남은 사람을 확인해보니 조수석에 여자한사람이 타고 있고 뒷자리는 비어있다.

물을 마시고 있는 남자에게 일동까지 태워주면 좋겠다고 말했으나 쳐다만 볼뿐 아무런 반응이 없어서 틀렸으니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 구나 생각했는데 남자가 일동까지 가신다고요? “가시지요” 하는 게 아닌가? 고마움을 전하고 뒷자리에 앉아서 편안하게 일동삼거리에 도착했다. (16:28)


 

부부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차에서 내려 음식점 주차장에서 무장을 풀어 배낭에 집어넣고 일동터미널에서 동서울행 버스표를 매표해보니 16시40분차로 시간여유가 전혀 없어서 화장실에서 수건에 물을 적시고 승강장으로 가보니 차가 들어왔다 .

빈자리를 찾아 앉아 동승한 손님에게 차 시간 때문에 씻지 못해 땀 냄새를 풍겨 미안하다고 양해를 구하고 물수건으로 얼굴과 머리 겨드랑이를 대강 닦고 에어컨바람이 시원함을 느끼며 깜박 졸다 눈을 뜨니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했다. (18:15)

지하철 2호선을 이용 동대문운동장에서 4호선으로 환승하여 목적지인 서울역에 도착했다.(19:05)

너무 빠른 시간이라 화장실에서 수건을 빨아 대강 땀 냄새를 제거하고 광장과 역구내를 여러 바퀴 순회하다 먼저오신 산님들과 조우했고 오고계신 다른 분들을 기다리는 동안에 화장실에서 등산복을 갈아입고 나오니 그사이에 모두들 도착해 계셔서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식당과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겨가며 산행이야기를 꽃피우다보니 어느덧 23시가 넘었고 취기가 올라와 내일을 위해 자리를 파했다.


 

어필로그 

만취로 인하여 결례를 범하지나 않았는지 걱정이 앞서고 이글을 통하여 무례함이 있었다면 마음으로 사과드림과 이해를 구하며 멋진 만남으로 기억할 것임을 전해 올리며 좋은 인연이 맺어짐을 가슴속 깊숙이 새겨두겠습니다. 사실을 이실직고하면 그날 전 필름이 완전히 끊겼었습니다.           -끝-.


 

~오라는 곳도 불러준 이도 없는데 안기면 포근해지는 山을 찾아서~


 

2007-08-31


 

계백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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