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두대간에 들어서며**

산행일자 : 2006년 12월 17일

산행코스 : 구례 당동마을~화엄사집단시설지구(폭설로 대간산행 보류하고 루트 변경)

산행시간 : 7시간 23분(오전 08시 45분 ~ 오후 16시 08분)

산행준비물 : 윈드쟈켓,0.5L(물),빵(2),알코올0.5L,복분자0.5L,보온물1L,포도즙(2),과일(배2,귤8),사탕,아이젠,

                        커피0.5L,의약품(보호대Set포함)

산행날씨 : 기온 (13 ~ 17)   폭설

산행동행 : 친구,20년만에 지리에 오르는 또 다른 친우,길벗산악회 백두대간 종주팀과 함께

 

산행코스 : 구례 당동마을 ~ 성삼재 ~ 종석대 ~ 우번대 ~ 차일봉 ~ 원사봉 ~ 화엄사집단시설지구

 

폭설로 백두대간길이 막히고 막바지 지리산 한 구간이 남았는데 하늘은 쉽사리 허락하지 않는다. 

쉴틈없이 내린 눈발에 성삼재로 차량 진입도 못하고 일단 당동마을에서 올라 성삼재휴게소에서 다음 결정을

논 하기로 하고 차량의 기수를 당동마을로 변경한다.

 

08시 45분      당동마을 초입

눈길에 내 자신 역시 오랜 기억속에 있던 지역이라 초입지 물색에 차량은 잠시 갈팡질팡..

이내 루트 선점후 산님들 눈 내리는 시멘트 도로길을 따라 오르기 시작.

 

09시 00분      당동고개 2.5 km 이정목

서서히 이어지는 오름길과 계곡소리를 벗 삼아 이번에는 20년만에 지리를 찾은 친구가 함께 동참하여

오르는 산행  마음속으로 너무 기분이 좋다.  다만 중간 포기없이 끝까지 완주를 바랠뿐...

하얀세상..  당골계곡을 우측에 두고 오름을 계속하는 등로는 한 여름철이면 땀으로 뒤범벅이 될텐데

겨울산행이라 땀이 흐르다 마르다를 반복하고 먼저 선 산님의 러셀로 다소 평온하다.

처음에는 둘이 교대로 러셀을 하려 하였지만  20년만에 지리를 찾은 친구와 함께 가느라 동참하여 주지

못하고 후미쪽에서 등로를 이어간다.

 

09시 36분       “여기서부터는 국립공원 지역입니다  남부소장”

안내판을 통과하여 계곡을 건너 지나치며 이제 나와 두명의 친구는 완전 후미로 밀려나고

역시 오랫동안 산행하지 않는 친구가 문제다.  겨울산행에 장갑도 얇은데다 쉽게 추위가 밀리는지

걸음이 더뎌지고 나도 여벌의 장갑은 가져오지 않았지만 끼고 있던 장갑을 벗어 친구에게 건내고

맨손으로 이동을 계속하며  스틱은 손목에 걸고 호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빼었다를 반복한다.

조금 올라 잠시 쉬고  또 조금 올라 쉬고  친구의 상태라면 어쩜 오늘 산행은 중간에서 접고 천은사

방면으로 하산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내심 혼자 생각하며  조금이라도 속도를 붙여 대간팀 후미와

붙어보려면 친구의 배낭도 함께 짊어지고 이 오름을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배낭을 건내받아

내 배낭위에  걸쳐 로프로 정비를 마치고 메어보니 이제 완전 장난이 아니다.

친구도 미안한지 느린 걸음이지만 쉼 없이 계속 진행하여 고치리~성삼재로 향하는 대간의 마루금에

들어서 눈 앞 비석”조국평화통일 소원비”를 다시한번 바라보며 이내 성삼재로 이동을 계속.

 

안부에 자리한 설송에서 사진 촬영을 하여주고 무릎까지 빠지는 눈길을 조금 앞서 재차 러셀하며

조금 더 지나 성삼재 도로와 마주치는 철망을 빠져나와 도로에 내려서보지만 대간팀은 흔적조차 보이지

않고  친구와 아무도 없는 눈내리는 도로를 걷는 기분을 만끽하며 휴게소에 들어선다.    

 

11시 05분       성삼재휴게소

지리산 주능선과 서북능선이 마주치는 성삼재.

천은사에서 달궁을 잇는 관광도로가 개통된 후 지리산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왕래한 성삼재.

후미로 들어서는데 휴게소 안에서 긴급 결정 !!  오늘은 지리가 우리를 포용하여 주지 않는다.

아쉬움도 있지만 친구를 위한 산 신령님의 배려라 생각하고 대간팀과 함께 추위를 녹이며

모두 때 이른 식사를 하며 휴식을 가져본다.   얼마의 휴식후..

 

11시 35분       산행 시작

소리없이 내리는 눈  그 위를 대간팀은 일렬종대로 고개를 파 묻은채 진행에 들어서고  제법 많은

눈이 쌓여 있는 노고단 방향의 등로는 선두가 그야말로 러셀로 너무 힘이 많이 들 것 같아 초입을

보상할 겸 속보로 앞으로 나아가 러셀을 도와보려 친구를 뒤로하고  전진.

선두에 조금이나마 힘을 붙여볼까  앞으로 나가려는데  우리 산님 한 분이 처음 오신 친구는 어디

오시는지 물어보신다.  휴게소에서 휴식은 하였지만  역시 오랜만에 하는 산행인지라 뒤쳐져 오름은

당연한 결과라  선두와 함께 러셀할 생각은 포기하고 다시 뒤 돌아 한참을 내려가니 무거운 모습의

친구가 올라온다.  이제부터 대간팀과는 함께하지 못하지만 너와는 하산까지 함께 하리라 생각하고

은빛의 물결속을 지나친다.

 

12시 05분       코재전망대

눈은 더욱 펑펑 쏟아지고  노고단도 시야에 잡히지 않고 입산 통제 이정표가 있는 종석대 오름길로

들어선다. 지리산 주능선의 서쪽 끝 봉우리가 바로 종석대다.

노고단에서 지척의 거리에 있어 자매 봉우리로 불리고 있는데 노고단보다 약 1백50 m 가 낮은

해발 1356 m 의 종석대는 노고단 못지 않은 아름다운 경관과 웅장한 모습을 하고 있으며

서북능선이 이 종석대에서 북쪽으로 뻗어나가는 한편 화엄사와 천은사 사이로 차일봉능선을

뻗어내리고 있어 전망이 아주 좋다.

 

종석대는 마치 차일을 펼쳐 놓은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어 일명 차일봉으로도 불린다.

이곳에서의 일몰광경은 감탄이 절로 나오는 광경이 연출됨에 산님들과 관광객들의 찬사를 받기도하고  

차일봉 외에 우번대, 관음대등 여러 이름을 갖고 있으니 그 유래와 전설이 있다.

 

옛날 신라의 도승 우번조사가 젊은 시절에 조용한 상선암을 찾아가 10 년 동안 좌선수도하기로

결심하고 혼자서 열심히 불도를 닦기 시작했는데 ...

어언간 9 년째 따뜻한 봄날 선녀처럼 아름다운 절세미인이 암자 창문 앞에 홀연히 나타나 요염한

자태로 우번스님에게 추파를 던지며 자기를 따라오라고 손짓 그 유혹에 마음이 홀린 우번스님은

수도승이란 자기처지를 망각하고 그 여인을 따라 차일봉 정상에 오르게 되었는데..

 

손짓하며 앞서 가던 여인은 간곳없고 관세음보살이 눈앞에 나타나서 앞을 가로 막고 서있지

아니한가 ?? 우번이 정신을 가다듬고 그 자리에 엎드려 자기의 어리석음을 뉘우치고 참회하였다.

다시 살펴보니 관세음보살은 간곳 없고 그 자리에 큰 바위만 우뚝 서있어 자신의 수도가 부족함을

깨달은 우번스님은 그 바위밑에 토굴을 파고 토굴속에서 열심히 수도 정진하여 수년만에 도통 성불하여

훗날 이름난 도승이 되었다

 

그후부터 차일봉은 우번조사가 도통한 토굴자리가 있다고 하여 우번대 !!

우번조사가 도통하는 순간 신비롭고 아름다운 석종소리가 홀연히 들려 왔다하여 종석대 !!

관세음보살이 현신하여 서 있던 자리라고 하여 관음대 !!

 

* 지리산십대 : 문수대, 종석대 ( 우번대 ), 묘향대, 서산대, 무착대, 향운대, 문창대, 영신대, 향적대, 금강대

* 반야봉 7 대 : 문수대, 묘향대, 종석대, 만복대, 금강대, 무착대, 서산대 

* 천왕봉 5 대 : 향적대, 문창대, 영신대, 소년대, 향운대

 

아침이면 구름바다, 낮이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첩첩의 산들,

저녁이면 낙조의 아름다움등등  어쩌다 해거름이면 원사봉을 사이에 두고 있는 화엄사와 천은사

저녁예불을 알리는 범종소리까지 은은히 들려와 영지임을 실감케하는곳을 그리며 우번대로 향한다.

우번대를 갔다 되돌아오시는 우리 대간팀과 마주치며 친구에게는 대간팀을 따라가라 이야기하고

그리멀지 않은 우번대를 홀로 조용히 들어가 본다.  장독에 까득 쌓인 백설은 공양처럼 포근하고

마당에 자리한 불꺼진 등이 너무 운치있어 보인다. 

다시 뒤돌아 차일봉능선을 이어가며 비록 조망은 없어도 지리의 주능선, 아흔아홉골, 수많은 지리영봉을

가슴에 담아본다.    나즈막한 봉우리 몇개 오르내리며 잠시 능사면에서 이제 대간 함께하고 있는 친구와

합류되어 휴식을  가져보며 가져온 알코올과 과일을 친구에게 건내며 떨어진 체온과 체력을 보충하는 시간을 ..

 

이제는 내림길 허나 급경사 길이고 눈 속에 너덜이 군데군데 숨겨진 구간인지라 여간 조심이 가질

않는데  어라 호주머니속에 있던 휴대폰이 보이지 않는데  휴식후 이동할 때 차량기사님과 잠시 통화하며

호주머니에 넣은게 빠진 것 같다.  진퇴양난이라..  광주로 되돌아가려면 늦어도 16시 정도에는 하산을

완료해야 하는데 휴대폰 찾으러 가려면 족히 왕복 30분 이상은 소요 될 것 같고  하산에 열중하는

친구들 몰래 뒤돌아 휴식하던 장소까지 단 한번의 쉼 없이 구보로 이동하기 시작하는데  조금전 지나왔던 길도

금새 눈으로 상당히 덮혀 있어 휴대폰 찾지 못하지 않나 생각하며  조금이라도 눈이 더 쌓이기전에

근처에 도착하여야 할텐데 조바심이 너무 앞서고  등판과 얼굴에 어느새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휴식장소에 다다르자 다행히도 바람없는 능사면 아래에서 휴식 하였던 덕분인지 흰 눈에 검정색 휴대폰은

한 눈에 들어오고  기쁨!!!  뭐라 표현 할 수 없다.

휴대폰을 열어 시험하여 보니 정상..  기분 완전 짱이다 ///

 

배낭안에 넣고  눈밭속을 다시 헤치며 되돌아가는 걸음이 가뿐한지 화엄사집단시설지구 하산지점

100여 미터를 남기고 친구들과 다시 합류에 성공..  어디갔다 왔느냐 물어보는데 그냥 웃음만 보일뿐이다.

입산통제 이정표와 영구통제 구간을 빠져나오면서 지리에 다시한번 감사를 드리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함께 한 친구에게 고마움을 전해본다.   친구야 고맙구 더욱 건강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