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6.26 토요일 05:30 신의터재를 출발했다. 어제 저녁은 화동면
소재지 버스 공용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밤을 보냈다. 밤 10시만
되면 면 소재지이나 몇몇 가게만 불이 켜져 있고 암흑세계로 변한다.
파출소마저 불은 환한데 사람이 없다. 큰일(?) 보는데 애를 먹었다.

차를 신의터재 공원 한쪽에 주차시키고 몸을 풀고 심호흡을 했다.
농로 고갯길을 오르는데 길이 질퍽하다. 고갯마루에서 우측으로 바로
꺾으며 산으로 접어든다. 초등학교 시절 여름이면 버섯을 딴다고 이른
새벽에 이슬에 바지 적시며 동네 뒷산을 오르곤 하였는데 그와 같았다.

잡목과 풀숲을 헤치며 능선 길 같지 않은 산길을 한참 걸어가니 갑자기
앞이 환해진다. 매우 넓은 밭에 과수 묘목이 무릎아래이다. 다시 잡목이
무성한 산길로 한참을 걸어간다. 대간 길이 이렇게 오르는 것인지 내려
가는 것인지 알지도 모르게 면면히 이어진 것도 대간의 신비라 생각한다.

오르막에 무덤이 있는데 비석에 1990이란 숫자가 보였다. 대간 길에 만난
숱한 폐 무덤을 대하다가 반가움내지 호기심에 가까이 가다가 그만 놀랐다.
봉분 윗부분 중앙이 쑥 꺼져있었다. 삼각 김밥 모양으로 땅이 함몰되어
있었는데 지금도 그 연유를 궁금해 한다. 강00의 네 명 이름이 옆에 있다.

대간 답사를 하다 가장 많이 만나는 것이 무덤이 아닌가 한다. 생각 없이
가는 길을 재촉하다 주위가 환한 공터가 나오면 우선 반가운데 보면
무덤이다. 지금까지 인상에 남는 무덤이 몇 있는데 그중 한 무덤이 바로
그 무덤을 지나 얼마 안가면 오르막 능선 마루인데 그곳에서 만나게 된다.

길은 몇m 아래로 질러가는데 마루 부분에 나무들이 베어져 있어 환하였다.
주위가 보일 것 같아 지나갔다가 능선을 타고 몇m를 뒤돌아가니 거기
새파란 잔디가 곱게 깔려있고 무덤이 세 개 있는데 저 멀리 바라보이는
광경은 눈을 아름답게 하였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데 명당 같아 보였다.

신의터재를 출발한지 두 시간이 지난 지점이다. 신평이씨와 그 아들내외
묘다. 문장대에서 밤티재로 내려오다 보면 문장대를 마주한 폐 무덤이 있다.
잔디 하나 없는 붉은 모래 봉분에 근래 세운 것 같은 비석이 눈길을 끈다.
역시 여자의 묘인데 묘하게 손자와 증손의 이름이 비석 뒷면에 새겨져 있다.

과연 그 곳이 명단인가를 생각하며 오르막을 오르는데 바람이 시원하여
잠시 휴식을 취하였다. 산들바람이 이런 바람이겠지 하였는데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을 생각하게 한다. 조금 더 가니 그곳이 정상인 윤지미산이었다.
지도를 유심히 보고 가지는 않는다. 길을 따라 표식을 따라 걸을 뿐이다.

윤지미산 정상은 표석이 없이 제석 산악회에서 나무와 나무 사이에 걸어
놓은 작은 팻말이 있다. 정상이라기보다 개울가 놀이터 같은 넓은 공터처럼
넓고 평편한데 어찌 보면 성황당 같은 분위기를 느낀다. 전망은 좋지 않으나
워낙 넓으니 바람이 불지 않아도 시원함을 느끼게 하는 괜찮은 정상이었다.

윤지미산을 오를 적에 비해 가파르게 내려오다 산자락에 다다르면 밭두렁에
연한 질퍽한 덤불속을 헤치고 건너야 한다. 우측으로 거대한 교각들이 빨간
모자를 쓰고 도열해 있다. 청원-상주간 고속도로 현장이다. 터널을 뚫으려나
살펴보았으나 없었다. 백두대간 이 언저리도 내년이면 다른 모습일 것이다.

09:20 화령재에 도착하였다. 길 건너에 팔각정이 있고 화령재 표석은 기단이
땅에 반쯤 묻힌 채 명을 다한 듯 쓸쓸히 서 있었다. 도로를 따라 내려오다
삼거리에서 우측 산자락으로 대간이 이어졌다. 정상인 산불감시초소에
오르나 전망은 별로다. 조금 더 가다 우측에 기막히게 전망 좋은 곳이 있다.

봉황산에 올라도 이런 조망을 할 수 없다. 해가 막 중천에 보이기 시작하고
속리산을 숨겼던 안개가 바람에 걷히다 말았는데 그 광경이 일품이었다.
11:20에 봉황산 정상에 섰는데 예의 상주 시청 산악회에서 1976년도에
세운 아담한 정상석이 있다. 주위 나무들을 잘라내고 싶은 아쉬움이 있었다.

12:40에 비재에 도착하였는데 그 직전에 씨름판 같은 무덤이 있다. 맨 모래
뿐이 모래 무덤을 그래도 가꾼답시고 주위 나무들을 베어 축대같이 만든
모양이었다. 나무 축대 안으로 흙을 채우려니 결국 봉긋한 모양은 아예
사라지고 씨름판 같이 넓죽하게 편편하게 무덤 형태를 하였는데 씁쓸하였다.

백두구간 탐사를 하며 구간으로 이곳을 지나 갈령 삼거리까지 정하는 팀이
많은 모양인데 나는 이곳 비재를 구간 종점으로 하기를 권한다. 포장이
끝났고 49번 국도로 나오면 바로 주요소가 있고 쉼터가 있어 주차장도 넓고
식수와 화장실 시설이 제대로 되어있고 바로 앞 다리 밑엔 계곡물이 넘친다.

*오후 6시경 주유소 평상에서 쉬고 있는데 등산객 한사람이 내가 내려온
길을 따라 땀을 닦으며 도로를 건너 나의 앞으로 다가왔다. 오전 9시에
신의터재를 출발하였다고 한다. 상주 가는 버스를 타고 금방 떠나갔는데
다음 카페 [홀대모] 홀로 대간 종주하는 모임의 회원으로 박기준씨이다.


▣ 박기준 - 비재까지의 산행기 잘읽었습니다. 멋진 추억을 만들면서.....
▣ 미시령 - 하하하 오늘 주제는 무덤이네요... 안산, 즐산 이어가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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