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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북정맥 종주기 | 산행 정보 2005/02/28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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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북정맥 종주기

 

고장난 디카를 수리하고 난 후 보니

한북정맥 사진이 곱게 자고 있더군요

몇 장 꺼내

열어봅니다

 

 

출발 전야 모두들 긴장한 가운데 내일 해야할 일을 논의 한다

잠이 편해야하는데

백두대간에 익숙한 나를 제외한 형님들은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산길을 걷는다는 것은 평지를 걷는 것과는 다른 일이어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한다

연속으로 걷는 종주는 특히 그래야한다

 

 

 

 

 
 

몸들이 다 안좋은 상황에서 정해진 길이니 가야한다는 자신과의 약속 때문에 새벽에

일어나 간다

어둠이 땅과 산을 짓누르고 있다

그 곳에서 거친 호흡을 하얗게 뿜으며 걷는다

 

 

 

수피령고개 대성산 전적비 앞에서

들머리 부터 거칠었다

경사 70도의 눈길을 네발로 혹은 암벽 타던 실력으로 발끝에 체중을 실어

엉덩이 밀어넣고 허리를 편다음 다음 홀드를 찾아 한 걸음씩 옮기며 들머리로 들어선다

 

멀리서 동이터오고

동이트면

어둠에 갇혔던 모든 것들 풀려 날 것이다

산과 산들이 소리쳐 부를 것이고 나무와 나무가 서로의 안부를 물을 것이다

밤새 안녕 하셨냐고?

 


길은 얼마 신비로운가

어둠에 가득찬 길

불빛이라고 헤드랜턴밖에 없는

어둠과 어둠이 연대해서 산과 산을 나무와나무를

가두어 버린 그 속을 하얀 입김 뿜으며 간다

추위를 체온으로 녹이며 간다

 


 

 


 

이제 헤드랜턴 빛이 희미해진다

땀으로

눅눅했던 어깨위로 햇살이

비추이면 어깨도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뒤로 백운산이 보인다

저능선으로 가야한다

 

그러나 우리는 길을 잘 못 들어 알바 시작한다

알바 시작 시각이 9시 알바 끝낸 시각이 6시

무려 6시간 짜리 알바를 한다

 

첫번째 알바 장소에서의 휴식

 

먹어야 간다

당일 산행과는 달리 연속종주는 체력의 한계를 드러내야함으로

먹고 마시는 칼로리만큼 움직이게 되어있다

 


 

 

 

 

두번째 알바 장소에서의 식사

 

우리는 알바내내

오지 개척산행을 한다

길도 없는 전방

곧 튀어 나올 것 같은 철책을 예상하면 춸원으로 화천으로 갔다 왔다 한다


 

 

저 봉우리만 올라서면

알바를 끝낸다

 

자작나무가 은 빛으로 환하다

 

 

 

 

 

대장님이 들어간 숲 나무들이 벗은 몸 처럼 희디희다

 

 


 

 

 

 

 

 

가야할 길을 가는 사람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길이 있어 가는 사람은 얼마나 큰 행운인다

알바를 하면서 많은 것을 깨닫는다

길이있다는 것은 희망이다

길이 끊긴것은 불안이다

 


 


 

돌아가야하는 것은 시간적으로 큰 손해다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

갈 길을 중단없이 갈 수 있음은 행운중의 행운이다

 

 

 

환하게 웃을 수 있는 것도 갈길을 가기때문이다

길에서 이탈하면

웃을 수 도 없다

 


 

 

시간이 흐르고

어둠에서 시작한 길에

노을이 지는 태양의 쓰러져가는 붉은 색이 눈위로 펼쳐진다

붉은 카펫처럼

 


 

 

 

 

 

 

어둠이다

어둠속에서 각자는 다시 헤드랜턴을 켜고

경사 60-70도의 능선을 오르고 내린다

이미 체력은 고갈되었다

남은 것은 여기서 멈추면 저체온증이 온다는 사실이다

가야한다

가야할 길이 있으면 쉬지말고 가야한다

가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

겨울이다 한북정맥 대한민국에서 최고 추운 코스이다

걸으면 산다 멈추면 죽는다

단순하지만 그러나 가는 길은 쉽지않다

 

쓰러진 사람은 일으켜 세우고

넘어진 사람은 부축해서라도 가야한다

 

 

 

 

 

 

 

또 다른 날이 밝는다

하늘에 까마귀가 원을 그린다

 

 

 

 

 

머리띠를 묶으며 출발 한다

몸은 매일 다르지만

그러나 가야할 길은 언제나 산길이다

가야할 목표는 언제나 하나다

 

 

 

 

 

새로움이 주는 신선함

아침은

힘을 준다

 

 

 

앉아서 쉬기도 하지만

그러나 갈길을 가야하는 사람은 쉬어도 머리속에선 언제나 길

생각 뿐이다

 

 

그 길에 장애물이 있어도

길이 있다면 간다

길이 없는 길은

힘들지만 절벽이라도 길만 나 있으면 가는 것은 단순하다

걸으면 간다

 

 

 

 

 

 

 

저기까지만 가면 되는데

 

그 길을 가기위해선

뒤돌아보기도 해야한다

산의 소리를 들어야 하고

길을 걷다가 들려오는 나무소리

바람소리

물소리

산이 소리쳐 산을 부르는 소리 그리고

낮은 곳에서 울리는 냐면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길을 걷는 것은 자신을 들여다 보는

구도자의 자세이다

 

 

저 능선과 능선

산과 산이

부르는 소리를

하늘이 산으로 내려주는 음성을

산이 하늘에게 들려주는 저 장쾌한 음악을 들어야 한다

산을 걷는 사람은

마음을 비워야

산이 들려주는 교훈을 들을 수 있다

 

 

 

 

 

 

 

 

길은 이어지고

이어지는 길로 끊임없이 걷는다

우리는 매일 14시간 이상 걸었다

어느날은 16시간을 걷다

탈진해 쓰러진다

 

 

 

그래도 일어나면 걷는다

걸음엔 특별한 속임수가 없다

오직 자신과 길과의 대화만이 있다

 

 

 

 

하늘이 만삭의 배를 곧 터트릴 듯하다

눈이 쏟아질 것 같다

낮은 하늘과

경계선인 땅에서

땅과 하늘을 이어본다

하늘이땅에게 땅이 하늘에게 하는 말을 들어본다

 

 

길은 이어지고

 

 

 

 

길이 끊어져도

눈에 길이 지워졌어도

가는 사람은 길을 가야한다

길을 가지 않으면

돌아가거나 포기해야한다

길을 찾는데 익숙해야한다

길을 찾는데 본능적으로 동물처럼 발달한 온갖

사용하지 않았던 감각을 되찾아야 한다

 

 

 

 

가는 길 동안

신을 바꾼다

 

당일 산행과 장거리 연속 종주는 다르다

 

연속 종주는 검증을 할 수있다

자신의 체력을

장비의 성능을

결국 신발을 하나 버리고

새로운 신발을 신는다

 

 

 

 

산과 산이 보인다

 

 

 

 

더덕주 한 병으로 몸을 녹인다

이미 몸도 마음도 얼었지만

뜨거운 땀만큼 뜨거운 독주도

때론 유용할때가 있다

 



 


 

 

가야할 사람들은 간다

 

 

 

 

 

 

 

 

 

 

 

 

 

 

 

 

 

 

 

 

 

 

 

 

 

 

몸은 힘들어도 가는 길 내내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에 서로 감사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준다

 

 

 

 

 

 

 

 

 

 

 

 

 

 

 

 

 

 

 

 

 

 

 

 

 

 

 

 

길은 계속이어지고

 

 

 

 

 

 

 

 

 

 

 

 

 

 

 

 

 

 

 

 

 

 

 

 

 

 

그 길을 걷는다

 

 

때론 혼자

 

 

 

 

 

 

 

 

 

 

 

 

 

 

 

 

 

 

 

 

 

 

 

 

 

때론 둘이

 

 

 

 

 

 

 

 

 

 

 

 

 

 

 

 

 

 

 

 

 

 

 

 

 

 

땀이 온 몸을 적시다

뚝뚝 떨어진다

땀도 어느 지점에서는 얼어 붙어 버린다

 

 

 

오르막은 오르고 내리막은 내려간다

하루에 몇 개를

분명한 것은 다 쉬고 싶고 쓰러지고 싶을 뿐이지만

길이 열려있는 한은 간다

 

 

 

 

 

 

 

 

 

 

 

 

 

 

 

 

 

 

 

 

 

 

 

 

 

벙커 안에서 저녁을 먹고

또 하루를 보낸다

 

 

 

 

 

 

 

 

 

 

 

 

 

 

 

 

 

 

 

 

 

 

 

 

 

 

 

해가 짧은 겨울

늘 어둘때 출발하고

늘 어둘 때 그만 둔다

 

 

 

 

 

 

 

 

 

 

 

 

 

 

 

 

 

 

 

 

 

 

 

 

 

 

이미 대원들의 얼굴은 지칠 대로 치쳐있다

 

 

 

 

 

 

 

 

 

 

 

 

 

 

 

 

 

 

 

 

 

 

 

 

 

 

 

 

 

신발이 지침의 증거다

 

 

 

 

 

 

 

 

 

 

 

 

 

 

 

 

 

 

 

 

 

 

 

 

 

 

 

 

다음을 기약하고

홀로 남은 나는 마무리를 위해

나홀로 산행으로 종주를 마무리 한다

 

 

 

 

 

 

 

 

 

 

 

 

 

 

 

 

 

 

 

 

 

 

 

 

 

길은 의정부에서 심하게 끊어져 있다

마루금은 도로로 개발 되고

아파트가 들어서고 공장지대를 지나다 개때들에게 공격당한다

 

 

 

 

 

 

 

 

 

 

 

 

 

 

 

 

 

 

 

 

 

 

 

 

 

 

 

 

이점에서 마무리를 지어야 할 듯하다

나도 지쳤다

그러나 북한산까지는 가자

 

 

 

 

 

 

 

 

 

 

 

 

 

 

 

 

 

 

 

 

 

 

 

 

 

 

 

 

 

도봉산이 보인다

 

여기서 끝내자

다음에

여기까지 온것에도 감사한다

함께 했던 대원들과

대장님모두에게 감사드린다

매일 14시간 이상의 산행의 연속 가운데서도 우린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이만큼왔다

 

길을 열어주고 품어주고 받아준 산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길은 다음 기다리는 낙동 정맥으로 이어지고

그날을 설레며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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