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산줄기환주52

                                                      (낙남금오지맥 4구간)

 

 

                                 *지맥구간:대송1.1Km지점 능선-용산-두우산)

                                 *산행일자:2010. 6. 4일(금)

                                 *소재지   :경남하동

                                 *산높이   :두우산191m, 용산153m

                                 *산행코스:덕포소류지입구-대송1,1Km전방지점능선-금오마을 입구

                                               -용산-두우산-고포리우암 섬진강변

                                 *산행시간:7시39분-1740분(10시간1분)

                                 *동행      :나홀로 

 

 

 

  어제 경남하동의 두우산을 올라 섬진강산줄기 환주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모교인 경동고 총동창회가 주최하는 삼각산 산사랑 대회를 불참하고, 한 대학동기 친구가 주말산행을 같이하자는 모처럼의 제의를 마다한 채 그제 밤 진주로 내려간 것은 한 구간 남은 섬진강산줄기 환주산행을 마저 끝내고 싶어서였습니다. 자칫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다가는 6월27일로 예정된 방송대의 기말시험을 코앞에 두고 다녀오게 될 것 같아 어제 만사 제쳐놓고 마지막 구간을 종주해 섬진강산줄기 환주산행을 모두 마쳤습니다.

 

 

  섬진강산줄기 환주란 섬진강을 에워싸고 있는 울타리산줄기를 한 바퀴 빙 도는 종주산행을 저 나름대로 이름한 것입니다. 섬진강에 물을 대는 울타리산줄기는 전남광양의 망덕산-백두대간의 영취산-경남하동의 두우산을 잇는 산줄기로 그 도상거리가 약640 Km에 이릅니다. 2007년 5월에 섬진강 하구인 광양의 외망에서 망덕산을 올라 첫 구간을 시작해 이 강의 서쪽 울타리 산줄기인 호남기맥과 호남정맥을 차례로 종주한 후 북쪽 울타리인 금남호남정맥을 마저 종주해 백두대간의 영취산에 이른 것은 그해 9월이었습니다. 호남정맥을 종주할 때만 해도 섬진강을 머릿속에 두고 산행한 것은 아니었는데 그동안 생각이 진화해 내친 김에 영취산에서 두우산에 이르는 동쪽 울타리 산줄기도 마저 밟아 한 바퀴 빙 돌아 보자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그간 총52회를 출산해 망덕산-백운산의 호남기맥, 백운산-조약봉의 호남정맥, 조약봉-영취산의 금남호남정맥, 영취산-지리산 영신봉의 백두대간, 영신봉-547봉의 낙남정맥과 547봉-두우산에 이르는 낙남금오지맥을 차례로 밟아 어제 출발지인 망덕산 강 건너의 두우산에 올라서자 생각대로 해냈다 싶어 가슴 뿌듯했습니다. 

 

 

  아침7시39분 덕포소류지 입구에서 섬진강환주의 마지막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진주터미널을 아침6시30분에 출발한 하동행 첫 버스를 타고 전도로 가서 택시로 덕천리마을까지 이동했습니다. 마을을 막 벗어나 갑자기 길이 좁아지고 경사가 급해지는 시멘트길에서 하차해 택시를 보내고 아침햇살이 뽀얗게 비치는 시멘트도로를 따라 오르다가 나뭇잎 사이로 덕포소류지가 바로 옆에 보이는 금오산등산로안내판 앞에서 오른 쪽 임도로 들어섰습니다. 임도가 끝나고 나무계단 길을 올라 길섶에 피어 있는 이름모르는 야생화들과 아침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아침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새들이 지저귀지 않아 더할 수 없이 조용한 산길을 천천히 오르면서 혹시라도 길을 잘 못 들어 섬진강 하구의 두우산까지 진행하지 못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보살펴달라고 속으로 빌었습니다. 길에서 벗어나 부글대는 뱃속을 비우고 나자 물을 마셔 빈속을 채웠던 어린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배가 꺼지면 힘을 쓸 수 없다며 참을 수 없을 때까지 미루다가 끝내 일을 보고나면 배를 빵빵하게 만들고자 물로 빈 배를 채우곤 했던 것이 불과 반세기 전의 일로, 그 시절에는 이맘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보리 고개가 어느 고개보다 넘기 힘든 가장 높은 고개였습니다.

 

 

  8시55분 “대송1.1Km” 전방지점의 능선에서 낙남금오지맥의 마지막구간에 발을 들였습니다. 지난 주 이 지점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나무계단 길로 들어서야 할 것을 능선 길로 곧바로 진행하다가 엉뚱하게 덕천리마을로 내려가는 바람에 마루금에서 벗어나 이번에 다시 올랐는데 1시간 남짓 걸렸습니다. 가파른 나무계단 길로 내려가다 만난 산중턱의 삼거리에서 대송 길과 헤어지고 오른쪽으로 꺾어 진행하다 얼마 후 임도로 들어섰습니다. 풀들이 무성한 임도 따라 왼쪽으로 내려가 시멘트 차도로 들어서 뒤쪽을 돌아보자 지맥 길에 낭떠러지 채석장이 보여 “대송1.1Km” 전방지점에서 남쪽으로 길이 난 이유를 비로소 알았습니다. 시멘트 길을 따라 내려가다가 마루금을 제대로 이어가고자 왼쪽 위로 갈리는 임도로 올라갔습니다. 길을 막는 잡목 숲을 뚫고나가지 못하고 50분 가까이 송전탑 주위만 맴돌다가 10시15분에 다시 시멘트 길로 돌아가 이 길을 따라 19번 국도를 향해 내려갔습니다.

 

 

  11시 정각 19번 국도가 지나는 8262부대 앞 버스정류장에서 잠시 쉬었습니다. 19번 국도를 향해 시멘트 길을 걸어 내려가는 중 왼쪽으로 골망태카페가 자리하고 있어 잠시 들러 마루금을 이어갈 수 있을까를 점검해봤지만 쉽지 않을 것 같아 그냥 시멘트길을 따라 걸어내려 갔습니다. 반시간을 조금 못 걸어 만난 19번 국도를 따라 왼쪽으로 진행해 금정사입구를 지나고 고개마루까지 걸어 올라가 8262부대 앞에 이르자 6월의 햇볕이 정말 따갑게 느껴졌습니다. 능선에 자리한 군부대를 피해 금오마을로 가는 오른 쪽 아스팔트길로 내려섰습니다. 오랜만에 감자밭을 지나며 만개한 옅은 연분홍의 감자 꽃들을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모내기가 한창인 논 뜰을 지나 왼쪽의 마루금으로 복귀한 곳은 금오마을 노인회관이 자리한 고개 마루였습니다. 여기서 오른 쪽 예비군 훈련장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을 따라 낸 시멘트 길을 걸었습니다.남중한 태양이 거침없이 내리쬐어 시멘트 길이 후끈후끈  달아올랐습니다.

 

 

  12시25분 해발153m의 용산에 올랐습니다. 예비군 훈련장으로 이어지는 길을 15분 남짓 걸어 다다른 느티나무 그늘아래에서 점심을 들었습니다. 바로 위가 공동묘지인 넓은 공터를 가려주는 느티나무 아래 그늘은 편히 앉을 의자는  없었어도 분명 오아시스였습니다. 20분 넘게 푹 쉰 후 자리에서 일어나 임도 따라 가다가 곧바로 오른 쪽으로 꺾어 산허리에 낸 큰 길을 따라 올랐습니다. 이내 왼쪽 위 산불감시센터가 세워진 용산에 올라가 잠시 숨을 돌렸습니다. 마루금이 뻗어나가는 방향으로 길을 찾지 못해 별 수 없이 희미하게 나있는 길을 따라 왼쪽으로 이동했습니다. 얼마 후 다다른 좁은 공터에서 길이 끊어져 대충 방향을 잡고 오른 쪽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길이 나 있지 않아 조금 걱정이 됐으나 몇 분후 임도가 나타나 이 길을 따라 내려갔습니다. 묘지가 있는 삼거리에서 시멘트 길을 만나 오른 쪽으로 진행했는데 이 길에 바짝 붙어 낸 수로를 따라 콸콸 흐르는 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다는 느낌이 절로 들었습니다. 용산에서 서쪽으로 뻗어나가는 지맥 능선 남쪽 아래 산허리에 수로와 나란히 낸 시멘트 길을 따라 걸어 17번 군도로 고개마루에 도착한 시각은 12시55분이었습니다.

 

 

  13시51분 별빛농장 조금 못 미친 임도 길에서 20분 가까이 쉬었습니다. 17번 군도를 지나 고가로 이 도로를 건넌 수로를 다시 만났습니다. 청암댐의 물을 해안가 개간지로 공급하고자 설치했다는 길이가 10Km는 족히 될 만한 수로를 따라 계속 서진하면서 시뻘건 황토 흙이 파헤쳐진 도로공사장을 지났습니다. 햇빛을 가릴 그늘이 별반 없는 수로 옆길을 1시간 반 넘게 걸어 지겹다는 생각이 들 즈음 수로는 별빛농장 안으로 사라졌고 임도 길은 오른쪽 위로 꺾여 능선으로 이어졌는데 수로를 따라 걷던 저는 능선에 이르기 직전 그늘에다 배낭을 내려놓고 한참 동안 쉬었습니다. 자그마한 인공연못이 조성된 별빛농장을 빠져나가 임도로 내려갔습니다.  궁항마을 표지석이 서있는 59번 도로의 오른 쪽 고개마루로 올라가 섬진강호텔 옆길로 들어섰습니다. 별빛농장에서 갈라진 수로를 14시51분에 다시 만났으나 바로 갈라지고 저는 두우산 가는 길로 올라갔습니다.

 

 

  16시10분 해발192m의 두우산에 올라 도도히 흐르는 섬진강을 조망했습니다. 수로 오른 쪽 위로 이어지는 두우산으로 가는 길은 시멘트 길로, 이 길이 내뿜는 지열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습니다. 시멘트 길이 끝나는 임도삼거리에서 오른 쪽 길로 들어선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늘을 찾아 다시 쉬었습니다. 섬진강 울타리산줄기가 끝나는 두우산 정상이 멀지 않은데다 지맥 길도 차가 다닐 만큼 넓고 평평해 긴장이 풀려서인지 잠시 쉬는 사이 졸음이 몰려왔습니다. 다시 일어나 한참 동안 걸어 다다른 임도사거리에서 오른 쪽 산길로 들어서 두우산을 올랐습니다. 돌탑이 세워진 해발192m의 두우산 정상에서 섬진강산줄기 환주를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돌봐주신 주님께 감사기도를 드린 후 옆 자리의 전망바위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섬진강휴게소가 곧바로 보이는 전망바위에서 호남정맥 종주 차 첫 번째로 올랐던 강건너 망덕산을 사진 찍었습니다. 2007년 5월 망덕산에서 시작해 호남정맥, 금남호남정맥과 백두대간 및 낙남정맥 일부 구간을 차례로 밟아 낙남금호지맥에 들어선 것이 그 3년 후인 지난 5월이었고 한 달도 채 안되어 이 지맥의 끝점인 여기 두우산에 오른 것입니다. 전북장수에서 발원한 섬진강은 220km 거리를 숨 가쁘게 달려와 여기 강 하구를 거쳐 바다로 흘러들어가 일생을 마치지만 이 강에 물을 대는 약640Km에 이르는 울타리산줄기는 자기 자리를 계속 지켜왔고 앞으로도 지켜갈 것이기에 마음 편히 하산했습니다.

 

 

  17시40분 고포리우암 섬진강변에서 섬진강산줄기환주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전망바위에서 반시간 넘게 쉰 후 두우산 남동쪽 끝 머리인 고포리로 하산했습니다. 두우산 동쪽 사면은 경사가 가파르고 길이 나있지 않아 남쪽 임도를 따라 빙 돌아 내려갔습니다. 햇살은 여전히 따가웠지만 섬진강산줄기환주라는 큰일을 해내 강 하구로 향하는 발걸음은 마냥 가벼웠습니다. 광양제철이 지척인 강 하구 둑에 올라 건너편 망덕산을 다시 사진 찍은 후 강가로 내려갔습니다. 그동안 가슴에 담아둔 섬진강의 강물을 두 손을 모아 담아보는 것으로 환주기념세레머니를 마치고 용포리 버스정류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지난 3월 방송대에 입학해 처음 맞는 기말시험이라 아무래도 시간을 내서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기말시험을 끝내고 7월부터 다시 낙남정맥 종주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폭염이 끝나는 9월부터 약220km에  달하는 섬진강 본류의 강줄기를 따라  걸어볼 뜻입니다. 내년부터 낙동강, 한강, 금강, 영산강 등 우리의 대표적인 젖줄기에 물을 공급하는 울타리산줄기들을 차례로 환주할 생각입니다. 산줄기환주가 끝나는 강부터 본류의 물줄기를 따라 걸어보는 것도 실천에 옮길 계획입니다.

 

  섬진강산줄기환주에 도움을 주신 여러분들에 진심으로 감사 말씀드립니다. 3구간을 우정 산행한 고교동기 이규성 교수와 호남정맥 종주 시 여러모로 도움을 준 순천의 깜상님에 특별히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간 댓글로 격려해주신 많은 분들에도 같은 뜻을 올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