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35차 (34구간 : 미시령 ~ 진부령)



○ 산행일자 : 2008. 8. 30 (토) 05:30 ~ 12:42 (7시간 12분)
○ 산행날씨 : 짙은 안개, 가끔 하늘 보이다 하산할 때 쾌청
○ 참석인원 : 23명 (백두대간 회원 17명, 게스트 6명)
○ 산행거리 : 도상거리 / 16㎞       누적거리 : 669.9km
○ 산행코스 : 미시령-상봉-신선봉-대간령-마산봉-알프스리조트-광산초교 홀리분교-진부령
○ 소 재 지 :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간성읍 / 인제군 북면



1. 구간별 진행시간

① 접근

07/04 22:00            신복로타리

07/05 05:17            미시령 도착

② 구간별 산행 시간

05:30            미시령(계곡) / 산행시작

05:57            주능선

06:20~25         전망대

06:40~50         상봉(1241m)

07:15            화암재

07:45            신선봉(1214m)

08:30~59         헬기장 / 식사

09:20~23         대간령

10:42            병풍바위

11:12~15         마산봉(1051.9m)

12:42            진부령(백두대간 남쪽구간 종착점)

③ 복귀

15:40            진부령 출발

21:40            신복로타리 도착



2. 산행기록



몇 일전부터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막상 마지막 구간을 가는데도 바쁘기는 마찬가지.
급하게 배낭을 꾸려 집을 나서는데 뭔가 허전하다.
걸음을 멈추고 곰곰히 생각을 해 보니 지도을 못챙긴 것 같다.
부랴부랴 집으로 다시 돌아가 지도를 챙기고 나니 시간이 바쁘다.
단거리 경주하듯 달려 신복로타리에 도착하니 1분 전. 버스가 안왔다.
다행이다 생각했는데... 웬걸, 버스는 약 10분이나 늦게 도착했다.
제 시간맞추느라 마음 졸이며 달려온 왔는데 버스가 늦어
버스기사님에게 "차가 좀 늦었습니다" 하니
'밤새 갈껀데 10분 늦은게 뭐 문제가 됩니까?'
여태도 그랫듯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 것은 나만의 감상일까?
작년 8월까지 2년동안... 잘 생기고 멋진 모습만큼이나
친절했던 삼식이 기사님이 마지막 날 왜 이리 생각날까?

*    *    *    *    *    *    *    *

때로는 빨리 끝나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마지막 구간 졸업식장(?)으로 향하는 맘은 설레이면서도
만감이 교차한다. 왜 이름모를 허전함과 섭섭함이 엄습하는지?
처음 백두대간을 32구간으로 나누고 지난 5월까지 끝내는 것으로
계획했으나 오는 동안 육십령 직전에서 한 구간이 늘어나고,
하늘재에서 죽령사이에서 또 한 구간이 늘어나고,
미시령구간에서는 허리까지 빠지는 폭설로 진행을 못하여
다시오는 바람에 3달이나 늦은 오늘 마지막 구간을 간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진부령을 향한 일념으로
지리산 천왕봉에서 출발하여 초심을 잃지않고
묵묵히 쉼없이 한 걸음 한 걸음,
산보다도 더 높은 자신을 넘어
이 시간 마지막 구간으로 향한다




(미시령에서, 속초의 야경)

산경표에 '미시파령(彌時坡嶺)'으로 표기되어 있는 미시령.
'미시령 북쪽은 금강'이라 했듯 설악산과 금강산을 나누는 곳.
영서의 인제, 원통에서 영동의 속초를 연결하던 길이 옛길이 되었다.
고갯마루에는 휴게소가 있고 바다와 속초시가 보이는 전망대가 있지만
근래 미시령터널이 뚫리는 바람에 통행량은 많이 줄었다.
흔치않게... 대간길을 가는 동안 3번이나 들린다.





(30여분만에 능선에 올라 잠시 숨을 고르며..)

04:40, 설레는 마음으로 마지막 구간 들머리
미시령에 도착하니 승합차 1대가 따라 붙었다.
그렇지 않아도 지킴터에 불이 켜져 있어 신경이 쓰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산행채비를 하려고 버스에서 내려서자
"공단직원입니다. 오늘 산행할 수 없습니다" 하더니
아예 승합차의 불까지 끄고 죽칠 모양이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여기까지 무사히 잘 피해 왔는데
마지막 구간에서 그 소문난 미시령 감시원과 마주친 것이다.
혹시나 하고 기다려 보지만 사태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일단 버스를 돌려 다시 용대리방향으로 내려가는데 이제 우리를
따라 온다. 한참을 뒤따라 오던 그 차는 산 모퉁이 몇을 돌아서자
그제서야 돌아갔는지 불빛이 보이지 않는다. 차를 세우고 방법을 찾아
보지만 묘책이 없다. 진부령에서 남진을 하자는 의견도 나오지만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진부령을 향해서 가고 싶다.

길이 없으면 만들어서도 가야할 판, 계곡을 타고 오르기로 결정
날이 밝기전 다시 미시령방향으로 걸어 올라가 계곡으로 들려는데
이크! 저 위 산모퉁이에 조금전 따라오던 차가 지키고 있는게 아닌가?
재빨리 계곡으로 숨어들어 랜턴도 켜지 못하여 눈에 불을 켜고
미끄러운 계곡을 타고 올라 30여분 만에 능선에 붙었다.





(수량이 제법 많은 상봉샘터. 옆에는 꽤 넓은 야영터도 있고...)





(전망바위에서, 겨우 미시령 길이 희미하게 보일뿐...)

미시령 고개 쪽은 구름이 조금 엷어졌으나
건너편 황철봉도 대청청도 구름에 휩싸여 보이지 않는다.
좋은 조망처에서 조망이 없으니 갑갑하다.





(오늘의 최고봉 상봉 직전봉도 구름과 노니는 중)





(3년간 동고동락한 산벗들... 그리운 추억으로 되살아 나겠지)





(가막살나무 열매?)





(상봉 가는 길, 또 너덜을 통과해야 한다)





(곳곳에 헬기장이 잘 정비되어 있다)





(구름에 잠겨있는 상봉을 향해...)





(가을꽃 구절초)





(오늘의 최고봉 상봉에서, 잊지못할 대간꾼들...)

계속 동서를 가르며 뻗어오른 백두대간.
"동류동해(東流東海) 서류서해(西流西海)"라는
말 그대로, 상봉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물은 동해로 가고
서쪽으로 흐르는 물은 소양강을 거쳐 북한강이 되어 서해로 간다.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산은 스스로 물을 가르고 모은다.





(까마득히 내려 갈 절벽에는 밧줄이 걸려있다)





(올라야 할 봉우리는 구름 속에 묻혀있고 그 아래로 한줄기 빛이...)

상봉에서 신선봉을 향하는데 반대쪽에서 오는 대간꾼들을 만났다.
하여, '오늘 미시령에 단속이 심하니 조심해야 할 것같다' 했더니...
그 분들의 대답에 기가 막힌다. 2시반에 미시령에 도착했는데 그 시간에도
공단직원들이 지키며 출입을 통제하는 바람에 할 수없이 진부령에서
남진을 하는 길이며 선인재쪽으로 내려서야겠다고 했다.
무사통과할 수 있기를 바란다.





(상봉과 신선봉 사이에 위치한 화암재를 지나며...)





(16)





(흰진범?)





(18)





(동자꽃)





(둥근이질풀?)





(까치수영)





(솜방망이)





(신선봉(金剛山 神仙峰 1204m)을 내려서며... )

금강산 1만2000봉의 남쪽 마지막 봉우리 신선봉.
남쪽에서 치면 첫번째 봉이니 금강산에 이미 들어선 셈이다.
신선봉은 두 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정상 바로
아래에는 헬기장이 잘 정비되어 있다. 백두대간은
왔던 길을 다시 돌아 내려가 우측길로 가야한다.





(신선봉 갈림길 / 신선봉은 대간길에서 약간 비껴나 있다)

이곳 주위에서는 독도를 하여 조심해야 한다.
선답자들이 알바를 많이 한 곳 중 한 곳으로
특히 오늘 같이 사방이 짙은 구름으로 덮혀 있으면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워 길을 잘못들기 쉽상이다.
지도정치를 하고 방향을 확인후 내려선다.





(산오이풀)





(꽃향유)





(참취)





(단풍취)





(마지막 구간도 바쁘기는 마찬가지... )





(30)





(31)





(대간령으로 내려서기 직전 봉우리에서 점심을 먹고...)





(지리산 만복대를 걷는 것 같은 착각... 설악답지않게 길이 부드럽다.)





(여기는 또 노인봉 가는 길 같기도 하고...)





(통제구역을 벗어나면서 느끼는 씁쓸함)

출입금지. 출입을 금지시키는 이유인즉,
"자연생태계보전과 조난사고예방". 이건 억지고 어불성설이다.
설악산에는 정말 자연생태 보전을 해야할 이보다 훨씬 훼손이 심한
지역이 많다. 그리고 조난사고 예방이라는데도 동의할 수 없는 것은
설악산에서 이곳보다 더 위험하고 조난당하기 쉬운 지역이 많고
실제로 공룡능선 같은 곳에서 더 조난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엿장수 맘대로 출입을 금지 시켜놓고 그 곳을 지나는 산꾼들을
죄다 범법자연시 하는 '국립공원 출입금지지역 지정 방식'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신경쓰였던 출입금지 구역을 벗어나니 맘은 편하다.




(대간령 641m, 왼쪽으로 내려서면 용대리 어귀 마장터가 나온다)

큰새이령이라고도 하는 대간령은 주막이 있을 정도로
진부령, 한계령과 함께 옛날 동서교통의 주요 통로였는데
인제군 북면 용대리에서 간성으로 넘는 진부령과,
용대리에서 속초시로 바로 넘는 미시령 길이 포장되면서
대간령을 넘는 길은 흔적만 남은 옛길이 되었다.





(37)





(골등골나물)





(39)





(40)





(890봉 직전의 너덜길, 오늘도 너덜을 몇 번 만난다)





(맨발로 걷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부드러운 길)





(무슨 버섯, 꼭 암벽을 타고 오르는 클라이머 같다.)





(병조회풀)







(백두대간 졸업산행을 등불 밝히며 축하하듯... 금강초롱꽃)





(하늘이 조금 열렸다. 그러나 이내 더 두텁게 하늘을 덮는다)








(마산봉인가 했더니 구름속에서 마산봉이 드러난다.)





(어수리)





(마산봉 갈림길, 마지막 봉우리 마산봉도 대간길에서 조금 비껴나 있다)





(마산봉 삼각점 / 간성24)





(산정무한 / 마산봉(馬山峰 1052m)에서...)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은 굴참나무 숲을 지나자...)





(앞이 훤히 트이더니 알프스스키장이 눈에 들어왔다)





(알프스스키장 슬로프)





(스키장 철조망 개구멍을 통과하여)





(잡초가 무성한 알프스 스키장 슬로프로 내려가는 길)

정면으로는 칠절봉에서 향로봉, 금강산을 지나
백두산으로 내달리는 백두대간의 힘있는 산줄기가
당당하면서도 의젓한 모습으로 하늘금을 긋고 있다.

알프스스키장은 우리나라 최북단에 위치한 스키장으로
금강산 1만 2000봉의 남쪽 제2봉인 마산봉을 주봉으로 하는
진부령의 고원분지에 위치하며, 국내 최고의 적설량과
가장 오랫동안 눈이 내리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하늘 아래 첫 동네, 눈마을' 흘리의 명성에 걸맞게
멋진 설경 속에서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나
최북단에 위치한 만큼 가는 길이 멀고도 험하다.

마산봉 설경은 고성8경중 하나





(고들빼기)





(억새밭을 지나는데 이국적인 풍경의 시계탑이...)





(엉궝퀴)





(고즈넉한 숲길로 이어가는 대간길)





(쑥부쟁이)





(여기에 웬 출입금지 간판, 말뚝만 세우면 내 땅이듯 간판만 세우면 되나보다)





(이쁜 물봉선)





(아! 드디어 종착점 진부령이 눈에 들어왔다)

강원도에서 가장 낮은 고개인 진부령은
고성과 인제를 연결하는 46번 도로가 지난다.
이른 시일에 46번도로로 간성으로 가서 부산에서 올라온 7번 국도로
원산을 거쳐 함흥, 북쪽끝 함북 온성까지 달려갈 수 있기를...

옛문헌에 의하면 진부령은 보부상들의 이동통로였다가
1631년 간성현감 이식이 우마차길을 내면서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가슴 벅차면서도 아쉬운 골인, 진부령(陳富嶺 520m) 표지석에서 )

마침내 도착한 '진부령' 백두대간 표지석 앞에 섰다.
이곳 진부령은 남녘 백두대간의 공식적인 종착점으로
지리산에서 백두산을 향한 오직 일념으로 멀고 험한 산길을
눈과 비를 헤치며 걸어 온 백두대간 종주대의 만감을 교차시키는 곳.
백두대간 종주대가 보람과 아쉬움을 품은 채 발걸음을 멈춰야 하는 곳.
이념이 무엇이길래 그토록 매달리는가? 이 지구상 마지막 냉전지대인
남과북에도 해빙이 되어 겨우내 얼었던 얼음이 녹아 강물이 되듯
동강난 허리도 백두대간 산줄기가 하나로 이어진 것 같이
이어져 새로운 기운으로 힘차고 유장하게 흐르길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해 본다.





(후미를 기다리다 씻고, 옷갈아 입고, 밥 먹고..., 그림이 좀 그렇다.)





(그래도 아쉬운 님들끼리...)





(다시 한 장 더...)

2004년 8월 3일 백두산 종주를 하면서
백두산 봉우리 중에서도 우뚝한 장군봉을 바라보며...
장군봉에서 지리산까지 뻗어내린 백두대간을 생각하며
백두대간을 걸어 백두산에 오르고 싶은 꿈을 꾸었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듯...
2005년 10월 15일 지리산에서 출발하여
2008년 8월 30일 드디어 반쪽이긴 하지만 백두대간 남쪽구간을 완주하여
종점인 이곳 진부령에 도착하였다. 그동안 힘들고 어려움이 많았던 만큼
보람도 크고 감격도 진하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3000리나 남아있고 넘어야 할
봉우리도 수 백개나 더 있지만 아쉽게도 여기서 발길을 멈추고 다음달 다시
향로봉에 올라 나머지 반쪽 북쪽으로 뻗어오른 백두대간을 바라보며
백두산까지 이어갈 꿈의 씨를 가슴 깊은 곳에 품어 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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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수고하며 함께한 백두간 종주회 회원님들과

함께 지리산에서 출발했으나 피치못할 사정으로 아쉽게도
끝까지 함께하지 못한 님들, 게스트로 참여하신 분들...
모든 분들께도 감사를 드리며...
멋진 추억으로 남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그동안 성원해 주신 님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하면서
나보다 더 백두대간 가는 날에 신경을 썼던
아내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