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智異山)동부능선』
산행코스: 어천-웅석봉-밤머리재-왕등재-습지-외고개-새재-새봉-쑥밭재-하봉-중봉-써리봉-치밭목산장-윗새재
(파노라마 : 중봉에서 천왕봉 방향 좌에서 우로..)
위치 : 경남 함양군, 산청군, 하동군, 전북 남원시, 전남 구례군
도상거리 (약 36 km)
2005년 09월.3일 토요일 맑은 뒤 흐리고 비(23.1~30.7도)일출,일몰(06:03~18:58)
2005년 09월.4일 일요일 흐린 뒤 비가오다 갬(21.1~23.8도)일출,일몰(06:04~18:57)
산행 인원 : 雲岩, 豊岳
교통편 : 갈때(방배동 남부터미널 11시 심야우등) 올때(원지에서 남부터미널행 버스 이용)

코스별 시간

[첫째날/길 잃은 2시간과 휴식시간 포함]
어천(오전 2:20) - 성심원 오름 길 도킹(6시15분) - 웅석봉(6시30분) - 응석봉 출발 삼거리(7시17분) - 헬기장 우물50m(7시22분) - 왕재(8시18분) - 헬기장(9시35분) - 밤머리재(10시03분) - 밤머리재 출발(10시03분) - 헬기장 - 전망바위 - 동왕등재(오후2시41분) - 절골,밤밭골 안부4거리(오후3시29분) - 서왕등재 습지(오후5시24분) - 외고개(오후5시35분) - 새재(오후6시00분) - 윗새재 도착(오후6시30분)

[둘째날/길 잃은 1시간 30분 휴식시간 포함]
윗새재 출발(오전8시9분) - 새재(오전8시30분) - 새봉(오전10시26분) - 상내봉(11시31분) - 새봉(12시40분) - 쑥밭재(1시05분) - 샘터(오후( - 국골(3시6분) - 하봉(4시57분) - 헬기장(5시23분) - 중봉(5시59분) - 중봉 출발(6시15분) - 써래봉(8시30분) - 치밭목산장(8시15분) - 새재(오후10시55분)

산행기

*쉴만한 물가를 건너면*

웅석봉 기슭, 어천계곡의 우렁찬 물소리가
언제 부턴가 산객의 거친 호흡 소리 밖으로 밀려 나고 있다.
쥐죽은 듯 조용하고 까만 밤,
혹~ 귀뚜라미 울음소리라도 들을 참으로 애써 귀 끝도 세워 본다.

잠들다 흠칫 놀란 신갈나무가 잎깃을 바싹 세우고 긴장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올뿐 금방이라도 멈쳐버릴 듯한 숨죽인 시간들이 고요속에 점점이 잠적되어 간다.

작은 지류를 몆번 건너고 나니 덩치가 큰 계류 앞에 일행을 잠시 멈추게 한다.
개울 저 아래는 이 밤을 다 태우고도 남을 커다란 촛불이
10여 미터 간격을 두고 골바람에 흐느적 거리며 염원을 빌고 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밤의 적막을 금방이라도 깨울 듯한 불빛도 점점 멀어져 간다.
가끔씩 흔들리는 가지 사이로 작은 반딧불들 처럼 스쳐갈뿐,
적적한 산 중의 밤은 깊어만 간다.

*곰바우 혼을 찾는 위험한 모험*

'곰바우산!' 백두대간 종주시작 前 만해도
생소한 '산' 였는데 이젠 그 느낌만으로도 반갑다.

정상을 향해 방향 감각을 곧추세우고 스틱을 휘저으며
개울을 건너고 흐미한 흔적을 찾아 방황의 긴 터널로 이동해간다.
온몸엔 벌써 멍과 생채기 투성이, 잡목을 헤치고 바위를 넘어보지만
'곰바우' 한을 달래기엔 역부족임을 벌써 알지만, 끝까지 사력을 다 해 본다.

'산 앞에는 겸손한 자만이 산의 벗이 될 수 있다' 했는데
분수를 지키지 못하고 공연한 과욕을 부려 길을 잃고 4시간의
혹독한 댓가를 치루고 나서 간신히 십자봉 능선 끝자락을 잡는다.

'고로쇠가 조롱하고 거제수가 얕잡아 본들 너희가 저들의 의지 만이야 하겠느냐!'.
밝아 오는 여명은 공포와 충격에서 갓 벗어난 일행을 그렇게 다독거려 준다.
하늘을 밝게 열어주는 것만으로도 복인데 청명하기야 바라겠는가.
비가 올거라는 아날로그 예보가 오늘 아침은 비켜간다.산정에 오르니
능선에 뜬 달을 응시하는 곰바우 숫놈 한마리가 길손을 반긴다.
짝을 찾는 듯도 하고 가족을 기다리는 형상 이기도 한데 그 놈 속을 누가 아랴.

*달뜨기능선을 넘는 애환*

경호강 건너 편 산봉우리 위로 피어 오르는 운해가 참 곱다.
서방쪽 구름은 축축한 바람을 뚫고 거산 지리산 천왕봉을 보여주고 감추기를 반복한다.
가까운 곳은 푸르름이 선명하고, 먼 쪽 겹겹이 이어지는
산 빛은 신비스런 빛으로 닥아 온다.

소쩍새 울어대는 밤이면 빨치산들이 건너편 조개골 가파른 기슭에 모여
낡은 총 옆에 잠재우고 능선 위로 떠오르는 달을 바라보며 넋을 잃고
고향과 가족을 떠올렸다는 달뜨기능선도 지척이다.

능선의 한점을 지나 남 사면 편안한 길을 따르다 보면
골바람을 앞장 세운 삼거리 안부 왕재 이정표가 있는 곳에 도착한다.
능선 좌우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러온다.
지리산 동부구역은 유독 '왕'을 갖인 지명이 많다.

왕재, 왕등재, 왕산 등의 지명이 그것인데
이 곳에 왕이 머물렀다는 옛 가락국 전설을 입증해 주는게 아니가 싶다.
다시 정열을 잘 이룬 굴참나무 길 섶을 지나 방향을 전환 지점에 서면
밤머리재에서 웅석봉을지나 이방산까지 일직선을 그을 수 있고
동남쪽 끝을 잇는 버팀목 능선임을 금방 알 수 있다.

뚜렷하게 열린길을 따라 내려가면
남쪽 황금능선과 달뜨기능선 사이로 길고 아늑하게 자리잡은
마을이 눈에 쏘옥 들어온다. 가깝게는 유평리 먼쪽은 덕산이다.
德山!, 서북 경남에서 지리산 천왕봉을 오를려면 꼭 거쳐야 하는
관문 역활을 하는 하늘에 걸린 마을이다.

'덕을 쌓을 수 있는 땅'이란 덕산은 퇴계 이황과 쌍벽을 이룬
당대 최고의 성리학자로 알려진 남명 조식(1501~1572)이 이름 지은 곳이란다.

*후덕한 인심*

셀 수 없는 나무 계단을 걷어 내고 나면
끊없이 이어질 줄 알았던 드라마틱하던 세상이 갑자기
쿨한 세상으로 되 돌려 놓는다.

밤머리재다.
이 곳을 지키는 내외 분께서 친절히 맞는다.
간단한 음료와 먹거리가 진열돼 있고 식수도 마련할 수 있다.
가족인 듯한 두분은 아직 장사에 때묻지 않아서(6개월 정도)인지
아님 이 곳 인심 탓인지 쉬는 동안 자상하게 대해 주셨던 잔잔한 정들이
오래도록 기억속에 머문다.

*끝없이 이어지는 동부능선 주 능선길*

어수선 했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 앉히고 밤머리재를 출발한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니 도토리봉에 도착이다.
왕등재까지 이어지는 길은 순탄하고 마음도 가볍다.
전망 좋은 바위에 오르니,지나온 짙푸른 능선이 觀山 된다.
웅석봉을 시작으로 서쪽으로 길게 이어지다
밤머리재에서 뚝떨어져 납작 업드리더니 도토리봉을 가파르게 질러 대고
방향을 잡아 굵은 목뼈를 길게 빼고 이 곳으로 이어진다. 전입가경이다.

*자연의 보고, 왕등재 습지*

동왕등재를 밀치고 나니 서왕등재가 고개를 내민다.
몇개의 봉을 타고 넘으면서 능선이 지루하게 이어지다
언제 지나쳤는지 서왕등재를 지나 왕등재 습지에 도착했다.

다리밑에는 돌돌거리는물소리도 들린다.
서왕등재 지나기 전에 내리던 빗줄기가 이 곳에서 잠시 멈춘다.
키가 훌쩍 커버린 다 종의 순수한 야생화가 무척 아름답다.
연두빛 습지는 자연자원의 보고를 담아두고 살아 숨쉬는
지리산의 생태계를 오래도록 지켜갈 것이다.

아쉬움 한가닥 습지에 묻고, 외고개를 넘는다.
잡풀과 싸리나무, 넝쿨식물들이 무성하게 자라 정글을 이룬 숲길은
쉽게 길을 열어 주지 않는다.

*꽃보다 아름다운 새재 갈림길*

외고개를 지나 굵어지던 빗 줄기가 새재에 도착하니 다소 누그러들었다.
넓은 안부에는 좌우로 길도 뚜렸하고 좌측엔 윗새재 마을도 보인다.
하룻밤 묵어갈 장소로는 윗새재가 제격이다.

윗새재로 내려가는 길은 산죽 터널의 저항으로 길이 쉽게 열리질 않는다.
산죽의 저항으로 온몸에 힘을 쏙 빼고 나서야 윗새재에 도착한다.
여정을 풀고 자리에 누우니 위새재의 밤색이 짙어 간다.

밤새 내리던 비가 처마끝을 젹셔 놓더니 하늘끝으로 슬며시 사라졌다.
새벽의 축축한 공기가 아직도 주변 분위기를 무겁게 가라 앉히고 있다.
어제의 피로를 말끔히 씻고 남은 구간 진행을 위해 바삐 서두른다.

*행운의 빨치산 루트*

등로를 지키던 비 머금은 나뭇잎들이 후두둑 빗물을 쏟아 부어
초입부터 바지와 등산화는 질퍽하다.
이번 운행중에 가장 힘든 구간, 새봉에 도착한다.
길을 잘 못들어 시간 반 동안 새봉에서 상내봉까지
다녀올 수 있는 행운도 얻어낸다.

상내봉 주변에는
선녀골 독거촌을 비롯해서 산죽이나 바위, 굴 같은
지형지물을 이용한 빨치산들의 은신 모습을 만들어 놓았다는데
과거 이 곳이 아픈 역사의 장 였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는다.

*불어난 식구들*

새봉으로 돌아 나올때는 같은 처지에 두분이 동행하여
단촐하던 식구가 늘어 마음 부터가 풍요롭다.
정상에서 몸을 추스리고 이번엔 좌측길로 들어선다.

비 구름이 시야를 가려 주변을 살필 수 가 없어
독바위를 지나면서도 형상만 그리고 지나갈뿐 그 모습은 눈에 담질 못한다.
다만 중량감 있어 보이는 바위가 비 안개 사이로 흐미하게 윤곽이 잡힌다.
쑥밭재 비슷한 안부를 지나 조계골 상류 안부에 도착한다.
가까운 거리에서 물을 구할 수 있는 동부능선 구간 산행 중
중요한 장소여서 좌측으로 내려가 계곡을 직접 내려가 둘러 본다.

*조계골 육각수*

조계골 청수 물 맛은 아주 좋다.
샘물이 이 곳에 있다는 흔적을 나무 가지에 몇자 남기고 하봉으로 이동한다.
하봉에 가까와 지면서 식생이 바뀌기 시작,
분비나무, 구상나무 같은 침엽수림이 풍성하게 다가온다.

하봉 정상에는 산오이풀, 쑥부쟁이, 구절초, 야생화가 애잔하게 피어 있어
초암능쪽 비 안개의 뿌연 맵시가 조화를 이뤄 천혜의 절경을 이룬다.
맑은날 주능을 굽어보는 조망이 으뜸이겠지만 오늘은 시계(視界)가 제로다.
다만, 주봉, 천왕봉이 가까이 왔음을 감각으로 느낄뿐 느낀다.

*우중 산행이 낳은 저체온증.. *

한기가 밀려든다.
엊그제 대원사에서 화엄사 까지 우중종주 하던날
아내가 손마디에 감각이 없다며 고통을 호소했던 끔찍한 악몽이 떠오른다.
'저체온증' 신체적 온도가 리듬을 잃고 서서히 내려가는 것을
말하며 각 온도 차이에 따라 증세가 달라진다.

살려만 달라고 발버둥쳤던 때가 엊그제인데..
지금도 아내 말로는 증세가 심했던 부위는 감각이 없단다.
우기철 산행은 조심해야 한다 하면서도 다시 똑같은 상황의 재연이다.

벗었던 모자를 다시 쓰고 긴팔 긴바지에 바람 막이를 걸친다.
그 위에 우비를 쓰고 외부로 수분 증발을 최대한 억제시킨 다음
당분, 칼로리바란스와 뜨거운 국물을 섭취하고 계속 움직이면서
몸을 덥혔더니 서서히 정상으로 돌아 온다.
덕분에 분당에서 오신 멋쟁이 두분과는 아쉽게 헤어졌다.

*묵직한 바위, 천왕봉은 한폭의 동양화*

중봉 가는 길에 소담스럽게 핀 큰 용담이
힘든 길손의 피로를 풀어 주니 발걸음이 가볍다.
꽤 오랜 새월을 버텨온 분비나무를 지나 중봉 정상에 도착한다.
중봉과 안부를 사이에 두고 천왕봉의 웅장하고 묵직한 검은 바위가
운무에 휘감겨 돌며 운해가 파도를 치며 넘실거린다.
동양화의 운치가 이런 것인가 하고 착각에 잠긴다.
지리산 서남부 일대가 그야말로 장관이다.
바람에 실려 잠시 가려진 정상을 뒤로하고 아쉬운 작별을 고하며 써리봉을 향한다.

*아늑한 산꾼들의 안식처, 윗새재로 내려 가는 길*

랜턴 불빛이 밤안개에 잠겨 시야가 비좁다.
애써 치밭목을 지나 어느새 무재치기 폭포를 지난다.
삼거리 갈림길에서 윗새재로 진입하여 부드러운 흙 길을
한참 걷다 보니 가까이에 민가 불빛이 보이기 시작,
이틀간의 백두대간 지리산 동부능선 구간 멋진 산행의 막을 내린다.

*그리고*

영국의 등산가 G.말로리는
'왜 산에 가는가'라는 질문에
'산이 거기에 있기에 오른다'라 했다 한다.

그 곳엔 진실이 있어 좋고,
침묵이 항상 기다리고 있어
나는 그를 늘 동경하고 그리워 한다.

그의 정기는 내 빈자리에 새로운 원동력을 불어 넣어주며,
가끔은 생의 근원을 찾기도 하고, 삶의 용기와 건강성을 다시 찾을 수 있어
난 그를 늘 좋아한다.

그토록 매혹당하고 또 동경하며
그에 사로잡히면서 그의 진실과 침묵 앞에 한 번도 그 속에
자신을 내 맡기지 못하고 겸손해 질 수 없었던
나 스스로를 한없이 동정한다.

웅석봉 정상에서 월명산 부근 일출 조망 (1)산청 25 삼각점 (2) 웅석봉 정상 표지석
달뜨기 능선 마지막 봉 직전 전망 봉에서 천왕봉 방향 조망
밤머리재 간이 매점 뒤로 도토리봉으로 오르는 들머리가 있다.(출입금지 구역)
새봉 너럭 바위에서 진행방향으로 10m 정도 이동하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좌로 접어든다.
국골 사거리에서 오라와 좌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하봉 정상에 핀 산오이풀
중봉 직전에 헬기장(좌측 길은 치밭목 산장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하봉에서 중봉까지 산구절초가 한창이다.
▲ 중봉 가는 길에 큰 용담.. 
중봉에서 조망한 천왕봉
중봉 정상에서 중산리 방향 조망
중봉 정상에서 지리산 주능선을 조망(좌측이 천왕봉)
웅석봉 정상에서 조망한 동부 주능선 구간


산행길잡이

*어천계곡*

서울 남부터미널을 밤11시(심야우등)에 출발하여 산청(山淸)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2시.
산청 택시 기사분과 간단히 흥정(10,000)을 마치고 어천(漁川)마을로 이동한다.


"어촌마을에서 웅석봉 오르는 산행 들머리 아세요?"
"잘은 모르지만 등산하시는 분들이 올라가는 입구를 안내 해 해드리죠!

읍내를 벗어난 택시는 경호강의 유유한 물줄기를 우측에 달고 국도3번선을 10여분 달리다 아랫 바람재를 스쳐 지나고, 우측 길로 빠져 경호강을 넘어 대진 고속국도 지하 차도를 언더패스하여 어천 마을로 진입했다. 포장 도로 끝 지점에서 택시는 멈추어 섰고, 임무를 마친 택시는 휙 떠나 버렸다. 적막한 산 밑 깜깜한 밤에 계곡가 옆에 덩그러니 둘만 남는다.
배낭을 그대로 둔채, 기사분이 가르쳐준 계곡 쪽을 아무리 뒤져 봐도 길이 없다. @#$%

돌아 나와 민가 쪽을 살피니 공터 좌측에 등산로 안내판이 보이고 길과 이어지는 방향에 표지기가 나붓 낀다. 겨우 들머리를 찾은 일행은 계곡을 우측에 끼고 순탄한 등로를 밟으며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10여분 지나 작은 지류를 건너고 계속해서 10여분 진행하니 북서 방향으로 수량이 제법 돼 보이는 지계곡을 만난다.(어천 본 계곡)

어라! 표지기가 없어졌다. 개울 건너편을 살피니 다행이 넓은 임도가 보인다. 방위는 北,
"이쪽에 표지기가 있는데?.."

일행이 가리키는 방향보다 물 건너 임도가 길폭이 넓고 확실하여 소로를 무시해 버리고 임도를 따른다.(1차 실수)

5분을 지나 갈래길이 나와 임도를 버리고 좌측(북서 방향) 계곡방향으로 길목을 잡는다.이후 부터는 계곡을 좌로 끼고 오르막이 시작된다. 20여분을 지나도 표지기는 없고, 길 옆에 깔려있는 수액 체취용 가느다란 호스가 계속 따라 붙는다.

30분이 지나서야 길을 잃었다는 걸 알았지만 다시 돌아 서기엔 이미 많은 시간이 흘렀다.
흐미한 등로를 따라 30여분을 올랐는데 길이 없어 졌다. 계곡 적당한 곳에서 잠시 쉬면서 지도정치 겸 주변을 둘러보니 계곡 건너 뚜렷한 길이 보인다.(고도 500 m : 방위 230도) 웅석봉 정상 방향과 비슷하고 이 길을 따르면 주 등산로와 만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계곡을 건너 간다.

(2차 실수, 변경없이 꾸준히 올랐으면 십자봉 부근에서 성심원에서 오르는 길과 만날 수 있었으며 2000년도 경 산행 지도에 표기된 코스이다. 이번에 어천 들머리 계획도 이 곳으로 잡았다. 그러나 현지에 도착하여 산청 군립공원 안내도를 살펴 보니 이 길은 없어지고 어천과 청계마을 사이에 삼거리에서 임도를 따라 오르는 길(청계계곡 임도)과 1차실 수 지점에서 계곡을 우측에 끼고 오르면 산불감시 초소 이정표에 닿게 되는 길(어천계곡 등산로) 이렇게 두 길이 있다.)

계속 이어지던 길이 또 없어 졌다. 우측은 지류가 흐르는 계곡, 수액 체취용 비닐 호스가 다시 보인다. 방위도 비슷하고 사람이 지나 다닌 흔적도 있어 비닐 호스를 따라 계속 고도를 높이면서 올라간다. 이젠 길을 찾기 보다는 이대로 정상을오를 목적으로.. 그러나 고도 700m 지점에 이르러 비닐 호스도 없어지고, 흐미한 흔적 조차도 자치를 감춰버려 오직 감각으로 길을 개척해 나갈 수 밖에 없는 지점에 이르게 된다.

방위, 고도, 계곡, 지도에서 우리가 어디쯤에서 헤매고 있다는 것은 어설프게 알겠지만 선뜻 방향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날이 밝기에는 아직 이른 시각, 웅석봉에 포커스를 맞추고 고도를 높혀 본다.

경사가 급하여 한 발 진행하면 반 발은 뒤로 미끌린다. 해드랜턴 으로는 썩은 나무가 구별이 잘 안돼, 잡고 당기면 거의 부러져 버려 나무를 잡고 오를 수도 없는 상황, 악전고투 끝에 고도 50m 정도 더 올리니 너덜지대에서 바위지대로 바뀌고 우리 앞에 거대한 암릉이 길을 막아 선다.(90도 직벽)

우측은 절벽, 좌측은 85도 급 경사, 날카로운 바위 틈을 비집고 들어가 끌고 당기고 하여 5m 정도의 암릉을 사력을 다해 넘는다.

혹~ 짐승 덫에 걸리지는 않을까! 쓸때 없는 걱정까지 해가며 겨우 빠져나오니 더 큰 암벽들이 떡~ 버티고 있다. 갈수록 태산이다. 직 상 방향 진행을 포기, 우측 절벽을 나무를 잡고 이동, 바위 지대를 간신히 탈출을 한다.(고도 800m) 십자봉 능선에 붙기 위해 우측으로 이동 해봐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3시간 반 가량을 이렇게 헤매다 지쳐 더 이상 진행을 못하고 날이 밝아지기만 기다린다.(05시30분)

거의 포기 상태에서 무심코 위를 올려 보니 거제수 나무에 수액 채취용으로 보이는 비닐이 붙어 있다.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잡 가지를 젖히고 올라 가 본다. 군락지를 지나자 흐미한 길이 나타나고 5분 후에 십자봉에서 올라 오는 주 등산로와 만나게 돼 4시간여의 사투 끝에 정심을 찾는다.(고도 900m)

잠시 쉬는 사이 날은 훤하게 밝아 졌다. 뚜렷한 등로를 따라 30분 가파르게 오르니 곰 모양을 새겨놓은 검은 색 웅석봉(1,099m)정상 표지석이 우릴 반긴다.

*웅석봉*

지리산 태극능선 종주의 시발점인 웅석봉(1,099.3m)은 정상에서 곰이 놀다가 떨어져 죽었다는 전설과 산 형상이 곰 머리를 닮아 곰바우산이라는 전설에서 유래되었다는데 북사면의 가파른 경사와 오늘 무식하게 올라 온 동사면(곰이 떨어지져 죽은 장소)의 아찔한 비탈을 체험 해보니 그 이름이 실감난다.(산청25삼각점)2시간이면 올라오는 길을 4시간에 걸쳐 마음 고생하며 올라왔으니 지치고 허기도 진다.

한동안 쉬면서 빈 속을 채우고 원기도 회복시킨 다음 다시 출발 산불감시 초소를 지나고
1079봉을 지나 약간 떨어지면서 정상에서 300m 지점에 넓직한 안부헬기장(밤머리재5.0km,내리5.0km,청계8.1km,우물50m, 웅석봉0.3km)이 나타나고 우물 50m 안내 표시가 있지만 밤머리재까지 식수는 충분하여 그냥 지나친다. 헬기장을 지나면 달뜨기 능선 갈림길(좌측 : 딱박실계곡, 이방산, 감투봉 방향)에 도착한다. 우측 방향, 자북220도에서 자북330도로 크게 꺽어 순탄한 길로 이어간다.30여분을 지나면 전망이 좋은 봉에 도착, 이 곳부터 등로는 서서히 내리막이 시작되다

삼거리 안부, 왕재에 도착한다. 곰골에서 불어오는 골바람에 잠시 열기를 식히고 출발하면 좌사면을 따른다.다소 내려가는 듯하다 위로 올라 붙어 달뜨기능선 끝봉(853m)에 도착 한다

*밤머리재*

자북345도 에서 241도로 좌로 돌아 통나무 계단을 밟고 내려와 고도를 150m 정도 낮추면
시원한 골바람이 불고 시야가 확트인 오늘 1차 예정지 밤머리재에 도착한다.
간이 매점에 들려 시원한 칡즙 한 컵을 단 숨에 들이키니 갈증과 피로가 동시에 풀린다.

매점에서 설치한 정수 설치소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찌는 땀도 씻으며 한동안 쉬어 간다.충분한 휴식과 볼일을 마치고 오늘 2차 예정지는 새재를 향한다. 도토리봉(908m)까지 대략 300m 정도 고도를 높혀야하는 다소 힘든 구간이다.

밤머리재 출발 1시간정도 지나 850봉 부근에 조망 바위에 도착, 왕산, 팔봉산이 가까이에서 조망할 수 있고 東에서 西로 길게 이어가는 왕등재 능선의 굵은 줄기를 가늠 할 수 있다. 서서히 고도를 150m 정도 낮추면 상촌-지막리 사이 안부에 도착한다. 이 곳에서 고도가 서서히 200정도 높히면 전망바위에 도착한다. 웅석봉에서 부터 지금까지 지나온 길을 가늠 할 수 있다.

*왕등재*

5분정도 더 진행하면 왕등재(동왕등재)에 도착된다. 삼각점이 구석에 자리잡고 있으나
이미 부서진지 오래돼 보이고 'ㄴ'자가 빠진 사청 311 숫자만이 그 흔적을 들어 내고 있다.
잠시 쉬고 계속 운행은 이어진다. 약 1시간정도 진행하면 절골-유평리 안부에 도착한다.안부를 지나면서 비가 오기 시작 진행에 제동을 걸기 시작한다.

몇번의 오르고 내림을 하며 2.5km정도를 진행하면 고도 1000m 를 넘기면서 서왕등재 (1048m)부근을 지나는 듯하다가 좌로 방향이 휘면서 완만한 능선이 이어지고 잠시후
왕등재 습지대에 도착한다. 해발960m, 길이 120m, 폭50m 장타 원형 습지로 습지식물 자생
과 수서곤충들의 서식에 귀중한 자료를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장소란다.

날이 어둡기 전에 새재에 도착해야 하므로 서둘러 습지 다리를 건너 산죽 턴널을 헤치고 나가면 외고개마을-오봉리로 갈리는 외고개에 도착한다. 잡풀과 넝쿨이 내 키를 훌쩍 넘어 길을 못 찾고 한참을 헤맨다. 가까스로 길을 찾아 통과하여 30분 정도를 지나면 윗새재-오봉 갈림길 새재에 도착한다.

좌 방향으로 진로를 바꾸어 윗새재로 하산을 서두른다.무성하게 자란 조릿대 턴널과 30여분 힘든 싸우을 하다보면 윗새재에 도착한다. 새재 산장에 여장을 풀고 하루를 묵는다.

*새재*

밤새 추적거리며 내리던 비가 다소 소강 상태다. 아침식사를 끝내고 펼쳐진 등짐을 꾸리고
마지막 구간을 위해 새재로 다시 오른다. 밤 사이 나뭇잎과 풀잎에 뭍어있던 빗물을 훝어가며 새재까지 올라가니 등화가 다시 젖어 질컥거리기 시작한다. 새재에서 새봉까지는 도상거리 2.5km 이며 고도를 430m 이상 높혀야 하는 동부능선 구간 진행중 가장 힘든 구간이다.

*새봉*

고도를 꾸준히 높히면서 오름질을 시작한다. 비가 오기 시작하여 배낭을 내렸다 올리기도
불편하여 나무에 기대 가끔씩 쉬어가며 새재 출발 1시간 30분 정도를 지나 무명봉(1258봉)에 도착한다. 잠시 숨을 고르고 가파른 오름길을 30여분 올라가면 새봉에 도착하게 된다. 정상 너럭 바위에서 한참을 쉬면서 삼각점(산청 312)을 찾았으나 찾질 못했다. 간단하게 요기를 끝내고 다시 출발

" 이 길이 맞아!"

두리번 거리며 삼각점을 찾는 도중 앞서던 일행이 던지는 말에 무심코 위를 바라보니 우측에
표지기가 많이 나붓끼고 좌측엔 2m 정도의 공터에 노란색 표지기 한기가 보이는데 무시하고
우측길로 당당하게 들어선다.(3차 실수)빗물에 바위가 젖어 내려 가기가 불편하고 팔과 다리를 같이 사용해야 내려갈 수 있는 구간이다. 그렇게 40여분을 진행하다 갈림길에 도착한다.

우측길은 표지기 위에 매직으로 용유담이라 적혀있고 좌측 길은 벽송사라 적혀 있는데
방향 표시가 다소 애매하다. 이 곳의 위치가 조계골 상류쯤 되는 걸로 보고 내려가는데
반대편에서 산객 한분이 올라 오신다.

" 지금 가는 길이 천왕봉이 맞나요?"
"아~ 잘 못오셨네요."
"새봉에서 길을 잘 못들어 상내봉으로 빠지셨습니다" #$%$%^

다시 돌아와 새봉에 도착하여 지도정치를 하니 좌측에 걸린 노랑색 표지기 한개가 있는 쪽에
길이 있다. 이렇게 헛수고를 한시간 이상을 헤매고 나니 허기도 지고 맥이 풀린다.
간단하게 요기를 끝내고 좌측길로 내려선다. 상내봉에서 우리와 같은 처지에 있던 일행(두분)과 합류해 4명이 됐다. 독바위를 지나고 쑥밭재 근처에 우측으로 길 지나서 좌측으로 길 조금지나 조계골 상류 안부에 도착한다.

*조계골 상류 샘터*

좌측 50m에 상류 계곡물을 식수로 얻을 수 있는 장소에서 잠시쉬고,
다시 출발, 국골사거리에 도착하면 이정표가 세워져 있고 좌측길로 들어선다.
고도를 300m정도 높히면 하봉에 도착한다. 이 곳에서 중봉까지는 서서히 고도를 계속 높혀야 한다. 중봉 전에 헬기장을 지나게 되는데 좌측 샛길은 치밭목으로 이어지는 길이며 샘물도 있다는데 가보진 않았다. 중봉으로 오르는 길은 편안하며 들로엔 야생화가 제법이다.

*중봉*

출입 금지선을 지나면 중봉에 도착 한다. 안부를 사이에 끼고 천왕봉의 전모를 볼 수 있고
지리산 주능선을 가늠할 수 있는 전망 좋은 장소다. 잠시 쉬고 써리봉을 향한다.
철계단을 오르고 내리다보면 써리봉을 지나 치밭목 대피소 까지는 내리막의 연속이다.
대피소에서 무재치기를 지나 삼거리 갈림길 까지는 너덜지대의 연속이며 윗새재로 갈려면
삼거리에서 좌측길을 택해야한다. 삼거리에서 1시간 정도 내리막을 지나면 윗새재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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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천-왕재-밤머리재-도토리봉-동왕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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