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철쭉꽃 잔치가 열리는 봉화산 기슭 [광대치-봉화산-복성이재]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삶의 터전이었던 우리 땅을 일제(日帝)에 빼앗겼다가 다시 찾은 광복(光復)의 기쁨도 잠시 뿐, 금수강산의 허리를 자른 채 반동강의 정부라도 세워야 했던 건국(建國) 일정에 따라 민주 공화국의 헌법을 만든 지 53주년이 되는 제헌절을 맞았습니다. 공휴일을 반기며 즐거워하는 아이들, 그러나 제헌절이 어떤 날인지에 대하여 입을 떼는 아이는 몇 뿐이었고 그나마 '헌법을 만든 날' 정도의 단순한 대답이었습니다.
학교에서 거행했던 기념식이 없어져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던 그 날의 의미도 새길 수 없고, 마지막에 불렀던 기념식 노래마저 기억해 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도시의 길거리에서부터 시골 마을에까지 돌림병처럼 번져나 있는 노래방에 혹시 그런 노래가 입력되어 있는지 새삼스레 궁금하지만 어느 누가 찾기나 하겠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저런 소용없는 생각을 떨구고 아이들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백두대간으로 달려갔습니다. 백두대간의 봉화산 영역은 여원재-복성이재-봉화산-광대치-중재까지 30킬로미터나 됩니다. 그 가운데 광대치-봉화산-복성이재까지 7.8킬로미터의 소구간을 40년 전 친구들과 하루 산행으로 잡았습니다.

철쭉꽃 피는 5월이면 지리산 바래봉과 더불어 꽃 잔치가 열리는 봉화산, 해발 919.8미터의 밋밋한 봉화산 봉우리를 오르는 대간(大幹) 길에는 봄날에 붉은 꽃을 피워 산객(山客)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철쭉이 서로 엉켜 발목을 잡기도 했습니다. 여름날 종일토록 대간을 달려와서 산 그림자가 길게 깔리는 산마루에 앉아 땀을 씻으며 여러 가지 꽃 색 가운데 빨간 꽃 색을 유난히 좋아하는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철쭉꽃이 무리를 지어 마치 붉은 비단으로 덮여졌을 봄날의 봉화산을 그려보았습니다. 붉은 꽃 능선에서 달음질치며 좋아라 하는 당신의 모습도 그려졌습니다. 당신의 즐거움이 내게 행복임을 봉화산 산마루에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봉화산 산마루에서 땀을 식힌 다음 '흥부와 놀부' 이야기 속의 인물이 실제로 살았다는 남원시 아영면의 흥부마을로 내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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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3-04 1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