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 9일 (목요일)



◈ 산행일정

동서울터미날(06:10)

순천터미날(10:40)

송치(11:02)

바랑산(11:50)

임도(12:28)

680봉(13:13)

임도(13:20)

문유산(13:56)

660봉(14:19)

노고치(15:08)

사거리안부(15:30)

베틀재(16:22)

740봉(16:46)

뱃바위(17:05)

닭재고개(17:21)

유치산(17:39)

한방이재(17:46)

사거리안부(18:17)

임도(18:58)

오성산(19:35)



◈ 산행시간

약 8시간 33분



◈ 산행기



- 바랑산

다시 찾은 송치 고갯마루에는 코스모스가 한들거리고 신축중인 교회수양관 너머로 병풍산은 여전히 고압적으로 올려다 보인다.

밧줄이 걸려있는 가파른 길을 오르고 묘지들을 지나니 이것 저것 잔뜩 집어 넣은 무거운 배낭이 어깨를 파고든다.

곡식을 여물게하는 가을의 한낮 해는 뜨겁게 내리쬐고 땀이 진뜩거리는 얼굴에는 연신 거미줄이 둘러붙어 괴롭지만 잠시 걷어 내다가 귀찮아서 그냥 포기하고 간다.

송전탑이 있는 안부를 지나고 왼쪽으로 넓게 형성되어있는 사태지역을 보며 암릉을 돌아 오르면 삼각점이 있는 바랑산(619.6m)이다.

산불초소가 있는 정상에 서니 백운산에서 이어지는 정맥의 마루금이 아스라하고 지리산의 연봉들이 뚜렸하게 보여 산객의 마음을 충동질하며 누렇게 익어가는 너른 들판과 산하는 가을의 흥취를 물씬 풍긴다.







(송치에서 바라본 병풍산)







(바랑산에서 바라본 백운산에서 이어지는 정맥)







(바랑산에서 바라본 지리산 연릉)






- 문유산

빽빽한 싸리나무와 억새들을 헤치고 봉우리를 내려가면 길은 완만해지고 버려진 작두와 페인트통이 모여있는 쓰레기더미들을 지나 임도를 넘는다.

첫봉우리에서 밤송이와 산나무 열매가 깔려있는 잡목길로 잘못 들어가 헤메다가 북서쪽으로 방향을 확인하고 되돌아 온다.

680봉을 힘들게 넘으면 오랫만에 나타나는 굵은 소나무들이 상쾌하고 다시 임도를 가로질러 바랑산의 뒷모습을 보며 평탄한 산길을 올라간다.

희미한 능선갈림길에서 정맥과는 떨어져 있는 문유산을 보려 잡목숲으로 들어가니 약초꾼들이 버린듯 깨진 소주 댓병조각들이 뒹굴어 눈살이 찌프려진다.

잡목들을 헤치고 길도 없는 등성이를 치다가 바위를 타고 오르면 삼각점이 있는 문유산(687.6m)인데 억새사이에 들국화 몇송이가 피여 있는 좁은 정상에서는 조망이 시원하게 터지고 바랑산의 산불초소가 반짝거린다.







(인적이 없는 문유산 정상)







(문유산에서 바라본 바랑산)






- 740봉

정맥길로 되돌아 와 돌로 쌓은 묘지를 지나고 660봉을 넘어 키를 넘는 철쭉나무들이 밀림을 이룬 가파른 사면을 내려간다.

능선갈림길인 616봉을 지나고 뚝 떨어지며 내려가면 목장철선이 있는 넓은 초원지대가 나오고 야생화와 억새들이 어우러져 운치있는 가을풍경을 자아낸다.

비어있는 농장을 지나 857번 지방도로상의 노고치(350m)를 건너고 삼각점이 있는 413.2봉은 확인도 못하고 올라간다.

왼쪽으로 덕암사를 보며 사거리안부를 넘고 잠시후 절에서 올라오는 뚜렸한 길과 만나는 곳에서 물소리가 들리는 바로 밑의 계곡으로 내려가 시원한 물도 마시고 모자라는 식수를 보충한다.

구절초가 무리지어 피어있는 가파른 숲길을 지나고 오른쪽으로 길이 뚜렸한 베틀재(550m)를 넘으면 거대한 바위덩어리가 앞을 막아서고 왼쪽 바윗길로 암봉을 우회한다.

산죽지대를 따라 유난히 흰색이 도는 암벽을 돌고 헬기장이 있는 740봉에 오르니 사방으로 시야가 트여서 오성산과 조계산으로 이어지는 정맥길이 잘 보이고 앞에 솟아있는 희아산의 험준한 바위절벽이 아름답게 보인다.

온갖 야생화들이 제각기 뽐을 내는 봉우리에 앉아 땀을 말리고 점점 낮아지는 짧은 가을해를 바라보며 서둘러 일어난다.







(구절초와 쑥부쟁이 꽃길)







(740봉과 희아산)






- 유치산

남서쪽으로 방향이 꺽어지는 능선을 내려가면 드넓은 억새밭이 펼쳐지고 키큰 억새들은 바람결에 일제히 몸을 일으켜 정맥을 찾은 이방인을 반겨준다.

역광에 반짝거리는 억새들을 따라 이정표가 있는 뱃바위를 지나서 굵은 밧줄을 잡고 가파른 바위지대를 내려선다.

늦으면 비박을 할려했던 닭재고개에는 나무벤치 두개가 놓여있으나 생각과는 달리 좀 음침하고 아직 시간도 남아있어 오성산까지는 가기로 한다.

다시 나타나는 까시덤불과 억새들을 헤치고 키를 넘는 산죽들을 넘어 삼각점이 있는 유치산(530.2m)에 오르면 시야는 가려있고 이제 산속은 점차 어두어 간다.

희미한 사거리안부인 한방이재를 넘으니 마을로 내려가는 것은 진작 포기한 터이지만 다행히 펑퍼짐한 능선길이 이어져 빠른 속도로 봉우리들을 넘는다.







(740봉을 내려가며 펼쳐지는 억새밭)





- 오성산

송전탑이 있는 사거리안부에 닿으면 날은 완전히 어두어지고 대낮에도 헷갈리기 쉬운 정맥길을 랜턴불을 밝히며 조심스레 찾아 간다.

컴컴한 잡목숲에서 길을 잃고 오르락 내리락하다가 움폭 패인 곳으로 떨어지니 묵은 임도같은 절개지가 나오고 반가운 표지기들도 길을 확인해 준다.

가파른 산길을 한동안 오르고 간간이 나타나는 암릉들을 넘으면 마을의 개짖는 소리가 가깝게 들려 사람사는 밝은 세상이 그리워진다.

어둠속에서 이리저리 방향을 틀며 키를 넘는 산죽지대를 헤치며 올라가니 세찬 바람소리가 들리고 시커먼 어둠속에 오성산(606.2m)이 그 모습을 드러내며 승주일대의 가옥들과 호남고속도로를 지나는 차량들의 불빛이 새빨갛게 보이며 장관을 이룬다.

삼각점과 정상석옆의 산불초소에 들어가 보니 최근까지 사용한듯 취사도구들도 있고 이층에는 스티로플도 깔려있어 하룻밤을 지내기는 최적의 장소이고 접치로 내려가도 마을까지는 10여km를 내려가야 하니 오늘은 여기에서 멈추기로 한다.

양초를 찾아 불을 밝히고 라면을 끓여 소주한잔 곁들여 늦은 저녁을 먹고 침낭속에 누으니 곧 잠에 빠져 들지만 밤새 불어오는 거센 바람소리에 몇번을 깨어나고 지척이며 밤을 지샌다.







(오성산 정상의 산불감시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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