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2004. 8. 12(목) 맑음)


 

새벽에 일어나 탁자 두어개 가지고 밥장사를 하는 굴국밥집인 둥지식당에 들러 굴국밥으로 아침을 한다

인심이 후한지 그곳 굴값이 싼지 내용물이 굴반 물반이라 이렇게 장사를 해도 남는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먹는 입장에선 기분이 좋다


 

신문지 몇장을 빌려 모텔에서 가지고 온 얼음물을 싸며

“야 하룻밤 밖에 안얼려 벌써 녹기 시작한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하나?”

이말 들은 주인아저씨 얼른 가서 몇일째 꽝꽝 얼린 물한병을 가져온다

오늘 하루 산행은 이 얼음물 덕을 톡톡히 본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아저씨가 바로 이 풍산산악회 원로라고 하신다

뭐맘은 뭐가 안다고 폭염속에 산행을 잘 알고 계시는 것이다


 

택시타고 신득골고개에 내리니 고개 자체가 송신탑 아래 수박골 마을이다


 

신득골고개     :     7:30


 

구34번국도를 건너 신34번국도 위로 난 고가다리를 건너 좌측 포장도로를 따라 폐가 있는 곳에서 밭 옆길로 간다

어느 정도 가다 좌측 산능선 안부로 추정되는 곳으로 콩밭의 이슬을 털며 오른다


 

안부     :     7:35


 

길이 전혀 없는 능선을 풀을 헤치며 길을 만들며 오르면 덤불천지 속에 기반에 쏙 박힌 망가진 삼각점이 있는 도면상 248봉이다


 

248봉     :     8:05     8:25  출발


 

248봉을 넘어가면 길이 나온다

양갈래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가시천국인 안부에 이른다

오른쪽 일대는 광활한 습지로 이루어져 있다


 

안부     :     8:35


 

역시 길은 없다 둔덕을 넘어 경운기길 수준인 십자안부로 내려선다


 

십자안부     :     8:50


 

곧 이어 묵은 임도길은 끝이 나고 둔덕을 두개를 넘으면 묵은 십자길이 나온다 곧 이어 십자안부에 이른다


 

십자안부     :     8:55     9:15  출발


 

둔덕봉을 오르다 오른쪽 정상으로 오르지 않고 왼쪽 정남방향으로 능선을 가늠해서 진행한다


 

남진점     :     9:20


 

도면상 210봉으로 오르게 된다

너른 암반이 있어 조망이 좋다


 

210봉     :     9:25


 

서남방향으로 내려가다 묵은 길이 나오는데 맞는 줄 알고 진행하다보니 에구 지능선으로 빠져 솔가실마을로 빠지고 말았다


 

쪽파뿌리를 다듬고 있던 아낙에게 고개이름을 물으니 개고개라고 한다

고개이름 하나 안 것으로 위안을 삼고 개고개로 오른다

도면상 오미리의 美자가 써져 있는 곳이 고갯마루다

고갯마루 일대가 전부 논이다


 

오미리도로 개고개     :     9:50


 

용도가 농자재 창고인 듯한 몽고식 텐트 같은 대형 빠오 세 개가 있는 논옆 농로따라 오르면서 앞으로 보이는 뾰족한 산이 검무산이다

막판에 고생께나 할 것 같다

논을 지나 오름길 내내 콩밭가로 진행해서 묵밭으로 올라 산속에서 폭염으로 고생한 몸뚱아리를 부린다


 

벌에 쏘인 후유증은 거의 사라졌으나 가려운 것은 여전하여 물린디로 계속 계속 달래지만 졸립지 않은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깨어있는자여!


 

밭끝     :     10:05     10:35  출발


 

어느 정도 키큰 나무숲을 진행하다 예상대로 급경사를 오르는데 예상치 않은 복병을 만난다

오르기도 버거운데 산전체가 가시덤불인 것이다


 

엄청난 시간을 들여 오르면 억새속에 망가진 삼각점이 있는 검무산 정상이다 조그만 암반도 있어 조망이 더없이 좋다

칼이 춤을 추는 산이라.....!


 

낙동강변으로 이어지는 갈전리 등 마을이 폭염속에 숨도 못쉬고 나른하게 누워있고 낙동강 건너 산줄기들이 아름다운 파노라마를 이루고 있다


 

검무산     :     11:20


 

정서쪽으로 방향을 잡고 길 흔적따라 잠깐 내려가다 왼쪽 바위전망대 옆에 쉴 자리를 만들고 퍼질러앉아 주위를 둘러보며 낙동강을 벗삼아 갈길을 가늠해보니 너무나도 한심하다


 

낙동강변 일대에 야산들이 산재해 있고 구석구석 마을들이 박혀있는데 전부 논이고 밭이라 기맥능선이 가늠이 안된다

실지로 부딪쳐서 찾아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바위전망대     :     11:25     12:00  출발


 

마사토길을 조심스럽게 내려가면 안부에 이른다     :     12:15


 

좌측 산사면으로 좋은 길이 이어져 있으나 능선으로 올라야 할 것 같아 잠깐 오르니 가시덤불이 칭칭 얽혀있어 진행이 불가하다


 

미리 밝히지만 내일 있을 가시덤불의 전초전이다 이 정도 밀림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하여간 갈 수가 없으니 좌측 사면으로 난 좋은 길을 따라가면 좋은 길은 왼쪽으로 내려가고 오른쪽으로 기맥능선을 찾아 가시를 헤치고 올라 능선에서 역시 가시를 요리저리 피해가며 둔덕으로 오른다


 

여기서 서남쪽으로 빠지면 갈전리 갈밭마을로 빠지게 되니 우측 서북쪽으로 둔덕을 올라서서 서남방향으로 꺾어야 한다

검무산 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보았을 때 발아래로 제일 높게 보인 무명봉이다


 

서남진봉     :     12:45


 

매미소리만 귓전을 울리는 나른한 오후 누워서 바라보는 검무산 아주 귀엽게 생긴 작은 암봉이다

점점 남진을 하며 고갯마루가 마을인 1차선 포장도로 동네 가운데로 내려서게 된다

이 좁은 길로 노선버스가 다닌다고 한다


 

진천마을 진천고개     :     15:05(1:40 휴식)


 

논이고 마을이고 마을길 따라 농로따라 도면상 148봉을 향해 거의 평지길을 간다

논 위로 난 다리도 건너가고 조금 더 오르면 148봉 갈림길이다

왼쪽으로 가면 148봉인데 거의 정상부까지 논이 차지하고 있고

기맥은 오른쪽으로 휘어서 역시 서남방향으로 농로따라 간다


 

갈림길 148봉어깨     :     15:15     15:30  출발


 

오른쪽에 있는 예쁜 창고 한채에서 농로는 끝이 나고 밭 사이길로 둔덕을 오른다

풀만 웃자란 경운기길로 가면 길이 없어지고 마루금이 과수원이고 논이고 밭이다

둔덕 넘어 농로 십자안부로 내려선다


 

십자안부     :     15:50


 

무성한 앞 밭으로 오르기가 난감하니 오른쪽으로 살짝 비키면 묵은 농로길을 따라 오르게 된다

둔덕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급하게 휘어 북진을 해야한다


 

삼거리     :     16:00     16:35  출발


 

논 밭 과수원을 천신만고 끝에 지나가야 한다 그냥 자연스런 능선에 뭄을 맡기면 도면상 웅골마을로 내려가게 된다

철탑 지나 너른 1차선 도로인 웅골고개엔 능선위로 높은 수로가 지나간다


 

웅골윗도로     :     16:55     17:00  출발


 

수로 밑으로 수로따라 가면 능선마루로 수로가 지나가며 좌우 양쪽 논밭으로 생명수를 대준다

수로가 오른쪽으로 휘는 지점에서 둔덕을 올라 소나무 밑에 잘가꾼 묘지에서 좌우사방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구릉 들판을 둘러보며 휴식을 취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왼쪽으로 철탑이 있는 능선이 확실하여 그리로 가기 쉽다는 점이다


 

둔덕     :     17:10     17:30  출발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아까 오른쪽으로 휘어진 수로와 만난다

휴식없이 진행하려면 그냥 수로따라 가면 되는 것이다

917번지방도 2차선 포장도로에 도착하니 고갯마루에 교통표시판이 서이 서있다

“예천 14km 호명 4km"


 

비접골윗도로     :     17:35


 

전부 논이라 역시 수로 옆 농로따라 능선으로 오르면 과수원이다


 

서진점     :     17:40


 

여기서 서쪽 밭을 가로질러 얕은 절개지를 따라 오른쪽으로 가면 묵은 경운기 길이 나타난다

농사일을 하는 경운기를 만나 오른쪽 길로 간다

그 길을 같이 걷는 아낙과 마눌은 친구되어 무슨 말을 그렇게 하며 가는지 나는 단지 묵묵히 그뒤를 따를 뿐이다


 

132봉을 길없는 곳으로 들어가려니 앞서 가던 아낙이 깜짝 놀랜다

아니 어딜 가는데 그 험한 곳으로 들어가려고 하느냐며 극구 말린다

한기마을 간다고 하니 날따라 오라는 것이다


 

그래서 132봉을 오른쪽으로 내려가다 돌배 몇 개 따먹고 다시 수로와 만나 수로 옆으로 가다 수로는 산사면에 부딪쳐 땅속으로 들어가고 살짝 고개로 오르면 그 아주머니 밭이 나온다


 

밭고랑을 내려가서 좌측 경운기길로 올라서 계속 길따라 가라 한다

잠깐 내리고 굴속을 지나온 수로와 다시 만나 수로따라 간다

사람이 안다녀 수풀이 우거진 곳에는 수로 난간위를 쇼를 하며 약간 오르는 듯한 길을 가다 수로를 바라보니 아니 물이 거꾸로 흐르고 있질 아니한가


 

자연의 섭리를 정면으로 뒤집는 충격적인 사건인 것이다

세상에 그 먼거리를 물이 계속 거꾸로 흐르고 있는 것이다

잔뜩 의문을 가지고 자두가 무성하게 달린 과수원 한가운데를 지나

또 수로따라 가다 수로가 왼쪽으로 휘는 지점에서 산으로 올라야 하나 지금까지 경험한대로 왼쪽 사면으로 수로따라 가면 다음 안부가 나오는 것이다


 

예감은 적중했고 다시 수로따라 가다보면 수로는 끝이 나고 임도따라 산길을 오른다


 

수로끝     :     18:30(10분 휴식)


 

고개를 넘어서 잠시 내려가면 고갯마루가 갈포마을인 1차선 포장도로로 내려서게 된다


 

차가 두 대 서 있으며 세사람이 무슨 말인가를 하다가 쳐다본다

이곳 고개 이름을 물어보니 암천고개라고 한다


 

암천고개     :     18:40


 

이분들은 농지기반공사 직원들로

날이 가물어 낙동강물을 끌어올려 능선마루로 난 수로에 공급하면 필요에 따라 주민들이 물을 끌어 쓰는데 높은 곳에 위치한 곳에서 많이 끌어다 써서 아랫사람이 쓸 물이 없어 공평하게 나누어 쓰자고 주민계도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제일 궁금한 것을 물어본다

“수로에 물이 거꾸로 흐르는데 그럴 수도 있는 겁니까?”

그렇단다

“???????”

그래도 궁금하다 꼬치꼬치 그 원리를 캐물을 수도 없고 내가 참고 말지.....


 

택시를 불러달라고 하니 택시는 무신 택시 빨리 차를 타란다


 

염치 불구하고 얻어타고 풍천면 소재지인 구담리까지 태워다 주고 그 차는 임무수행하러 다시 암천고개로 올라간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기를 바랍니다

역시 안동사람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지금까지 부딪친 많은 사람들이 한결같이 친절하고 부드럽다

안동양반이라는 말이 반듯이 권위적인 말만은 아닌 듯싶디


 

이곳도 마트와 모텔 식당 등이 있어 지내기에 불편함은 없으나 일단 아침 해결을 할 수가 없고 생명수 같은 얼음물도 구할 수가 없다


 

버스정류장에서 안동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풍산에서 내려 아침 먹던 그 굴밥집으로 들어가 가르비살을 시켜 뜯어간 씀바귀에 싸서 푸짐한 저녁을 먹으며 주인장과 소주 한잔 한다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얼음물 부탁하고 어제 그 모텔로 간다

특실을 일반실 값으로 들어가도 얼음물을 얼려 주겠다고 하니 그저 고마울 다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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