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구간종주 4차(영취산-남덕유산 종주기)

종주일시 : 2003. 7.23-7.25 (무박3일)
참가대원 : 임명순(대장). 박문성(선두)

(1) 집에서 무령고개 까지

지난 19일 빠진 4차구간 종주계획 세웠으나 손님방문관계로 22일로 연기했다가 남부지방 호우로 인하여 하루 연기, 이제는 더 미룰 수 없다고 생각, 연신 일기예보에 신경쓰며 여러가지 자료 수집하여 늘 그랬던 것처럼 23일 저녁 6시30분에 집을 나섰다.

영동-중부-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거쳐 장수IC에서 빠져 장계에서 26번 국도로 육십령쪽을 향하다 논개사당입구에서 무령고개로 갔다.
밤 12시 10분 무령고개 도착. 가로등이 환하게 켜져있어 다행이었다. 작년 4월 냇째주 복성이재에서 출발 이곳 무령고개 휴게소에서 고달픈 몸을 쉬던 기억이 생생했다.

올라가는 입구를 찾았는데 안보여서 '에라 새벽에 찾으면 있겠지' 하며 차안에서 휴식을 취하며 03시에 출발하기로 하였다.

(2) 무령고개에서 육십령까지

03시 10분쯤에 일어나 이것저것 준비하고 타고온 차는 주차장에 고이 새워둔 뒤 03시 40분에 셈터뒤 어두운 숲속으로 들어가 영취산으로 올라가는 입구를 찾았으나 입구가 안보여 한참 고생하다가 03시 50분 절개지 부근에서 입구 리본 한개 발견하고 영취산을 오르기 시작.

걱정했던바와는 달리 밤하늘은 맑아 있었고 눈을 들어 영취산 정상을 보니 스무닷새 그믐달이 정상위에서 환히 (사실은 희미하게)우리를 비추고 (딱하다는듯이 내려보고)있었다.

04시10분 영취산 정상 도착 .진행방향이 좀 헷갈렸지만 곧 출발했다. 어두운 밤길에 지금까지 여럿이 걷다가 단둘이 걸으니 조금 걱정되었지만 총무님 말씀대로 가다보면 되겠지 하며 계속 깃대봉쪽으로 향했다.
04시50분이 되니 어김없이 예의 그 산새가 울어대고 곧 덕운봉에 도착

날이 밝으면서 되돌아 보니 영취산 뒤로 작년 4월의 추억-남천 대원의 산상 독창을 감상하며 힘겹게 올랐던 - 백운산이 보였다.
전망대에 올라 주변을 조망하니 산아래 마을들이 구름속에 잠겨있고 봉우리들만 구름위에 떠 있는 운해의 세계가 사면으로 펼쳐져 있었다.

민령 가까이 오자 잡목이 많이 우거지고 또 한길 높이로 무성하게 자란 억새풀이 이어지며 길을 찾기가 어려웠다.

머리는 억새풀위에, 발은 억새풀 속에서 축축한 흙의 감촉에 의지하어 헤쳐 나갔다. 더구나 이슬을 한껏 머금은 억새풀에 등산화속의 발과 온몸은 물속을 걷는 것처럼 완전히 젖어버렸다.
07:00 민령 통과. 07:08 철탑 통과 억새풀은 깃대봉오르는 길 까지 이어졌다.


07:30분 깃대봉에 올랐다. 구름이 걷히면서 흩어지는 구름 사이로 마을과 푸른 논, 그리고 대전 -통영간 고속도로가 마치 비행기에서 내려다 보는 경치 같았다.

북쪽을 바라보니 육십령 너머 바위능선인 할미봉이 버티고 있고 그 뒤로 아득하게 우리가 가야할 장수덕유산과 남덕유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었다.
처음에는 깃대봉에서 아침을 먹기로 하였으나 아직 이른 시간이라 할미봉까지 가기로 하였다.
한참을 내려가서 08:27분 육십령 주차장에 내려섰다.
평일이라 등산객을 못 만났는데 오늘 처음으로 화물차 기사들을 만났다. 사진을 찍고 젖은 도면을 말렸다.

(3) 육십령에서 남덕유까지

갈길이 멀다는것을 알고 있는지라 09:00분 육십령 26번 국도를 가로질러 덕유산 국립공원을 오르기 시작 하였다. 오른쪽으로 채석장이 굉음과 함께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09:10분, 소나무 그늘에서 질척거리는 등산화를 벗고 푹 젖은 양말을 짜서 다시 신었다.
10:00분 할미봉 도착. 널찍한 바위위에 등산화, 양말, 장갑, 수건 등을 널어 말리고 맨발로 그늘에 들어가서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렇게 몇발자국 맨발로 걷는것도 힘든데 우리 하늘해변님의 맨발 괴력에 다시한번 경의를 표했다.

10:30분, 까마득히 높이 솟은 장수덕유산을 보며 다시 행장을 꾸렸다.
내려가는 길이 제법 위험했다. 오랫만에 밧줄도 만났다. 함한 암벽을 다 내려가니 한참 평탄한 능선길이 나타났다.
그러나 경사도가 가파른 장수덕유산을 오를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이 때 갑자기 위에서 왁자지껄하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렸다.
'야, 과연 국립공원 지역에 들어오니 등산객이 많이 있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는데 그 소리의 주인공은 남덕유 교육원에 수련활동온 남여 고등학생들이였다.
그들과 마주치며 계속 인사하면서 오르느라 어느새 헬기장에 올라섰다. 할미봉까지는 해가 쨍쨍 났었는데 고도가 높아지면서 점점 날씨기 흐려졌다.

안개가 흐르는 장수덕유 정상의 바위능선을 계속 넘는데 장수덕유산 팻말이 없었다.
하나 넘으니 또 나타나고 또 하나 넘어서니 또 나타나곤 하였다. 바위주위로 아름다운 야생화가 만발하였다. 특히 진노랑색 원추리가 바위와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피곤한 몸을 그래도 아름다운 야생화 감상으로 조금 보상받고 싶었다.
오후 1시22분 장수덕유(서봉)에 도착했다. 원추리가 만발했다.

사면이 온통 안개로 뒤덮여 방향을 분간할 수 없었다. 안개비가 세차게 흐르고 있었다.
오후 2시 10분 월성치로 가는 대간종주 갈림길을 지났다.
오후 2시18분 남덕유 정상에 올랐다. 발 아래 까지 온통 안개다. 는개가 날렸다.

(4) 남덕유에서 매표소까지

지도상에는 1시간 30분 거리이지만 내려가는 길이라 괜챦겠지 했는데 완전 착각
거의 직선이다시피한 철 계단이 이어졌고 예전에 구름다리 설치했던 구조물이 안개속으로 나타나며 바위를 타고 내려갔다 올라가는 길이 계속되었다.
계속 내리막길이었다. 1,500고지에서 내려가자니 그리 쉽지는 않으리라.

얼마를 내려 갔을까? 길 따라 물이 흐르고 있었다. 젖어있는 발이 아팠다. 우리는 탁족도 하고 차를 얻어 타려면 깨끗해야겠기에 흙묻은 등산화와 양말, 바지 가랭이도 씻고 양치도 했다.
우리 둘 뿐이라 시간에 여유는 있었지만 다시 무령고개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마냥 늦장을 부릴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그러고도 계속 미끄러운 돌밭길을 내려갔다. 계곡물이 점점 많아져 폭포와 소를 이루는 곳도 있었다. 지루하게 내려 가는데 총무님의 안부 전화가 왔다.
오후 4시 00분. 매표소를 빠져 나왔다.출발한지 12시간 .

(5) 매표소에서 다시 무령고개까지

남덕유 수련원을 지나 포장도로를 터덜터덜 걸어내려 가면서 차가 지나가길 기다렸으나 두대가 수련원쪽으로 갔을 뿐 나오는 차가 없었다.
계속 26번 국도까지 갈 생각으로 뒤를 돌아보며 걷는데 관광광버스가 한대 나오는데 전면을 보니 메아리산악회라는 팻말이 보였다.
손을 들었다. 고맙게도 버스가 섰다.
전주에서 온 일일등산 버스였다. 우리를 간단히 소개하고 통로에 앉았다.

그 팀 인솔자님이 우리를 대간종주 한다고 한참 치켜세우면서 소개했다.
마음좋게 생기신 기사님은 거창쪽으로 빠져 고속도로를 탈려고 했는데 우리를 위해 넘기 싫은 육십령을 넘어 장계쪽으로 향했다.
인솔자님이 장계에 가서 택시타고 무령고개로 가라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고 가는데 기사님이 돈 많이 든다고 논개사당 입구 수무촌에서 내려 지나가는 차 얻어타고 들어가라고 하는 바람에 내렸다.

--장계 가서 택시 타야 되는데 하며 불평--

5시 20분, 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물으니 5시 40분에 시내버스가 들어간다고 했다.
--내리기를 잘 했다고 좋아 함--

삼거리 버스 정류소 까지 뛰었다.
그런데 40분이 지나도 버스가 오지 않았다. 지나가는 차를 세웠다.
한대가 그냥 지나갔다. -에이 장계나가 택시 타야 되는데 하며 한참을 고민하다가 드물게 지나가는 차 무조건 세워보기로 하고 봉고캡이 지나가길래 세웠다. 차가 섰다.
저쪽에서 동네 아주머니에게 차 시간 묻고 있는 임명순 대원을 불렀다.차를 타고 나서 가시는데 까지 가서 세워달라고 하니 그 쪽으로 간다고 했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기사분이 산악 구보도 하고 강원도 산도 많이 다녔다고 했다.
그리고 논개마라톤 회원이고 주말에 장안산 산악 마라톤에 참가한다고 했다. 논개사당 소개도 하면서 꼭 들러 보라고 했다

우리는 마지막 마을인 지승까지만 가도 그 나머지는 걸어서 갈 생각을 했는데 우리가 세운 차는 우연히도 무령고개 매점까지 가는 차였다.

무령고개에 도착하니 중학생 초등학생아들과 아버지 세명이 영취산에서 내려왔다. 중산리에서 계속 연결해서 야영하면서 추풍령까지 종주할 계획이란다.

(6) 무령고개에서 강릉까지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 쉽게 무령고개까지 온게 꿈만 같았다. 세상은 좋은 사람들이 훨씬 많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지 다짐하면서 남은 자두와 빵을 연속종주하는 3부자에게 건네주고 차를 몰고 무령고개를 내려왔다.

저녁 7시 ,갑자기 짬뽕이 먹고 싶었다. (참고:짜장,짬뽕.라면. 단무지.양파 무지 좋아함)
장계에서 중국집을 찾으니 한 집이 문을 닫았다. 투덜거리며 시내를 도는데 택시가 안 보여서 수무에서 내리기를 잘 했다고 우리가 탔던 버스 인솔자님을 흉보며 버스기사님의 선견지명에 감탄하다가 중심가로 돌아서니 택시가 보여 다시 금새 한 말을 취소 했다.
시내를 돌다가 아까보다 깨끗한 중국집 우미관에서 짬뽕(나는 1과1/2. 임명순은 1/2)을 먹었다. 내부시설도 좋고 맛있게 잘 해 주었다.배가 탱탱.
7시 30분 출발.강릉까지 갈 수 있을것 같았는데 금산쯤 오니 졸렸다. 그때부터 휴게소 마다 들러 조금씩 자고나서 세수하고 운전했다.
임명순 대원은 옆에서 계속 잠 zzzzz(원래 장거리 운전은 내가 혼자 함)
청주를 지날 쯤 번개와 천둥이 치면서 3단으로 움직이는 윈도우 브러시 사이로 빗물이 폭포처럼 흘렀다. 앞이 안보였다.
이튿날 새벽 04시 집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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