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갈령-속리산-밤티재-늘재) 산행기<16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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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7.2 월요일 날씨:구름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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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갈령-속리산-밤티재-늘재) 경북 상주시, 충북 보은군
0 산행 코스
갈령(05:10)-갈령삼거리(05:56)-형제봉(06:25)-피앗재(07:18)-639봉(07:24)-667봉(07:55)-726봉(08:36)-헬기장(08:50)-묘,703봉(09:00)-전망바위(09:33)-도화리삼거리(10:24)-천왕봉(10:58)-천왕석문(11:28)-신선대(12:31)-문장대(13:54)-밤티재(16:59)-696봉(17:59)-629봉(18:39)-늘재(19:15)
0 산행 거리(포항셀파산악회 기준)
20.62km(대간 19.42km, 접근 1.2km) * 총 누적거리 294.69km(대간 269.39km, 접근 25.3km)
* 갈령-1.2-갈령삼거리-0.7-형제봉-1.56-피앗재-5.56-천왕봉-2.58-신선대-1.17-문장대 4.45-밤티재-3.3-늘재
0 산행 소요시간
14시간5분(05:10-19:15) * 총 누적시간 151시간49분
0 산행 함께 한 사람
단독
0 산행기
지난 3월부터 시작하여 15차 산행까지 백두대간을 거닐며 주도면밀한 준비를 해 본 적이 없었건만 갈령-속리산-밤티재-늘재 구간을 진행하며 처음 접해야 하는 출입금지 구역이 포함되어 있어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신의터재-갈령 구간 산행에서 언급했듯이 속리산이 가까워지면서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의 감시를 벗어나 문장대에서 밤티재 구간을 어떻게 통과해야 할까 점점 고민에 빠졌다.
결론은 정해졌다. 평일에 일정을 잡는 것이다.
출입금지 구역을 지나가기 위해서는 토.일요일에 상주한다는 공단 직원들의 눈치를 살피며 경계를 넘는 숨 막히는 게릴라 작전보다는 근무하지 않는 평일에 안심하고 벗어나는 게 최 상책일 것이다.
남들은 열심히 생업에 열중하고 있을 월요일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휴가를 내어 갈령으로 내달린다.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새벽 2시 집에서 출발하는 도중 고속도로에서 내비게이션이 알리는 도착시간을 바라본다.
아직은 일러 어둠 속 홀로 걷는 산행은 가급적 피하기 위해 휴게소에 들러 잠시 눈을 붙인다.
새벽 4시 반쯤이 되며 여명이 시작되고 20여분 뒤 갈령에 도착한다.
하산 시간을 조금이라도 앞당기기 위해 좀 더 일찍 도착했더라면 하는 아쉬움 속에 갈령삼거리를 향해 산문을 두드린다.(05:10)
그제 전국적으로 내렸던 장맛비는 끈질긴 가뭄에서 벗어나 대지를 흡족하게 적셨고 등산로 또한 촉촉하다.
산안개가 고지대를 중심으로 옅게 드리워져 있다.
헬기장을 지나며 길은 더욱 가팔라지고 갈령 고갯길 너머로 대궐산이 고개를 불쑥 내민다.
소나무가 있는 바위 봉우리에 올라서니 안개가 형제봉을 어루만지며 아침잠을 깨우고 있다.
방금 떠오른 태양은 속리산 주릉의 안개를 밀쳐내며 열을 가하고 있다.
너럭바위를 지나 안부에 내려선 뒤 오름길 후 대간에 접어드는 갈령삼거리에 도착한다.(05:55)
얼마나 흘렸는지 온 몸이 땀으로 흥건하다.
신체 리듬이 정상 궤도에 이를 때까지 따라가는데 버거운데다 경사가 심했던 탓 일게다.
2주전과 변한 게 없는 곳이지만 백두대간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곳에서 형제봉까지 0.7km라 표기하고 있어 약간 내림길 후 완만한 길이 한동안 이어지다 형제봉이 가까워지면서 경사가 급해진다.
바위를 좌측으로 돌아 오르니 불안전하게 서 있는 거북바위가 나타나며 우측에 형제봉이 자리 잡고 있다.
'속리산 64번지점-119구조 요청지점' 표찰과 아크릴로 만들어 놓은 이정표에 '현위치 형제봉, 갈령삼거리 0.7km-정상 832m-피앗재'라 적혀 있다.
바위 턱을 딛고 올라서자 '백두대간 형제봉 832m'의 정상석이 놓인 바위다.(06:24)
방금전 아크릴 이정표가 없었더라면 무심코 이곳을 오르지 못하고 지나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멀리 천왕봉 방향으로 속리산은 아침 안개로 가려져 있고 이곳에서 제일 가까운 803봉이 하얀 이처럼 드러낸다.
형제봉에서 한참 머문 다음 내려가는 길 경사가 아주 심해 조심한다.
속리산국립공원 지역에 들어서고 있음을 알리려는 듯 10분 뒤 '속리 16-13'의 119구조목이 세워져 있다.
119구조목에서 오름길로 이어지다 커다란 바위가 있어 우측으로 돌아 오르며 대간에서 벗어나는 좌측길이 눈에 띈다.
그쪽으로 20여 미터 다가가니 형제봉에서 보였던 803봉이다.(06:54)
형제봉이 바로 앞에 올려다보인다.
다시 대간에 돌아와 별로 힘들지 않게 능선길에 119구조목 12번과 11번을 만나며 0번이 어디부터 시작되었을까 궁금해진다.
형제봉에서 천왕봉까지는 7.22km 거리로 119구조목 간격이 대략 500m이므로 천왕봉에서 시작하였다면 5km 넘게 남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11번 구조목이 있는 바위 구간을 벗어나 내려서자 만수동에서 올라오는 피앗재다.(07:18)
철제 이정표에 '천황봉 5.8km, 형제봉 1.6km, 만수계곡'이라 표시하고 있으며 그 옆 소나무에는 피앗재산장에서 만들어 붙인 표찰이 붙어 있다.
마침 지난 해 여름부터 대간을 시작했다는 서울 거주하는 두 사람이 쉬고 있어 인사를 주고받는다.
전날에 이어 오늘은 늘재까지 간 다음 인근에서 묵은 뒤 다음 목적지까지 진행한다는데 3일 연속 대간을 걷는 투혼과 이를 뒷받침 해주는 체력이 부럽다.
두 사람의 산행에 방해될까봐 10분 휴식 후 먼저 출발한다.
피앗재에서 오름길이 펼쳐지다 첫 번째 봉우리인 639봉에 닿고(07:29) 이곳에서 우측으로 꺾어 내려간다.
119구조목 10번과 9번 지점을 벗어나 약간 오름길 뒤 참나무가 ㄴ자 형태로 가지가 뻗은 작은 봉우리에 오른다.(07:45)
그곳으로부터 12분지나 된비알이 이어지다 '속리 16-08' 119구조목이 있는 667봉에 서게 된다.(07:55)
다른 지역과 달리 봉우리가 넓고 흙바닥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긴 시간 머무르며 아침 식사로 빵을 먹고 있을 때 피앗재에서 만났던 두 사람과 합류하여 수박 몇 조각을 건네주고 먼저 또 앞장선다.
완만한 내림길 뒤 작은 봉우리를 넘는가했는데 홀로 가는 대간 측은해 보였던지 좌측으로 우회하는 특별 보너스가 덥석 안긴다.(08:24)
이동하는 길에 지나왔던 667봉이 보이고 '속리 16-07' 119구조목을 지날 때는 726봉도 보인다.
가끔은 멀리 천왕봉과 속리산 암릉 구간도 드러난다.
안부로 내려선 뒤 가파른 오르막 후 '속리 16-06' 119구조목이 있는 726봉을 힘들지 않게 통과한다.(08:38)
다시 내려간 다음 '속리 16-05' 119구조목을 지나자 '등산로 아님, 사망사고 발생로' 팻말이 붙어 있는 헬기장 봉우리에 도착한다.(08:50)
등산로 아님이라 알리는 곳에는 통나무로 울타리를 쳐 출입을 막고 있다.
헬기장에서 안부에 내려서자 산죽이 나타나고 능선 좌측으로 잣나무가, 우측에는 참나무 숲으로 경계를 이루고 있어 대조적이다.
오르막에 '속리 16-04' 119구조목을 만나고 또 오르막이 줄기차게 펼쳐진다.
봉분이 많이 무너진 묘가 있고 바로 뒤에 703봉이 위치하고 있다.
오르면 반드시 내려가야 하듯 가파른 내리막에 바위가 있어 우측으로 우회한다.
다시 능선에 닿고 또 작은 봉우리에 오른다.(09:10)
천왕봉이 높게 보이고 평탄한 길을 걷다 '속리 16-03' 119구조목 위쪽 5분 거리에 바위가 보인다.
형제봉에 이어 두 번째로 조망이 트이는 전망바위다.(09:20)
천왕봉 방향은 오르막 숲으로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지나온 형제봉과 갈령 방향 그리고 만수동 계곡이 어항속의 금붕어처럼 샅샅이 드러난다.
10분 가까이 전망바위에서 휴식을 취한 뒤 오르막이 서서히 전개되는데 천왕봉 사이에 작고 큰 봉우리가 차례로 눈에 띈다.
'속리 16-02' 119구조목이 있는 작은 봉우리에 오르니 가느다란 나일론 줄이 나무에 길게 묶여 있다.(09:39)
'속리 16-01' 119구조목을 벗어나 가파른 경사 능선 직전에 쓰러진 고목이 대간을 막고 있어 이를 넘어서자 묘 1기가 있는 능선이다.(10:11)
암릉 뒤로 봉우리가 보이는데 9부 능선에서 좌측으로 우회하고 만다.(10:20)
그리고 30여 미터 산허리를 따라 가자 '속리산 59번지점, 119구조요청 지점, 상주소방서장'이라 쓴 표찰이 걸려 있다.
천왕봉이 바로 머리 위로 보이며 또 오름길이 이어진다.
그리고 안부에 내려서자 도화리에서 올라오는 삼거리다.(10:23)
지금까지 만났던 번호와 달리 새로운 '속리 04-05' 119구조목과 함께 등산 안내도가 있으며 천왕봉까지는 0.6km의 거리로 30분이 소요된다고 알리고 있다.
안부에서 쉬고 있으니 두 사람이 내려와 그들과 세 번째로 다시 만나고 앞질러 가더니 이내 선두를 양보해 준다.
도화리삼거리에서 천왕봉 정상으로 가는 길은 갈령에서 형제봉에 오를 때처럼 힘든 된비알로 온 힘을 쏟아 붓는다.
이곳만 올라가면 천왕봉에서 늘재까지는 힘들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오른다.
로프도 만나고 산죽이 나오는 속리산 능선에 닿자 '출입금지' 안내판이 잇다.
이곳에서 대간은 안내판 뒤쪽이 아닌 우측 능선으로 꺾어야 한다.
산죽길 2분도 안되어 전망지대가 나오더니 바로 위쪽으로 천왕봉 정상석이 보인다.(10:58)
과거에는 일제를 상징하는 '천황봉'이라는 정상석을 없애고 '천왕봉'이라 새로 새긴 정상석이 대간 꼭대기에 당당하게 서 있다.
속리산(俗離山)의 주봉인 이곳 천왕봉은 문장대만큼이나 조망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항상 뒷전에 서 있다.
속리산의 유래는 신라 선덕여왕 5년인 784년 진표(眞表)가 이곳에 이르자 밭 갈던 소들이 모두 무릎을 꿇는 것을 본 농부들이 짐승도 저러는데 하물며 사람들이야 오죽했겠느냐며 속세를 버리고 진표를 따라 입산수도 하였는데, 여기서 속세를 버리고 수도한다는 뜻으로 속리산이라 불리게 되었다 한다.
안성 칠정산으로 이어가는 한남금북정맥의 분기점이기도 한 천왕봉은 이곳에 떨어지는 빗물이 백두대간과 한남금북정맥을 기준으로 동쪽은 낙동강, 남쪽은 금강, 서쪽은 남한강으로 흐르는데 이를 가리며 삼파수라 부른다.
지나왔던 형제봉이 보이고 속리산 암릉의 주릉이 문장대까지 힘찬 기운으로 대간을 잇고 있다.
수려한 속리산 풍광을 가득 담고 문장대를 향해 가다 장각동과 연결되는 헬기장 삼거리를 만난다.(11:14)
법주사 갈림길을 벗어나(11:21) 속리산의 명물인 천왕석문을 통과하자(11:28) 이제는 엄마와 아기의 고릴라 바위가 앙증맞게 반겨준다.(11:51)
임경업 장군이 들어서 세웠다는 입석대를 보기 위해 잠시 등산로에서 벗어난다.(12:11)
이어 해발 1,026m의 신선대에 도착한다.(12:30)
신선대 휴게소는 평일이라 의자가 텅텅 비어 있지만 아무것도 사먹지 않는 마당에 의자에 앉아 점심을 먹는 것이 눈치 보일까봐 그냥 통과한다.
안부로 내려서 청법대가 보이는 전망바위에 올라 유유자적 점심을 해결한다.(12:40)
오후 산행은 그야말로 모험이 펼쳐지는 출입금지 구간이 남아 있어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출발에 앞서 파이팅을 외친다.
바위를 깎아 만든 돌계단 언덕을 넘어서자 문장대와 헬기장이 또렷하다.
밤티재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저 헬기장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눈에 더욱 선하며 신경 쓰인다.
법주사와 화북에서 올라오는 사거리 광장에 도착한 뒤(13:41) 비법정 탐방로인 출입금지 구역을 무사히 넘을 수 있을까 판단하기 위해 우선 문장대에 올라가 보기로 한다.
문장대는 원래 큰 암봉이 하늘 높이 치솟아 구름 속에 감추어져 있다 하여 운장대라 하였으나, 세조가 속리산에서 요양을 하고 있을 때 꿈속에서 어느 귀공자가 나타나 "인근의 영봉에 올라서 기도를 하면 신상에 밝음이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찾았는데 정상에 오륜삼강을 명시한 책 한 권이 있어 세조가 그 자리에서 하루 종일 글을 읽었다 하여 문장대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문장대 바로 아래 두 개의 '문장대' 정상 표지석에 도착 위를 올려다보며 깜짝 놀라고 만다.(13:48)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 서너 명이 평일임에도 어떤 사람들을 상대로 무엇을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헬기장을 벗어나 밤티재로 내려가야 하는데 걱정이 태산이다.
사람들이 많이 올라오는 토.일요일에 왔더라면 주위의 산만함을 틈타 금지구역을 넘어설 수 있었을 텐데 괜히 평일에 왔다는 자괴감이 앞을 가린다.
더 동태를 살피다 정 안되겠다 싶으면 대간을 포기하고 화북으로 후퇴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문장대부터 오르기로 한다.
철 계단을 따라 문장대 정상에 발을 내딛는 순간 또 한 번 크게 놀라고 만다. 이게 웬 일인가.
서너명이 아니라 30여 명의 공단 직원들이 한꺼번에 앉아서 워크숍을 하고 있지 않은가.(13:54)
오늘 대간 날짜를 잘못 잡았다는 생각에 앞이 캄캄해진다.
속내를 훤히 꿰뚫어 보며 한 발짝만 넘으면 우르르 벌떼같이 달려와 단속하고 말겠다는 눈초리가 가슴에 마구 파고든다.
마음을 비운 채 문장대에서 펼쳐지는 막힘없는 자연 풍광에 젖어보지만 시선은 그들의 동태와 헬기장에서 밤티재까지의 대간뿐이다.
짧은 시간이 길게만 느껴질 때 선임자의 마무리 얘기를 끝으로 행사를 마치고 하나 둘 내려가기 시작한다.
이제 문장대는 4-5명의 등산객들만 남아 원래의 주인들에게 돌아오고 서로 사진도 찍어준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문장대는 그야말로 적들을 감시하는 망루로 바뀐 지 오래다.
아직도 몇 사람이 시선에 보일 때 피앗재에서 만났던 대간 산행객 두 사람 중 한 명이 문장대로 올라온다.
국립공원 직원들이 모두 내려가는 것을 확인한 다음 함께 밤티재로 내려가기로 의기투합 문장대 표지석에서 만나기로 한다.
이윽고 문장대 표지석 옆 '출입금지 구역' 안내판 뒤 울타리를 넘어서며 세 명은 일제히 범법자가 되고 만다.(14:19)
바로 앞 헬기장을 동시에 횡단하고 또 다른 '출입금지 구역 경고'판이 있는 쪽의 숲 속으로 재빨리 몸을 숨긴다.
일단 성공이다.
헬기장을 지날 때 문장대를 바라보니 아무도 없어 화살처럼 쏟아지는 곱지 않은 시선은 피할 수 있었지만 양심 한 가운데 꽂히는 화살은 바늘처럼 예리해 따갑다.
일단 진입했음에 안도하고 지금부터 길을 잘 살펴가지 않으면 안 되는 험란의 대간이 펼쳐진다.
헬기장에서 시작하는 밤티재 구간은 생각과 달리 길이 뚜렷하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대간길을 걸었다는 증표이기도 하다.
헬기장에서 산죽을 따라 5분여 진행하자 맨 처음 바위 지대가 나타나는 첫 번째 개구멍 바위다.(14:28)
둥그런 바위에 로프가 내걸려 있고 로프 잡고 그 바위에 올라선 뒤 바위 사이를 배낭 맨 채 통과할 수 없다.
기차 여행 중 가방을 선반에 올려놓듯 배낭을 벗어 바위 위에 일단 올려 놓고 밑으로 몸만 빠져 나와야 한다.
마치 문장대에서 밤티재로 가기 위한 대간 산행객들의 신체를 검색하는 검문소 역할을 하고 있다.
첫 번째 개구멍을 통과하자 좁은 바위 사이를 지나고 내려선다.
집체만한 바위들이 곳곳에 세워져 있고 바위 전시장 같은 틈새를 지난다.
가끔 여려 갈래의 길이 보이지만 바위 능선에서 벗어나지 않고 잘 살펴 지나니 리본 한 개 없는 곳이지만 어렵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제 비가 내렸던 탓으로 어제 대간을 걸었던 사람들의 발자국과 흙이 바위에 달라붙어 있으며 스틱 흔적까지 선명해 등대 역할을 해준다.
첫 번째 개구멍을 벗어나자 밤티재 방면의 대간과 속리산 칠형제 바위 방향이 보이는 전망바위가 나타나 세 사람 다같이 조망하며 출발한다.
잠시 후 가파른 바위 사이로 로프가 길게 늘어뜨려져 있는 두 번째 개구멍 바위가 기다린다.
개구멍을 통과하기 위한 가장 힘든 구간이다.
일단 로프를 붙잡고 5-6m 아래로 내려선 뒤 고목나무 받침대에 발을 디뎌 땅에 내려서면 좌측으로 개구멍 바위가 나타난다.(14:57)
이곳을 통과하기 전 아예 스틱을 접어 배낭에 수납한다.
주변에는 웅장한 바위들이 켜켜이 쌓여 있으며 간혹 로프 구간을 만나지만 별 어려움 없이 지나간다.
좀 더 가서는 낡은 로프에 길이마저 짧아 겨우 붙잡고 틈새에 박힌 통나무를 밟고 우측으로 비스듬하게 몸을 비켜 바위에 오른다.(15:12)
겨울철에는 상당히 미끄러울 것 같은 곳이다.
그 후 이번에는 세 번째 개구멍 바위가 기다린다.
누구는 힘들다고 하지만 어떻게 통과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쉽게 통과한다.(15:20)
여러 군데의 바위를 넘고 돌다 네 번째 개구멍 바위를 만난다.(15:27)
이곳은 비스듬히 누워 있는 바위와 위쪽 바위가 만나서 하늘을 향해 입을 벌리고 있는 모양의 바위 구간으로 로프가 걸려 있다.
배낭을 맨 채 옆으로 기어오르면서 조금씩 이동하며 올라서야 한다.
지금까지 만났던 개구멍과 달리 개처럼 땅에 엎드려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납짝 옆으로 반쯤 누워 로프 잡고 게처럼 기어오른다.
바위를 빠져 나오자 문장대가 보이고 3분 뒤에는 층층의 둥그런 바위에 파란 이끼가 낀 기암들이 시선을 빼앗아 간다.
또 다른 로프를 잡고 내려와 바위 구간이 끝나는가 싶었는데 다섯 번째 개구멍 바위가 마지막으로 체력을 시험하고 있다.(15:49)
개구멍 바위가 언제 나타나는 줄도 모르고 사람들이 많이 다닌 길로 따라 가다 우연히 만났다.
30년 이상 되어 보이는 소나무 밑둥치에 약 4m 길이의 로프가 바위 사이 아래로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바위가 서로 엉켜 있어 끙끙대며 먼저 내려선 뒤 뒤돌아보다 우측에 아주 좁은 개구멍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남진 방향에서 바라보면 빨간 페인트 화살 표시로 소나무 쪽으로 길을 유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굳이 좁은 개구멍을 이용해야 할 이유도 없을 듯하다.
마지막 다섯 번째 개구멍은 그야말로 로프 잡고 내려가든지 아니면 개구멍을 통해 내려가든지 옵션 품목이다.
이제 다섯 개의 개구멍 바위도 모두 통과했으니 안심하고 내려가다 4m 길이 되어 보이는 수직 암벽 로프가 또 나타난다.
그리고 산죽이 잠시 이어지고 안부로 내려선 뒤 약간 높은 봉우리에 이르자 밤티재로 연결되는 도로가 보인다.
다시 안부에 닿으며 700봉을 만나 우회하고 오르내리기를 반복한다.
또 다른 봉우리에서 내려설 때 건너편 698봉 꼭대기에 커다란 입석바위가 하늘로 치솟아 보인다.
오름길 뒤 다가가니 엄청나게 큰 바위가 세워져 있는 입석으로 청화산은 물론 멀리 희양산, 대야산까지 조망되는 곳이다.
여러 개의 봉우리를 지나며 밤티재로 가기 위해 고도를 낮춘다.
어제 지나갔던 대간 산행객의 흔적은 변함없는 안내자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간혹 빨간색과 파란색 페인트로 화살 표시를 바위에 그려 놓았다.
이제 바위 구간도 완전히 끝나는 것 같은 생각을 가질 때 참나무 껍질이 완전히 벗겨진 곳을 벗어나 오름길 바위에 페인트로 화살표를 그리고 '대간 밤티' '견훤성'이라 글씨를 써 놓았다.(16:38)
594봉에 이르자 봉분이 허물어진 묘 1기가 덩그러니 위치하고 있다.(16:39)
대간은 묘 뒤 바위 쪽으로 이어진다.
둔덕을 넘고 한참을 진행하자 밤티재 절개지가 숲 사이로 보이는 삼거리가 나타난다.(16:51)
이 삼거리가 아주 중요한 지점이기에 신경 쓰며 내려왔는데 눈에 띈 것이다.
절개지 아래 밤티재에는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이 상주하며 출입자를 단속하고 있기 때문에 또 한번 계략을 펼쳐야 한다.
수많은 선답자들이 그랬든 좌측으로 내려가면 초소와 맞닥뜨리는 길이기에 우측 길로 내려가기로 마음먹고 먼저 밤티재 상황을 살펴 보기로 한다.
우선 좌측 길을 따라 20여 미터 내려가 숲에서 절개지 아래를 내려다보니 동물 이동통로가 발아래 있고 아무리 굽어봐도 초소는 보이지 않는다.
절개지 숲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백두대간 허리를 싹둑 잘라 도로와 동물 이동통로를 만들었는데 너무 가팔라 동물이 이동하다 굴러 떨어져 자동차에 치어 죽을 것 같은 생각이 먼저 든다.
과연 이곳을 통해 몇 마리가 건너편 절개지로 지나갔을까?
늘재 방향의 바위가 있는 697봉만 바라본 뒤 조금 전 삼거리로 돌아 온다.
서둘러 먼저 내려 왔기 때문에 뒤따라오는 두 사람의 길잡이를 위해 땅 바닥에 우측으로 진행하도록 화살 표시를 그려 놓고 내려서니 또 좁은 삼거리가 나타난다.
굳이 국립공원 직원들과 조우할 필요가 없기에 시선에서 더 벗어나기 위해 곧바로 도로에 내려서지 않고 우측 직진 길을 따라 내려가니 묘 2기가 차례로 있다.
도로에 인접하니 펜스로 높게 울타리를 쳐 놓았고 여기 저기 출입금지 안내문이 걸려 있다.
도저히 펜스를 넘지 못할 것 같아 펜스를 따라 20여 미터 가니 끝 지점이 나와 해발 495m의 밤티재 도로까지 빠져 나온다.
동물 이동통로 쪽을 한번 바라본다.
그리고 목재 울타리를 설치해 놓은 곳으로부터 약 20m 아래 교통 표지판 옆에 '출입금지' 안내문이 내걸린 쪽 숲으로 몸을 숨긴다.(16:59)
평일이라 공단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문장대 헬기장에서 취했던 행동이 그대로 재현되는 순간이다.
잠시 긴장의 한숨을 돌린 뒤 절개지 위쪽 방향으로 무조건 치고 올라간다.
여기는 대간길이라는 공식적인 길도 없고 리본 또한 보이지 않는다.
리본을 달았다는 것은 자신을 단속해 달라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눈짐작으로 절개지 능선 꼭대기를 향해 오르다 등산로가 나타나며 어제 사람들이 지나갔던 흔적도 발견된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오르는 방향이 696.2봉으로 가는 늘재 방향인지 아니면 내려가는 우측 길이 늘재 방향인지 헛갈려 스마트폰으로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열어봐도 뚜렷한 답이 없다.
하는 수 없이 절개지 꼭대기까지 올라가 보기로 작정하고 제일 높은 곳에 이르자 바위가 있는 넓은 공터 봉우리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늘재 대간은 밤티재 도로를 건너기 전에 바라보았던 696.2봉이 위치한 직진길이라 서두른다.(17:17)
절개지 봉우리에서 안부에 내려서게 하더니 계속 오르막이 펼쳐진다.
696.2봉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리려는 뜻 같다.
가끔 바위 구간도 만나도 밤티재 절개지 봉우리를 벗어난 지 30분지나 바위를 우회하니 밤티재 절개지와 일부 도로가 보이고 건너편으로 문장대까지의 대간이 훤하게 드러난다.
밤티재에서 늘재를 향해 오르다 처음 보는 멋진 광경이다.
곳곳에 바위를 만나고 우측으로 여러 개의 바위들이 포개어 있으며 개구멍 같은 곳도 보인다.
그리고 얼마 안가 가파른 길이 이어지고 대간과 반대 방향으로 약 20m 벗어나자 다시 한 번 속리산 능선이 보인다.
이곳 전망바위에서 3분도 안되어 나무숲으로 꽉 들어찬 696.2봉에 도착한다.(17:59)
'감마로드'라 쓰인 등산 리본 한 개가 매달려 있을 뿐 아무런 표시가 없는 봉우리다.
이곳 또한 출입금지 구역이라 이마저도 언제 사라질지 모를 일이다.
696.2봉에서 내려서자마자 바위와 참나무가 있는 삼거리 갈림길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잠시 알바가 시작된다.
삼거리에서 직진하는 방향으로 약 7분 내려가는데 어제 지나갔던 흔적과 함께 리본이 몇 개 걸려 있어 안심하며 걷다 뭔가 이상해 삼거리로 다시 돌아온다.
선답자의 산행기를 자세히 살펴보니 언뜻 직진하는 길이 늘재로 연결될 것 같지만 대간은 우측 아래로 내려가는 길임을 확인한 후 코스를 급 변경한다.
늘재로 가는 방향 역시 어제의 사람 발자국이 선명하다.
이곳 삼거리에서 대간을 걷는 사람들이 많이 헛갈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며 리본 한 개도 발견할 수 없다.
아직 미심쩍은 생각으로 삼거리에서 1분 내려서다 바위를 우측으로 우회하며 내려서다 마사토가 있는 언덕바위에 이르러 늘재가 보인다.
희양산과 대야산도 한꺼번에 보인다.(18:15)
그리고 청화산이 동네 산처럼 보이고 우측으로 629봉이 있어 제대로 대간을 걷고 있음을 확신한다.
불안했던 심정을 떨쳐 버리며 과일 한 개를 먹고 고린내 폴폴 나는 상의도 바꿔 입으니 날아갈 듯 상쾌하다.
마사토 내리막을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매우 미끄럽기 때문이다.
바위 구간을 벗어나자 푹 파인 안부다.
오름길 후 바위가 서 있는 뒤쪽으로 629봉이 인접해 있다.
이 봉우리는 넘지 않고 우측으로 돌아가도록 안내한다.(18:39)
4분 뒤 전망 지역이 있어 뒤돌아보니 696.2봉이 올려다 보인다.
희양산과 대야산 그리고 청화산이 조금 더 가깝게 보인다.
한참 내려가니 좌측 숲 건너로 파란 지붕의 건물이 보이고 잔디가 완전히 벗겨진 묘를 벗어나서 또 이장된 묘 터를 지난다.
그리고 묘에서 8분을 더 내려가니 오늘의 종착지 늘재다.
이곳에도 출입금지 표시가 되어 있고 나무 울타리가 둘러쳐 있다.
늘재는 낙동강과 한강의 분수령임을 알리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그리고 도로 건너편으로는 백두대간 표지석과 성황당 건물이 보인다.
성황당 유래비 좌측 숲으로 대간 리본이 걸려 있어 청화산 들머리임을 알려주고 있다.
백두대간을 걸으면서 처음으로 비법정 탐방로를 맞게 되어 어떤 방법으로 통과해야 할 지 고민에 빠지며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막상 지나고 보니 별게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또 닥칠 출입금지 구역에 대한 감각이 둔해지는 단초가 될 성싶다.
여행자의 즐거움은 참고 이겨내는 것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중반에 접어드는 백두대간 여행자의 발걸음처럼 어떠한 난관이 닥쳐도 인내하며 극복해 나가는 것이 진정 산꾼의 기본 도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 늘재에서 갈령에 있는 승용차 회수: 화북 식당운영 054-534-7447 요금:15,000원
화북개인택시 010-3533-8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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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반쯤이 되며 여명이 시작되고 20여분 뒤 갈령에 도착한다.
하산 시간을 조금이라도 앞당기기 위해 좀 더 일찍 도착했더라면 하는 아쉬움 속에 갈령삼거리를 향해 산문을 두드린다.(05:10)
대간에 접어드는 갈령삼거리에 도착한다.(05:55) 얼마나 흘렸는지 온 몸이 땀으로 흥건하다.
바위를 좌측으로 돌아 오르니 불안전하게 서 있는 거북바위가 나타나며 우측에 형제봉이 자리 잡고 있다.
'속리산 64번지점-119구조 요청지점' 표찰과 아크릴로 만들어 놓은 이정표에 '현위치 형제봉, 갈령삼거리 0.7km-정상 832m-피앗재'라 적혀 있다.
바위 턱을 딛고 올라서자 '백두대간 형제봉 832m'의 정상석이 놓인 바위다.(06:24)
방금전 아크릴 이정표가 없었더라면 무심코 이곳을 오르지 못하고 지나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멀리 천왕봉 방향으로 속리산은 아침 안개로 가려져 있고 이곳에서 제일 가까운 803봉이 바위 한 개가 하얀 이처럼 드러낸다.
형제봉에서 한참 머문 다음 내려가는 길 경사가 아주 심해 조심한다.
속리산국립공원 지역에 들어서고 있음을 알리려는 듯 형제봉에서 10분 뒤 '속리 16-13'의 119구조목이 세워져 있다.
119구조목에서 오름길로 이어지다 커다란 바위가 있어 우측으로 돌아 오르며 대간에서 벗어나는 좌측길이 눈에 띈다.
그쪽으로 20여 미터 다가가니 형제봉에서 보였던 803봉이다.(06:54)
형제봉이 바로 앞에 올려다보인다.
11번 구조목이 있는 바위 구간을 벗어나 내려서자 만수동에서 올라오는 피앗재다.(07:18)
철제 이정표에 '천황봉 5.8km, 형제봉 1.6km, 만수계곡'이라 표시하고 있으며 그 옆 소나무에는 피앗재산장에서 만들어 붙인 표찰이 붙어 있다.
마침 지난 해 여름부터 대간을 시작했다는 서울 거주하는 두 사람이 쉬고 있어 인사를 주고받는다.
된비알이 이어지다 '속리 16-08' 119구조목이 있는 667봉에 서게 된다.(07:55)
다른 지역과 달리 봉우리가 넓고 흙바닥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긴 시간 머무르며 아침 식사로 빵을 먹고 있을 때 피앗재에서 만났던 두 사람과 합류하여 수박 몇 조각을 건네주고 먼저 또 앞장선다.
완만한 내림길 뒤 작은 봉우리를 넘는가했는데 홀로 가는 대간 측은해 보였던지 좌측으로 우회하는 특별 보너스가 덥석 안긴다.(08:24)
이동하는 길에 지나왔던 667봉이 보이고 '속리 16-07' 119구조목을 지날 때는 726봉도 보인다.
가끔은 멀리 천왕봉과 속리산 암릉 구간도 드러난다.
안부로 내려선 뒤 가파른 오르막 후 '속리 16-06' 119구조목이 있는 726봉을 힘들지 않게 통과한다.(08:38)
다시 내려간 다음 '속리 16-05' 119구조목을 지나자 '등산로 아님, 사망사고 발생로' 팻말이 붙어 있는 헬기장 봉우리에 도착한다.(08:50)
오르막에 '속리 16-04' 119구조목을 만나고 또 오르막이 줄기차게 펼쳐진다.
봉분이 많이 무너진 묘가 있고 바로 뒤에 703봉이 위치하고 있다.
천왕봉이 높게 보이고 평탄한 길을 걷다 '속리 16-03' 119구조목 위쪽 5분 거리에 바위가 보인다.
형제봉에 이어 두 번째로 조망이 트이는 전망바위다.(09:20)
천왕봉 방향은 오르막 숲으로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지나온 형제봉과 갈령 방향 그리고 만수동 계곡이 어항속의 금붕어처럼 샅샅이 드러난다.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주위의 풍광
'속리 16-01' 119구조목을 벗어나 가파른 경사 능선 직전에 쓰러진 고목이 대간을 막고 있어 이를 넘어서자 묘 1기가 있는 능선이다.(10:11)
암릉 뒤로 봉우리가 보이는데 9부 능선에서 좌측으로 우회하고 만다.(10:20)
그리고 30여 미터 산허리를 따라 가자 '속리산 59번지점, 119구조요청 지점, 상주소방서장'이라 쓴 표찰이 걸려 있다.
안부에 내려서자 도화리에서 올라오는 삼거리다.(10:23)
지금까지 만났던 번호와 달리 새로운 '속리 04-05' 119구조목과 함께 등산 안내도가 있으며 천왕봉까지는 0.6km의 거리로 30분이 소요된다고 알리고 있다
도화리삼거리에서 천왕봉 정상으로 가는 길은 갈령에서 형제봉에 오를 때처럼 힘든 된비알로 온 힘을 쏟아 붓는다.
이곳만 올라가면 천왕봉에서 늘재까지는 힘들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오른다.
로프도 만나고 산죽이 나오는 속리산 능선에 닿자 '출입금지' 안내판이 잇다. 이곳에서 대간은 안내판 뒤쪽이 아닌 우측 능선으로 꺾어야 한다.
산죽길 2분도 안되어 전망지대가 나오더니 바로 위쪽으로 천왕봉 정상석이 보인다.(10:58)
과거에는 일제를 상징하는 '천황봉'이라는 정상석을 없애고 '천왕봉'이라 새로 새긴 정상석이 대간 꼭대기에 당당하게 서 있다.
속리산(俗離山)의 주봉인 이곳 천왕봉은 문장대만큼이나 조망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항상 뒷전에 서 있다.
한남금북정맥의 분기점이기도 한 천왕봉은 이곳에 떨어지는 빗물이 백두대간과 한남금북정맥을 기준으로 동쪽은 낙동강, 남쪽은 금강, 서쪽은 남한강으로 흐르는데 이를 가리며 삼파수라 부른다. 지나왔던 형제봉이 보이고 속리산 암릉의 주릉이 문장대까지 힘찬 기운으로 대간을 잇고 있다.
천왕봉에서 바라본 형제봉 방향의 대간능선
수려한 속리산 풍광을 가득 담고 문장대를 향해 가다 장각동과 연결되는 헬기장 삼거리를 만난다.(11:14)
속리산의 명물인 천왕석문을 통과하자(11:28) 이제는 엄마와 아기의 고릴라 바위가 앙증맞게 반겨준다.(11:51)
고릴라 바위
임경업 장군이 들어서 세웠다는 입석대를 보기 위해 잠시 등산로에서 벗어난다.(12:11)
이어 해발 1,026m의 신선대에 도착한다.(12:30)
신선대 휴게소는 평일이라 의자가 텅텅 비어 있지만 아무것도 사먹지 않는 마당에 의자에 앉아 점심을 먹는 것이 눈치 보일까봐 그냥 통과한다.
안부로 내려서 청법대가 보이는 전망바위에 올라 유유자적 점심을 해결한다.(12:40)
오후 산행은 그야말로 모험이 펼쳐지는 출입금지 구간이 남아 있어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출발에 앞서 파이팅을 외친다.
바위를 깎아 만든 돌계단도 오르고...
바위를 깎아 만든 돌계단 언덕을 넘어서자 문장대와 헬기장이 또렷하다.
밤티재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저 헬기장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눈에 더욱 선하며 신경 쓰인다.
법주사와 화북에서 올라오는 사거리 광장에 도착한 뒤(13:41) 비법정 탐방로인 출입금지 구역을 무사히 넘을 수 있을까 판단하기 위해 우선 문장대에 올라가 보기로 한다.
문장대 바로 아래 두 개의 '문장대' 정상 표지석에 도착 위를 올려다보며 깜짝 놀라고 만다.(13:48)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 서너 명이 평일임에도 어떤 사람들을 상대로 무엇을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헬기장을 벗어나 밤티재로 내려가야 하는데 걱정이 태산이다.
정 안되겠다 싶으면 대간을 포기하고 화북으로 후퇴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문장대부터 오르기로 한다.
철 계단을 따라 문장대 정상에 발을 내딛는 순간 또 한 번 크게 놀라고 만다. 이게 웬 일인가. 서너명이 아니라 30여 명의 공단 직원들이 한꺼번에 앉아서 워크숍을 하고 있지 않은가.(13:54) 오늘 대간 날짜를 잘못 잡았다는 생각에 앞이 캄캄해진다.
마음을 비운 채 문장대에서 펼쳐지는 막힘없는 자연 풍광에 젖어보지만 시선은 그들의 동태와 헬기장에서 밤티재까지의 대간뿐이다.
짧은 시간이 길게만 느껴질 때 선임자의 마무리 얘기를 끝으로 행사를 마치고 하나 둘 내려가기 시작한다. 이제 문장대는 4-5명의 등산객들만 남아 원래의 주인들에게 돌아오고 서로 사진도 찍어준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문장대는 그야말로 적들을 감시하는 망루로 바뀐 지 오래다.
문장대에서 보초서면서 바라본 풍경들
문장대에서 밤티재에 이르는 대간길만 시선에 집중된다.
또 헬기장은 빼놓을 수 없는 요충지다.
국립공원 직원들이 모두 내려가는 것을 확인한 다음 세 명이 함께 밤티재로 내려가기로 의기투합 문장대 표지석에서 만나기로 한다.
이윽고 문장대 표지석 옆 '출입금지 구역' 안내판 뒤 울타리를 넘어서며 일제히 범법자가 되고 만다.(14:19) 하나, 둘, 셋~출발이다.
바로 앞 헬기장을 동시에 횡단하고 또 다른 '출입금지 구역 경고'판이 있는 쪽의 숲 속으로 재빨리 몸을 숨긴다. 일단 성공이다.
헬기장을 지날 때 문장대를 바라보니 아무도 없어 화살처럼 쏟아지는 곱지 않은 시선은 피할 수 있었지만 양심 한 가운데 꽂히는 화살은 바늘처럼 예리해 따갑다.
헬기장에서 다시 출입금지 팻말이 있는 쇠파이프 울타리를 비켜 들어가야 한다.
첫번째 개구멍-헬기장에서 시작하는 밤티재 구간은 생각과 달리 길이 뚜렷하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대간길을 걸었다는 증표이기도 하다.
헬기장에서 산죽을 따라 5분여 진행하자 맨 처음 바위 지대가 나타나는 첫 번째 개구멍 바위다.(14:28)
첫번째 개구멍을 빠져 나오는 모습-
둥그런 바위에 로프가 내걸려 있고 로프 잡고 그 바위에 올라선 뒤 바위 사이를 배낭 맨 채 통과할 수 없다.
기차 여행 중 가방을 선반에 올려놓듯 배낭을 벗어 바위 위에 일단 올려 놓고 밑으로 몸만 빠져 나와야 한다.
첫 번째 개구멍을 지나면 바위구간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또 사방으로 조망이 트이는 전망바위를 만난다.
두 번째 개구멍이 시작되는 로프구간이 펼쳐진다.
두번째 개구멍-
가파른 바위 사이로 로프가 길게 늘어뜨려져 있는 두 번째 개구멍 바위가 기다린다.
개구멍을 통과하기 위한 가장 힘든 구간이다.
일단 로프를 붙잡고 5-6m 아래로 내려선 뒤 고목나무 받침대에 발을 디뎌 땅에 내려서면 좌측으로 개구멍 바위가 나타난다.(14:57)
집체만한 바위들이 곳곳에 세워져 있고 바위 전시장 같은 틈새를 지난다.
가끔 여려 갈래의 길이 보이지만 바위 능선에서 벗어나지 않고 잘 살펴 지나니 리본 한 개 없는 곳이지만 어렵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제 비가 내렸던 탓으로 어제 대간을 걸었던 사람들의 발자국과 흙이 바위에 달라붙어 있으며 스틱 흔적까지 선명해 등대 역할을 해준다.
바위 사이를 뚫고 지나가고를 반복하며 간다.
화북방향의 속리산 암릉들
좀 더 가서는 낡은 로프에 길이마저 짧아 겨우 붙잡고 틈새에 박힌 통나무를 밟고 우측으로 비스듬하게 몸을 비켜 바위에 오른다.(15:12)
겨울철에는 상당히 미끄러울 것 같은 곳이다.
세번째 개구멍-
이번에는 세 번째 개구멍 바위가 기다린다.
누구는 힘들다고 하지만 어떻게 통과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쉽게 통과한다.(15:20)
장암계곡의 성불사가 내려다보인다.
네번째 개구멍-
여러 군데의 바위를 넘고 돌다 네 번째 개구멍 바위를 만난다.(15:27)
이곳은 비스듬히 누워 있는 바위와 위쪽 바위가 만나서 하늘을 향해 입을 벌리고 있는 모양의 바위 구간으로 로프가 걸려 있다.
배낭을 맨 채 옆으로 기어오르면서 조금씩 이동하며 올라서야 한다.
지금까지 만났던 개구멍과 달리 개처럼 땅에 엎드려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납짝 옆으로 반쯤 누워 로프 잡고 게처럼 기어오른다.
네 번째 개구멍을 지나면 문장대가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바위를 빠져 나오자 문장대가 보이고 3분 뒤에는 층층의 둥그런 바위에 파란 이끼가 낀 기암들이 시선을 빼앗아 간다.
로프와 페인트로 대간을 편하게 하고 인도를 해준다.
다섯번째 개구멍-
30년 이상 되어 보이는 소나무 밑둥치에 약 4m 길이의 로프가 바위 사이 아래로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바위가 서로 엉켜 있어 끙끙대며 먼저 내려선 뒤 뒤돌아보다 우측에 아주 좁은 개구멍을 발견한다.
남진 방향에서 바라보면 빨간 페인트 화살 표시로 소나무 쪽으로 길을 유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굳이 좁은 개구멍을 이용해야 할 이유도 없을 듯하다.
다섯 번째 개구멍은 그야말로 로프 잡고 내려가든지 아니면 개구멍을 통해 내려가든지 옵션 품목이다
등산로를 막고 있는 유일한 고목나무를 지나면 석문을 통과해야 한다.
봉우리에 있는 입석바위-바위 옆을 우회하는 것이 편하겠지만 잠시 바위 위쪽으로 올라가면 청화산 조망이 훌륭하게 비침
입석바위에서 바라본 조망들
바위 구간도 완전히 끝나는 것 같은 생각을 가질 때 참나무 껍질이 완전히 벗겨진 곳을 벗어나 오름길 바위에 페인트로 화살표를 그리고 '대간 밤티' '견훤성'이라 글씨를 써 놓았다.(16:38)
594봉에 이르자 봉분이 허물어진 묘 1기가 덩그러니 위치하고 있다.(16:39)
대간은 묘 뒤 바위 쪽으로 이어진다.
밤티재 바로 위인 절개지 위에서 바라본 늘재 방향의 696봉
백두대간 허리를 싹둑 잘라 도로와 동물 이동통로를 만들었는데 너무 가팔라 동물이 이동하다 굴러 떨어져 자동차에 치어 죽을 것 같은 생각이 먼저 든다.
과연 이곳을 통해 몇 마리가 건너편 절개지로 지나갔을까?
도로에 인접하니 펜스로 높게 울타리를 쳐 놓았고 여기 저기 출입금지 안내문이 걸려 있다.
도저히 펜스를 넘지 못할 것 같아 펜스를 따라 20여 미터 가니 끝 지점이 나와 해발 495m의 밤티재 도로까지 빠져 나온다.
초소가 있는 동물 이동통로 쪽을 한번 바라본다.
목재 울타리를 설치해 놓은 곳으로부터 약 20m 아래 교통 표지판 옆에 '출입금지' 안내문이 내걸린 쪽 숲으로 몸을 숨긴다.(16:59)
평일이라 공단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문장대 헬기장에서 취했던 행동이 그대로 재현되는 순간이다.
잠시 긴장의 한숨을 돌린 뒤 절개지 위쪽 방향으로 무조건 치고 올라간다. 여기는 대간길이라는 공식적인 길도 없고 리본 또한 보이지 않는다.
눈짐작으로 절개지 능선 꼭대기를 향해 오르다 등산로가 나타나며 어제 사람들이 지나갔던 흔적도 발견된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오르는 방향이 696.2봉으로 가는 늘재 방향인지 아니면 내려가는 우측 길이 늘재 방향인지 헛갈려 스마트폰으로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열어봐도 뚜렷한 답이 없다. 하는 수 없이 절개지 꼭대기까지 올라가 보기로 작정하고 제일 높은 곳에 이르자 바위가 있는 넓은 공터 봉우리가 나타난다.
늘재 대간은 밤티재 도로를 건너기 전에 바라보았던 696.2봉이 위치한 직진길이라 서두른다.(17:17)
절개지 봉우리에서 안부에 내려서게 하더니 계속 오르막이 펼쳐진다.
696.2봉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리려는 뜻 같다.
가끔 바위 구간도 만나도 밤티재 절개지 봉우리를 벗어난 지 30분지나 바위를 우회하니 밤티재 절개지와 일부 도로가 보이고 건너편으로 문장대까지의 대간이 훤하게 드러난다. 밤티재에서 늘재를 향해 오르다 처음 보는 멋진 광경이다.
속리산의 주릉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밤티재 방향
곳곳에 바위를 만나고 우측으로 여러 개의 바위들이 포개어 있으며 개구멍 같은 곳도 보인다.
그리고 얼마 안가 가파른 길이 이어지고 대간과 반대 방향으로 약 20m 벗어나자 다시 한 번 속리산 능선이 보인다.
전망바위에서 3분도 안되어 나무숲으로 꽉 들어찬 696.2봉에 도착한다.(17:59)
'감마로드'라 쓰인 등산 리본 한 개가 매달려 있을 뿐 아무런 표시가 없는 봉우리다. 이곳 또한 출입금지 구역이라 이마저도 언제 사라질지 모를 일이다.
# 696봉에서 늘재 방향은 삼거리에서 직진하지 말고 우측으로 꺾어 내려가야 함(무심코 직진하여 약 7분 거리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되돌아 오는 알바 경험)
사진상으로 볼 때 삼거리 흙길에서 화살표 표시 방향인 아래쪽으로 내려서야 함, 사진 좌측은 696봉에서 왔던 길이며 참나무와 소나무가 있는 우측은 알바행임. 주변에 대간리본 한 개도 없음
# 마사토가 있는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청화산 방향
#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백두대간 희양산과 대야산 방향, 우측 사진은 청화산, 아래 사진은 늘재 방향의 629봉
# 696봉 삼거리에서 알바하면 사진상의 능선으로 빠지게 됨
한참 내려가니 좌측 숲 건너로 파란 지붕의 건물이 보이고 잔디가 완전히 벗겨진 묘를 벗어나서 또 이장된 묘 터를 지난다.
묘에서 8분을 더 내려가니 오늘의 종착지 늘재다. 이곳에도 출입금지 표시가 되어 있고 나무 울타리가 둘러쳐 있다.
늘재는 낙동강과 한강의 분수령임을 알리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그리고 도로 건너편으로는 백두대간 표지석과 성황당 건물이 보인다.
성황당 유래비 좌측 숲으로 대간 리본이 걸려 있어 청화산 들머리임을 알려주고 있다.
대간길에 만난 친구들
저와 함께 할 수 있는 블로그는 http://blog.daum.net/yongin1849 [추억 만들기] 입니다.
문장대~밤티재~늘재 ...
마치 첩보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합니다.
우리가 범법자도 아닌데 왜 이렇게 국공파의 눈을 피해서 몰래 걸어가야 하는 것인지 참으로 안타까울 뿐입니다.
내나라 내 국토를 내마음대로 밟지 못한다는 것이 서글퍼지네요.
차후 저 역시 너랑나람님의 산행기를 참고삼아 조용히 지나야 할 것 같습니다.
남은 구간의 대간길, 날씨가 본격적으로 습하면서 무더워지는데 건강 유의하시어 즐겁게 다녀오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