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능선길의 소백산(희방사-비로봉-국망봉-죽계구곡)

1. 일시: 2001. 6. 6
2. 날씨: 쾌청
3. 코스: 영주시 풍기읍 수철리의 희방폭포→ 희방사→천체관측소 갈림길→ 제1연화봉→ 비로봉(1,439.5m)→국망봉→ 석륜암골-초암사 →죽계구곡→배점리
4. 인원: 4명(아내와 아내의 친구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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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산행기]


새벽3시... 아무도 몰래 홀로 떠났다.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에 나오는 구절이다.

혜화동집서 새벽3시에 출발하면서 아무도 모르게 떠나려고 새벽에 길을 나섰던 독일의 대문호 괴테를 잠시 생각하며, 밤새 고속도로를 달려 6시경에 영주 희방폭포 입구 주차장에 도착했다.

갈수기인지라 희방폭포는 물이 많이 메말라있어 안타까웠다.
그 옛날 초등학교 시절 이곳으로 소풍을 와서 맑은 계곡물에 가재를 잡고 놀던 때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폭포 옆으로 난 철계단을 올라서니 이내 탁트인 절터. 고요한 정적 속에 파묻힌 희방사다.
신라 선덕여왕때 창건됐다는 고찰이나 최근 다시 중건된 사찰이다.

희방사를 둘러보고 우측으로 난 제법 너른 등산로로 접어들었다.
상쾌한 새벽공기가 무척이나 싱그럽게 느껴졌다.
작은 고갯길을 지나 가파른 돌계단 길로 다리품을 팔고 가쁜 숨을 고르며 30여분만에 올라선 안부에서 올라온 길을 뒤돌아보니 같이 온 일행들이 많이 힘들어하는 눈치였다.

또다시 1시간여 경사 길을 넘나들며 올라선 천체관측소 갈림길 넓은 공터에는 먼저 자리잡은 많은 단체 산꾼들로 제법 붐볐다.
안내그림판을 보며 우리가 가야할 제1연화봉, 비로봉, 국망봉을 지켜보니 아스라이 주능선의 조망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숲속길을 접어들며 뚜렷한 등산로를 따라 쉼없이 제1연화봉을 거쳐 전망 좋은 암릉을 지나 1,382봉을 올라서니 탁트인 전망에 넓은 초원지대가 펼쳐져 있었다.

매년 5월말에서 6월초에 소백산 철쭉제가 열리는데 수많은 철쭉군락지에 꽃은 대부분 지고 군데군데 몇 그루에 꽃이 매달려 있어서 아쉬움을 더해줬다.
대피소 주변의 주목군락지는 그물망으로 보호되고 있었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산다는 주목은 이곳 소백산을 비롯하여 오대산, 태백산, 덕유산, 지리산 등 백두대간 능선 길에서 보았지만 소백산 초원지대에 3∼600년생의 수천 그루가 집단적으로 자생하는 주목은 대단하며 신비롭기만 했다.

이윽고 나무계단을 타고 올라 12시가 조금 못되어 비로봉(1,439.5m) 정상에 올라섰다.
휴일을 맞아 많은 산악인들이 진을 치고 있었으며 푸른 초원에서 한가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들이 여유롭고,
금매화, 은방울꽃, 모데미풀, 붓꽃 등 온갖 야생화들이 초여름을 장식하는 천상의 화원이라는 드넓은 초원의 구릉은 목가적인 풍경과 함께 알프스 산정에 온 것 같은 아름다움에 빠지게 했다.

시원스레 펼쳐진 조망에 지나온 능선 길로 이어진 연화봉쪽과 그리고 백두대간 줄기인 국망봉과 상월봉쪽을 점점이 짚어보며 감흥에 젖는다.

이곳 소백산의 상월봉-국망봉-비로봉-연화봉-죽령구간은 백두대간길이다.
80년대 중반부터 '태백산맥은 없다'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산악인들 사이에서는 백두대간 종주가 줄을 이었다.
일제가 한반도의 광물수탈을 목적으로 산하를 지형이 아닌 지질로 파악해 잘못 퍼뜨린 산맥개념으로 보자면 우리 나라의 산들은 모두 뚝뚝 끊긴다.
하지만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멈추지 않고 내닫는 백두대간은 산악인들에게 커다란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산은 물을 가르고 물은 산을 건너지 않는다'는 [산경표]의 원리에 따라 강이 흐르듯 산을 따라 내처 흐르고 싶은 것이다.

참고: 『산경표를 위하여』(조석필. '93 산악문화), 『한글 산경표』(현진상. 2000풀빛), 『태백산맥은 없다』(조석필. '97 사람과 산)
백두대간종주기 안내: '맹언니 백두대간 푸른 일기'(맹명순 단독종주-도서출판 금토), 남난희의 '하얀 능선에 서면', '71일간의 백두대간'(길춘일 단독종주기-수문출판사) 등.

정상에서 같이간 일행에게 지난 겨울에 올랐을 때의 환상의 설화와 여러 번의 소백산행의 무용담(?)을 얘기하며 정상 표식 앞에서 눈부신 6월의 초록을 카메라에 가득 담았다.

나무철책으로 이어진 길을 지나 숲길터널을 통과하고 올망졸망한 바윗길을 타고 올라 국망봉(1,420m) 못미처 갈림길에서 시장한 점심을 해결했다.

이어서 초암사로 내려오는 하산길.
대낮인데도 하늘을 가리는 숲길을 지나고 경사 길을 지루하게 내려서서 계곡 물소리를 벗삼아 초암사로 접어들었다.

죽계구곡이 시작되는 계곡에서의 휴식은 너무도 달콤했다.
이곳 죽계구곡은 영조 시절 순흥부사를 지낸 신필하선생이 붙인 이름으로 초암사앞 제1곡에서 계곡을 따라 제9곡에 이르기까지 약5리길로 이 퇴계, 주세붕 등 유현들의 자취가 남아있는 곳이다.

신록의 계절에 아내와 가까운 이들과 함께한 8시간의 소백산행.
일상을 탈출하여 떠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일이 아닌가.
힘들지만 기꺼이 따라준 일행들이 너무 고맙다.

역/사/의/흐/름/과/함/께 저/산/처/럼/꿋/꿋/하/게
〈역사와산〉 등반대장 김기동 (k15446@kab.co.kr)
http://www.historymt.org

[위험할 수도 있는 도전을 행동으로 옮길 때 만에 하나 잘못되면 어쩌나하는 두려움 때문에
그렇지 않을 많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 바람의 딸∼한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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