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6구간(삿갓재대피소~빼재/신풍령) : 빼재가 저 앞에 보이건만 …

 

[산행일시] 2013.02.24(일)  06:30~16:53 (10시간 23분)
                (산행시간 : 8시간 40분 / 휴식시간 : 1시간 20분 / 헛걸음시간 : 0시간 00분 // 대간 이탈시간 : 0시간 23분)
[날      씨] 맑음
[산행인원] 성봉현
[지형도명] 월간'사람과산' 1대간9정맥 종주지도(2009년 20주년 특별부록) 4구간, 영진5만지도(영진문화사, 2011년판)
[대간접근] 삿갓재대피소
[대간이탈] 빼재/신풍령→빼재 버스 회차지점 : 도보 / 빼재 버스 회차지점→거창 : 군내버스 / 거창→서울(동서울) : 시외버스
[산행시간] 삿갓재대피소(06:30) ~ 무룡산(△, 07:26~07:30) ~ 1433봉(08:17~08:21) ~ 동엽령(09:02~09:12)
                ~ 백암봉(10:11~10:19) ~ 귀봉(11:18) ~ 횡경재(11:40) ~ 못봉 안부(12:03~12:42) ~ 못봉(지봉, 13:06~13:08)
                ~ 대봉(14:16~14:22) ~ 1039.3봉(△, 빼봉, 15:52) ~ 빼재(신퐁령, 16:25~16:30) ~ 빼재 버스 회차지점(16:53)

[산행지도] (지도를 클릭하면 원본(2205*1715)으로 확대)

 

[산행기록]
산장 아니 대피소에서의 취침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전날 저녁 9시에 소등된 삿갓재대피소의 밤은 깊어만 가는데 코 고는 소리를 들어가면서 불면의 밤을 지새운다.
짧아도 깊은 잠을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달리 고된 산행의 후유증 아니면 일정의 고민으로 인한 것이었는지 토끼잠으로 새벽을 맞이한다.
새벽 4시경, 먼 길을 걸어야 하는지 옆에서 코를 골던 일행이 짐을 꾸리느라 부스럭거려 이후 잠을 완전히 설치었지만
잠자리를 털고 일어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나 보다.
뭉기적거리다가 결국 5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일어나 수통과 코펠을 가지고 황점 방향으로 60여 미터 내려간 지점에 있는 참샘에 다녀온다.


아침거리라 해봐야 일회용 식품인 순쌀떡국이지만 스토브로 끓여 허기를 면한 다음 침상으로 돌아와 배낭을 꾸린다.
오늘 여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 밤새 고민하였지만 별달리 뾰족한 수가 안 나온다.
일단 백암봉까지 가보고 나서 결정하기로 하고 정 힘들다면 향적봉으로 해서 무주리조트로 내려가면 되겠지 마음 먹는다.
새벽 산길을 가는 산꾼들을 위한 배려인지 새벽 6시경 불을 밝힌 대피소의 매점을 뒤로 하고 대피소의 문을 열고 나간다.
대피소가 있는 산줄기에 새벽 여명이 다가서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듯하여 머리에 불빛을 달고 산길을 열어간다(06:30).


우측편 멀리 지평선을 옅은 황적색으로 물들이는 하루의 시작을 보면서 무룡산을 향해 오르다가 잠시 멈추어서서 아이젠을 착용한다.
이른 아침 아니 전날 지났을 선답자의 발걸음에 다져진 눈들이 얼어붙어 미끄럽기만 하다.
해발고도차 240여 미터를 올려야 하는 무룡산으로 가는 길에 시간이 흐름을 거역할 수 없는 아침 햇살이 조금씩 다가섬을 느낄 수가 있다.
뒤돌아보니 삿갓봉과 멀리 남덕유산이 나중에 다시 보자고 하는 듯 하다.
얼마나 올랐을까 무룡산이 지척이다고 느껴질 즈음 동편 멀리 잿빛 하늘선을 뚫고 붉은 점 하나가 솟아오르는 것이 보인다(07:02).
한 30분만 빨리 움직였다면 무룡산에서 일출을 볼 수 있었겠지만 이미 늦어버린 시간에 그나마 능선에서 일출을 맞이하는 것이다.


따스하게 느껴지는 아침 햇살이 물에 떨어진 먹물마냥 사방으로 빠르게 퍼진다.
어둠을 걷어내는 햇살에 민낯이 창피해서인지 삿갓봉과 남덕유산이 불그스레한 볼을 하얀 눈으로 감추려 하지만 그 역시 버거워 보인다.
하여 시선을 조금 좌측으로 조금 돌려보니 낯익은 능선이 보아달라 하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지리산이다.
아~ 지리산!
천왕봉을 출발한 이후로 그토록 보고 싶어 했지만 짙은 구름에 숨어 있고 때론 옅은 연무로 얼굴을 가려버리는 등 꼭꼭 숨어있던 지리산이
마침내 이곳 덕유산의 주능선에서 새벽 산길을 가는 나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힘을 주려는 듯 멀리서 손짓하고 있다.
천왕봉에서 반야봉을 거쳐 종석대로 그려지는 한 줄기 하늘선을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발걸음을 옮긴다.


펑퍼짐한 둔덕마냥 완만히 이어지는 좌측편의 무룡산으로 오르는 나무계단길이 나타난다.
나무계단길이 끝나는 곳에서 다시 한 번 지리산을 돌아보고 길을 간다.
눈꽃이 핀 나뭇가지를 헤치면서 푸석푸석한 눈길을 지나니 어느새 정상석이 세워져 있는 무룡산(1491.9m) 정상부로
이정표에는 삿갓재(삿갓골재)대피소로부터 2.1km를 걸어왔다고 알려주고 있다(07:26).
또한 삼각점 안내판[무주 27, 높이 1492.1m]이 있지만 깊은 눈 속 어디에 묻혀 있을 삼각점 확인은 생략한다.
시원스레 펼쳐지는 풍광이 아름답지만 길을 걸어가야 하는 산꾼의 여정 때문에 무룡산을 내려간다(07:30).


경사진 산길에 만들어진 나무계단길은 지난 겨울 내린 눈으로 상단만 보일 뿐이니 도대체 한겨울의 덕유산 적설은 어떨까 궁금해진다.
나무 밑둥을 덮고 있는 능선에 끊임없이 이어지는 산객의 발길로 만들어진 외길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산길을 걸어간다.
적설을 뚫고 만들어진 산길을 따라 산마루로 지나기도 하고 때론 살짝 비껴난 측사면으로 지나면서 향적봉을 향해 빠르게 진행한다.
그만큼 능선의 기복이 심하지 않다는 것이다.


kt의 긴급 재난 비상용 이동전화 중계기가 있는 구릉을 넘고 덕유산을 넘어가는 바람이 만들어 놓은 눈처마를 지나기도 하면서
설화를 피워낸 자연을 벗삼아 설렁설렁 걷다보니 어느새 돌탑과 함께 이정표[↑동엽령 2.0km  ↓무룡산 2.1km]가 있는 1433봉이다(08:17).
서봉에서부터 남덕유산을 거쳐 삿갓봉을 지나 S라인을 뽐내면서 이어지는 덕유산 주능선과 지리산이 한 눈에 들어오는 조망처,
아울러 향적봉까지 연결하는 파노라마 사진을 만들어 볼 요량으로 똑딱이 디카에 한 장 한 장 담아본다.


밋밋한 능선의 끝점에 보이는 향적봉을 향해 다시 산길을 이어간다(08:21).
중간에 만나는 이정표에는 동엽령 대신 향적봉대피소로 바뀌었다가 다시 동엽령까지 1.0km 남았다는 이정표를 만난다(08:37).
키 작은 나뭇가지에 핀 눈꽃이 마치 목화를 연상시키는 듯한 곳을 거쳐 산죽지대를 지나니 동엽령이 지척이다.
슬며시 미끄러지듯 내려간 산길은 좌측으로 안성탐방지원센터로 분기되는 동엽령의 전망데크에서 끝난다(09:02).


전망데크에는 전날 올라와서 야영한 팀들이 모여 있다가 한 명 한 명씩 각자의 산길로 진행하고 있다.
차가운 바람을 피해 아랫편의 데크에서 우측편의 병곡리로 추정되는 마을을 보면서 간식으로 초코파이를 먹으며 에너지를 보충한다.
모두들 떠난 데크에 밀려드는 바람이 등을 떠밀어 다시금 배낭을 메고 자리에서 일어난다(09:12).


4.3km 떨어진 향적봉까지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을 올라가다 보면 송계삼거리로 불리우는 백암봉을 만날 것이다.
한겨울의 심설은 아니지만 아직도 하얀 눈을 이고 있는 능선을 따라 바람을 벗삼아 오른다.
지난 겨울의 눈으로 덮여있는 등산로를 서너 팀의 산객들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오르는데
예로부터 길조로 여겨왔던 까마귀가 하늘을 낮게 날고 있다.
좌측편 멀리 회색빛 연무 위로 빼꼼히 내밀고 있는 긴 산줄기는 어느 산인지 궁금증을 자아내지만 감이 오질 않는다.
아마도 모악산의 산줄기인 듯 한데 산행이 끝나고 집에서 지도를 확인해 보아야지 하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백암봉을 만난다(10:11).


봉우리라 부르기에는 애매한 그저 펑퍼짐한 능선 구릉인 백암봉은 향적봉과 백두대간이 빼재로 달려가는 능선 분기점이다.
새벽녘 삿갓재대피소를 나오면서 이곳에서 이후 산길을 결정하리라 생각하였었는데 마음은 이곳으로 오기 전 이미 빼재행을 결정하였다.
전날 삿갓재대피소에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아니 대피소를 나서면서도 갈피를 잡지 못했지만 산길에 대한 욕심을 버리기가 힘드나 보다.
지난 낙동정맥의 막바지에 이르렀던 석개재~통리역 구간에서 조난 직전까지 이르렀던 경험이 있으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이다.
백암봉 주변의 풍경을 아니 중봉 너머로 낮게 보이는 향적봉을 마음 속으로만 담아둔 채 내려놓았던 배낭을 다시 들어 올린다(10:19).


등산로 안내도가 있는 이정표에는 새벽에 출발한 삿갓재대피소까지 8.4km이고 또 다른 이정표에는 '신풍령 11km'라고 표기되어 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발자국이 희미한 횡경재 방향으로 대간길을 이어간다.
향적봉 방향과 달리 급경사를 이루는 내리막길에는 바람이 몰고 온 눈으로 선답자의 발자취가 드문드문 보일 뿐이다.
또한 그 양이 많아 발목을 넘어 깊은 곳은 무릎 아래까지 빠지는데 스패츠를 할까 망설이다가 그냥 진행하기로 한다.
덕유산 주능선과 헤어지면서 눈으로 덮여 사라진 산길은 지도 케이스에 보관되어 있는 나침반을 꺼내게 만든다.


이십 여 분을 지났을까, 새벽 4시경에 빼재에서 출발했다는 대간꾼을 만나 이후의 산길 정보를 얻는데
중간중간 엄청난 적설로 길이 사라져 힘들었다고 하면서 백암봉에서 향적봉을 거쳐 리프트를 타고 무주리조트로 내려갈 예정이란다.
그러면서 8명으로 이루어진 팀이 빼재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하여 그나마 뒤따라 가는 길이 조금은 편하겠구나 생각든다.
즐거운 대간길 되시라는 인삿말과 함께 서로의 방향으로 진행한다.


귀봉 오르막길에 잠시 뒤돌아 보니 백암봉을 누르는 듯한 중봉의 모습이 더욱 높아만 보인다.
반면 빼재로 향하는 대간 능선은 별 기복없이 잔잔한 듯 하지만 대봉을 넘어 빼재까지는 빨래판 능선이라고 선답자들이 말한 것이 생각난다.
'현위치 번호 덕유 04-10  해발 1,406m / 횡경재 1.7km, 백암봉 1.5km'라고 표기된 이정목이 세워진 능선 구릉을 지나면서(10:57)
산길은 급경사로 바뀌어 무릎까지 빠지는 능선을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현위치 번호 덕유 04-09  해발 1,308m / 횡경재 1.0km, 백암봉 2.2km' 이정목을 지나(11:09) 완만히 오르다 보면
능선 상에 세워진 이정표[↑남덕유분소(송계사) 4.2km  ↓송계삼거리 2.3km]를 만나는데 국립공원 표지판에 '귀봉'이라고 쓰여 있다(11:18).
이정표를 대충 보면서 지나면 귀봉이라는 것을 느끼기 힘든 그저 밋밋한 능선 구릉이다.


빼재로 가는 산길의 적설량 상태는 들쑥날쑥하다.
깊은 데는 무릎 바로 아래까지 빠지는 반면 얕은 곳은 거의 없는 듯한 산길은 다시금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얼마나 내려갔을까, 서너 명이 안내판 앞에서 모여 있는 모습이 보인다.
현위치 번호를 표기하고 있는 이정목이 눈 속에 완전히 파묻히어 빼꼼 보이는 송계사 갈림길로 이곳이 횡경재이다(11:40).
통상적인 개념으로 재라 함은 보통 안부를 떠올리게 마련인데 횡경재인 이곳은 내리막 능선 상에 있어 재라는 개념을 헛갈리게 한다.
백암봉에서 3.2km 왔고 신풍령까지는 7.8km 남았다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으며 송계사까지는 3.0km라고 한다.


연속되는 내리막길을 내려가야 하는데 허기가 진다.
못봉 안부로 내려가기 전 바람이 잔잔한 곳을 찾아 점심을 위해 코펠에 눈을 담아 식수를 만들고 있는데(12:03) 잠시 후 한 무리의 팀이 지난다.
횡경재를 지나 내려오면서 못 보았던 팀으로 이들 역시 나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리를 잡더니 점심을 먹는다.
숨어 있던 바람이 다시 나타나 휘발유 스토브의 불꽃을 춤추게 하여 눈을 녹여 물을 만들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코펠에 담긴 눈이 서서히 녹으면서 물이 되어 끓기 시작하더니 이내 점심 먹거리가 완성되고 혼자서 처량한 점심을 먹는다.
아침에 이어 떡국으로 때운 자리를 정리한 후 다시 출발하는데 조금 전 팀과 본의 아니게 합류하여 진행한다(12:42).
(경기도 화성에서 왔다는 10명의 단체팀(이하 화성팀으로 표기)으로 이후 빼재까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후미와 동행하게 된다.)
길은 이내 바람이 만들어 놓은 엄청난 눈처마로 가리워진 못봉 안부에 3분여 만에 내려서는데 횡경재에서 1.2km 내려선 지점이다(12:45).


화성팀과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못봉(지봉)으로 올라간다.
식후의 부담인지 아니면 체력이 서서히 고갈되는 것인지 발걸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하는데 위로 보이는 못봉이 멀게 보인다.
몇 번의 다리 쉼을 하면서 올라서니 못봉이 아닌 헬기장이다(13:01).
지나온 능선이 시원스럽게 보이는 헬기장을 떠나 바로 앞에 보이는 못봉으로 방향을 틀어 살짝 내려서다가 완만히 올라간다.
이정표[↑신풍령 6.1km  ↓횡경재삼거리 1.7km]가 세워진 못봉(1302.1m)에 도착하니
화강암 석판에 '못봉 1342.7m 거창군'이라고 새긴 정상석이 그나마 온전히 서있지를 못하고 기우뚱 눕혀져 있다(13:06).
지봉으로도 불리우는 못봉에서 가야 할 길과 지나온 길을 훑어보고 빼재를 향하여 발걸음을 옮긴다(13:08).


다시금 화성팀의 선두가 나를 앞질러가고 그 뒤를 따라 급경사의 내리막길을 내려가니 월음령으로도 불리우는 달암재이다(13:33).
'현위치 번호 덕유 07-09' 이정목이 세워진 이곳의 이정표에는 신풍령까지 4.7km 남았다고 하는데 소요시간을 계산해본다.
빼재 종점에서 거창으로 출발하는 마지막 버스가 17시 05분이고 산행속도를 시속 약 2km 정도로 한다면 16시 경에 도착할 것 같다.
그렇다면 빼재 종점까지 이동하는 시간 30여 분을 더해도 30분 정도의 여유가 있게 되므로 생각이 조금 여유로워진다.
못봉처럼 앞쪽으로 뻔히 보이는 대봉을 향한 오름길을 다시 시작한다(13:35).


완만하게 보이던 산길은 예상 외로 깊이 쌓인 눈 때문에 속도가 더디어지면서 힘만 쓰게 만들면서 쉬이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몇 걸음 오르다가 쉬기를 몇 번일까, 드디어 대봉에 올라서니 백두대간의 장쾌한 능선이 수고했다고 반겨준다(14:16).
다른 봉우리와 달리 이곳 대봉은 정상석도 없을 뿐만 아니라 지도에도 그 높이가 표기되질 않았다.
단지 이정표[↑신풍령 3.6km  ↓횡경재삼거리 4.2km] 기둥에 날카로운 물체로 누군가 대봉이라고 표기한 것이 전부이다.
시간에 여유를 느껴서인가, 6분을 쉬었다가 빼재를 향한 산길을 이어간다(14:22).


푸르던 나뭇잎이 모두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은 겨울나무 사이로 저 멀리 1039.3봉이 보인다.
능선을 눈으로 읽기에는 기복이 그리 심하지 않건만 어째 선답자 분들은 모두 빨래판 능선이라 했을까?
대봉으로 오르는 것보다 조금 수월해진 산길은 느닷없이 '갈미봉 1210.5m 거창군'이라고 새겨진 정상석을 만난다(14:57).
동아지도에는 표시가 없지만 사람과산에서 발행된 지도에는 갈미봉이라고 표기되어 있는 봉우리 같지 않은 봉우리인 갈미봉이다.


정상석에서 몇 걸음만 걸으면 이정표[↑신풍령 2.6km  ↓횡경재삼거리 5.2km]를 지나 '덕유 07-05  해발 1,172m' 이정목이 나오는데(15:01)
드디어 오늘 구간의 산행이 끝나는 빼재로 오르는 37번 국도가 내려다 보인다.
부드럽던 산길은 이제 널뛰기를 시작하려는지 심상치 않은 분위기로 바뀌고 깊게 쌓인 눈마저 예사롭지가 않다.
그렇게 진행되는가 싶던 대간길, 조그마한 둔덕에 여러 가지가 어우러진 소나무(?)가 있는 곳을 만난다(15:17).


비교적 부드럽던 산길이 급경사의 내리막길로 표정을 바꾼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 길은 이내 안부를 만나면서 오름길로 다시 바뀌고 이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산객의 넋을 빼앗는다.
'국립공원/건설부'라고 음각된 시멘트 기둥을 수시로 만나면서 진행되는 산길은 저 앞의 봉우리만 넘으면 끝이겠거니 생각들지만
막상 올라보면 또 나타나는 봉우리, 봉우리들.
조금 전 빼재 도로를 보아서인가, 다 왔다는 생각에 방심하고 있다가 큰 코 다친 격이 되었다.
넘어도 넘어도 보이질 않는 빼재, 어느 순간 배낭에 넣어둔 휴대폰의 Tranggle GPS' 어플이 진동과 함께 알림음을 내는 것이
아마도 1039.3봉인 빼봉이 지척이라고 알려주 듯 이내 삼각점 안내판[무풍 438]이 있는 1039.3봉에 이른다(15:52).


이어 만난 이정표는 신풍령까지 1.0km 남았다고 하면서 37번 국도가 바로 앞에서 보인다.
하지만 이것도 잘못된 판단인 줄 모르고 다왔다고 생각하면서 걸어가는데 금방이라도 나올 것만 같은 빼재는 보이질 않고
또 다른 구릉을 향해 오름길을 시작하는 발걸음은 이제 자포자기 상태이다.
그래 이제 마지막 구릉일거야 속으로 생각하면서 올라선 후 내려가니 완만하지만 또 구릉이 나온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만나는 구릉은 평상시보다 더 힘들게 한다.
하지만 그 끝점에 이르렀지는지 올라선 구릉 너머로 거의 수직 상태로 잘려나간 맞은편 절개면이 보인다.
그토록 바라던 빼재인 것이다.
37번 국도가 지나는 빼재의 절개지로 인하여 끊어진 대간길은 우측 휴대폰 기지국 방향으로 틀어서 내려가야 한다.
눈이 녹은 흙길에서 아이젠을 풀고 다왔다는 성취감과 함께 정자가 있는 빼재/신풍령에 내려선다(16:25).


전날 육십령을 출발하여 삿갓재대피소에 도착할 때까지 8개월의 공백기를 절실히 느끼면서 산행을 해야 하는가 갈등하였고,
또한 삿갓재대피소에서 6구간에 대한 체력의 열세를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에 토끼잠으로 밤을 지새웠지만 무사히 빼재에 도착했다.
안도감 보다는 육십령~빼재 간 구간 나누기에 앓던 이 하나 뺀 느낌이 드는 속 시원한 순간이다.


화성팀의 관광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빼재의 이모저모를 디카에 담는데 선답자의 산행기에서 익히 보았던 '秀嶺' 표석이 안 보인다.
못찾은 것인지 아니면 철거된 것인지는 다음 구간 진행시 찾아보기로 하고 생각보다 30여 분 늦게 도착한 빼재,
거창행 막차를 타기 위해 우측편 거창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 차량에 주의하면서 조심히 내려간다(16:30).
(산행기를 작성하면서 사진을 확인해보니 화성팀의 관광버스가 가려서 못보았던 것이었다.)


도로가 우향으로 휘어지는 지점에 '거창의 백두대간 등산로 안내'판이 있는 삼봉산 입구가 나온다.
빼재를 출발해서 덕산재가 될지 아니면 부항령일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다음 구간의 들머리인 곳이다.
우향에 이어 좌향으로 굽이굽이 돌아가는 도로를 지겹게 내려간다.
내려오는 차량을 몇 번 히치하다가 포기하고 맘 편히 아니 시간에 쫓기듯 발걸음을 부지런히 걷다 보니 드디어 거창행 버스가 저 멀리 보인다.
우측편 아래에서는 2015년 3월 완공 예정인 '고제-무풍간' 도로 터널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공사 현장으로 접속되는 도로를 지나 거창행 서흥여객 군내버스가 있는 곳에 도착하여 시간을 확인해 보니 23분이나 소요되었다(16:53).


대기 중인 버스의 출발시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복장을 정리한 후 버스에 승차하니 이제서야 비로소 산행이 끝났음을 실감한다.
인터넷으로 산행기를 검색하면서 알게 된 버스 시간대로 정확히 17시 05분이 되니 같이 하산한 2명의 대간꾼을 태운 후 거창으로 출발한다.
거창에서 버스를 타는 방법 및 시간 등을 버스 기사님에게 확인하고 중간에 혼자 탄 학생을 끝으로 버스는 거창까지 직통으로 달려간다.
거창 시내에서 학생이 내린 후 서흥여객 차고지로 가는 길은 직진해야 하지만 친절하신 버스 기사님의 배려로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시외버스터미널 입구의 사거리에서 하차한다(17:40).


빈자리 없이 18시 30분에 출발한 동서울행 시외버스는 거창을 떠나 어디가 어디인지 사물을 분간할 수 없는 어둠 속으로 달려간다.
단지 고속도로를 달려가고 있다는 것만 느낄 수 있는 버스 안에서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었음에 내 자신에게 스스로 감사하면서
다음 구간은 어떻게 할 것인가 조심스럽게 구상하여 본다.


[교통정보]
빼재→거창  거창군 농어촌버스 운행시간(서흥여객  ☎ 055-944-3720)
   08:35  13:55  17:05  (35분 내외 소요)
      거창에서 빼재로 가는 차편은 '07:40  12:50  16:10'이며 시간이 여의치 않을 경우 위천면까지 이동 후 택시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음
   거창군 문화관광 홈페이지(http://tour.geochang.go.kr)  '여행가이드 → 교통정보 → 시내버스 시간표 → 고제선(개흥)' 참조


거창→서울(동서울)  시외버스 운행시간(거창시외버스터미널  ☎ 055-942-3601,  거창고속  ☎ 055-945-0630)
   06:30  08:10  10:20  11:40  13:30  14:30  16:30  18:30  (3시간 30분 소요)
거창→서울(남부터미널)  시외버스 운행시간
   08:30  09:20  09:55  10:40  11:20  12:00  12:50  13:50  14:50  15:30  17:00  [심야  23:00  00:30]
   거창군 문화관광 홈페이지(http://tour.geochang.go.kr)  '여행가이드 → 교통정보' 참조

 

[산행사진]

  ▼ 무룡산으로 가면서 맞이한 여명

 

  ▼ 무룡산 직전에서 보는 일출

 

  ▼ 멀리 보이는 지리산 주능선(좌측 봉우리가 천왕봉이고 우측 높은 봉우리가 반야봉)

 

  ▼ 무룡산

 

  ▼ 해맞이를 하고 있는 덕유산 주능선

 

  ▼ 멀리 지리산이 보이고

 

  ▼ 무룡산

 

  ▼ 무룡산에 보는 덕유산 주능선(좌측 멀리 향적봉 그리고 대간 분기점인 백암봉이 보인다)

 

  ▼ 덕유산은 아직도 눈 속에서 동면 중

 

  ▼ 산능선을 감싸고 있는 운무

 

  ▼ 눈 속에 파묻힌 현위치 표지목

 

  ▼ 설화가 핀 주능선

 

  ▼ 1433봉

 

  ▼ 1433봉에서 본 백두대간의 지리산 주능선과 덕유산 주능선(무룡산, 남덕유산, 서봉/장수덕유산)

 

  ▼ 목화를 연상시키는 눈꽃

 

  ▼ 향적봉과 백암봉 그리고 우측으로 휘어지면서 빼재로 달려가는 백두대간 능선

 

  ▼ 동엽령

 

  ▼ 운무에 쌓인 능선 그리고 또 능선(북상면 방향)

 

  ▼ 백암봉(송계삼거리)

 

  ▼ 빼재로 가는 능선

 

  ▼ 귀봉 가기 전에 뒤돌아 본 백암봉과 중봉

 

  ▼ 귀봉의 이정표

 

  ▼ 횡경재(송계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지점)

 

  ▼ 횡경재의 이정표

 

  ▼ 싸리덤재로도 불리는 못봉(지봉) 안부의 이정표

 

  ▼ 눈 속에 파묻힌 못봉 안부의 안내판

 

  ▼ 백암봉에서 빼재로 이어지는 대간

 

  ▼ 못봉(지봉)

 

  ▼ 달암재(월음령)과 윗편에 보이는 대봉

 

  ▼ 달암재의 눈 처마

 

  ▼ 대봉

 

  ▼ 갈미봉

 

  ▼ 빼재로 오르는 37번 국도가 손에 잡힐 듯 보이지만 이후 대간길은 빨래판처럼 널뛰기를 한다

 

  ▼ 1039.3봉(빼봉)

 

  ▼ 빼재와 다음 구간에 넘어야 하는 삼봉산

 

  ▼ 빼재/신풍령

 

  ▼ 다음 구간 들머리

 

  ▼ 빼재 버스 회차지점 그리고 거창행 서흥여객 버스(우측은 고제-무풍간 도로 공사현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