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초여름마냥 덥습니다. 모두를 건강에 유의하세요 ^^

눈나리는 겨울에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구간 경남 함양 백운산에서는 진달래가 활짝 피었더랬습니다. 이번 구간 덕유평전에서는 철쭉이 고개를 내미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다음 구간은 어떤 꽃이 어떤 모습으로 나를 반길까 궁금합니다. 이번 구간 산행기를 감히 올립니다. 바쁘신 중에서 잠시 쉬었다 가심이 어쩔지요?



백두대간 종주기 (덕유에서의 비박산행)
* 10-11소구간 (전북 장수군 육십령에서 빼재까지)

1. 산행일자 : 2004. 5.21-5.23
2. 산행구간 : 육십령-할미봉-장수덕유산(서봉)-남덕유산-월성치-삿갓골재-무룡산
-동엽령-백암봉-귀봉-지봉-월음령-대봉-갈미봉-빼재(신풍령)
3. 산행동지 : 영산, 청산, 문산, 공산
4. 구간별 소요시간

- 2004. 5. 21(금) 10:00 서울발 안의행 직행버스(남부터미널)

- 2004. 5. 22(토)
01:30 안의도착 - 05:00 기상 - 06:50 육십령 도착 - 07:00 산행시작 - 08:10 할미봉
- 11:25 서봉 - 12:20 서봉출발(점심) - 14:00 월성치 - 16:10 삿갓골재 대피소
- 17:35 삿갓골재 대피소 출발(저녁) - 19:00 무룡산 - 19:30 비박장소 도착
(총 약 16.5km, 약 10시간 산행. 식사시간 제외)

- 2004. 5. 23(일)
03:30 기상 - 04:00 산행시작 - 05:40 동엽령 - 06:50 백암봉 - 07:50 황경재
- 09:30 지봉 - 09:50 월음령 - 11:00 대봉 - 11:50 갈미봉- 13:30 빼재(신풍령)
(총 약 20km 약 9시간 산행. 식사시간 제외)

5. 산행기

2004년 5월 21일(금) - 5월 22일(토) 맑음

이번 산행은 지난 4월 대간길에서 내려선 육십령에서 그 길을 이어가는 것이다. 그 때 육십령전 깃대봉에서 바라본 덕유산의 할미봉과 서봉, 그리고 남덕유산은 쳐다보기에도 가파르게 보여 대간 선수들의 기를 죽여 놓기에 충분했다. 21일 밤 10시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경남 안의행 직행버스에 몸을 싣는다(편도 16,700원). 예매를 미리 해 놓아서 좌석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버스 안에서 안의까지 아무런 말없이 푹 잤다.

새벽 1시 30분. 안의에 도착하여 여관에 들어가 맥주를 한잔하고 두시경 잠자리에 든다. 새벽 5시 15분. 어김없이 모닝콜이다. 아침으로 청산이 마련해온 누룽지를 끓여 먹고 택시를 타고 육십령에 도착하니 6시 50분. 아침 7시 등산화끈을 졸라매고 할미봉을 오른다. (안의개인택시 이삼용 016-590-1927 안의에서 육십령 택시비 22,000원). 육십령 근처에 채석장이 있어 약 1시간 동안 돌을 깨는 시끄러운 소음이 온 산을 뒤 흔든다. 누가 이 산을 부수는가? 누구 맘대로...누가 채석 허가를 내 주었는가? 죽일 놈들.....경제논리 앞에 엉망이 되는 우리의 자연유산들....우쒸....욕만 나온다.

가파른 길을 헉헉 거리며 올라가길 약 2시간. 08:10 할미봉(해발 1026m)에 도착하다. 멀리 천왕봉이 보이는 봉우리에 쉬고 있으니 산악회 대간꾼들이 올라 온다. 과천시청산악회 회원들이다. 할미봉을 내려서니 남근석 표시판이 서있다. 임진왜란 때 왜놈들이 쳐들어 와서 육십령에서 덕유산을 쳐다보니 큰 대포같은 것이 있어 퇴각하고 물러갔다는 설이 있다고 적혀 있다. 그 바위를 만지면 효험이 있다나.ㅋㅋ...사진을 보니 정말 남자 거시기와 꼭 닮았다. 남근석 표지판을 지나니 위험한 암릉 내리막길이 나온다. 하지만 밧줄이 매어 있어 내려오기엔 전혀 무리가 없다.

09:30 덕유교육원에서 올라오는 삼거리와 만나니 표시판이 서있다. 육십령까지 5.2km. 서봉까지 2.1km라고 적혀 있다. 여기서부터 서봉(장수덕유산)까지 계속 오르막이 이어진다. 11:25 서봉(1510m)에 도착하니 암반이 넓고 전망이 좋아 멀리 지리산 능선이 보인다. 표지판에는 육십령까지 7.3km라고 적혀 있다. 과천시청산악회 회원들과 헬기장에서 점심을 먹고 12:20 서봉을 출발하여 남덕유산으로 향하니 줄곧 내리막이다. 우쒸...얼마나 올라 갈려고 계속 내려가는 거야하는 말이 절로 나온다. 안부에서 남덕유산까지는 이에 오르막이 시작된다. 이 오르막은 장난이 아니다.

13:10 남덕유산 바로 밑에 도착하니 표시판이 서있다. 남덕유산 0.1km. 삿갓골재대피소 4.2km. 아니 월성재로 가는 우회길이 있다고 지도에서 보았는데 이걸 지나쳐 한참을 올라와 버린 것이다. 아니....청산과 쉬고 있는 데 영산이 와서 하는 말....남덕유산으로 향하는 이 길을 거쳐야 진정한 백두대간이라고 적혀 있더라고.....그래 힘이 들었지만 정통코스를 지나자.
14:00 월성재(해발 1240m)에 도착하니 삿갓골재까지 2.9km가 남았다고 표시판은 알려 준다. 여기서 전망이 좋은 1340m 봉우리까지는 계속 오르막이다. 힘들게 아주 힘들게 봉우리를 몇 개 넘자 삿갓골재 대피소가 나온다.

16:10 삿갓골재 대피소 도착. 1999년 6월에 오픈한 이 대피소는 시설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쓸만하다. 먼저 도착한 과천시청산악회 회원들이 반가이 맞아준다. 모두를 힘들어하며 내일 산행구간에 대해서 의견을 나눈다. 향적봉까지만 간 후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자는 의견도 나오고, 빼재까지 간 뒤 조금 더 가자는 의견도 나온다. 일단 저녁을 빨리 먹고 나서 결정하기로 하고 라면을 끓이고 밥을 한다. 17:35 여분의 밥을 도시락에 넣고 배낭을 챙긴 뒤 비박장소를 찾기 위해 무룡산 방향으로 나아간다.

19:00 무룡산 정상(해발 1492m)에 도착하다. 동엽령까지 4.2km 남았다고 적혀 있다. 약 2시간...그래서 근처에서 비박을 하기로 하고 장소를 찾는다. 19:30 숲 속에 플라이를 치고 매트리스와 침낭을 까니 이제 주위가 캄캄하게 어두워진다. 소주를 한잔 돌리고 21:00 모두를 잠자리에 드니 하늘엔 별만 반짝인다.

2004년 5월23일 (일) 흐림

밤 12:10 핸펀이 꺼지는 소리에 잠이 깨어진다. 모닝콜하느라 켜놓았더니 밧데리가 나가 버린 것이다. 엉거주춤 일어나 자연을 접하고 다시금 침낭 안으로 기어 들어간다. 침낭 속이 너무 더워 바지를 벗고 자니 이제 살만하다. 02:20 또 눈이 떠진다. 오늘 비가 온다고 했는데.....03:30 기상이다. 캄캄한 가운데 헤드랜턴을 하고 배낭을 꾸린다. 04:00 출발이다. 05:00 1380m 고지에 도착하고 05:40 동엽령에 도착하다. 팻말이 서있다. 삿갓재 6.3km. 향적봉대피소 4.2km라고 적혀 있다. 동엽령에서 아침을 먹는다. 차갑게 식은 어제 저녁밥, 그리고 김치, 멸치와 고추장. 이것이 전부다. 오늘도 9시간을 걸어야 하니 에너지 보충을 위하여 먹어 두어야 한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백암봉을 향하여 출발한다.

동엽령에서 백암봉까지는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지지만 그래도 힘이 든다. 하지만 숨을 조절하느라 쉴 때마다 등뒤로 보이는 내가 걸어온 대간길을 바라보면 아침의 덕유능선은 처절하리만치 아름답다. 이번 덕유종주를 합하여 3번째 덕유종주를 하는 셈인데 18년전의 첫 번째 덕유종주가 가장 기억이 남는다. 그땐 지금 아일랜드에 가있는 민산이랑 그리고 이번 대간 같이하는 영산이랑 2박 3일 여정으로 영각사에서 시작해 남덕유산을 지나 월성치 주변에서 야영을 하고 향적봉을 지나 백련사계곡에서 야영을 한 적이 있다. 그 때도 동엽령을 지나 백암봉 근처의 덕유평전이 참 아름다웠다는 추억이 있다.

06:50 백암봉(해발 1420m) 도착. 백두대간을 위한 덕유산 종주에서는 대간길이 주봉인 향적봉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고 백암봉에서 우측으로 이어진다. 대간길은 대간깃표가 붙어 있어 잘 찾을 수 있었다. 내리막 오르막 능선을 타고 한시간여를 지나니 07:50 황경재(해발 1350m)에 도착한다. 백암봉과 황경재 사이에 있는 귀봉은 정상에 표시석이 없어 그냥 지나친 모양이다. 황경재 이정표에는 지봉 2.3km, 삿갓재 13.6km라고 표시되어 있다.

황경재 안부에서 급격한 오르막을 치고 올라가니 헬기장이 나타나고 조금 더 올라가니 09:30 지봉 정상(해발 1302m)에 도착한다. 여기서 어제 만났던 과천시청산악회 회원들과 다시금 조우한다. 그들은 배낭이 우리보다 가벼워서 그런지 걸음이 가벼워 보인다. 삿갓재에서 새벽 5시에 출발하였다고 한다. 지봉 정상은 넓어서 전망이 확 트이고 멀리 덕유평전에서 부터의 대간길이 확연히 보인다. 지봉에서 월음령까지는 내리막길이 지겹도록 계속된다. 이렇게 많이 내려가면 나중에 오르막이 걱정이 되는데.....산에 다니다 보면 지칠 때는 내리막도 지겹다. 왜냐하면 오르막이 또 기다리고 있을 테니깐.....ㅋㅋ

월음령에서 역시나 오르막을 한시간여 치고 올라간다. 그래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ㅋㅋ 11:00 대봉(1263m)에 도착하다. 먼저 올라간 과청시청산악회 회원들이 쉬고 있다. 그들이 대봉을 떠나면서 일행중 한 젊은 친구에게 가자고 권할 때 그가 대답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저기 산줄기에 있는 흘러가는 저 구름이 저 줄기를 벗어나면 그때 가겠습니다" 그래 맞다. 앞만 쳐다보면서 쉼없이 걸어가는 산행은 산행이 아니고 그건 고행이다. 산행이란 걸어가면서 주위 경관도 구경하고 힘들면 숨도 고르며 쉬었다 가고 배고프면 먹어도 가면서 해야 산행이다. 산행이란 즐겨야 되는 것이지 그 자체가 고행이 되면 안된다.

11:50분 갈미봉(해발 1210m)에 도착. 이제 하산길이다. 헌데 이 하산길이 1시간 40분 걸릴 줄이야.....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다. 배도 고프고 발도 아프고.....청산이랑 최면을 걸어본다. 내려가면 휴게소에서 시원한 캔맥주를 하나씩 마시자고....그것도 원샷으로.....몇번씩 이 이야기를 서로에게 해 가면서 내려오길 한참.....13:30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인 빼재에 도착. 신풍령휴게소에 가니 아니.....문이 닫혀 있다. 폐쇄.....뭐야....모두 뒤로 넘어진다.....

일단 배가 너무 고파 뭔가를 먹어야지...먹을 것을 찾아보니 라면 3개와 맨밥 한그릇. 라면 3개를 끓여 놓고 우리 4명은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한다. 이도령이 춘향이네 집에 와서 물에 밥말아 후두룩 먹듯이....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먹어 치운다. 오후 3시 과천시청산악회 버스를 타고 빼재(신풍령)을 출발하니 무주방향 약 200m 내려오니 다른 휴게소가 있다. 당장 차를 세워 맥주를 마시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으나 무주리조트 삼거리에 있는 마트에서 캔맥주를 사서 마셨다. 정말 꿀맛이다. 과천에 도착하니 오후 6시. 우린 그 날 각각 돼지고기 2인분에 소주, 맥주, 막걸리.....정말 배터지게 먹었다. 다음 구간은 빼재에서 덕산재까지이다.


▣ 고석수 - 힘들어도 친구가 있는 길은 좋은길이지요..잘 보았습니다 건강히 완주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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