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지맥 노자산·가라산·망산에 올라!


 


언제 : 2004년 3월 14일  날씨 : 맑음  기온 : 5∼15℃
산행 거리 : 13.4km  산행 시간 : 5시간



<산행 경로>










10 : 37
11 : 12
11 : 29
11 : 40
11 : 50
12 : 07
12 : 26
13 : 00


거제 자연 휴양림
노자산(565m)
전망대
마늘 바위
뫼바위
진마이재
가라산(585m)
망등


13 : 24
13 : 45
14 : 14
14 : 48
14 : 53
15 : 17
15 : 29
15 : 40


다대산성
저구리 주유소
각지미봉(269m)
여차등(315m)
내봉산(359m)
호변암(315m)
해미장골등
홍포



 



때론 삶으로부터 벗어나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는 것, 그것이 내게는 명상이고 수행이었다.


여행을 떠날 때는 따로 책을 들고 갈 필요가 없었다.


세상이 곧 책이었다.


기차 안이 소설책이고, 버스 지붕과 들판과 외딴 마을은 시집이었다.


  책장을 넘기면 언제나 새로운 길이 나타났다.


나는 그 책을 읽는 것이 좋았다. 그 책에 얼굴을 묻고 잠드는 것이 좋았다.


 


 - 류시화의 <지구별 여행자> 중에서 - 



 
 
현직 대통령을 국회의원들이 탄핵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생겼다. 100년만의 폭설로 도로가 마비되고 농촌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는데 나라를 이끌어 가는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국회에서 쇼를 벌이고 있다.
 대외적으로도 망신이고 국내적으로도 경제적인 어려움을 자초하는 어이없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뽑은 대통령을 국회의원들이 탄핵할 수는 있지만 자신들이 더 엄청난 부정을 저질렀으면서도 비난의 화살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는 것은 분명히 모순이다.
 


 언젠가 거제도에 갔을 때 몽돌해수욕장에서 본 능선이 너무도 아름다워 탄식을 했었는데 기다리고 바라던 산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4시간 30분의 긴 시간을 달려 버스는 거제대교를 지나 섬인지 육지인지 분간이 안 가는 내륙으로 들어간다.
 달리는 중에 좌측으로 보이는 능선이 계룡산이라 불린다고 해서 유심히 보았는데 그 능선의 중간에 학동 고개와 자연 휴양림이 있다.
 


 30명 정도의 일행 중에서 겨우 4명만이 종주하기를 원하여 고갯마루에서 내린다. 모습들이 모두 산행 경험이 많은 듯 하여 든든한 마음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오랜 버스 타기로 온몸이 가볍지 못하다. 산행이 시작되자 가파른 언덕과 계단이 계속되고 따뜻한 남해안 기후는 워밍업이 부족한 몸뚱이에서 땀을 요구한다.
 



 노자산에 이르는 오르막은 만만하지 않다. 특히 계단으로 이루어진 언덕은 초반 산행의 악조건이다. 1.4km의 짧은 거리지만 덜 풀린 산꾼들에게는 거친 호흡을 요구한다.
 중간에 전망대로 가는 길과 나뉘는 삼거리가 있다. 노자산은 우측으로 오르는데 1km 정도를 더 올라야 한다.
 



 큰 바위를 돌아 날망에 서니 갑자기 시야가 확연하다. 주변이 한 눈에 들어오고 좌측에 몽돌해수욕장의 아름다운 모습이 장관이다. 겉옷을 벗어 배낭에 넣고 이내 치고 오르니 노자산 정상에 오르는 정자가 있다.
 우측으로 조금 가니 암벽으로 된 노자산이다. 해발 565m로 거제도에서 가라산 다음으로 고도가 높다.
 



 남쪽으로 긴 가라산 능선 길이 대단하다. 뫼바위가 보이고 가라산 봉우리가 우뚝하다. 파란 바다 모습이 산줄기와 어울려 아름답다.
 특히 능선의 이어짐이 거제군의 뒷산인 계룡산 줄기로 이어져서 끊임없이 올망졸망하다. 망망대해를 곁에 두고 내달릴 능선에서 잠시의 휴식을 취하며 4명은 서로 인사하며 오늘 산행의 동지로 인연을 맺는다.


 


 능선 길은 잠시 수월하다. 전망대 바위에 올라 주변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한 후 이내 내달린다. 망산 팀의 산행 구간이 짧아 서두르지 않으면 시간에 맞추기 어려울 듯 하여 약간의 사진을 찍은 후 바로 능선을 탄다.
 뫼바위에 서있는 이름 모를 산꾼의 실루엣이 멋있다. 우뚝한 모습이 너무 잘 어울려 앵글에 담고 서둘러 바위에 오른다.
 



 뫼바위는 천혜의 조망터라고 할 수 있다. 주변을 전부 바라볼 수 있으며 까마득한 절벽 아래 몽돌해수욕장이 금방 이며 바다와 어울려 솟구친 형상이 장관이다.
 또한 가라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너무 뚜렷하여 백두대간을 달리는 느낌을 들게 한다. 아마도 종주를 좋아하는 산꾼들이 즐겨 찾으면 좋을 멋진 코스가 아닌가 여겨진다.
 능선을 따라 오른쪽으로 방향을 트는데 유치원생들의 한 무리가 길을 막는다. 20여명을 이끌고 산행을 하는데 지도교사들의 수고스러움과 안전에 대한 배려로 너끈히 언덕을 넘는다.
 무리한 듯 하지만 어린이들에게 인내와 무언가 볼거리를 제공하는 그들의 노력에 무한한 찬사를 보낸다.


 



 한참을 내달려 진마이재에 이른다. 여러 명의 산행 객들이 무리 지어 앞에 간다. 이정표에는 가라산 정상 1km, 노자산 정상 3.3km라고 씌어 있다. 서두르는 우리를 눈치챘음인지 그들은 얼른 길을 비켜준다.
 


 오르막길을 쏜살같이 오르니 이내 헬기장이다. 유독 이곳 가라산 줄기에는 헬기장이 여러 군데 있다. 아마도 임도를 내기가 힘들어서 넉넉하게 헬기장을 건설한 듯 하다.
 헬기장을 지나니 가라산 표석이 보인다. 해발 높이 585m로써 오늘 능선에서 가장 높다. 옆의 표지판에는 가라산 유래와 구간별 거리가 뚜렷하게 쓰인 표지판이 있는데 거제군에서 상당히 신경 써서 만들어 놓은 듯 하다.


 



 표지판에 의하면 가라산(加羅山)은 거제도 남단인 남부면 다대리와 탑포리 그리고 동부면 학동리에 걸쳐 있는데 거제도에서 제일 높으며, 숲이 울창하고 단풍나무가 많고 4계절의 변화가 뚜렷하여 비단같이 아름다워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예전에 승려 70명이나 되는 신라시대 견암사라는 대찰이 있었으며, 남부 산 중턱에는 고려시대 막돌로 쌓은 다대산성이 있기도 하다.
 


 가라산의 봉화대는 거제의 주봉화대 역할을 했으며 서쪽으로 40리 한대곶 한산도 봉수에 알리고 북으로 계룡산으로 향했다고 한다.  


 멀리 남쪽으로 망산(望山)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따뜻한 남쪽 지방의 날씨 때문인지 산자락 주변에는 해무(海霧)인지 가스인지가 끼어 시야가 불투명하다.
 바다의 풍광과 가끔씩 지나치는 소나무 군락이 아름답다. 시야의 확보를 위하여 조망터 마다 나무를 베어 시계 청소를 해준 거제군의 노력도 보인다.
 



 비탈진 언덕을 오르니 꽤나 규모가 큰 성을 만난다. 다대산성이다. 조선시대 왜구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하여 쌓은 막돌 산성이다.
 산허리를 돌아 쌓은 석축은 대부분 무너졌지만 산등성이에 견고한 수비성으로 이룩된 큰 산성임을 알 수 있다.
 산성을 따라 산허리를 돌아 208.5m봉을 넘으면 이젠 내리막길이다. 저구리와 다포리로 향하는 학동 고개가 바로 인데 저만치 아스팔트 신작로가 윤곽도 확실하게 양쪽 바다를 잇는다.
 
 도로에 내려서니 많은 관광 버스가 산행 객들을 기다린다. 망산 쪽에서 오는 단체 산행 팀들이 여기서 구간을 끊어 일일 산행을 진행하는가 보다.
 거제군에서 만든 안내판이 여러 가지 정보를 준다. 특히 망산 가는 길에 대한 안내가 질 되어 있고, 등산로까지 표기되어 여러 가지로 편리하다. 다만, 조선시대란 표현을 일제의 흔적인 이씨조선이라 표기하여 보기가 안 좋다. 자치 단체에서 빨리 수정하여 올바르게 표기하도록 조치를 취했으면 좋겠다.

 


 학동 고개에서 각지미산을 오르는 길은 상당히 오르막이 심하다. 3시간을 정신없이 달려와서인지 숨이 거칠고 피로가 몰려온다.
 산행 팀은 여기서 오르기 시작했으므로 벌써 많이 갔으리라. 4명은 피치를 올려 각치미봉을 넘어 여차등까지 내달린다
.
 



 중간 쉼터에서 호흡을 고르는데 여차등으로 오르는 길이 백두대간의 두루봉을 종주하는 모양과 흡사하다. 경사도 경사지만 거리도 만만하지 않다. 간혹 나타나는 조망터가 있어 시야를 좋게 하고 불어오는 해풍이 땀을 식혀줘서 그나마 다행이다.
 일행 중 한 사람이 자꾸만 뒤쳐진다. 아마도 세 사람의 산행 주파 능력보다 부족함인지 아무리 합류를 기다려도 도착하지 않는다.
 결국 359m 여차등의 탈출로에서 몽돌 해수욕장으로 하산하였다는 전갈이 온다. 안심하고 내봉산을 돌아 바다를 따르는 능선을 타니 망산이 너무도 확실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바다를 따라 펼쳐지는 절벽 지대와 소나무 그늘은 그 풍광이 일품이다. 바다에 떠있는 다도해의 그윽한 정경과 파도를 내며 달리는 어선들의 동선이 어울려 멋있다.
 암릉과 암벽에 너무도 잘 어울리게 서있는 노송의 자태도 아무리 바빠도 쉬어 가지 않을 수 없는 자석과도 같은 끌림이 있다.
 


 여차등에서 망산까지의 능선은 아마도 바다와 산과의 멋진 파노라마 같은 장면이다. 오늘 산행에서 경치를 보는 압권은 이 구간이 아닐까 여겨진다. 특히 소나무 그늘이라 이름지어진 널따란 돌 방석에서의 바다 풍경 보기는 가슴이 시원하고 머리가 맑아지는 최고의 카타르시스이다.
 



 호변암을 지나 길은 사정없는 낭떠러지 내리막이다. 거친 암릉을 따라 내려서니 해미장골등 안부이다. 여기서 망산까지는 500m 정도로 빤히 보인다. 비록 오르막이지만 높은 망산에 오르면 온 바다를 다 바라볼 수 있는 천혜의 조망터이다.
 망산(望山)은 거제도 최남단에 위치하며 조선 말엽에 국운이 기울자 왜구의 침범으로 농·축산물 약탈 등 주민과 충돌하자 주민들이 합의하여 산 정상에 왜구 선박의 감시 및 어부가 고기잡이하는 망을 본다는 뜻으로 망산이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산세가 수려하며 기암과 태평양 지평선 및 다도해의 절경인 대병도, 소병도, 홍도, 매물도, 장사도 등의 온갖 섬들을 한 눈에 볼 수 있으며, 날씨가 청명하면 대마도, 부산 등 한려수도의 최고의 경치를 다 볼 수 있다고 한다.


 근처에 여차몽돌 해수욕장과 해금강, 외도, 명사해수욕장이 있다.


 



 해미장골등에서 홍포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급한 내리막이다. 너덜도 아니고 흙길도 아닌 어정쩡한 내리막길을 내달리니 해변가 경치와 맞물린 별장들이 공사가 한창이다.
 어디를 가나 멋있고 아름다운 명당 자리는 건물이 들어서고 자연 환경과 맞지 않는 불균형의 자연 파괴가 있다.
 



 정치로 얼룩진 저 서울 쪽을 벗어나 먼 남쪽 거제도 능선 길을 걸음은 행복이다. 바다를 보면서 산길을 종주 하는 것은 사량도 지리망산을 제외하고는 여기가 으뜸이 아닌가 여겨진다.
 오히려 사량도 보다도 능선이 길고 조망이 좋아 겨울철 종주 산행으로도 인기가 있을 것 같다. 오늘의 뿌연 해무로 확실한 경치를 못 보고 특히 제주도와 대마도를 못 보았음은 다음을 기약하는 뜻으로 받아 들여야 하겠다.
 



 아름다운 거제도를 아우른 종주 산행이 몽돌 해수수욕장에서 몽돌을 밟으며 피로를 풀고, 지나온 능선을 바라보며 복습하는 멋있는 기쁨도 선사한다.
 
 굽이굽이 산길이 멀고 오르내림이 대단했던 노자산·가라산·망산 종주는 봄을 맞는 산객들에게 더 없는 산행지로 낙점 되는 계기가 된 듯 하다.
 대진 고속도로까지 10년의 세월을 도로공사에 허비하는 낡은 행정을 개탄하며 썩은 정치 판과 어지러운 나라를 걱정하며 산처럼 겸허해 지자고 마음 다지며 귀향을 서두른다.      



 


< 에필로그 >


 


푸른 바다와 달리는 아지랑이.
동족간의 피비린내 묻힌 전쟁의 상흔.
대마도와 다도해의 여운은
햇살에 비치는 잔영으로 숨네.


 


송림과 암릉의 조화 크고
섬을 타고 넘는 산줄기 너울지니.
하얀 뱃고동 소리 타고
꿈 싣고 달리는 새봄의 향연일세. 


    


< 산행 거리 >


 









      

자연 휴양림 - 노자산 - 전망대 - 마늘 바위 - 뫼바위 - 진마이재

                        1.4km      0.8km       0.4km          1.0km        1.1km    

                       - 가라산 - 헬기장 - 망등 - 저구동 주유소 - 각지미봉 - 여차등

                     1.0km     0.2km      0.2km    2.3km               1.5km         1.2km    

                            - 내봉산 - 호변암 - 해미장골등 - 망산 - 해미장골등 - 홍포

                             0.3km     0.6km      0.8km           0.5km     0.5km          0.6km 




<산행 고도표>


 




 


 


 


 


 




▣ 은잠 - ♡ 바다를 조망하며 걷는 산행길..항상 산과 함께 하시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 김정길 - 님의 산행경로와 사진을 보고, 내용을 읽으면서, 그리고 서울에서 노자~가라~망산을 종주코자 왕복하신 모습을 보면서, 최선생님은 산에대한 대단한 열정이시구나, 등산 주력도 대단하시구나 라고 여겨집니다. 최선생님의 산행기에서 아름답던 그 코스 추억을 더듬었으며 또한 여러가지를 나름대로 배워갑니다. 앞으로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하오며 늘 안산 즐산 하시기를...
▣ 山용호 - 멋진 산행기에 고도표까지....훌륭하십니다..늘 즐산하시구요..산행기 잘 읽고갑니다.
▣ 최병국 - 이름이 저와 비슷합니다. 반갑습니다. 거제도 일주도로 참으로 멋있는 곳입니다. 멋있는 도로를 내려다보시면서 산행하시기 더욱 멋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manuel - 초입에서 마무리까지 몇번을 읽은 후에 늦은 인사에 갈음합니다. 참 멋스러움이 있군요, 산인의 깊은 멋이 제게 다가옴입니다. 강건하시길 빕니다.
▣ 자갈치 - 산행기 서두에 현시국에대해서 국회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하셨는데 님께서는 노무현 장인이 6.25때 인공기를 휘날리며 선량한 우리 국민들에게 어떤짓을 했는지는 알고나 게십니까. 차라리 서두에 그런 언급이나 말아ㅆ으면 산행기나 재미있게 읽을수 있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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