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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최종


향로봉에서 북쪽으로 줄기차게 뻗어 오르는 백두대간을 바라보며...




○ 산행일자 : 2008. 9. 27 (토) 05:00 ~ 13:08 (8시간 08분)
○ 산행날씨 : 맑음, 온난
○ 참석인원 : 21명 (회원 17명, 도중하차 회원 2명, 가족 2명)
○ 산행거리 : 도상거리 / 36㎞(편도 18㎞)       누적거리 : 687.9km
○ 산행코스 : 진부령-칠절봉-둥굴봉-초소-향로봉 (진부령 원점회귀)
○ 소 재 지 : 강원도 인제군 북면, 서화면 / 고성군 간성읍, 수동면



1. 구간별 진행시간

① 접근

9/26 22:00            신복로타리 출발

9/27 04:30            진부령 도착

② 구간별 산행 시간

05:00            진부령 / 산행시작

07:45~08:15      민통선 (초소 대기)

09:05~10:05      향로봉(1296.3m)

13:08            진부령 (원점회귀)

③ 복귀

13:53            진부령 출발

23:00            신복로타리 도착



2. 산행기록




지난 달에 이미
실질적인 백두대간 남쪽구간 종점인 진부령에 도착했다
오늘은 백두대간을 마무리하러 갈 수 있는 최북단 향로봉 가는 날.
게스트로 참여하고 싶어하는 몇 사람이 있었지만 '울산백두대간종주회'의
자체 행사가 계획되어 있어서 대원만 가기로 하여 미안한 맘 지울 수 없다.
지리산에서 진부령까지 오는 동안 두어번 남진을 한 구간은 있었지만
갔던 길을 되돌아 온적은 없었는데... 이번구간은 진부령에서 출발하여
향로봉까지 갔다가 다시 진부령으로 원점회귀를 해야하는 구간인데다
군사도로로 18km를 올라야 하기 때문에 간혹 의미를 축소하는 사람들도
있긴하지만 북쪽으로 뻗어오른 백두대간을 바라볼 수 있는 향로봉은
백두대간을 마무리하는 마지막구간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다.

*   *   *   *   *   *   *

3년여 동고동락했던 '울산백두대간종주회' 회원들과 마지막 산행이라
진한 아쉬움이 몰려오고 그간의 수 없는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눈을 감고 한 대원 한 대원 얼굴과 그간의 모습들을 떠 올려 본다.
39명이 결의에 찬 모습으로 지리산 천왕봉을 출발하였지만
종착점 진부령까지 완주하며 뜻을 이룬 회원은 절반도 되지않은 19명.
이런 저런 생각에 뒤척이다 잠깐 눈을 붙혔는가 했는가 벌써 진부령이다.





(04:50, 산행을 시작하려니 이 짐들은 어떻게 해...)







(햇귀가 돌기 시작하더니 이내 동쪽하늘을 붉게 불태운다)







(위문품, 그 무거운 짐을 운반하느라 정말 애를 많이 썼다)


갑자기 기온이 떨어져 어제는 대관령이 4도까지 내려갔고,
오늘은 서리가 내릴 것이라 예보되어 산행채비를 하는데도 신경이 쓰였는데
무거운 짐을 들고 오르는데도 쌀쌀한 날씨는 땀을 덜 흘리게 하여 다행이었다.
일교차가 심한데다 1000m가 넘는 고산지대는 이미 가을이 왔ㅇㅁ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코 끝에 와닿은 산뜻한 기분이 좋다.






(몇 일 지나면 온통 단풍으로 물들 것 같은 향로봉 가는 길)







(저멀리 설악산 대청과 중청도 보이고...)


바다에 접한 고산지대인 향로봉은 기상의 변화가 심해
이렇게 맑은 날을 보기가 힘들다는데 오늘 우리를 축복하듯
날씨가 쾌청하여 남쪽으로 칠절봉 너머 신선봉, 상봉, 황철봉으로
이어지는 설악능선의 대청과 중청도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향로봉에 서면 백두산을 향하여 북쪽으로 뻗어가는 백두대간과
눈 앞에 펼쳐질 금강산이 어떻게 보일까 설레임에 가슴이 띈다.






(시그널이 달린 임도를 따라 가는데)


길옆 나뭇가지에는 대간길에서 많이 보았던 시그널들이 달려있다.
길 잃을 염려야 있으련만 계속 이어지길 염원하는 마음에서 그랬으리라.
가는 길 내내 열병하듯 서 있는 전봇대들... 보통 50m 간격으로
세우지만 이곳은 눈이 많이와서 그런데 30~40m 쯤 되는 것 같다.
전봇대가 몇 개인지 향로봉에 가서 확인해 봐야겠다.






(초롱도 불을 밝히고 반긴다)







(3시간여 무거운 짐까지 들고 오르는데... 왠 공사차량 1대가 등산객을 가득태우고...)







(모퉁이를 도니 목적지 향로봉이 눈 앞에 다가왔다)







(민통선 초소)


사전신고를 하고 허락을 받으면 출입을 할 수 있다.
민통선 통과초소에서 이택명 사무국장이 대원들 신원과 인원수를
확인한 다음 주의사항을 듣고 인솔 사병과 함께 향로봉으로 향한다.
초소에서 향로봉까지는 1시간 더 군사도로를 따라 오른다.






(향로봉 가는 길에서 본 간성읍 방향의 골짜기)







(와~아, 저기가 금강산! 금강산이 지척이다)







(향로봉 / 1293m)


대동여지도나 여지도에서는 마기라산(磨耆羅山/산경표에도
마기라산이라 되어 있지만 약간의 오류가 있는듯...)이라 불렸고,
또다른 이름 가리라봉(迦里羅峰)이라고도 불렸던 향로봉은
금강산 1만 2천 봉우리 중 하나로 인제군과 고성군 경계지역에 위치한
1293m의 높은 고지로서 구름이 덮힌 날이면 향로에 향불을 피워놓은
모습같다하여 일제시대(?) 때부터 향로봉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맑게 개인 날에는 금강산 비로봉과 고성 절벽강이 흐르는 모습이 보이고
동해 해금강의 만경창파가 넘실거리는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쉽게 갈 수없는 명산이다.






(3년간 동고동락한 울산백두대간종주회 회원들)


앞줄 왼쪽부터... 박무득, 오상영 총무, 박동진,
김명호 홍보담당, 윤종하 총무, 김용원 회장, 김중우, 김석규 대원.
뒷줄 왼쪽부터 김도연, 가족 2분(박연숙, ), 강인홍, 김재연,
이신기 부회장, 김영근, 김영진 대장, 조현모, 박청균, 배종균 기획담당,
이택명 사무국장, 맨뒤 김위겸 대원..., 그 자랑스런 얼굴들.






(금강산과 '산정무한')


정비석의 금강산 여정과 감상을 담은 수필집 '산정무한'.
장안사에서 명경대, 황천계곡, 망군대, 마하연사, 비로봉으로 이어지는
금강산 여정에서 자연의 무궁무진한 아름다움과 조화에 경탄하고,
마의태자의 무덤 앞에서는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며 서경과 서정의
조화를 살리고 섬세하고 화려한 필치로 짜임새 있게 멋과 교양을
잘 드러내어 신선한 감각과 낭만적인 정감으로 감동을 준다.
특히 절경에서 느끼는 낭만적 정감을 표현한 화려하고
섬세한 문체는 수필집의 백미라 할 수 있겠다.







(백두대간은 왼쪽 녹색선을 그은 줄기로 이어간다)







(금강산은 이곳 향로봉에서 직선거리 40km도 안되는 지척에 있건만...)


하늘도, 백두대간도 남북이 하나로 이어져 있고
눈앞에 보이는 금강산은 2~3이면 달려갈 수 있는 거리건만
이념이 무엇이고 분단이 무엇인지... 민족을 나누고 국토를 동강내며
고착화시키고 그것을 이용하여 유익을 구하는 인간이 밉다.

마음 같아서야 거추장스런 모든 것 훌훌 벗어버리고 자유로이
하늘을 나는 새같이 북쪽으로 뻗은 백두대간으로 금강산 비로봉을
거쳐 백두산까지 오르고 싶지만 현실은 현실. 이 안타까운 분단의 장벽앞에서
눈물을 머금고 아쉽게 마음을 접는다. 언제일지 모를 그날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무력감이 온 몸을 감싼다.






(※ 산경표상의 금강산 부근, 여기서 잠깐...)


대동여지도나 여지도에서는 백두대간에서 약간 비껴나 있는
마기라산(磨耆羅山)이 지금의 향로봉인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산경표상에는 금강산에서 회전령(檜田嶺), 진부령(珍富嶺)을 거쳐
순서가 바껴 마기라산(磨耆羅山)으로 이어간다.
여기서 의문은 왜 마기라산이 진부령보다 뒤에 나오는지와
약간 비껴나 있는 마기라산을 백두대간에 넣었는가이다.
오류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 규명해야할 부분이다.






(우리를 안내한 말년병장 송병장과...)







(많을 때는 10여 명이나 되었던 신복팀)







(향로봉 삼각점, 간성 23)







(향로봉 계단)







(금강산을 배경으로 회장님과...)







(돌아가기 전에 다시 한번 금강산을 당겨 본다)







(472번, 향로봉 가는 길에는 전봇대 500여 개가 열병하듯 서 있다)













(투구꽃, 가을꽃 구절초, 둥근이질풀?, 길 옆에는 야생화가 지천이다)


어둠 속에서도 길섶에 지천으로 핀 야생화를 발견했지만
플래쉬를 터뜨리지 않으려 날이 밝기를 기다렸는데 날이 밝자
또 향로봉 오르기 바빠 돌아 올적에 담아보려 했는데
해뜰 때나 해질 무렵의 꽃들보다 이쁘지 않아 아쉽다.






(여기도 억새가 가을을... )







(바위 위에서도 생명은 꽃을 피우고... 그 꽃에서 꿀을 따는 벌들)










(어수리, 산부추... )


누가 향로봉 하산길이 지루하고 힘들다 했는가?
길섶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야생화들이 지천으로 피어 반겨 주는데...
그럼에도... 두 번 다시 이 길로 향로봉에 오르고 싶지는 않다.
오른다면 열린 백두대간 능선으로 오르고 싶다.






(고성군 토성면 청간리 방향)







(가을은 산오이풀의 머리도 하얗게 세게 만들고...)







(까실쑥부쟁이)







(되돌아 가는 길이 힘들다고 몇 사람은 지나는 트럭을 타고 떠난다)







('칠섭로'가 끝나는 지점부터는 향로봉까지는 '향로로')







(금강초롱)







(지난달 지나왔던 알프스스키장, 그 뒤로 보이는 금강산 1봉 마산봉, 2봉 상봉, 3봉 신선봉)







(아름다운 설악능선도 한 눈에 들어오고)







(칠섭로, 을지부대 고 김칠섭 중령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명명한 작전도로)


원래, 현 위치에서부터 칠절봉(1172m)의 구간을 '칠절로'로 불러왔는데
2004년 11월 새벽 짙은 안개속에서 고압선에 감전된 부하의 생명을 구하고
장렬히 산화한 을지부대 향로봉대대 고 김칠섭 중령의 숭고한 넋을 기리고
투철한 군인정신을 본받기 위해 구 '칠절로' 구간을 고 김칠섭 중령이
산화한 지점까지 '칠섭로'로 명명하게 되었다고 한다.
'칠섭로'가 끝나는 지점부터 향로봉까지는 '향로로'.






(결승점이 눈에 들어왔다)







(결승점을 통과하듯... 이제 끝이다. 아니 지금부터 시작이다)







다시 진부령으로 돌아와...




(진부령유별시비)


진부령유별시는 1633년 1월
이식선생이 한양으로 승차되어 가는 길에 선생을 배웅하기 위해
눈 덮인 진부령 고갯마루까지 배를 주리며 따라온 군민들의 인정에 대하여
이별의 아쉬움을 표현하며 남긴 시라고 한다.

2006.10.24






(다시 진부령으로 돌아와... 진부령 미술관의 작품中 )







(진부령에서 다시보는 향로봉, 오른쪽 끝봉우리)







마무리 행사도 못하고 바다를 보며 마음을 달래고...








(양양 낙산 앞바다)


마무리 행사를 하기로 한 횟집에서 썩 유쾌하지않은 기분은
바닷가 백사장에 나갔더니 속이 시원해졌다.
하늘보다 더 파란 양양의 가을 바다가 참 좋다.







다시 삼척항에 들러 양양에서의 기분를 만회하고...





(삼척항 남양식당을 찾아 보세요, 가격은 싸도 맛도 서비스도..)







(오징어 말리는 모습)


첫번째 횟집에서의 안좋은 기억도 두번째 들린 횟집에서 충분히 만회가 된 것 같다.
거나하게 취기가 오른데다 기분도 좋고, 백두대간을 무사히 완주했다는 성취감과
또 마지막이라는 아쉬움이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고조시켜 3년 만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 때다 싶어 나름의 숨겨온 끼를 발산하는데.. 
저런 끼를 여태 어떻게 참아왔는지..







(정점 백두산으로 향하는 백두대간)


마치 판도라상자를 열어버린 것 같은 기분.
마냥 갈 곳까지 가봤다는 것, 쉼없이 북쪽으로 뻗어가고 있는
백두대간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는 것, 금강산을 지척에서 보았다는 것에
도취할 수만없는 것은 되레 향로봉에 오르기 전보다 더 깊고
아린 마음의 상처가 가슴 속에 자리하기 때문이다.
판도라 상자에 아직 나오지 못한 희망이 남아 있듯
동강난 조국의 허리가 이어지고 저 휴전선을 가로막고 있는
철조망이 걷히고 남북이 하나되어 자유로운 왕래가 이루어 지고
백두대간도 열려 지리산에서 백두산까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갈 수 있어 명실공히 백두대간을 완주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기를 소망하고 기원하며 새로운 시작을 한다.

그동안 읽다가 책장에서 잠자고 있는
시인 이향지님의 역작 '북한쪽 백두대간, 지도위에서 걷는다'를
1주일에 1구간씩이라도 이어가면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까?
아니, 되레 더 큰 병을 얻을지도 모르지만...

3년을 하루같이 동고동락했던 대원들의 건투들 빌면서...
그동안 성원해 주시고,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 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