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정맥 종주기17

 

 

                                    *정맥구간:한티재-침곡산-내연/비학지맥분기점

                                    *산행일자:2012. 1. 1일(일)

                                    *소재지 :경북 포항

                                    *산높이 :침곡산725m

                                    *산행코스:한티재-619m봉-침곡산-배슬재-사관령

                                                   -내연/비학지맥 분기점-성법령

                                    *산행시간:5시50분-15시18분(9시간28분)

                                    *동행 :나홀로

 

 

 

  임진년의 새아침을 낙동정맥에서 맞았습니다. 최근 수년 간 고교동창들과 함께 해온 신년일출산행을 올해는 쉬고, 대신에 저 혼자서 종주 길에 올라 낙동정맥에서 새해를 열었습니다. 어느새 60대 중반에 접어들어 밤새 먼 곳으로 옮겨 일출을 맞는 것이 부담스러웠던지 친구들은 서울 한강변의 용마산에서 해돋이를 지켜보겠다  해, 저는 포항의 한티재에서 내연/비학지맥 분기점에 이르는 긴 구간을 종주하면서 일출을 지켜보고자 전날 포항으로 내려갔습니다. 새벽같이 서둘러 도착한 한티재에서 밤을 뚫고 산행을 하면서 장대한 해돋이를 지켜볼 수 있을 것 같아 은근히 기다렸는데 구름이 많이 끼고 해 뜰 무렵 높은 봉우리가 앞을 가려 기대했던 해오름을 지켜보지 못했습니다. 30-40분 전에 도도하게 바다를 차고 올랐을 태양이 벌써 높이 솟아 있는데다 그나마도 구름과 숨바꼭질을 하느라 전신을 잘 내보여주지 않아 해발 6백m가 넘는 고봉에 올랐어도 얼마간 기다린 후에야 태양의 희미한 모습을 사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산행은 한티재를 출발해 내연/비학지맥 분기점에 이르기까지 차도가 나있는 고개를 만날 수 없어 구간을 끊기가 참으로 난감했습니다. 제 걸음으로는 10시간 넘게 걸어야 분기점에 다다를 수 있는데 버스를 이용해서는 아침8시가 다되어야 산행을 시작할 수 있어 해떨어지기 전에 끝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습니다. 한티재에서 멀지 않은 소읍 기계에서 택시로 옮겨 늦어도 아침 새벽 6시 이전에 산행을 시작하는 것으로 계획을 짜고 하루 먼저 내려가 기계에서 일박을 했습니다. 유독 다방이 많이 눈에 띄는 작은 면소재인 기계에 딱 하나 있는 여인숙은 1970년대의 여관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건물도 서비스도 모두 후졌는데 여관비는 포항시내의 저렴한 모텔과 같아 독점의 횡포가 이런 것이다 했습니다. 위풍이 엄청 세 평소에 몸 관리를 안했다면 감기 걸리기 딱 좋은 방에서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잠을 청했습니다.  새벽 5시 조금 넘어 택시기사분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조반을 들고 택시로 한티재로 이동했습니다.

 

  새벽5시50분 한티재를 출발했습니다. 한티터널을 빠져나와 기계에서 타고 온 택시를 돌려보내고 5분가량 걸어올라 한티재의 마루금에 복귀했습니다. 전깃불이 닿지 않는 캄캄한 산속이어서 별들이 더욱 초롱초롱 빛났습니다. 왼쪽 산길로 들어서 시작된 야간산행은 시간 반 가까이 계속됐는데, 성능 좋은 헤드랜턴으로 길을 밝힌 데다 가는 길이 외길이어서 제 길을 찾아가는 것은 별로 걱정되지 않았습니다만, 낮 시간보다 거리 감각이 떨어져 한티터널 위 능선에서 봉우리에 올랐다가 안부로 내려가는 길이 마냥 길게 느껴졌습니다. 오름 길이 계속 이어졌고 묘지 몇 곳을 지났습니다. 왼쪽 아래 마을에서  홰치는 닭 소리에 놀란 듯 어둠이 전속력으로 내달음질쳐 도망갔는데도 구름이 하늘을 덮어 먼동은 더디게 텄습니다. 한티재에서 꾸준하게 북동쪽으로 진행해 막 헤드랜턴을 끄고 올라선 해발580m대의 무명봉에 오른 시각이 7시30분으로 이 봉우리에서 잠시 쉬면서 숨을 돌렸습니다.

 

 

  8시7분 산불감시탑이 들어선 677m봉에 올라섰습니다. 잠시 숨을 돌린 무명봉에서 북동쪽의 산불감시탑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자리한 봉우리들은 그리 높지 않아 이제껏 올라온 길보다 한결 수월했는데 바로 아래 안부에서 677m봉을 치켜 올라가기가 조금 힘들었습니다. 산불감시탑이 자리한 677m봉의 태화산에 오른 시각이 8시가 넘어서여서 아쉽게도 새해 첫 일출을 보지 못했습니다. 저만치 떠오른 태양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나자 이내 구름 속으로 몸을 숨겼습니다. 십분 넘게 기다렸다가 스마트폰으로 다시 찍어 학형들에 전송하느라 20분 가까이 머무르는 중 한티재에서 질마재까지를 한 구간으로 종주하신다는 분이 올라와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지난 밤 기계의 편의점에서 처음 뵌 이분은 한티재를 저보다 한 시간 늦게 출발했는데도 어느새 저를 따라잡은 것입니다. 이분과 몇 십 보를 같이 걷다가 먼저 가시라며 인사를 나눈 후 천천히 왼쪽으로 내려갔습니다. 나뭇잎이 다 떨어져나가 수피가 말쑥해 보이는 철쭉나무들이 양 옆에 포진한 산길로 내려갔다가 작다란 바윗돌이 산재해 있는 나지막한 봉우리에 올랐습니다. 발이 푹푹 빠지는 낙엽 쌓인 길로 내려가 깊숙한 십자안부인 서당골재에 내려서자 침곡산까지 30분이 걸린다는 표지판이 보였습니다.

 

 

  9시53분 해발725m의 침곡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서당골재의 안부가 깊을수록 이 안부를 넘나드는 골바람이 더욱 세게 불어 오래 머무르지 못했습니다. 뒤늦게 목청 높여 저를 반기는 새들의 노래 소리도 삭풍이 먹어 삼켜 그 화음이 제대로 살아나지 못했습니다. 서당골재에서 침곡산으로 오르는 길이 초반에는 경사가 완만해 몇 봉우리를 넘기까지 그다지 힘든 줄 몰랐습니다. 송전탑을 지나 마지막 고도 100m 가량의 오름 길이 된비알 길이어서 정상에 오르는데 안내판에 적혀 있는 30분보다 10분이 더 걸렸습니다. 정상에 오르자 구름이 완전히 가시고 바람도 숨을 죽여 활짝 퍼진 햇살에서 온기가 느껴졌습니다. 동쪽 건너 높이 보이는 봉우리가 이번 산행구간의 끝점인 성법령 위 분기점에서 동쪽으로 뻗어나간 내연/비학지맥에서 남동쪽으로 갈라져 나온 비학산인 것 같은데 북동쪽에 자리하고 있을 내연산 정상은 어느 봉우리인지 가름 하지 못했습니다. 정상에서 십 수 분간 앉아 푹 쉰 후 오른 쪽 으로 묘지를 지나 평평하게 이어지는 정맥 길을 따라갔습니다. 얼마 후 오른쪽으로 경사가 급한 내리받이 길이 이어졌고 이 길을 걸어 내려가 양쪽 아래로 희미하게 길이 갈리는 해발고도 520m대의 평평한 안부를 지났습니다. 안부에서 다시 올라 묘지를 지나고 봉우리 하나를 넘어 또 다른 안부로 내려섰는데 이 안부가 막실재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11시35분 낙동정맥 중간지점에 이르렀습니다. 안부에서 조금 올라가 봉우리 하나를 왼쪽으로 우회한 후 표지기가 여러 개 걸린 봉우리삼거리에 올랐는데 이 봉우리가 623m봉 같았습니다. 623m봉에서 발걸음을 빨리해 왼쪽으로 내려갔다가 492m봉에 오르자 능선 길이 평탄해 요델송인 “아름다운 베르네”를 소리 높여 불렀습니다. 막실재를 확인하지 못해 찜찜해 하며 내달리다가 ‘군산1대간9정맥종주팀’에서 걸어놓은 플래카드를 보고 쾌재를 부른 것은 어느새 막실재를 지나고 낙동정맥의 중간지점인 배슬재에 다다라서였습니다. 침곡산 정상을 출발해 벼슬재에 도착하기까지 1시간 반이 소요되어 조선일보사에서 발간한 “실전 호남정맥/낙동정맥 종주산행”에 실린 지도에 적혀 있는 시간과 똑같이 걸렸습니다. 그렇다면 벼슬재에서 이번 종주산행의 끝점인 내연/비학지맥 분기점까지 지도에 나와 있는 2시간50분에 갈 수 있다는 것이어서 15시 이전에 분기점에 도착하고, 성법령으로 내려가 택시를 불러 타면 기계에서 16시5분에 출발하는 포항행 버스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어서 만사 오케이다 싶었습니다. 20분 가까이 점심을 든 후 왼쪽으로 이어지는 경사가 완만한 넓은 길을 따라 오르다가 십 수분 후 넓은 길에서 벗어나 된비알 길로 576m봉에 올랐습니다.

 

 

  13시38분 해발788m의 사관령에 도착했습니다. 표지기가 많이 걸린 576m봉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면서 나지막한 봉우리 몇 개를 넘고 또 몇 봉우리는 왼쪽으로 계속해서 우회하는 동안 590m봉 두 봉우리를 거쳤습니다. 배실재 출발 1시간이 몇 분지나 내려선 십자 안부 양쪽으로 아주 희미하게 나 있는 내려가는 길이 보였습니다. 여기서부터 해발고도를 140m가량 높일 때까지 경사가 매우 가팔랐습니다. 잠시 동안 평탄한 길을 걸으며 숨을 골랐는데 다시 된비알길이 이어져 사관령에 오르기 위해 또 다시 해발고도를 120m가량 높여야 했습니다. 잠잠했던 바람이 거칠게 불고 길이 가팔라 잠시 멈춰 섰다가 다시 올라가기를 몇 번이고 반복했습니다. 대관령이나 한계령처럼 통상 **령이다 하면 고갯마루를 이르는데 이번에 오른 사관령은 안부가 아니고 된비알 길을 올라야 다다를 수 있는 고봉이었습니다. 시멘트블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아 헬기장으로 쓰인 것 같은데 그러기에는 정상이 너무 좁아 보였습니다. 이곳에서 5분간 쉬면서 새벽에 타고 온 택시의 기사분에 전화를 걸어 15시20분까지 성법령에 차를 대달라고 요청한 후 오른 쪽으로 꺾어 안부로 내려갔습니다.

 

 

  14시47분 동쪽으로 내연/비학지맥이 갈리는 분기점에 다다랐습니다. 사관령에서 90m가량 고도를 낮추어 내려선 안부에서 다시 올라 사관령 출발 반시간이 지나 797m봉에 올랐습니다. 797m봉에서 오른 쪽으로 진행하며 두 개의 암봉을 오른 쪽으로 우회했는데 이 봉우리들이 770m봉인 것 같았습니다. 두 번째 770m봉을 우회하자 오른 쪽 아래로 찻길이 보여 성법령이 가까워졌음을 알았습니다. 수 십m를 올라 다다른 봉우리에 헬기장이 들어섰고 삼각점이 박혀 있어, 이 봉우리가 오른 쪽 바로아래가 성법령인 내연/비학지맥 분기점으로 지도상의 709m봉임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15시20분까지 택시를 대라고 해놓고 제가 늦는 것이 아닌가하고 내내 마음 졸였는데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 긴장이 풀렸습니다. 정북쪽의 직진 길로 이어지는 정맥 길을 버리고 오른쪽으로 분기되는 내연/비학지맥 길로 들어섰습니다.

 

 

  15시18분 성법령에 내려서서 하루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709m봉에서 내연/비학 지맥 길을 따라 오른 쪽으로 내려가다 왼쪽으로 푸르른 잣나무 숲 옆길을 지났습니다. 고개를 넘는 차들이 바로 아래 보이는 산길에서 잠시 멈춰 옷을 갈아입은 후 곧바로 성법령으로 내려섰습니다. 1-2분 기다려 도착한 택시로 기북쪽으로 내려가 기계환승장으로 돌아갔습니다. 다방만 많고 여인숙은 후지고, 택시비도 생각보다 비싸게 책정된 것 같아 일부러 찾아올 만한 곳은 아니다 싶었는데 환승장 옆 편의점 아가씨가 안에서 버스를 기다려도 좋다고 친절을 베풀어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새해 첫날 낙동정맥의 중간지점을 통과해 가슴 뿌듯했습니다. 비록 일출은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작년 6월에 시작한 낙동정맥 종주산행이 벌써 그 반을 넘겼다 싶어 저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여졌습니다. 다른 분들이 17번씩이나 출산했다면 완주를 두 서너 구간 남겨놓을 정도인데 이제 겨우 반을 한 것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하실지 모르지만 저는 바로 그래서 더 가슴 벅차하는 것입니다. 지인 한 분이 저의 늦은 발걸음을 염두에 두시고 저와 마지막 한 구간을 남겨놓은 지인 성봉현님을 거북이와 토끼에 비유했습니다. 성봉현님이 걸린 시간에 두 배를 해 산행계획을 짜고 있으니 이 분의 비유가 틀리지 않습니다만, 성봉현님이 워낙 부지런한 토끼여서 거북이인 제게 마지막 역전을 기대하지 말아달라는 것입니다. 시작이 반이라는데 중간지점을 통과했으니 완주할 날이 그리 멀지 않습니다. 남은 구간들이 이번보다 더 구간 끊기가 고약하다 하더라도 또 나름대로 묘안이 떠올라 잘 대처할 것으로 믿습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기에 길이 있는 곳으로 뜻을 모아갈 생각입니다. 그리하면 올해가 가기 전에 낙동정맥 종주를 마치고 1대간9정맥 종주도 같이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벌써부터 가슴이 뜁니다.

 

 

 

 

                                                                <산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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