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7 차 종주
● 단기 4337. 7. 17(토), 긴 장마비가 계속...
● 제 22 구간 : 죽령 ∼ 고치령(9시간 20분 소요)
● 여 정 : 죽령 출발(06:35)∼옹달샘(07:50)∼천문대(08:35)∼제1연화봉(09:05)∼비로봉(10:15)∼국망봉(11:30)∼1031.6봉(14:25)∼

              마당치(14:45)∼고치령(15:55)
● 홀로 종주기: 빗속의 소백능선을 우산을 받쳐들고...
    -대간 접근하기
 대간 진행을 잠시 중단하고 논산으로 교육을 내려 온지 한달 하고도 열 여덟 날이  지나는 동안 마음은 늘 대간으로 가고 있었다.
열흘 전 동창으로부터 올 여름 정기모임이 소백산에서 있다고 연락이 왔다. 마침 잘 되었다는 생각에 대간 진행을 죽령에서 고치령까지 이어놓은 후에 모임에 참석해야겠다고 결심한다. 교육을 내려온 후로 거의 매일 노성산과 계룡산행을 통해서 체력은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더욱 좋아진 느낌이 든다. 친구로부터 모임연락을 받은 이후 하루하루가 손꼽아진다. 그런데 연일 일기예보에 장마가 토요일까지 계속된다고 한다. 이번엔 비가와도 가겠다고 굳게 결심하였던 터라 개의치 않기로 다시 한번 굳게 다짐한다.
 드디어 7.16(금), 일과가 끝이 나고 저녁식사를 한 후 논산을 출발한다. 어제 밤, 잠을 설친 탓에 피로가 몰려온다. 최대한 빨리 도착하여 충분히 잠을 잘 수 있어야 할텐데...
 황간을 경유하여 상주로 가기 위해 큰재를 넘는다. 장마중의 폐교된 옥산 초교 인성분교는 더욱 을씨년스러운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계곡과 냇가들엔 장마가 할퀸 흔적들이 여기저기에서 눈에 띈다. 도로로 무너져 내린 흙더미들을 포크레인을 동원하여 치우고 있고 하천으로는 싯누fjs 황톳물이 굽이쳐 흐르고 있다.
 상주에서 대형 마트를 찾아 들어서 간단하게 장을 보고 다시 점촌과 예천을 경유하여 풍기 죽령으로 올라선다. 23:00시경의 죽령 고갯마루에는 세차게 비가 내리고 있다. 화장실을 다녀온 후 승용차 침실을 만들고 안으로 들어가니 제법 아늑하다. 차창으로 부딪치는 빗소리가 정겹게 와 닿고 캔 맥주를 하나 따서 분위기를 잡으니까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시계는 벌써 자정이 넘고 있다. 캔을 비우고는 차창에 부딪치는 빗소리를 온 몸에 휘감으며 눈을 감는다. 누적된 피로 탓에 쉽게 잠이 든 것 같다.

 

7.17(토) 새벽, 우산을 받쳐들고 대간 속으로...
자동차 소리에 잠이 깨어 창 밖으로 눈을 돌리니 빗속으로 택시 한 대가 고갯마루에 도착하고 산꾼 두 명을 내려놓고는 휭 하게 돌아간다. 틀림없는 대간꾼이다.
시계를 보니 4시를 가르키고 있다. 그들을 따라 나설까 하다가 모자라는 잠을 더 자두는 것이 상책이다 싶어서 다시 이불을 덮고 눈을 감는다.
 잠시 눈을 붙인 듯 한데 시계를 보니 05:30분이다. 쉬이 뜨이지 않는 눈을 비비며 잠을 깨운다. 비는 계속 내리고 있다.
차 밖으로 나와서 화장실 볼일을 보고 배낭을 챙긴다. 빠진 것이 없나 다시 한번 확인하고는 우의를 입고 그리고 우산을 받쳐들고 들머리로 들어선다.
콘크리트 포장길 옆으로 세찬 빗줄기를 맞으며 산수국과 달맞이꽃이 더욱 선명한 빛을 띠며 함초롬히 피어있고 이름 모를 산새는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없이 내 앞을 종종 걸음으로 달려간다. 세찬 비바람이 휘몰아치는데 다행히도 숲이 바람을 막아주어서 큰 불편 없이 우산을 쓰고도 올라갈 수가 있지만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을 보니 보통 바람이 아닌 듯하다. 이미 각오는 하였지만 구름 속으로 들어가고 있기에 시야가 트이지 않음에 답답함은 어쩔 수가 없다.
 마주 불어오는 강한 바람에 우산을 앞으로 숙여 발 앞만 보면서 걷는데, 앞에서 언뜻 두 개의 다리와 발이 보여서 깜짝 놀라며 우산을 들어올리니 세 명의 산꾼이 하산을 하면서 인사를 건넨다. 엉겁결에 나도 같이 인사를 하면서 지나간다. 이 빗속에 나말고도 산을 찾은 사람이 있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20여분을 올랐을까 나무로 잘 만들어 놓은 전망대가 나타난다. 100여 미터 앞을 볼 수가 없는데, 무엇이 보일까 만은 속절없이 전망대에 올라서서 바로 건너편에 있을 도솔봉과 형제봉들을 가늠해본다.
 전망대를 내려서서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죽령을 출발한지 1시간 15분이 지난 07:50분에 옹달샘이 있는 곳에 도착한다. 길 옆 20미터 아래에 옹달샘이 있다는 표지판이 조그맣게 세워져있다. 산을 찾는 길손들에게는 무척이나 반가운 것일 게다.
샘으로 내려가서 물통들에 물을 갈아 채우고 배낭을 내린 김에 간단히 요기를 하고 가기로 한다. 빗줄기는 더욱 세차지고 숲은 요동을 친다. 우산을 다시 한번 고쳐 잡고 옹달샘 옆에서 선 채로 빵과 두유로 아침식사를 시작한다. 한편으론 내가 왜 이런 고생을 사서할까 스스로 혀를 차보지만 어이하랴 이것도 내 운명인 것을.

지리산에 이어 두 번째로 빗물 젖는 빵으로 식사를 대신하고 배낭을 둘러멘다. 그리고 우의를 그 위로 둘러 입고 다시 출발한다.
이미 등산화는 물에 젖은 지 오래고 바지도 무릎 위까지 폭삭 젖어버렸다.
저기 앞에 보이는 천문대가 안개 자욱한 숲 속의 거대한 성처럼 보인다. 천문대 앞의 길옆에는 나무도 없어서 세찬 바람이 소용돌이치고 그 바람에 쓰고 있던 우산이 뒤집히고 바로 하면 다시 뒤집히기를 반복하다가 결국은 우산 살대 하나가 부러져버린다. 에고 아까워라, 꽤나 괜찮은 골프 우산인데 하나를 버리게 되는구나. 차라리 우산을 접어버릴 것을 하고 후회 해봐도 늦었다. 사후 약방문이라고 했던가 부러지기 전에 접지 못하고 부러지고 난 뒤에 접는 이 우매한 자가 나의 현주소 인 것 같아서 씁쓸함과 아울러 마치 내 일부분에 상처를 입은 듯 아쉬움이 더한다.

배낭위로 휘둘러 걸쳤던 우의를 이제 아예 팔을 끼고 단추를 채운 채 다시 진행한다. 이미 비를 맞으며 가자고 각오하고 왔던 대간길이 아닌가, 서두르지 말고 느긋하게 빗속을 걷자고 다시 한번 마음을 다지면서 30분 가량을 더 가니 제 1연화봉이 나타나고, 구름 속 광풍만이 몰아치는 봉우리가 지금으로선 아무의미도 없는 것 같아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가 그대로 진행한다.
 이젠 콘크리트 포장길이 끝이 나고 마침내 산길다운 숲길이 시작된다. 비에 젖은 짙푸른 숲길을 따라서 가볍게 발걸음을 옮긴다. 어느새 비는 소강상태로 접어든 듯 조용해지고 바람에 가지 스치는 소리만 요란한 가운데 비 맞은 나무 줄기들은 검은  빛을 띄우고, 간혹 먹이 찾는 새가 내 스쳐 지나가는 소리에 놀라서 푸드덕거리며 날아오르는, 길손 끊어진 숲 속은 정적만이 가득하다.
 얼마를 더 진행 하니까 민둥 능선이 나타나고 구름은 더욱 짙어져서 사위를 분간하기 힘들 정도가 된다. 비로봉이 가까워지는가 보다. 죽령에서 지금까지 오면서 처음으로 보는, 짙게 드리워진 구름 속에서 희미하게 버티고 서 있는 바위가 시선을 끈다. 배낭 속에 넣어 두었던 카메라를 꺼내어 이미지를 담아본다.
그리고 조금을 더 진행하니까 주목 군락지 안내판이 나타난다.           
       

▼ 비로봉 가는 길의 기암(1)


 

 

 

 

 

 

 

 

 

 

 

 

 

 

 

 

 

 

 

 

 

 

 

 

 

 

 

 

 

 

 

 

 

 

 

 

 

 

 

▼ 비로봉 가는 길의 기암(2)

 


 

 

 

 

 

 


     

 

 

 

 

 

 

 

 

 

 

 

 

 

 

 

 

 

 

 

 

 

 

 

 

 

 

 

 

 

 

 

▼ 비로봉 가는 길의 기암(3)


 

 

▼ 숲 속의 변화


 

 

▼운무와 소백 능선의 하모니


 

 

▼ 베일에 싸인 주목 군락


 

 

▼식재한 듯한 작은 주목과 철쭉나무가 사이좋게...


 

 

 나무계단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비로봉으로 올라선다.
날려 갈 듯한 바람과 희미한 구름 속에서 겨우 정상석을 카메라에 담고 잠시 머무를 여유도 없이 국망봉으로 진행한다.
날이 좋았더라면 태백산으로 흐르는 호쾌한 능선들의 파노라마를 감상할 수 있었을 텐데 너무나 아쉽다. 어디 인생 역정이 좋기만 할 터인가. 문득 마누라와 새끼들이 보고파 진다. 전화를 해 볼까 하다가 산중에서 감도 좋지 않을 터이고 뿌리는 비바람이 이내 포기를 하게 한다. 하산을 한 후에 전화해보리라. 그리고는 문득 백두대간을 진행하면서 내 인생이 대비가 된다. 내 인생 칠 십이라고 볼 때 내 나이 마흔 셋, 인생의 반을 조금 넘어섰고, 백두대간 남한 구간만을 놓고 생각 해 보면 이제 겨우 반을 조금 넘겼다. 꼭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시작할 때 비를 맞으며 구름 속에서 지리산을 넘어 왔었지. 참으로 어려운 산행이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포근한 어머니의 뱃속에서 처음 세상에 태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할 때까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인생에 있어서 첫 시련이었으리라.
인생 여정을 걸어오면서 남들이 말하는 불혹의 나이, 이제 인생의 전환기를 맞아서 또 다른 어려움을 극복하고 보다 나은, 보다 안정된 미래를 위해 고행을 해야만 하는 이 시점, 대간 여정의 반을 조금 넘긴 이제 소백산 구간을 진행하면서 또 고르지 않은 일기를 뚫고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희망하는 최종 목표를 향해서.
지금 내가 비록 어렵다 하더라도 좋지 않은 날씨 속에서 백두대간을 진행하듯 내 인생도 그렇게 나아가리라고 생각하니 그 또한 희망과 용기가 생긴다.
        
▼비바람 속에서 우뚝 서있는 비로봉 정상석과 부러진 살대의 접은 우산


 

 

 비로봉을 떠난 지 한 시간 십 오 분, 여전히 짙은 구름 속을 뚫고서 국망봉으로 접근하니 그 동안 그쳤던 비가 다시 거세게 휘 뿌리기 시작한다.
소백산 부드러운 능선이 또 한 번 기암괴석으로 변화를 주고 있다. 그 모습을 놓치기 싫어서 짙은 비구름 속이지만 부러진 살 대의 우산으로 비바람을 가리고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본다.
마의태자의 영혼이 슬퍼하는가, 구름 속 비바람이 거센, 희미한 국망봉은 을씨년스럽기 그지없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봉우리에서 다음으로 진행하기 위해 길을 찾느라 잠시 서성이다가, 나라를 잃은 설움을 삼키며 남녘 땅을 바라보았을 마의태자를 생각하며 국망봉을 떠난다.

      

▼국망봉 정상


 

 

 산행을 시작하기 전, 죽령 고갯마루의 화장실을 갔다 왔건만 속이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도대체 무슨 연유인지 알 수가 없다. 참고 가보려 했지만 도저히 인내의 한계를 넘어섰기에 괄약근에 힘을 주어 쏟아지려는 거시기를 멈추게 하고, 급경사길을 내려선 후 길 옆으로 빠져 나와서 커다란 바위 아래에 배낭을 내려놓고 급히 바지춤을 내린 후, 살 대 부러진 우산을 받쳐든 채 실례를 범한다.
아! 숫제 물이 쏟아진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 되었단 말인가?
식사 대용으로 먹은 빵인가, 아니면 갑자기 바뀐 물 때문인가?
어찌 되었건 시원하기가 그지없다.
 
 볼일을 마무리하고 다시 진행을 한다. 비바람 덕택에 상월봉이 어디인지 분간도 못한 채 지나치고, 지도에 표기되어 있는 늦은맥이 고개도 마찬가지로 그냥 통과해버렸다. 늦은맥이 고개 조금 못 미쳐서 였던가, 맞은편에서 한 명의 산꾼이 올라오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건네며 대간을 하고있는지 물어보니 그냥 소백산을 종주중이란다. 비바람을 뚫고 오면서 의지가 꺽였는지 하산을 하려고 영주로 내려가는 길이 어디인지 묻는다. 국망봉 정상을 오르면서 보았던 초점사 갈림길이 생각나서 그 곳을 설명하다가 지도를 꺼내어 비로봉까지 가서 비로사로 하산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해준다.
 인사를 하고 헤어져서 한참을 진행을 하는데 또 뒤가 무거워짐을 느낀다. 아무래도 뱃속에서 탈이 난 모양이다. 배낭을 벗어서 젖지 않도록 나무 위에 걸쳐서 우의로 덮어놓고, 능선길을 벗어나 아래로 비켜 내려가서 우산을 받친 채 또 한번의 우중 산 속 解憂를 한다.
 발걸음이 훨씬 가벼워진다. 얼마를 더 진행하니까 이제 비도 그치고 간간히 햇빛도 숲 사이로 비쳐들고, 능선들을 덮고 있던 구름이 조금씩 걷히면서 그 윤곽이 드러나기도 한다. 마음이 한결 여유가 생겨서 주변을 돌아보기도 하면서 진행을 하는데, 바로 앞에 웬 짐승 한 마리가 대가리를 아래로 쳐 박고 무엇인가 열심히 먹고 있다. 갑자기 다가서면 놀랠 것 같아서 멀찌감치 선 채 소리를 내어 내가 있음을 알리고 다가서는데, 황갈색에 흰 점박이가 있는 것이 토끼보다 조금 더 큰 그 짐승은 고개를 들고 팔짝팔짝 뛰면서 달아난다. 풀숲에 대가리를 쳐 박고 있었던 터라 자세한 모습을 보지는 못하였지만 분명히 토끼는 아니었고 TV에서 본 호주 대륙에 살고 있는 이름이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튼 그 무엇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참으로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진행을 한다. 얼마 가지 않아서 또 그와 같은 짐승이 내 눈과 마주쳤다. 순간 긴장으로 뒷머리가 찌릿해 옴을 느낀다. 그 놈은 바로 멧돼지 새끼였다. 새끼들이 이 곳에서 먹이를 먹고 있다는 것은 분명 어미가 부근  어디엔가 있다는 것이고, 새끼들의 안전을 위해 신경이 날카로와져 있을 어미가 나를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섬짓함으로 뒷골이 더욱 당기는 것 같다. 만약 어미 멧돼지가 내 앞을 가로막는다면 어떻게 하지, 스틱도 배낭에 매달아 놓았는데 접은 우산 하나로 방어를 할 수 있을까, 내가 적의를 품지 않아도 그 놈이 달려들까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진행을 한다. 어쨌든지 이럴 때는 신속히 이곳을 이탈하는 것이 최고의 병법, 발걸음을 재촉한다. 어느 정도의 거리를 벗어났을 때에야 비로소 긴장이 풀어진다. 후유∼ ^^

 노랑색 원추리 꽃과 연한 홍색의 하늘말나리 꽃들이 능선 곳곳에서 함초롬히 피어들 있고 이름 모를 하얀색 눈꽃처럼 피어있는 야생화가 보여서 카메라에 담아본다.
      

▼ 소백의 야생화(꿩의 다리)


 

 

 14:25분, 거침없이 오르막길을 올라서 1031.6봉에 올라선다. 이제 고치령까지 두 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 예상보다 일찍 고치령에 도착할 것 같다.
20여분만에 마당치로 내려서고, 다시 형제봉 갈림길이 있는 1032봉을 금새 올라서 잠시 휴식을 한다. 오이를 꺼내어서 비타민 보충을 한 후 다시 진행, 이제 한 시간 후면 고치령에 도착하리라. 하늘은 서서히 개여 가는 것 같다. 비가 그치고 조용해진 숲 속은 싱그러움이 더한다.
내리막길이 계속 이어지고 드디어 숲 사이로 고치령인 듯 끊어진 능선이 보인다. 15:55분, 예상보다 조금 빠른 시각에 고개로 내려서니 장승과 산신각이 고개를 지키며 서있고 승용차를 타고 올라온 듯한 한 사람이 장승을 사진에 담고 있다. 나도 카메라를 열고 장승과 산신각을 담아본다. 사진을 담는 나를 보며 그 사람은 어디에서 왔는지 물어온다. 죽령에서 오는 길이라고 하니 경이의 눈길을 보낸다.
어디로 가는지 내가 물어보니 마구령으로 간단다. 아마 사진여행을 온 듯 하다.
 
 비가 퍼붓는 오늘 소백산 구간을 무사히 마친데 대해서 감사를 하면서 이제 동창 모임이 있는 다리안 계곡으로 가려한다.

 

▼고치령의 장승과 산신각

 

 

 

 - 기분 좋은 하산길
 고치령을 내려가는데 트럭 한 대가 내려온다. 손을 들어 아래까지 태워줄 수 있는지 부탁을 하니까 선뜻 타라고 한다. 내려가는 길은 콘크리트 포장과 비포장이 반복되는 매우 험한 길이다. 조금 전 승용차를 타고 올라온 그 사람이 얼마나 고생하며 올라왔는지 생각나게 하는 길이다.
계곡의 물은 그 동안 내린 비로 인해서 무엇을 집어삼킬 듯 거친 소리를 내뿜으면서 흘러내리고 있어 장관을 연출한다. 트럭을 얻어 탄 덕분에 좌석리까지 빠르게 내려왔다. 왠지 오늘은 느낌이 좋다. 트럭에서 내려 냇가로 내려가서 엉망이 된 바지와 등산화를 씻어내고 도로를 따라서 좌석리의 간이 버스 정류소로 내려가니 한 시간 후에나 버스가 들어온다고 할머니께서 알려 주시며 기다리고 있다가 다른 차가 있으면 얻어 타고 내려가란다. 인사를 하고 정류소를 지나 그대로 단산 쪽으로 걸어간다. 한가롭게 버스 정류소에서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다. 차가 없으면 단산면 소재지까지 걸어갈 각오로 걷다보니 카니발 승용차 한 대가 내 앞에 멈춰 서면서 어디까지 가는지 타란다. 그 동안 산행 후에 승용차를 여러 번 얻어 타 봤지만 이렇게 스스로 차를 세워서 태워주겠다는 경우는 처음이다. 인사를 하고 감사하게 차에 올라서 편하게 단산으로 온다. 단산 토박이 젊은이다. 역시 시골이 아직은 여전히 삭막하지 않다. 친절하게도 단산면 버스 정류소까지 태워주면서 차를 세운다. 복 많이많이 받으시길...
 정류소에서 10여분을 기다리니까 버스가 온다.
풍기에서는 택시를 타고 죽령으로 올라가서 내 차를 회수하여 오늘의 대간 여정을 완전히 마무리하면서 모임이 있는 다리안 계곡으로 이동한다.
 
 
 
 

 
 

* 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3-04 1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