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첫 추위...

백두 대간 지우들을 따라서

소백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뽀드득 눈을 밟으며 오르다 보니

하늘엔 여명의 붉은 기운이 띠를 두르며

새로운 하루의 시작을 알렸다.

 

끝없이 펼쳐진 눈길

누가 더 고왔던가?

저 마다의 색색을 뽐내던

단풍의 계절은 가고

이름 없는 한 포기 잡초도

하얀 꽃의 축복에

평정을 찾았으리라

순백의 눈부신 화원에

누군들 굴복하지 않으리!

 

천문대, 연화봉을 뒤로 하고

비로봉에 오르니

상처 받은 가슴의 영혼까지 씻어내주듯

후벼 파는 바람에

응어리진 마음 풀어 놓으니

뜨거운 물처럼 흘러 내린다.

 

겹겹이 쌓인 능선을 둘러 보며

눈길 터널을 지나면

하늘 문이 나올까?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은

눈이 부시게 하얀 눈꽃을

감싸 안으며

묵묵히 지켜볼 뿐,

 

바위들이 우뚝 솟은 국망봉

눈 도장을 찍어 놓고

아쉬운 발 걸음을 내렸다

계곡 길을 두어 시간 내려 오니

초암사 마당이 보이고

축복 받은 산행에 감사하며

오늘도 하루 해가 저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