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쁨을 누구에게?

명자 아끼꼬 언니가 생각나서 얼른  문자를 날렸더니, 일이 있어 못가신단다.

할 수 없이 허브 언니랑 따라가기로 했다.

 

매일 시간이 날때마다 날씨를 점검하니,

비오고 눈오고 하필이면 대간하는 토욜에는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져 엄청 춥단다.

눈과 추위에 어떻게 가겠느냐는 서방님과 주위분들의 걱정이 있었지만,
 

오랫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라 놓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무조건 간다고 큰소리는 쳤지만 나도 속으로는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모두들 시간을 칼같이 지켜서 5시에 출발을 하였다.

암행어사님이 병원에 계신다는 소식에 다들 놀람과 서운함을 금치 못하고

대간팀 3명 꼽사리 4명, 도합 7명. 배보다 배꼽이 더 컸다.

간밤에 내린 비와 눈 땜시 차가 서행을 했고 우린 무사히 죽령에 도착했다.

 

일단 기념촬영을 하고,

모두들 머리에 불을 밝히고 반딧불이가 되어 산행을 시작했다.

첨부터 눈길이었다.

올해는 아직 눈이 많이 오질 않아서 모두들 반가운 눈치다.

춥거나 말거나 발끝으로 눈을 툭툭차며 올라가니 몸에서 열이난다.

 

한참을 올라가니 멀리 산끝에서 부터 먼동이 튼다.

잠시 해돋이를 구경하고 주위를 살피니 눈꽃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냥 갈 수가 없었다.

사진 촬영을 하며  산행을 하는데 산그늘로 만들어진 그 경치, 또한 일품이다.

갑자기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지상에서 영원으로'

 

자연은 정말 신비하다.

어둠이 걷히고 해가 돋으니, 멀고 가까운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눈꽃으로 장식한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트리들이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며 서있다.

허브 언니가 꼬마전구를 가져다 달고 싶다는 말에 모두들 동감.

 

점심먹고 다시 쓸께요-

 

쬐금 바빴어요. 죄송+송구.

 

올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되려나?

그냥 두고 오기가 정말 서운했다.

여기저기서 몇 컷.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설경에 모두들 도취되었다.

갑자기 "최석준"님이 볼펜을 찾는다.

우리는  '나중에 대간종주기라도 쓰시려나' 하는 맘으로 용도를 물으니,

시가 저절로 나와 한수 읊어야 한다나..ㅎㅎㅎ

우리가 머릿속에 입력하기로 하고 한수 읊으셨다.

 

"좋아 좋아 정말 좋아

그대가 있어 정말 좋아"

..............................

나머지는 직접 들으시고 마무리 하세요.

 

바람은 세차고 매서웠지만, 즐거운 산행이라 힘든 줄 모르고

KT기지국을 지나, 천문대를 지나

연화봉에선 극기훈련온 다른팀을 만나 단체사진도 한컷 누르고,

시간도 시간 이지만 세찬 바람땜에 정상에서 오래 서있기는 힘들었다.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빈손님이 다리에 쥐가 나서 불편하시단다.

산행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서 부터 침을 맞고 올라 갔는데

점점 쳐지기 시작한다.

갈길은 먼데 걱정이다.

 

날씨가 쾌청한 관계로 조망도 좋았다.

저 멀리 보이는 산은 월악산, 저기는 금수산,

산울림님의 손짓에 따라 여기저기 두루 구경을 하며,

우리는 기다린다는 핑게로 눈꽃들의 잔치를 더욱 만끽할수 있었다.

계속 입이 헤 벌어져 다물어 지지가 않는다.

"빈손님, 죄송해요. 많이 고통스러웠을텐데, 넘 좋아서 표정관리가 안되더라구요."

이자리를 빌어 사과 드릴께요.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경치에 취해 정신없이 가다보니 빼꼽시계가 사정없이 울어댄다.

따뜻한 양지녘 눈꽃밭에 앉아  

따끈한 라면과 여러가지 과일주로 점심상이 차려지니 더 부러울것이 없다.

 

갈길이 멀다.

든든히 챙겨먹고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점점더 눈꽃송이가 커지고 있다.

멋진 상고대앞을 그냥 지나칠수가 없어서 또 한컷.

회장님은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으셨다는데...

정상에선 안찍어도 된다며 열심히 포즈를 취하고...

 

멀리 비로봉이 보인다.

바람을 가려줄만한 것이 없어서 모자를 쓰고 머플러를 둘렀는데도

바람이 너무 차다. 코를 만져보니 내살이 아니다.

뛰다시피 숨차게 비로봉에 오르니 갈수록 태산이다.

칼바람에 어디 서있을 수가 없다.

먼저 올라가신 회장님과 산내들님이 보이질 않는다.

다들 날라가셨나?

정상바로밑에서 바람을 피해 자리를 잡고 계셨다.

 

잠시 간식을 먹으려는데 웬 젊은 사람이 배가 고프다며 함께 먹기를 청한다.

인정많은 빈손님과 산내들님이 그들의 몫을 나눠주고

치어다 보니 예닐곱 되는 사람들이 얼어죽기 십상이다.

아무것도 준비해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청바지에 차림새도 아니다.

젊은 혈기로 서울서 오신 젊은 양반들  잘 가셨나 궁금하네요?

 

비로봉에서 국망봉으로 가는 길은 완전히 극기훈련장이다.

살을 에이는 듯한 칼바람이 얼마나 센지 제대로 걸을 수가 없다.

코가 문제가 아니다.

귀도 시리고 얼굴도 머리도 다 춥다.

손은 아예 감각이 없다.

이러다가 동상에 걸리는 거구나.

그런데 이런 매서운 칼바람은 더욱 예쁜 상고대를 만들어 놓았다.

잠시 서서 구경만 하고 그냥 계속 앞으로 전진!

베낭에 외피가 있지만 꺼내입을 형편이 아니다.

바람에 밀려 계속 게걸음을 걷다보니 앞사람과  자꾸 거리가 멀어진다.

맨 뒤에 선 사람은 날라가도 아무도 모를것 같다.

 

 

계단에서 국망봉으로 갈라지는 길에 커다란 바위가 있었다.

잠시 바람을 피해, 마스크에 외피에 준비한 것들로 

전열을 가다듬어 다시 출발!

 

정신없이 걸어서 국망봉에 도착하니 이제야 좀 살 것 같다.

몸도 따뜻해지고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 같다.

 

잠시 회장님과 대간팀들이 작당모의(?)를 하셨다.

앞으로 걸을 시간이 7시간인데 부상병 1인, 준비가 미흡한사람 1인,

게다가 배꼽이 더 크니 빨리 걸을 수도 없고,

야간 산행도 2시간 정도는 해야할 꺼라며 걱정을 하신다.

우리야 객꾼 이니 처분만 기다릴 수밖에.

 

결국 포기하고 초암사로 방향을 바꿨다.

돌아오는 길이니, 아까 왔던 길일텐데  또 새롭다.

바닷속의 산호초가 이보다 더 아름다우랴!

매서운 칼바람이 만들어 놓은 상고대는 예쁘고 강했다.

잘 부서지지 않는 예쁜 상고대를 두고 오기가 못내 아쉬웠다.

 

눈부시게 파란 하늘아래,눈부시게 하얀 상고대 산호초.

무릎까지 오는 눈길을 원없이 한없이 만끽했다.

정상주를 한잔하고 내려오는 하산길은 발걸음이 가벼웠다.

두시간 정도 걸었다는데 한번도 안쉬고 단숨에내려왔다.

 

멀리 초암사마당에서 낯익은 차가 기다린다.

산속에서 빈손님 아는 사람을 만난 덕택에 키를 주었더니 잘 모셔왔다.

외부차량 출입제한 구역인데도 용케 들어왔다 했더니 부상병이 있다고 했단다.

암튼 우리는 빈손님 덕택에 경비도 줄이고 고생도 덜하고 일거양득이다.

 

하산후에는 동동주를 한잔 해야한다는 최석준님의 동동주 타령을 들으며 집으로 향했다.

고속도로를 접어드니 멀리 우리가 걸어온 봉우리들이 보인다.

죽령-KT기지국-천문대-연화봉 -비로봉 - 국망봉-초암사

9시간 30분 걸은 코스가 꽤 길다.

목적지까지 가진 못했지만 그래도 무언지 모르게 뿌듯하다.

 

겨울 산행!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파란하늘 하얀 눈꽃,

그리고 함께하신 회장님, 빈손님, 산내들님, 최석준님, 산울림님, 허브언니.

피켓도 찾아주시고 장갑도 빌려주시고 모두모두 두루두루 감사합니다.

정말 즐거운 산행이었습니다.

담에도 기회됨 또 시켜주셈.

 

기분만땅! 행복만땅!

 

다솔님들, 시간되심 한번 도전해 보세요.

새로운 세계가 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