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제 : 2004년 4월 16일 금요일
어 디 : 한남금북정맥 종주 3구간 (머구미 ㅡ 산성고개)
머구미 ㅡ 선두산 (512.6m) ㅡ 선지산 (547.2m) ㅡ 수레너미 ㅡ 상봉재 ㅡ 산성고개
(소요시간 8시간)
누구랑 : 레저토피아...금요회.
"오늘은 누구누구 산에 가는날!!...게으름 떨기 없기...."
은근한 압력(^ㅇ^)으로 남편과 아이들 채근하여 내보내고 배낭 둘러메고 나섰는데
띠리리♪♬~~울리는 전화벨소리....
"엄마~~♠♠ 잊고 안가져 왔어...." 작은아이의 호출이었다.
또다시 집으로 갔다..학교 갔다..또다시 체육관으로....
출근시간 등교시간과 맞물린 번잡한 아침시간을 마치 곡예하듯 내달렸지만
이미 시간이 꽤!! 경과한후였다.
미안한 마음에 시선둘곳을 찾지 못한채 찌그러진다.
이렇게 까지 하면서...나서야 하나?...
꼭 꼬집어 이유를 대라면 정작 말문이 막혀 버리는 이유없는 이유앞에
막연히 그저 좋아서(혹자는 미쳐서?)~~란 궁색한 변명 늘어놓으며
또다시 시작된 재~미없고 심심하고 지~루한 한남금북정맥 이어달리기에 바톤을 이어받는다.
김대장이 그랬다.
오늘 이자리엔 김대장 자신은 없는것으로 생각하라 그랬다.
스스로 찾고 스스로 길떠나는 한남금북정맥이란 보물찾기의 주인공이 되어보라 그랬다.
어떻게 생각하면 홀로서기의 평범한 훈련의 한 방법이었고
조금 삐딱하게 생각하면 홀로서기를 빙자한 냉정한 遺棄였다....ㅎㅎㅎ
어느쪽이든 갑자기 던져진 홀로서기의 선돌은 미처 중심을 잡지 못하고
머구미 들머리 부터 긴가민가 헤메인다.
애꿎은 논둑밭둑 가로질러 벌거숭이 절개지 허물어 가며 숲길로 들어서니
도톰해지는 숲터널 사이에 혼잎, 고사리, 이른 취나물들이 발밑으로 기어 들어온다.
물길이 나뉘어지는 마루금 따라
이쪽으로 흐르는 물은 한강으로 흐르고 저쪽으로 흐르는 물은 금강으로 흐르는
이렇듯 太初의 모든 시작은 보잘것 없는 미미함에서 비롯되는 자연의 이치가 어디 한두가지일까?...마는
궁금증 끌어안고 못사는 사람들의 억측스런 고집으로
스스로 딛고 스스로 확인하는 의무를 부여받은 사람들 처럼 더위를 뒤집어 쓴채 오르고 또 오른다.
하늘엔 하얀 산벚꽃과 선홍빛 진달래 봄날을 노래하고
땅엔 앞서거니 뒷서거니 피어나는 야생화들이 보라빛.. 노랑빛... 분홍빛... 수를 그려넣는다.
"오늘 산행은 몇시간 예정이야?..." 아무런 생각없이 물었다.
" 지도보면 되잖아~~" 김대장이 그렇게 대답했다.
아!!!~~망치로 한방 맞는다는 기분이 이런거구나....
아무리 오늘 산행엔 자신은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라 했지만
40대 아주마이의 깜빡하는 건망증으로 습관처럼 물어 보았건만
인정머리 없이 단칼에 말머리를 자르나...그래 치사빵이다^^ ~~ 지도 본다... 지도 봐...궁시렁~~궁시렁~~
선홍빛 진달래꽃 따먹으며 소녀처럼 행복해 하는 ★★님 따라 진달래 꽃잎 따먹으며
아름드리 느티나무 서있는 수레너미에 닿으니
상당산성 너머 수없이 오고가며 기억되었던 낯익은 풍경들을 새삼스레 신기한듯 둘러보는
뒷북을 친다.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수많은 사람들이 죽을동살동 찾아 헤메는 보물은 어쩌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것도 모르고
자기 스스로 근사하게 포장해 놓은 보물을 찾아
먼길 떠나고 먼길 돌아오는 累를 汎하며 살고 있는지도....
재미없고 멋없지만 나름대로 은근한 매력을 발견할수 있는 한남금북정맥이란 골동품 찾아 떠난 그곳에서
눈에 띄진 않았지만 가까이 있었기에 새삼스러운 작은 의미를 만난다.
끊임없이 차들이 오고가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속썪일것 없이 바로 길 건너면 상당산성으로 갈수있는 벚꽃길의 유혹을 외면하고
야속하게 먼길 돌아가는 마루금 따라 걷는 지친걸음으로
가장 화려하고 곱지만 생명이 없는 꽃다발 한아름씩 머리맡에 얹은 망자들이
죽은세월을 건너는 목련공원을 지나고
하늘을 날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거친 흥분과 설레임이 깃든 활공장에 서니
우리들의 낯익은 도시가 발아래 펼쳐지고 우암산이 건너다 보인다.
두팔벌려 비상하면 금방이라도 날아오를것 같은 홀가분한 자유를 안고 산성고개에 닿으니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의 여린 꽃잎이 내 마음을 읽었는가?...자유로운 비행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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