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졸린 눈을 비비며 또 한번의 산행을 준비한다. 이틀 연속 산행을 하는 것이 여간 부담스럽지가 않다. 어제 과음(?)을 한 탓인지 속도 쓰리고 몸 상태도 썩 좋지 않다. 벌써 대장님은 아침밥을 준비해놓고 기상나팔을 불고 있다. 국과 함께 밥한 그릇을 억지로 비우고 물과 함께 배낭을 점검한다.

5시3분 은티 마을 출발. 어제 하산한 길을 따라 올라간다. 누가 등 떠밀어서 하는 것도 아니고.... 돈이 생기는 것은 더 아니고... 더욱이 고달픈 몸 이끌고 하루도 아닌 이틀을 연속 산행을 한다는 것은 무리가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장안평 고회장님은 높은 연배 임에도 불구하고 후배들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꾸준히 백두대간에 참여하고 계신다. 정형외과 홍원장님은 병원일이 걱정 되면서도 대간에 푹 빠져 지내신다. 또 어떤 분은 제사도 다른 분께 미룬 채(?) 대간에 개근을 하고 있다하니, 도대체 백두대간이 무엇 이간데 이 많은 사람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것인가?

5시55분 어제 그 갈림길의 묘에 도착하여 잠시 휴식을 취한다. 여기서 70여m 남짓 가다보면 흡사 재와 비슷한 곳이 나오는데, 이곳은 우리가 올라온 임도와 만나는 곳으로 은치재는 아니다. 잠시 가파른 길에 올라서면 주치봉(683m)이며 10여분 내려가면 은치재가 나온다.

은치재 오르막에는 마당바위가 있어서 날씨만 좋다면 주변지역을 관망하기가 좋을 텐데 안개 때문에 제대로 식별조차 할 수가 없다. 이런곳은 다음에 다시와도 특징 있는 곳을 볼 수가 없어서 기억이 잘안난다. 거기다 날씨까지 쌀쌀하니 쉬지도 못하고 줄기차게 가야한다. 7시30분 악휘봉 삼거리에 도착하여 배낭을 내려놓고 악휘봉으로 향한다. 이곳은 10분 거리에 있는데 바람이 몹시 불고 있었다. 이곳 역시 전망도 좋고 은티 마을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오늘은 볼 수가 없다.

다시 완만한 능선을 타고 낙엽을 밟으며 걷노라니 반대편에서 많은 사람들이 오고 있다. 그들은 D산악회 소속인데 버리미기재에서 출발했단다. 그중에는 앞면이 있는 분도 있었으며 서로들 반갑게 인사하며 지나갔다. 커다란 봉우리를 세개를 넘어섰는데 아까전의 그 산악회 일행들과 다시 만났다. 그런데 그들은 일행 중 한분이 눈길에 발목을 다쳐서 오던 방향으로 하산을 하였다 한다. 나 역시 일행들에게 긴장을 늦추지 말고 조심할 것을 당부해본다. 장성봉을 얼마 안남기고 간식을 먹고 있는데 앞으로 먼저 가셨던 본부장님이 다시 오고 있었다. 어찌 다시 오시냐고 여쭈니 오히려 우리를 보고 황당해하는 표정이다. 장성봉에서 좌측방향으로 내려가다가 그 길이 다시 빙그르르 돌아서 진행방향의 반대로 오게 된 것이다. 어제도 두시간여동안 보충수업을 하시더니 오늘도...

10시10분 장성봉(915m)에 도착하니 제법 평평한 공터에 작은 정상비가 서 있었다. 기온이 낮은 관계로 나무에는 상고대(나무나 풀에 내려 눈같이 된 서리, 樹氷)가 환하게 피어 있다. 기념촬영을 한 후 버리미기재로 향한다. 여기는 가파른 내리막길로 멀리 도로가 보이지만 40여분이나 걸어야한다. 10시50분 버리미기재에 도착해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앞에 있는 까마득히 높은 곰넘이봉을 향해 쉬엄쉬엄 올라간다. 한참을 올라서면 널찍한 바위가 자리 잡고 있는데 이곳에서 과일을 먹으면서 휴식을 취하기에 아주 적당하다.

6m 남짓 밧줄을 잡고 내려간 후 다시 한번 힘차게 올려 쳐야한다. 간혹 바위지대를 기어가기도하고 마지막 힘을 다해 나무를 잡고용을 써본다. 그렇게 악쓰며 올라선 것이 곰넘이봉(733m)이다.(11시48분) 커다란 바위와 함께 소나무가 자리 잡고 있다. 곰이 넘어 다녔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산행이 거의 끝나가려니 안개가 모두 사라지고 없다. 산행도 날씨가 화창해야 볼거리도 많고 기쁨도 배가 될 텐데... 너무 아쉽다. 마지막 봉우리를 넘어서서 이제는 편안히 하산만을 남겨두고 있다.

12시26분 불란치재 도착. 이곳에서 임도를 타고 내려오다가 능선 방향으로 내려오면 벌바위가 있는 주차장에 도착한다.
이로써 오늘산행을 마무리 하게 된다. (1시6분) 총산행시간 8시간3분.


* 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3-04 1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