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봉산 1424.6 m』
  (단목령-점봉산-곰배령)
산행코스: 진동리 삼거리-단목령-점봉산-작은점봉산-곰배령-강선리 계곡
 위치 : 강원 영양군 서면, 인제군 인제읍
도상거리 (약 12km / 6시간 소요)
2005 . 06 . 26 토요일  흐림 (19.7~29,3도) 일출,일몰(05:04~19:53)
산행인원 : 반쪽 동행
 교통 : 안내산악회
산행 개념도


점봉산 개요

점봉산의 북쪽은 한계령, 오색을 경계로 설악산과 마주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설악산의 특징인 날카로운 계곡과 능선과 유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주전골이 백미라는데 아직 가보질 못했다.
가을 단풍이 특히 좋다하니 올 가을에라도 가 볼 참이다.

반면에 점봉산 남쪽 사면은 산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거대한 구릉지대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비교적 자연환경 보전상태가 좋아 1987년부터 천연보호림으로 지정관리되고 있어 나무 한그루 함부로 벨 수 없댄다.
고산지역의 완만한 구릉지대는 습기가 많아 산나물이 풍부하여 '산나물의 메카'라 할 만 하다.

이 산나물은 지역주민의 중요한 소득원으로 자리하고 있는데 산나물이 많다는 것이 널리 알려지고 외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어 이제는 산림자원 훼손을 심각하게 우려하는 상태까지 되었다.

동네 주민들도 이제는 하루종일 나물을 뜯어도 예전에 두세시간 일한만큼 채우기도 어렵다고 한다.
산이 험하지 않아 아이들도 뛰어다닐 수 있는 어머니같이 부드럽고 풍요로운 산이다.

[산림청 제공]

산행기

곰 발바닥 만한 넓은 연 초록 잎에 밥 한 덩어리 올리고 된장 푹~ 찍어 붙여 입에 넣으니 향긋한 곰취(시중 구매) 향이 입안 가득 배고 쌉쓰레한 맛이 혀끝에 오래도록 머문다.
곰취 예찬론자들의 말을 빌리면 이놈 맛 보고 나면 다른 쌈은 먹을 수 없다던데,
산나물의 황제로 불릴 만큼 입에 척척 달라 붙는다.

고산 습지에서 볼 수 있고, 유독 곰이 먹는 풀이 곰취라던데..잎의 생긴 모양새를 보고 곰의 심장, 발바닥 그리고 곰 식성까지 들먹이는 걸 보면 곰과 인연이 있을 법도하다.

얼마 전만 해도 불법 채취로 멸종 위기 였는데,요즘 중국산에 밀려 다시 빠른 회복력으로 원래의 모습을 찾고 있어,수입 자유화가 산하 환경 보전에 한 몫을 해내고 있다니 아이러니 하다.

반주로 막걸리 두어 잔 비우고 나니 엊그제 다녀온 태고적 원시림 '점봉산'이 아른거려 잘~ 보전된 식물 군락지와 지천에 깔렸던 곰취나물(독성이 강한 동의나물도 곰취와 잎모양이 약간 비슷하므로 확실하게 모르는 상태에서 함부로 나물로 먹어선 안된다.)을 떠올리며 산행기 작성에 들어간다.

인제를 지나 원통 초입에서 우회하여 현리방향으로 달리면서 눈에 익는 '내린천'(홍천의 내면과 인제의 기린면을 잇는다 하여 내린천이라 불리는 개천이 방태산을 남에서 북으로 한바퀴 돌아 북으로 흘러 들어 소양강이 된다.)으로 자연스럽게 고개가 돌아간다.

가물어 수량이 많이 줄었지만 레프팅을 즐기는 동호인들이 제법이다.
차창밖을 열심히 바라보던 반쪽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흐른다.
15년 전 인가? 아이들 초등시절 여름 휴가 길에 이곳에 들렸다.
장마가 지나간 다음이라 강수량도 풍부하고 유속도 무척 빨랐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휘감겨 도는 공포의 소 폭포 구간
더욱 우리 가족을 질리게 만드는 건, 우렁차게 들리는 물소리였을게다.

어찌나 당황했던지 헬멧을 거꾸로 썻다가 지금 중국 어학연수 떠난 딸아이 지적으로 깔깔대고 웃던 저~ 상류 출발점.. 보트가 뒤집혀 허우적 거리던 하류 도착점..그때의 기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ㅎㅎㅎ

진동리 마을 진동분교를 지나 포장도로가 끝나면서 비포장길로 접어들어 10여분 지나니 한적한 설피 마을 삼거리에 도착한다.
인적이 드문 오지..겨울엔 설피를 신고 다닐 정도로 적설량이 많아 마을 이름도 설피 마을 이란다. 길가 동산에 고개 바짝 쳐든 보라색 꿀풀을 보는 순간 오늘 산행이 매우 순조로울 것이라 예측해 본다.

점봉산 지역은 지금도 휴식년제이며 유네스코의 생물권 보전지역 지정된 곳이다(인류의 발전을 위해 자연생태계와 유전자원을 보전하자는 취지에서 1971년 시작됐고, 지금까지 97개국 440곳이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단다.국내에서는 설악산(점봉산 포함)과 한라산 2곳. 북한에서는 백두산이 보전지역에 포함돼 있으며,보전지역은 크게 핵심보전지역, 완충지역, 전이지역 등으로 나누어지고,보전지역은 전세계 환경 네트워크와 연결, 체계적인 보호프로그램과 관찰작업이 진행된다.)

가까스로 출입 허가 수속을 끝내고, 기대 반 설램 반으로 단목령을 향한다. 초입부터 쭉 뻗은 활엽수림은 계곡의 하늘을 전부 가려, 주변이 음습한게 마치 정글에 들어온 느낌을 풍기고, 가끔 지류를 건널때면 팥배나무 밑둥을 감아올린 진초록 축축한 이끼가 분위기를 더욱 싱그럽게 만든다. 기대했던 만큼 점봉산 산행은 청정 숲속의 신선함이 초장부터 산객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순탄한 등로를 20여분을 오르면 가볍게 단목령에 도착한다.

백두장군과 여장군 장승이 대간 길을 약간 비켜서 남남서 방향으로 자리를 잡고있으며, 두 장승 사이엔 키 작은 푯말 이정표(오색, 강선리, 점봉산)가 고풍스럽게 길을 안내하고, 또한 조침령에서 북암령을 거쳐 한계령으로 이어지는 대간길은 이 곳에서 꾼을 잠시 쉬어가게 만든다.

조망이 제로 상태로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푹신한 등로를 15도 경사로 오름을 시작한다. 층층나무 휘어진 가지에 매달린 여러개 리본 중 '백두대간 부부종주' 리본이 유독 눈에 띈다. 가을이 오기전에 우리 부부도 시작을 해야 할텐데.. 부럽기도 하고 한편 과연 해낼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다. 이어지는 등로 주변에는 단풍나무가 주종을 이뤄 가을쯤 이 곳을 지난다면 짙은 추색을 맛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꽃 이름이 뭔지 알아?"
"....."
"황순원 단편소설 '소나기' 내용("그런데 이 양산같이 생긴 노란 꽃은 뭐지?")

중에 나오는 '마타리'라는 야생화야"

"경기 양평에 고(故) 황순원 단편소설 ‘소나기’ 배경마을을 건립하는데 마타리 들꽃

동산도 조성할 계획이라네.."

길가 그늘진 곳에 청순하게 핀 황금색 마타리 야생화와 첫 만남을 갖는다.
하얗게 꽃망울을 터뜨린 산목련도 자주 눈에 띄고, 7부 능선을 넘기면서
피나무, 박달나무, 고로쇠나무, 서어나무, 등이 보이기 시작한다.

오색으로 갈라지는 코스에서 정상 약 1.5Km를 남기고 고도를 높이기 시작하면서
멧돼지가 뿌리를 파 헤친 자국들이 여기저기 보이기 시작한다.

정상이 가까워 지며 식생이 바뀌기 시작, 구상나무, 주목등 침엽수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정상을 10여 미터 남기고 꽃개회나무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잠시 후 점봉산 정상에 도착한다. 비교적 넓은 터엔 백당나무 꽃이 한창이고 남서 사면 초지는 나물류와 야생화가 지천이다.

정상은 사위가 시원하게 뚫리고 주변 산하를 점철 할 수 있다. 북서 방향을 시작으로 안산, 귀때기청봉, 중청, 대청을 한눈에 살펴 볼 수 있고 한계령을 지나 삼형제봉, 주걱봉, 가리봉이 조망되고, 주전골 방향으로 만물상 같은 뽀족뾰족한 아름다운 암봉들이 목격 된다.

적당한 장소를 골라 휴식겸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니, 원기가 회복돼 몸이 가볍다.
서둘러 곰배령 방향으로 내려선다. 올라온 방향과 직각방향으로 작은 점봉산을 바라보고 능선을 따라 완만하게 내려서면 거의 수평 이동으로 곰배령까지 이어진다. 산나물과 다투어 핀 야생화가 마치 천국을 거니는 착각을 들게 할 정도로 경이롭다. 오늘 산행 구간 중에 가장 멋진 코스라고 할 수 있다.

작은 점봉산이 가까와 지면서 수령이 오래된 주목 군락지가 보여, 잠시 쉬어간다.
서로 적당한 간격을 잡고 선, 휘어진 수형의 모습이 마치 신이 빚어 놓은 예술 작품처럼 신비롭고 아름답다.

완만한 내리막 길을 숲과 호흡을 같이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곰배령에 도착한다.
곰의 배처럼 넓고 둥굴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나? 넓고 둥그스레한 초지가 다소 미련스럽게 보이기 까지 한다.

곰배령 장승을 지나 좌측 강선리 계곡으로 접어든다.
계곡은 울창한 산림이 하늘을 가려 낮 인데도 주위가 컴컴하고 다습하다.
돌돌거리는 계곡물을 따라 한참을 내려오다 물푸레나무 밑으로 넓게 깔려있는 속새목 군락을 발견 잠시 쉬어간다.

계곡에 발을 담그고 피로도 풀고, 물고기도 살 수 없다는 깨끗한 육각수에 찌든 마음까지 말끔히 씻으며 한참을 쉬어간다.

▲ 삼거리(곰배령과 단목령 방향 갈림길) 
▲ 들머리(입산 통제구역)
▲ 단목령 도착(오색, 강선리, 점봉산, 진동리)

 

▲ 단목령 장승(백두 대장군, 여장군)
▲ 갈림길(오색약수, 점봉산)
▲ 점봉산 정상
▲ 작은 점봉산을 향하며 뒤돌아 본 점봉산(야생화, 산나물 군락지)
▲ 우측 작은 점봉산이 보이고 좌로 떨어지면 곰배령이다.

 

▲ 주목 군락지
▲ 야생화, 곰취, 참취, 당귀, 곤드레 나물이 지천에 깔려있는 구역...
▲ 곰배령과 장승..
▲  곰배령의 넓은 초원
▲ 계곡을 빠져나와 삼거리 가림길에 도착..
▲ 마타리
▲ 산목련
▲ 꿀풀군락지
▲ 검종덩굴
▲ ?
▲ 자주종덩굴
▲ 정향나무 꽃
▲ 꽃개회나무 꽃
▲ 백당나무
▲ 백당나무 군락지
▲ 눈개승마
▲ 왜우산풀
▲ 당귀
▲ 곰취
▲ 광릉갈퀴
▲ 박새
▲ 고광나무
▲ 가래나무(항암효과가 뛰어남)
▲ ? 
▲ 속새목
▲ 큰으아리씨방
▲ 붉은인가목

어느새 삼거리에 도착한다.
주막에 들려 큰사발에 걸죽한 막걸리 두어 잔 들이키니
이제야 긴장의 끈이 느슨하게 풀린다.

작별은 준비하는 시간만큼이나 아쉬움이 크다 했던가?
여느 산행때 보다 오늘은 그 여운이 길다.

적적한 산중..사람사는 소리 보다 자연이 사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점봉산자락..
옥수수 울타리 쳐진 山家 초가집에 모락모락 연기가 나올 때면 마당에 멍석이
깔리고 남포불이 켜지겠지? 모깃불 피우고 나면 감자 섞인 꽁보리 밥에다
텃밭에서 금방 따온 호박잎에 된장, 고추장, 풋고추, 열무김치가
두리상을 가득 채우고 나면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소담을 시작으로 저녁이 깊어간다.

할머니 옛날 이야기가 시작되면 동생은 어느새 듣다가 잠이들고..
달님은 조용히 놀러와 자알~ 듣고 가는데.. 별님은 삽살개 짓는 소리에 놀라
도망가 버리지...여름이 깊어 쓰르라미가 울때면 참외, 수박 서리에 밤새는 줄 모르고 지냈던 어린시절도 있었는데...

오랫만에 원초적 향기 그윽한 두메산골 설피마을 청정산정에서 신비한 정취에
흠뻑 젖은 멋진 하루를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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