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주 - 십팔구간

구 간 : 한계령 - 대청봉 - 마등령 - 미시령 - 진부령
거 리 : 한계령 - 대청봉 : 7.5km, 대청봉 - 미시령 : 14.5km, 미시령 - 진부령 : 14.25km
기 간 : 1999년 12월 19일 -12월 22일
교 통 : 9인승 승합차
날 씨 ; 맑음
참석자 : 김태웅 주하일 박경우 임웅규 오도균 오지신 조광옥

일 정 :
12월20일
06:20 한계령 -- 07:10 1307m봉 -- 07:50 서북능 갈림길 -- 08:25 1397m봉 -- 09:50 1474.3m봉 -- 10:35 끝청봉 -- 11:15 중청봉 -- 11:20 중청산장 -- 12:50 대청봉 -- 13:20 대청봉 출발 -- 13:15 중청산장 (7시간 소요) 중청산장 숙박

12월21일
05:35 대청봉 -- 08:20 무너미고개 -- 08:20 신선대 -- 10:05 1275m봉 -- 11:30 나한봉 -- 12:15 마등령 -- 12:30 마등봉 -- 14:30 1249.5m봉 -- 14:55 저항령 -- 16:00 황철봉 -- 16:35 1318.8m봉 -- 18:20 미시령 (12시간 45분 소요)

12월22일
07:00 미시령 -- 07:50 샘터 -- 08:20 상봉 -- 08:55 화암재 -- 09:20 신선봉 -- 10:35 큰새이령(대간령) -- 11:55 병풍바위 -- 12:35 마산 -- 13:35 눈물고개 -- 14:50 진부령 (7시간 20분 소요)

후 기
12월20일
전국을 냉동시킨 한파는 강원 내륙지방에 영하 15도까지 내려가면서 올 겨울 최저 기온이란 일기예보에 모두들 만반에 준비를 갖추고 한계령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매서운 바람은 사정없이 불어 제키며 시험이라도 하듯이 대원들의 발목을 붙잡는다.

06시 20분 백두대간 1차 팀에서 완주를 한 김포에 조광옥씨와 백두대간 3차 종주대는 한계루로 오르는 콘크리트 계단을 올라 철망 문을 들어서며 대청봉을 향한다. 예상 한대로 눈이 많이 쌓여 있지는 않았지만 길이 미끄러워 한 발 한발 오르는 바윗길이 수월치가 않다. 다행히 북서풍에 바람은 등을 밀어 주고 능선을 우회할 때는 바람을 막아 준다.

계속 가파르게 이어지던 오르막은 1,307m봉을 지나면서 내리막으로 변하고 빙판으로 변한 바윗길은 대원들 모두를 힘들게 했다.
다시 봉우리를 넘어 샘터가 있는 야영지를 통과하여 급경사에 바윗길을 밧줄에 매달려 올라서니 어느새 붉은 태양이 떠오르며 설악에 아침을 열고 있었다.

07시 50분 서북능 갈림길에 올라 한겨울 눈 덮인 찬란한 설악에 아침은 너무나 아름다워 모두를 할말을 잃은 채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에 그렇게 불어 제기던 바람도 서서히 잦아지고 어서 오라 손짓하는 중청봉을 향한다.

빙판 길이지만 완만한 오르내림이 이어지고 전망 좋은 바위에 오를 때마다 펼쳐지는 파노라마를 보며 자연의 풍요로움에 또 한번 젖어 들어본다. 암봉과 낭떠러지, 바위와 소나무의 어울림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한차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끝청봉에 오르고 다시 중청봉을 지나 7시간에 걸친 산행 끝에 중청산장에 도착한다. 영하 22도를 기록한 대청에 아침은 정오를 지나면서 영하 14.5도를 가리킨다. 컵라면에 점심 식사는 꿀맛 같다.

난방시설이 고장났으니 희운각대피소로 내려가라는 직원에 부탁이 있었으나, 마지막까지 물을 건너가지 않으려는 종주대에 굳은 의지는 춤더라도 중청산장에서 숙박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며 산장문을 나선다.

대청봉으로 오르는 바윗길은 언제나 험하고 힘겨운 오르막이다. 여느 때와 달리 백두대간 종주길에 오르는 대청봉은 깊은 감동으로 가슴에 와 닿는다. 정상에서 휘둘러보는 조망은 막힘이 없다. 동쪽으로 속초 시가지와 동해바다, 서쪽으로 오늘 걸어온 서북 능선에 귀떼기청봉을 지나 안산과 언제 보아도 좋은 가리봉, 남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점봉산을 지나고 멀리 하늘금을 그은 오대산까지 봉봉들이 일렁이는 파도처럼 끝이 없다. 북으로 힘차게 뻗어 나간 공룡능선, 천화대능선, 범봉 그리고 울산바위, 마등봉을 지나 황철봉은 겨울 설악에 아름다움을 한껏 자랑하고 있다.

바람을 피해 양지에 모여 앉아 꿈같은 대청봉에서 1시간을 보내고 산장에서 밤을 맞는다. 바람은 점점 거세게 불고 기온은 급강하 하는 것 같다.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들지만 좀처럼 잠을 잘 수가 없다.

12월 21일
새벽에 일어나 보니 그렇게 불어 제키던 바람은 거짓말같이 사라지고 바람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에 중청 위로 금세기 마지막 보름달이 걸려 있다.

05시 20분 서둘러 컵라면으로 아침을 때우고 산장 문을 나선다. 중청 너머로 달은 이미 숨어 버려 깜깜한 어둠 속으로 우뚝 솟은 대청봉을 향해 오른다.
대청봉 정상 못미처 철조망을 넘어 희운각산장으로 이어지는 대간길은 비탈길에 눈이 무릎까지 빠지는 바윗길이지만 혹시나 해서 손전등도 끄고 가는 나에게는 고난에 연속이었다. 미끄러지기 여러 차례 너무나 힘들게 희운각산장에 내려서니 주위가 밝아 온다.

마음을 가다듬고 신선대로 향한다. 다행히 바윗길이 눈이 없어 수월하게 걸을 수가 있지만 신선대로 오르는 길은 수직에 가까운 암벽길이라 서로 붙잡아 주고 매달리며 올라 신선대에 서니 수십 미터 벼랑이 공포감을 주지만 한겨울 설악에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만끽할 수 있다.

신선대에서 사면 길을 내려서고 다시 바윗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으로 이어지고 천화대로 이어지는 능선을 지나며 계곡 사이로 바라보는 울산바위는 한 폭에 그림과도 같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는 없을 것 같았다.

1275m봉을 오르는 오르막길은 바윗길에 얼음이 얼어 있어 빙판길을 피해 가며 어렵게 안부에 올라서니 차를 파는 털보 주인이 우리를 반긴다. 잠시 휴식을 하고 마등령을 향하는 능선길에서 뒤돌아보는 대청봉과 중청봉을 지나 귀떼기청봉과 안산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에 장쾌한 능선이 떠날 줄 모르고 지난여름 힘겹게 넘었던 용아능선에 침봉들도 주위를 맴돌고 있다.

나한봉에서 내려다보는 설악에 수많은 바위산들이 뼈를 내보이며 크고 작게, 높고 낮게, 날카롭거나 둥글게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적나 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 채 아름답고 신비로운 자태에 넋을 잃고 말았다. 겨울답지 않게 포근한 날씨는 추위를 대비해 입었던 덧옷들을 하나씩 벗게 하고 나한봉에서 마등령으로 내려서는 너덜길엔 눈이 쌓여 미끄럽다.

마등령에서 잠시 후 마등봉에 올라 설악에 중간에 서서 걸어온 공룡능선과 작별하며 미시령을 향한다. 작은 너덜 지대로 시작한 능선길은 잡목 숲으로 이어지다가 1249.5m봉이 가까워지면서 커다란 바위가 포개진 너덜길로 바뀐다.

저항령을 내려서는 너덜길은 아예 주저앉아 힘겹게 내려선다. 작년 어두운 새벽길 손전등에 의지하며 멋모르고 빨리 내딛으며 넘었던 길이지만 이렇게 힘든 길인 줄을, 한차례 곤욕을 치르고 다시 황철봉을 향하는 오르막도 역시 너덜길이 이어지고 숨을 몰아쉬며 올라선 봉우리에서 쉴 새도 없이 미시령을 향한다.

1318.8m봉을 지나면서 이어지는 내리막에 다시 나타나는 너덜길은 고통에 연속이지만 어둡기 전에 내려서야 한다는 생각에 힘든 것도 애써 참는다. 어느새 주위가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다행히 달이 밝아 손전등 없이 걸을 수가 있다.

멀리 미시령에 휴게소가 보이기 시작한다. 다리에 힘은 점점 빠지고 온몸은 천근같지만 힘겹게 한 구간을 해낸 내 자신이 대견하게 느끼며 남은 마지막 구간을 무사히 마치기를 하나님께 기도 들인다.

12월22일
지난 2월 23일 눈 내리는 성삼재에서 첫발을 내딛으며 시작한 백두대간 종주는 어느새 10개월 째, 이제 9일이 지나면 새 천년을 맞이한단다. 잔대밭 특공대는 어려움을 무릅쓰고 달려왔다. 어두웠던 20세기를 마감하며, 우리의 산줄기 백두대간에서 국토가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가를 가슴으로 느끼며, 희망과 번영의 새 천년을 맞고자 달려왔다.

어두움 속에 미시령을 올라서면서 지나온 어려웠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처럼 전국을 냉동시킨 차가운 한파에도 유독 설악산에 봄 같은 날씨로 대청봉에서 미시령까지에 멀고 험한 길을 거침없이 달려 왔는데 어제와는 달리 미시령 휴게소에 내려서니 거센 바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07시 미시령휴게소 오른편으로 백두대간 리본을 따라 가파른 오름길로 39일째 종착지인 진부령을 향해 출발한다. 능선길에 올라서면서 바람은 더욱 거세지고 바람에 밀려가듯 걷는다. 바람을 피해 능선 우회 길에서 해돋이를 기다린다. 잠시후 동쪽 바다에 검은 구름위로 해가 솟아오른다. 이글거리며 솟아오르는 태양은 어느 때 보다고 더 크고 붉게 타오르면서 대원들에 마지막 종주길위에 찬란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07시 50분 샘터에 도착한다. 시원한 물이 샘솟던 작년 산행 시에 만났던 샘터와는 달리 낙엽만 무성 할 뿐 물은 없었다. 잡목 지대를 통과해 상봉을 향해 시야가 트인 능선을 오르면서 칼바람은 더욱 거세게 불어와 대원들의 발목을 붙잡는다. 장갑을 낀 손끝이 얼얼하고 얼굴이 시려 와 더욱 힘들게 한다.

바위 지대가 펼쳐진 오르막을 지나 평탄한 능선길은 너덜 지대가 이어지면서 상봉 정상에 오른다. 정상에 바람은 더욱 심해 서 있을 수가 없어 곧바로 화암재를 향한다. 비탈길에 내리막은 빙판 길로 더욱 대원들을 힘들게 하지만 다행히 밧줄이 있어 그나마 의지하면 내려설 수가 있다.

화암재에 내려서서 잠시 다리 쉼을 하며 허기를 채운다. 신선봉을 향해 잡목 사이로 올라서니 갈림길이 나온다. 멀지 않은 거리에 신선봉 정상이 있지만 대간길은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틀며 내려선다. 대간령을 향하는 길은 작년 6월 오름길에 지쳐 힘겨웠던 일이 생각난다. 능선 상엔 서북풍 칼바람에 모진 고문을 견디기 위해 등을 돌리고 서있는 노송들이 줄지어 서있고, 지루한 내리막길은 끝없이 이어진다.

대간령을 뒤로 마산을 향하는 지루한 오름길은 대원들을 지치게 한다. 조그만 바위봉을 통과하고 계속 이어지는 잡목 숲을 오르다가 병풍바위 갈림길에서 허기를 채우고, 이제 대간 상에 이름 있는 봉우리 중 154개 째? 마지막 봉인 마산 정상에 서서 향로봉 뒤로 감추어진 가지 못하는 우리의 땅 북녘에 대간을 향해 잠시 말을 잊은 채 바라만 본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고만 고만한 봉우리를 지나 스키장에 긴 코스를 따라 내려서는 대원들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스키장 콘도 뒤편을 지나는 눈물고개에 내려선다.
대간길은 군부대의 긴 철망을 따라 구릉과 구릉에 날 등을 타고 밭을 통과하여 비포장 도로를 따라 가다 송철탑을 만나고 급사면을 내려서서 포장도로를 따르다가 계단을 내려선다.

진부령이다. 표지석을 끌어안으며 나는 먼저 건강을 주시여 우리의 산줄기 백두대간 완주에 기쁨을 안겨 주신 하나님 아버지께 기도를 들인다. 금년 내내 뒤 바라지를 해준 사랑하는 아내가 생각날 때는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리고 종주 내내 무거운 비디오 카메라를 메고 대원들의 순간 순간을 담으며 같이한 김종국대장, 그리고 대원들과 기쁨을 나눈다.

10달, 그리고 날 수로 39일 간, 시간으로 330시간에 기나긴 여정을 끝낸다. 백두대간 종주를 마치기까지 걷기도 많이 하고 땀도 많이 흘렸다. 모든 어려운 일도 이겨내고 완주하고 나니 이렇게 만족스러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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