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한북감악지맥 종주기3(최종회)

 

                              *지맥구간:간패고개-마차산-한탄대교

                              *산행일자:2010. 3. 20일(일)

                              *소재지   :경기동두천/연천

                              *산높이   :마차산588m

                              *산행코스:간패고개-마차산-댕댕이고개-양원리고개-409.7봉-한탄대교

                              *산행시간:10시39분-17시30분(6시간51분)

                              *동행      :경동동문산악회원13명

                               (24회김주홍, 이규성, 이기후, 우명길, 27회송기훈, 29회김정호, 오창환,

                                유한준, 이석태, 43기서석범, 김동희, 45회김영준, 초대회원 박현출)

 

 

 

  한북감악지맥이 끝나는 한탄강에서 한탄대교를 건너면 바로 경기도 연천의 전곡리에 이릅니다. 여기 전곡리에 구석기시대의 유물들이 발견된 노천 유적지가 있습니다. 전곡리 유적 터는 지금은 깎아내려 들판처럼 되었지만 당시는 낮은 산이었다고 하니 현생인류의 선조인 호모사피엔스는 이 산의 숲속과 한탄강을 돌아다니며 채집과 수렵으로 살았을 것입니다. 이때 사용된 석기들은 겉면을 떼어낸 것들이라 울퉁불퉁하면서도 투박했으며 조금 두들겨 보다 쉽게 쥘 수 있도록 했고 약간 날을 세워 땅을 파거나 나무나 뼈 같은 것을 찍거나 또 고기를 자르는데 편리하도록 만들었다고 이이화님의 "한국사 이야기"는 전하고 있습니다. 

 

 

  지구가 만들어진 것은 대략 45억 년 전의 일이고, 이 지구에 침엽수가 나타나 숲을 이룬 것은 중생대 때의 일로 2억년이 넘습니다.  인류는  약350만년 전에 지구 상에 등장했으며, 최초의 인류인 아우스트랄로페테쿠스는  숲속에서 식물을 채집하고 동물을 수렵하며 살았다 합니다.  전곡리에서 발견된 유물들은 대략28만 년 전의 것으로 구석기시대의 전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의 일입니다. 그 후  인류가 채취와 수렵을 끝내고 자연을 이용해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기 시작한 것은 신석기시대가 열리는 1만 년 전부터입니다.

 

  그동안 인류는 아우스트랄로페테쿠스에서 호모하빌리스, 호모엘렉투스, 호모사피엔스를 거쳐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로 진화했습니다. 아우스트랄로페테쿠스의 뇌용량이 500cc였는데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의 뇌 용량이1,500cc-1,600cc로 커진 데는 직립보행도 한 몫 했을 것입니다.  이렇듯 인류의 진화가 걷기와 더불어 진행된 덕분에 이번에 저희들은 7시간 가깝게 걸어 감악지맥 종주를 마칠 수 있었고, 먼발치서나마 구석기 시대의 유적지인 전곡을 볼 수 있었다는 생각입니다.  

 

  오전10시39분 간패고개를 출발했습니다. 조금씩 해가 길어져 낮의 길이가 밤과 같아진 춘분을 맞았는데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아침 공기가 냉랭했습니다. 중국에서 황사가 밀려와 누렇게 하늘을 덮으리라는 황사주의보가 해제된 것만도 감지덕지할 일이기에 뒤늦게 심술을 부리는 삭풍 때문에 춘분을 곱게 맞이할 수 없다며 투정부릴 계제가 아니었습니다. 간패고개에서 새로 마련한 회기를 펼쳐들고 기념사진을 찍은 후 시멘트 길을 따라 올랐습니다. 이내 시멘트 길은 끝났고 묘지를 지나 교통호가 파인 능선을 따라 산 오름을 이어갔는데 북서쪽 사면을 지나서인지 밤새 얼은 지표의 흙이 아직은 녹지 않아 걸을 만 했습니다. 산행시작 25분 만에 “마차산2.8Km/동두천6.0Km/전곡읍(간파리)”의 이정표가 세워진 봉우리삼거리에 다다라 왼쪽 아래 늦은고개로 내려섰습니다. 시멘트길이 고개를 넘는 안부사거리인 늦은고개에서 직진 길인 임도를 따라 올라 다다른 마차산1.2Km 전방의 삼거리에서 6분을 더 걸어 벤치가 세워진 공터의 410봉(?)에 올라선 시각이 11시48분이었습니다.

 

 

  12시29분 해발588m의 마차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410봉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안부로 내려섰다가 가파른 길을 따라 걸어 오른 헬기장에서 선두팀에 합류했습니다. 전망이 빼어난 헬기장에서 사방을 둘러본 후 10분 남짓 걸어올라 기도원삼거리 이정표가 서있는 560봉에 이르렀습니다. 560봉에서 0.1Km를 더 걸어 마차산 정상에 올라서자 먼발치서 낯익은 봉우리들이 반갑게 인사를 해왔습니다. 천애의 암벽이 동쪽 사면을 받쳐주는 이 산과 마주한 동쪽의 소요산이 그 전모를 내보였고, 초성천을 사이에 두고 이 소요산과 자웅을 겨루는 종현산도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이 산들 뒤로 해룡산, 왕방산과 국사봉을 차례로 일군 늠름한 왕방지맥 산줄기가 한 눈에 잡혔고 북동쪽 먼발치에 자리한 종자산도 지난달에 한번 올라서인지 어느 산인지 쉽게 가름 할 수 있었습니다. 감악지맥과 나란히 북쪽 방향으로 흘러가는 강화천을 조망한 후 북적대는 정상에서 자리를 옮겼습니다.

 

 

   동두천 시내를 관통하는 강화천은 한북정맥의 한강봉에서 발원해 한탄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전장 38.5Km의 물줄기입니다. 동쪽의 왕방지맥, 남쪽의 한북정맥, 그리고 서쪽의 감악지맥을 울타리로 삼고 있는 강화천은 이들 울타리산줄기에서 흘러내리는 덕계천, 초성천 등 총 15개 지류의 물을 받아 한탄강으로 흘러가고, 강화천의 물을 받은 한탄강은 경기도 연천의 미산면과 전곡읍의 도감포 사이에서 임진강과 몸을 섞고, 임진강은 다시 파주 교하의 오두산 앞에서 한강에 합수됩니다. 오두산 앞에 이른 강화천 물은 한강의 도움으로 조강을 거쳐 서해바다의 넓은 가슴에 안기게 됩니다. 이처럼 한강봉에서 발원한 강화천은 한탄강, 임진강과 한강을 차례로 거쳐 서해로 흘러들어가 그 일생을 마무리하기에 이 하천이 한탄강의 제1지류이고, 임진강의 제2지류이며, 한강의 제3지류로 불리는 것입니다.

 

 

  13시40분 점심식사를 끝내고 다시 산행을 이어갔습니다. 마차산 정상에서 북동쪽으로 진행하다 이내 바람을 가릴 수 있는 아늑한 곳에 자리를 잡아 1시간가량 점심을 들었습니다. 키를 넘는 억새들이 듬성듬성 서있는 마른 늪지(?)에서 점심을 든 후 정 북쪽으로 이어지는 감악지맥을 다시 이어갔습니다. 바람이 세게 불어서인지 능선 길이 거의 말라 댕댕이고개로 내려가는 길이 생각보다 미끄럽지 않았습니다. 산행재개 15분 후 오른쪽 아래로 소요산역 길이 갈리는 댕댕이고개에 이르렀고, 이 고개에서 낙엽이 쌓여 푹신한 길을 반시간 가량 더 걸어 밤골재에 다다랐습니다. 밤골재에서 몇 분을 더 걸어 올라선 토치카 봉에서 오른쪽으로 급하게 꺾어 내려선 약수터갈림길에서 남은 과일들을 꺼내들며 십 수분을 쉰 후, 다시 10분을 걸어 14시38분에 표지판에는 “마차산정상3.0Km/초성교4.9Km/소요산역3.0Km"라고, 표지봉에는 “양원리고개”라고 적힌 봉우리에 다다랐습니다.

 

 

  16시21분 거송산악회에서 세운 구정산 제비(九政山 祭碑)앞에서 마지막 휴식을 취했습니다. “양원리고개” 봉우리에서 오른쪽으로 뻗어 내려가는 연천군/동두천 시계산줄기를 버리고 왼쪽으로 진행해 임도 길로 들어섰습니다. 임도 길을 따라 진행하는 중 화생방훈련용(?) 종이 걸린 봉우리를 들른 후 다시 임도로 내려섰습니다. 강풍에 못 견뎌 임도 길에 쓰러진 소나무들 거의 다가 절개면에 간신히 뿌리박고 있는 것들이어서 저 나무를 저 지경으로 만든 것도 결국 여기에다 길을 낸 사람들이다 싶어 안쓰러웠습니다. 얼마 후 “마차산정상4.9Km/초성교2.9Km"의 이정표가 세워진 지점을 지나 만난 넓은 임도에서 잠시 멈춰 서서 숨을 돌렸습니다. 동행한 친구들에 감악산 너머 북서쪽으로 멀리 보이는 산줄기가 송악산이라고 알려줄 수 있었던 것은 파주의 선산에 오르면서 이 산을 자주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헬기장을 지나고 계속 이어지는 단조로운 임도 길이 지겹게 느껴질 즈음 1차 종주 시에 보았던 깃대가 눈에 띄어 임도 오른 쪽의 깃대가 세워진 봉우리에 올라섰습니다. 409.7봉의 삼각점은 확인하지 못한 채 다시 내려선 임도를 따라서 10분 남짓 걸어올라 구정산(九政山) 제비(祭碑) 앞에 도착해 먼저 와 쉬고 있는 선두팀에 합류했습니다.

 

 

  17시30분 한탄대교 앞에서 한북감악지맥 종주산행을 모두 마쳤습니다.

구정산(九政山) 제비(祭碑) 출발 10분 남짓 후 또 다른 구정산(鳩頂山) 제비(祭碑)를 지났는데 구정산(九政山)과 구정산(鳩頂山) 모두 지형도에 표시가 안 되어 어느 산이 그 산인지 가름되지 않았습니다. 구정산(鳩頂山) 제비(祭碑)에서 7-8분을 더 걸어 삼각점이 박힌 291봉에 올라서자 평야가 푹 꺼져 만들어진 듯한 협곡을 따라 굽이져 흐르는 한탄강과 이 강 유역에 자리해 구석기시대 유물이 발견된 전곡리 시내와 넓은 벌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291봉에서 내려가 헬기장을 지나 다다른 교통호삼거리에서 이번에는 오른 쪽 길로 들어섰습니다. 하산 길이 가팔랐지만 1차 종주 때 내려갔던 왼쪽 길보다 한결 쉬웠습니다. 한탄대교 아래에서 전 대원이 함께 사진을 찍는 것으로 한북감악지맥 종주산행을 모두 마치고 동두천 시내로 옮겨 완주를 자축했습니다.

 

 

  더불어 자축해야 할 것은 나이 들어서도 주요 산줄기를 빼놓지 않고 종주하겠다고  의지를 세우고,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직립보행을 계속해 완주할 수 있는 체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음 달  한북연인지맥으로 옮겨 종주산행의 첫 발을 내딛을 수 있는 것도 바로  완주에의 강력한 의지와 강인한 체력 덕분입니다. 그동안 뇌용량이 훨씬 커졌고 길이 잘 나있으며 걷기를 도와주는  제반 장비의 성능이 좋아  28만년 전에 전곡리 유역을 걸었던 호모사피엔스보다 훨씬 더 잘 걸으리라 자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