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 9. 12(일) 오전 먹구름과 바람, 오후 비바람.
◎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과 경기도 포천시(2003년 10월 19일 시로 승격) 이동면의 경계 광덕현에서 출발, 경기도 포천시 일동면과 가평군 하면의 경계 노채고개에서 산행을 마침.
◎ 도상거리 (약 28km)
◎ 홀로 산행.
◎ 산행시간 11시간 5분.

 

산행기록

 

아침에 눈을 떠니 몸이 몹시 무겁습니다. 채미는 힘들면 다음으로 미루고 쉬라며 달콤한 유혹을 하지만 넘어가서는 아니 됩니다. 오늘 목표가 28km이니 만큼 마음가짐을 단단히 해야합니다. 새벽 5시 어제 예약해둔 북어국과 밥을 먹고 광덕현으로 차를 몰아갑니다. 다행이 비는 오지 않습니다.

 

 광덕현(660m)은 일명 캐러멜 고개라고도 하는데, 2가지 이유가 전합니다. 하나는 6·25전쟁 때 이 고개를 감찰하던 사단장이 운전병의 졸음을 쫓기 위해 캐러멜을 운전병에게 주었다는 데서 나온 이야기이며, 다른 하나는 광덕현의 꾸불꾸불한 언덕이 카멜(camel:낙타)의 등같이 생겼다고 한 것이 캐러멜로 바뀌어 전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광덕현에 있는 상점들은 모두 문을 닫고 어제 그 많던 차들도 다들 어디로 갔는지 두 대만 덩그러니 서있습니다.

 

06:45 철계단을 밟고 올라갑니다. 다리가 무겁습니다. 지금은 걷기가 좋은 날씨지만 오후에 많은 비가 예보되어있습니다. 하늘은 검은 구름이 가득하고 나무와 야생초에는 물기가 흘러내립니다. 바람이 많이 붑니다. 방공호가 얼기설기 계속 이어집니다. 전망이 좋습니다. 높은 산만 구름에 덮여있을 뿐 그 아래로는 투명하게 시야를 확보해줍니다.

 

07:35 865m봉입니다. 나무이정표에 (백운산 0.5km, 광덕현 2.5km)라고 적혀있습니다. 방공호가 계속됩니다.

 

07:49 오르막을 올라 백운산(白雲山 904.4m)정상입니다. 헬리포트가 있고 삼각점을 확인했고 백운산 높이를 적어둔 표지판과 또 다른 표지판(광덕고개 3km, 삼각봉 1.0km, 흥룡사 3.8km)이 있습니다.
 
* 흥룡사(興龍寺) : 신라 말기에 도선국사가 창건하였다고 전해집니다. 도선이 나무로 3마리의 새를 만들어 날려보냈더니, 그 중 한 마리가 백운산에 앉아 이곳에 세운 것이라고 합니다. 여러 번 중수하면서 처음의 이름인 내원사에서 백운사로 되었다가 다시 흥룡사로 고친 것이며, 6·25전쟁 때 건물이 많이 소실되어 지금은 대웅전과 요사채만 남아 있습니다.

 

구름이 산을 넘나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굳었던 몸이 풀립니다.

 

08:05 도마치봉과 백운산 중간지점 삼각봉 1-7 표지판을 만납니다. 백운산과 도마치봉 각 1km라고 적혀있습니다.

 

08:35 도마치봉(937m)을 올라 헬리포트를 지납니다. 방공호가 어지럽습니다. 풀잎이슬이 달라붙어 몸은 축축합니다.

 

 도마치봉을 내려가는데 능선길이 아니고 계곡으로 내려갑니다. 바위틈에서 물이 나옵니다. 그냥 지나갈 수 없어 준비되어있는 몇 개의 바가지 중 한 개를 골라 물을 떠 마십니다. 주변은 물이 흘러내려 눅눅합니다. 그냥 물길을 따라가면 도마치마을로 내려갈 것 같습니다.

 

08:54 잡목을 헤치고 880m봉 헬리포트에 올라섰습니다. 표지판(도마치 1.67km, 국망봉 6.9km)이 있습니다. 바람은 많이 불지만 조망은 좋습니다. 국망봉은 구름이 가득 덮여있습니다. 엉겅퀴가 줄지어 피어있습니다. 봉우리를 내려서면서 방화선이 넓게 닦여있는데 그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09:13 방공호와 참호 군 훈련장이 있는 봉우리에 올랐습니다. 표지판(도마치 2.79km)이 있습니다. 우측으로 방향을 꺾어 내리는데 억새가 대단히 많습니다. 방화선 정비가 되어 있지 않아 잡목을 무작정 헤치며 예감으로 길을 찾아 걸어갑니다. 마타리와 엉겅퀴, 들국화가 피어있고 내 머리 위까지 자란 억새는 바람에 날려 수시로 얼굴을 때립니다. 이런 지역에 비까지 내린다면 물 속을 걷는 것이 되니 지금 열심히 걸어 비가오기 전에 잡목지대를 벗어나야 합니다.

 

09:25 미끄러운 오르막과 방공호를 지나 823.3m봉에 올랐습니다. 봉우리 주변도 방공호가 파여져 있습니다. 잡목에 방화선은 계속 됩니다.

 

09:40 국망봉 2번 표지판(국망봉 3.87km 도마치 3.89km)입니다. 방화선과 잡목이 계속됩니다.

 

09:48 방화선은 계속 이어지지만 길이 조금 좋아져 여유를 가지려고 뒤를 돌아보니 백운산과 주변의 높은 산들은 구름에 덮여있고 산아래 낮은 지역은 맑은 경치를 보여줍니다.

 

09:55 헬리포터에서 잠깐 휴식을 합니다. 진행방향으로 신로령과 그 앞 봉우리 두개가 구름사이로 희미하게 보입니다.

 

10:03 흰색페인트가 칠해져 있는 기 게양대와 콘크리트벙커를 지나서 헬리포트가 있는 봉우리에 올랐습니다. 표지판(국망봉 2.87km 도마치 4.89km)입니다.


 신로령은 오르지 않고 좌측 사면으로 길이 있습니다. 신로령 정상은 구름으로 덮여있어 경치를 볼 것도 아니고 하여 사면을 따릅니다.

 

10:14 신로령에서 내려오는 길과 사면길이 만나는 지점에 나무 표지판이 있습니다.(휴양림 2.5km, 국망봉 2.47km, 도마치 5.29km 국망봉 20번) 30m정도 올라가니 봉우리 오르기 전 우측으로 우회길이 있습니다.

 

10:21 헬리포트 1-11지점 경기도 소방본부에서 설치한 표지판이 있습니다. 바람이 엄청 심하게 불어옵니다.

 

10:25 참 잦게도 표지판이 있습니다.(국망봉 19번 표지판 휴양림 2.5km 도마치 5.8km 국망봉 1.96km)
 
* 2004년 2월1일 설날 노갑순(56)-안기송(51), 노갑덕(50)-이혜숙(49), 노갑경(44)-조진형(41) 부부와 아이들은 베어스타운 스키장에서 스키를 즐기다가 아이들은 남겨두고 허술한 준비로 어른들만 산행에 나섰다가 4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는데 아마 그 사건 이후에 이렇게 많은 표지판을 세운 것 같습니다.

 

10:40 1110m봉 정상 1-10 헬리포트입니다. 기 게양대가 있습니다. 이곳까지 올라오는 오르막길도 방화선이 이어졌고 하얀물봉선을 처음 봤습니다. 흰색과 보라색의 투구꽃도 있었고 엉겅퀴와 인내라는 꽃말을 가진 수리취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비가 오려는지 개구리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방공호는 여전히 많이 보입니다.


 봉우리를 넘어서니 방화선은 잠시 끝나고 국망봉이 높이 보입니다.

 

10:50 표지판(국망봉 18번 국망봉 1.02km 도마치 6.74km)이 있습니다. 국망봉과 1110m봉 가운데 봉우리입니다. 조금 이동하니 표지판(1-7 B지점 긴급연락처 119)이 있습니다.

 

10:57 국망봉을 앞둔 지점 헬리포트 1-9번 지점을 지납니다.

 

11:13 국망봉(國望峰 1168.1m)정상에 헬리포트에 오르기 전에도 벙커와 표지판(국망봉17번 도마치 7.74km 장암산 저수지 3.20km)이 있습니다. 바람과 구름이 춤을 춥니다. 눈높이 만한 직사각형의 정상표석에는 포천시 승격기념 2003년 10월 19일 국망봉이름과 높이를 한문과 한글로 병행 표기했으며 표석 꼭지에는 좌표를 새겼습니다. 삼각점을 확인합니다.


 정상 헬리포트를 지나 산을 내려서기 전에 또 표지판(국망봉 16번 개이빨산 1.3km 도마치 7.76km)이 있으며 1-8 긴급연락 표지판도 있습니다. 건너편 봉우리에는 안테나로 보이는 시설물이 있습니다.

 

* 국망봉(國望峰) : 산자수명(山紫水明)하고, 고비·고사리 등 산나물이 많아 봄철과 가을철에는 산나물 채집 등이 활발하다. 능선에 진달래가 많아, 봄이면 만발하여 산이 붉어지므로 진달래 동산으로 불리기도 하며, 봉우리의 이름은 후고구려를 세운 궁예가 말년에 도망 다니다 이 산에 이르러 잃어버린 나라를 망연히 바라보았다는 데서 연유되었다고 합니다.

 

11:20 헬리포터에 8번 표지판(국망봉 0.2km 적목리 3km 개이빨산 1.10km)이 서있고 태양열을 이용하는 시설물(안테나 추정)과 그 건물 위에는 피뢰침이 뾰족하게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국망봉 6번 표지판(자루목이 3km 국망봉 0.3km 개이빨산 1km)을 지나고 국망봉 7번 표지판(개이빨산 0.5km 국망봉 0.8km 이동면 3km)를 지나는데 개이빨산이 눈에 들어옵니다. 최고봉은 둥그스름하게 생겼고 그 아래봉우리는 뾰족하고 마지막 봉우리도 뾰족한데 옆으로 비스듬하게 누웠습니다.

 

개이빨산 정상에는 국망봉 23번 표지판(국망봉 1.3km 민둥산 1.7km 용수목 3.10km)이 있습니다. 빗방울이 들기 시작합니다. 구름에 덮여 멀리까지 보이지 않지만 포천지역 일부가 내려다보입니다.

 

12:00 표지판(좌 용수목 3.1km 국망봉 1.9km 우 민둥산 1.1km)을 지나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비에 대비해 비옷을 입고 배낭에 방수 천을 씌웁니다.

 

12:10 국망봉 12번 표지판(민둥산 0.5km 국망봉 2.5km)을 지나는데 비가 많이 옵니다.


  50대 밑자리인 듯한 4명의 남자가 열심히 걸어옵니다. 우뚝 서서 눈빛을 교환하다가 짧은 대화를 나누고 서로 등지고 지나칩니다. 비에 온몸이 젖어있고 장거리 산행에 몸까지 피곤하니 긴 대화를 나눌 마음이 생길 리가 없습니다.

 

12:26 헬리포트가 있는 민드기봉(1023m)에는 춘천 깨비산악회에서 작은 푯말을 달아두었습니다. 표지판이 두 개 있는데 소방서에 헬리포트 위치를 알리는 1-5표시판과 또 하나는 개이빨산, 민둥산 10번 표지판으로 용수목 3.35km 국망봉 3km 도성고개 2.55km 라고 적혀있습니다.

 

12:42 다시 방화선이 이어집니다. 비는 많이 오는데 방화선 잡목을 헤치고 가려니 걱정이 앞섭니다. 표지판(민둥산 21번 도성고개 1.8km 민둥산 0.75km)이 있습니다.

 

12:59 잡목 숲 사이에 등산로 없음 표지판이 있는데 민드기재로 추정됩니다. 도성고개를 1km 앞둔 지점입니다. 표지판을 지나 야생초 사이에 앉아 빵을 먹으며 바람에 흩날리는 비를 바라봅니다.

 

13:06 이렇게 지겨운 방화선은 처음입니다. 이젠 마음을 비우고 지겨운 이 길을 걸어가야겠습니다. 표지판(개이빨산, 민둥산 17번 민둥산 1.8km 도성고개 0.7km)을 확인합니다.

 

13:12 타이어가 많이 박힌 방공호를 지나며 오른쪽 산 아래로 눈을 돌리니 사격장이 보입니다. 잠시 잡초가 없습니다. 앞에 높은 봉우리가 보입니다.

 

13:22 도성고개에는 정말 큰 헬리포트가 있습니다. 방공호도 있고 헬리포트까지 차가 올라올 수 있도록 도로도 닦여있습니다. 표지판(논남 4.4km 민둥산 2.55km 강씨봉 1.54km 포천방향으로는 아무런 기록이 없습니다.)은 사방으로 화살표를 날립니다.

 

13:57 강씨봉(姜氏峰 830.2km)정상에는 헬리포트가 있습니다. 계속 이어지는 방화선의 잡목으로 속도가 나지 않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대단한 방화선입니다.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칩니다. 표지판(강씨봉12번 오뚜기고개 2.52km 도성고개 1.54km)을 확인합니다.

 

14:07 강씨봉을 내려서서 헬리포트 하나를 지나 봉우리도 아닌 듯한 지점에 강씨봉 표석이 1m정도 높이로 또 서있습니다. 산의 높이도 같게 새겨져있고, 가평군수 1998년 8월 1일 가평군 북면 적목리 산 97-1, 이라는 내용입니다. 이해가 잘 안됩니다.

 

14:50 오뚜기령에 내려섰습니다. 콘크리트로 만든 단 위에 큰 바위를 올려놓았습니다. 바위에는 오뚜기령이라라는 지명과 오뚜기부대마크 등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곳에는 군용차 바퀴자국이 어지럽게 찍혀있고 주변은 굉장히 넓고 평평한 평지로 되어있습니다. 표지판(논남리 10km 도성고개 4km 덕목리 11km 무리울 방향으로는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는 것을 보면 길이 없는 듯 합니다.)이 있고, 또 다른 표지판(강씨봉 15번 논남 6.82km 강씨봉 2.52km)이 있습니다.

 

15:32 오뚜기고개에서 방화선을 따라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청계산과 귀목봉 삼거리에 올랐습니다. 이제 지긋지긋한 방화선은 귀목봉쪽으로 휘어져갑니다. 내가 가야할 방향으로는 자연스런 숲길이 이어집니다. 오뚜기고개에서 이곳까지 올라가다가 중간에 주저앉아 등산화 안에 가득 고인 물을 비워내고 바셀린을 바르고 마지막 휴식을 하면서 정비를 한 덕에 몸이 가볍습니다.


 이곳 삼거리에는 나무의자 두 개와 검은색 나무표지판(귀목봉 1.1km, 청계산 2.1km, 오뚜기고개 1.2km)과 생태계보존지역임을 알리는 표지목, 그리고 가평군에서 설치한 새 그림이 그려져 있는 판(동양에서 살고있는 새 중 3대 명칭은- 꾀꼬리, 흰눈썹황금새, 휘파람새, 새 중 지저귈 수 없는 새- 황새 성대가 퇴화되어 부리로 부딪혀 딱딱 소리내어 의사를 전달, 새가 지저귀는 이유는 평소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이거나 번식기에 수컷이 암컷에게 구애수단으로 혹은 다른 수컷에게 자기 영역임을 알리는 수단이라는 내용입니다.)이 있습니다.

 

 청계산 바로 직전 갈림길에 표지판(정상 0.5km, 큰골계곡 3km, 강씨봉 8km)이 서있습니다. 이제 청계산까지는 500m 짧다면 짧은 거리지만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야 합니다. 만만하게 보아서는 안됩니다.

 

 굵은 동아줄을 잡고 오르며 이 봉우리가 청계산 정상이기를 바라며 올랐습니다. 하지만 청계산 정상은 비구름 사이로 더 높게 보이는 앞 봉우리입니다. 채미에게 한시간 반만 기다리라고 전화를 해 놓고 다시 힘을 냅니다. 채미는 오래 전부터 노채고개에서 기다리고 있다며 천천히 조심해서 내려오라며 걱정을 합니다.

 

16:23 길게 늘어뜨려진 동아줄 두동을 차례대로 잡고 힘을 몰아 쓰고 나서 청계산(淸溪山 849m)정상에 올랐습니다. 정상에는 산의 이름과 높이를 적은 표석과 청계산의 유래를 알려주는 판(옛날에 청계의 의미는 닭장을 마굿간에 짓는다는 의미였으며 일동에서 볼 때 동쪽에 위치한 청계산은 오행(五行)에서 동쪽을 뜻하는 청룡(靑龍)을 말하는 것으로 푸른닭이라는 의미인 靑鷄라고 한 것이 맑은 시내라는 뜻으로 잘못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청계산은 대동여지도에는 靑溪로 표기되어 있는데 이는 靑鷄와 靑溪의 중간 단계로 볼 수 있다.)이 서있습니다.


 바람과 구름과 비는 이제 나의 친구가 되었습니다. 청계산 내려서는 길도 만만하지 않습니다. 가파른 길에 나무계단과 굵은 밧줄이 매어져있습니다. 조금 더 진행을 하니 봉우리 하나를 좌로 돌면서 밧줄과 철계단이 나오면서 위험한 바윗길이 이어집니다. 철계단을 내려서면서 바로 우측으로 급하게 떨어지는 길로(계곡으로 느껴질 정도로 음침합니다.) 내려갑니다.

 

16:53 길마고개에 서있는 이정표에는 정맥방향을 알려주는 표시는 없습니다. 정맥방향은 좌도 우도 아닌 잡목이 우거진 직진길입니다. 잡목을 헤치고 앞으로 나가니 바위 절벽이 길을 막고 서 있습니다. 길매봉 올라가는 바윗길은 정말 위험합니다. 좌로 돌아가도 되겠지만 혹시 많이 돌아서 시간을 허비할까봐 비에 젖은 칼날 능선을 기어오릅니다. 위험 천만입니다. 세찬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몸이 휘청거립니다. 바위에 납작 붙어 조심조심 올라갑니다.

 

17:15 암릉길이 끝나자 바로 길매봉 정상입니다. 정상에는 검은 표석(1995, 2, 26, 기미산악회 서울 구로구 오류동)이 있습니다. 이제 내리막길만 남았습니다.

 

 내리막길은 방공호와 참호가 이어지고 바위길 옆으로 모래가 잔뜩 흘러내린 듯한 미끄러운 길이 계속됩니다. 빗물이 들어간 등산화 안에서는 발을 내 디딜 때마다 이상한 소리가 계속 납니다. 빗발이 더욱 굵어져 얼굴이 따갑습니다. 대단한 폭우입니다.

 

17:50 339번 비포장 지방도 위 노채고개에서 채미가 홀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육체의 고통을 잊는 순간입니다. 비 내리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지나온 길을 회상해 봅니다. 짧은 시간 몸에 전율이 흐릅니다.

 

산행을 마치고: 채미의 말에 의하면 15시쯤 한 무리의 사람들이(10명이 조금 넘는) 산에서 내려왔는데 후미 도착시간은 16시 30분쯤이었으며 그들은 전라도에서 대형버스를 타고 와서 청계마을 방향으로 걸어내려 갔다고 합니다. 출발할 때부터 줄곧 거미줄이 없고 앞서간 등산화 자국이 있었는데 바로 그들이었나 봅니다. 4륜구동 차들이 요란한 치장을 하고 무리를 지어 노채마을 쪽에서 청계마을 쪽으로 넘어갑니다.


 대구로 돌아가는 길은 47번 국도를 타고 계속 달리다가 퇴계원을 지나서 서울외곽순환고속국도로 차를 올려 중부고속도로를 탔습니다. 벌초에 나선 서울사람들이 돌아오는 반대편 길은 100㎞가 넘게 밀려있습니다.
 금강휴게소에서 라면과 공깃밥으로 저녁을 먹고 집에 도착하니 23시 30분이 넘었습니다.

 

참고로: 이번 이틀 간의 산행을 준비하면서 포천시와 가평군지역 여러 곳에 전화로 도움을 받았습니다.


 포천시 일동면사무소(031-530-8649) 민원계 계장님은 지역 지리에도 밝고 무척 친절합니다. 도로사정이나 숙박, 식당 등을 문의했는데 밝고 분명한 목소리로 안내를 해 주었습니다. 화대리 이장님에게도 감사 드립니다. 아울러 반대편 가평군 북면사무소(031-580-2473)에서도 친절한 답변이 있었고 하면사무소(031-580-2652)와 하판리 이장님에게도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 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3-04 1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