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key의 나홀로 백두대간 종주
제13차 구간종주 산행기

1.산행일정 : 2002. 4. 20(토)
2.산행구간 : 이화령-조령산-하늘재(16.6Km)
3.산행친구 : donkey의 연합군
4.산행여정
- 4/20 : 제18소구간(이화령-조령산-조령3관문-마폐봉-탄항산-하늘재 : 16.6Km)
02:15 울산 출발
06:40 이화령 도착 및 산행시작
07:22 조령샘
07:50 조령산
11:12 깃대봉 입구 갈림길
11:30 조령3관문(40분 휴식)
12:30 마폐봉
13:13 북암문(식사 및 휴식 1시간)
15:10 동암문
15:30 부봉 갈림길
16:02 주흘산 갈림길
16:20 평천재
17:29 하늘재

5.산행기
- 외인부대와의 백의종군
자명종 시계를 2시에 맞쳐 놓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한 주를 쉰 백두대간의 기대감으로 쉽게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지난번 구간에서 다친 머리는 실밥을 뽑았지만 산덩성이의 폭격 자국처럼 머리엔 헬리포트 두개가 생겼다. 백두대간의 훼손현장 같다. 비상대기하듯 자는둥 마는둥 뒤척이다 자명종 소리에 얻어 맞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비상출동이다. 백두대간의 계급장을 떼고 백의종군하는 심정으로 조령의 요새를 공략하러 가야한다.
전투식량과 식수 1기수가 든 배낭을 메고 전투화 끈을 조여 맨다. 오른손엔 소총을 들고 왼손엔 오늘의 침투로가 그려진 지도를 들고 지난번 우중전투에서 무참하게 깨진 이화령으로 출동한다.

해는 저만치 올라와 있다. 예정시간 보다 조금 늦다. 날씨가 너무 좋다. 이화령으로 가는 길은 지난번과 달리 온갖 수목들이 파란 옷으로 갈아 입어 싱그러움을 더해 준다. 이화령에 도착하니 등산객 한 사람이 막 택시에서 내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들머리로 들어가고 있다. 잘하면 하늘재까지 동행자가 생기겠다 싶어 급히 이화령휴게소 주차장에 차를 주차 시키고 따라 붙는다. 산불감시초소뒤에서 카메라를 들고 다시 나오던 그 등산객은 나를 보고는 화들짝 놀란다. 아마도 나를 산불감시인 쯤으로 알았겠지. 놀라는 것도 이해가 된다. 나도 급한 볼일이 있어 “산행하실겁니까?”하고 대충 물어 보고는 숲속으로 몸을 숨긴다. 이화령 맞은 편에 주둔하고 있는 군인들이 아침 점호하면서 외쳐 대는 소리가 들려 온다. 구령조정하듯이 여러명이 외쳐 댄다. 입산금지 기간이니 지금 즉시 하산해 달라는 함성이다. 날 보고 하는 소린가? 숨어서 볼일 보고 있는 것 도 보이나? 그냥 해 보는 소린가? 하여튼 기분이 좋지 않으니 빨리 이 곳을 벗어 나는 것이 좋겠다. 볼일을 보고 나오니 기다릴 줄 알았던 그 나그네는 이미 올라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이화령을 뒤로 하고 8부능선에 난 길을 따라 조령산으로 오른다. 길가에 핀 연분홍의 진달래와 연초록의 숲속 나무들이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 준다. 너덜지대와 헬기장 하나를 지나 숲속을 더 나아 가니 조령샘에 와 닿는다. 이정표에는 ‘이화령 2Km 50분’ ‘조령산 1Km 40분’이라고 적혀 있다. 그 나그네는 이미 배낭을 풀어 놓고 땀을 훔치며 날 기다리고 서있다. 조령샘의 물은 기분좋게 콸콸 쏟아진다. 물맛이 너무 좋아 있는 물병 다 비우고 새물로 채운다. 나그네는 서울서 온 대간꾼이란다. 어제 가은에서 자고 오늘은 하늘재, 내일은 차갓재를 끊고 죽령 고치령 화방재를 지나 잘하면 이번 산행을 댓재까지 갈 예정이란다. 참 대단한 고수를 또 만났구나! 조령샘을 지나 조령산 못 미쳐 전망 좋은 봉우리가 하나 나온다.
맑은 날씨라 시야 또한 좋다. 되돌아서서 지나 왔던 백화산 이만봉 희양산의 모습을 바라다 본다. 눈이 시리다. 저 구간을 안개와 비속에서 부상까지 당하고 제대로 구경도 못한 채 지나 왔던게 아닌가! 다음 기회에 반드시 다시 오리라.

이화령을 출발 한지 한 시간여 만에 조령산에 오른다. 표지석에 백두대간 조령산 1,017m이라 적혀 있다. 지도상에는 1,025m로 적혀 있다. 잠시 휴식과 사진을 찍고 출발 할려고 하는데 조령요새 공략에 동참하는 외인부대들이 속속 도착한다. 거제에서 오셨다는 7명의 정예요원들이다. 거제도라면 혹시 대우조선?하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한다. “반갑습니다. 울산에서 왔습니다” 그것으로 끝이다. 이미 알았다는 뜻이다. 오늘의 목적지도 하늘재요, 임무도 백두대간 종주라 다 똑같다. 이래서 서울, 울산, 거제에서 소집된 조령성 함락을 위한 연합부대의 현지 편성이 완료 된 셈이다.

- 조령관문의 접수
조령산을 넘어서니 곳곳에 암릉이 도사리고 있다. 조령성 공략을 위한 외인부대원들의 처절한 유격작전이 전개된다. 밧줄을 의지하지 않으면 내려 설 수 없는 곳, 밧줄 조차 맬 수 없어 바위의 날등을 바로 타야 하는 암릉 길, 맨손으로 바위를 기어 올라야 하는 등 힘든 바위의 오르내림이 계속 이어 진다. 지난 구간의 사고도 있고 하여 조심조심 길을 더듬듯 이어 간다. 중간 중간 나타나는 전망 좋은 바위위에 앉아 바람이 갖다주는 상쾌한 공기도 맛보고 대간의 능선길도 가늠해 본다. 대간길은 정면의 마폐봉에서 오른쪽으로 휘어지면서 다시 동남쪽의 부봉으로 이어진다. 역광속에 희미하게 보이는 부봉옆의 주흘산은 대간길에서 벗어 나 있다.

좋은 햇살이 내려 쬐는 암릉과 진달래와 새의 지저귐이 있는 연초록 대간길을 오르내리며 깃대봉입구 갈림길에서 조령3관문을 향해 내려서니 석성이 나타난다. 석성은 외인부대원들의 발아래 정복되고 조령3관문에 무혈입성한다. 조령약수에서 목을 축이고 외인부대원들의 즉석 조령관문 정복파티가 이어진다. 시원한 조껍데기 동동주와 거제에서 공수된 아나고회 그리고 두부김치는 그야 말로 진수성찬이다. 무엇을 하던, 어디에서 왔건, 우리의 임무는 하나다. 바로 조령성 함락이요, 백두대간의 완주이다. 모두 하나 되어 건배를 외치며 오늘의 승리를 자축한다. 아자개가 박술희와 마시던 그 조령성에서...

- 역사의 유물
조령3관문 옆 군막터옆으로 난 산성을 따라 마폐봉으로 오른다. 심한 오르막길은 한 낮의 햇볕과 술기운으로 거의 숨을 쉬지 못할 지경이다. 바람마져 없다. 외인부대원들은 술 힘에 의지하여 마폐봉점령에 진땀을 쏟고 있다.
마폐봉에 올라서니 저멀리 공룡등처럼 이어진 암릉의 산세와 안부까지 내려진 바위커튼으로 장식한 월악산의 위용이 드러난다. 여기서부터 월악산 국립공원 지역이다. 초록의 사파이어에 백옥으로 장식한 조각품 같다. 마폐봉을 조금 내려 서면 돌로 쌓은 산성이 나타난다. 어느시대의 유물인지 이끼낀 돌과 허물어진 석성 앞에 숙연해진다. 북암문에서 점심을 먹는다. 외인부대 답게 메뉴도 가지가지다. 주력부대의 취사담당은 라면을 잊고 가져 오지 못했다고 전원 배낭안에 있는 모든 부식을 내어 놓으란다. 그래도 모두들 자기가 먹을 것은 챙겨 온 모양이다. 라면 두개, 식빵 한 봉지, 김밥 하나, 식은 밥 2덩어리, 그리고 물에 불은 누룽지 한 그릇. 라면 두개로 찌개를 끓이는 동안 사 갖고 온 조껍데기술이 한 순배 돌아 간다. 식사를 마치자 마자 여기 저기 드러 눕기 시작한다. 산속에서 잠깐동안의 낮잠이 정말 달콤하다.

산성은 동암문을 지나 부봉까지 계속된다. 그 옛날 치열한 전투로 주인이 몇 번이나 바뀌었을 산성은 지금은 이끼만 낀채 백두대간의 초병으로 말없이 서 있다. 큰 소나무숲 아래로 핀 진달래를 벗삼아 아기자기한 바위 능선을 걸어 주흘산 갈림길에 이른다. 이정표는 ‘주흘산 2.6Km 1시간30분, 하늘재 3.2Km 1시간 30분’으로 표시되어 있다. 내리막을 달려 평천재에 이르니 외인부대원 2명이 먼저와 길가에 큰대자로 누워 있다. 옆에는 먹다 남은 동동주 병이 넘어져 있다. 웃음이 나온다. 동암문에서 지름길로 와 잠이 든 모양이다. 탄항산을 넘어 하늘재 너머의 포암산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마사토 흙 길을 미끄러지듯 내려 간다. 싱그러운 낙엽송 나무의 초록색 숲속을 지나면 하늘재다. 외인부대의 조령성 공략 연합작전은 성공리에 끝이 난다.
문경시에서 세운 ‘계립령(鷄立嶺)유허비’비가 서 있다. 경상북도 문경시 문경읍 관음리와 충청북도 충주시 상모면 미륵리의 분수령을 이루며 일명 하늘재.지릅재.계릅산.대원령이라고도 부른단다.(終)

6.접근로 및 복귀로
- 접근로 : 울산-이화령(승용차)
- 복귀로 : 하늘재-문경읍(주력부대 장갑차에 편승), 문경읍-이화령(택시 7,000)

7.제14차(20소구간)종주 계획
- 일정 : 2002. 4. 28(일)
- 구간 : 하늘재-벌재


* 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3-04 1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