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key의 나홀로 백두대간 종주

제9차 구간종주 산행기


1.산행일정 : 2002. 3. 9 ~ 3.10(1박2일)

2.산행구간 : 추풍령-용문산-국수봉-큰재-개터재-백학산-신의터재-화령재(52.9Km)

3.산행친구 : donkey only

4산행여정

- 3/9 : 제13소수간(추풍령-금산-용문산-국수봉-큰재-개터재 : 23.6Km)

02:40 울산출발

06:35 개터재(parking)

07:05 추풍령 도착 및 산행시작

08:35 사기점고개

09:30 작점고개

11:02 용문산(710m)

12:11 국수봉(763m)

13:07 큰재

15:00 회룡재

16:07 개터재



- 3/10 : 제14소구간(개터재-백학산-지기재-신의터재-윤지미산-화령재 : 29.3Km)

06:38 개터재

07:34 백학산(615m)

09:27 지기재

10:46 신의터재

13:35 윤지미산

14:28 화령재



5.산행기


- 추풍령 가는 길

차창을 열어 봄 기운이 감도는 새벽 바람을 맞아도 오는 잠이 가시질 않는다. 생체리듬상 잠을 잘 시간에는 역시 잠을 자야지, 미리 자 두었다고 새벽잠이 충분한 것은 아닌 모양이다. 추풍령휴게소에 도착하여 우동 한 그릇 비우고 어제 미리 전화해 둔 택시기사에게 전화를 한다. 휴게소에서 나와 약속 장소에 가니 미리 도착해 있다. 오늘의 종착지인 개터재를 향해서 택시가 앞서고 나는 뒤따라 간다. 미리 가서 차를 주차시켜 놓으면 산행후의 행동이 좀더 자유로와 질 것 같아서 생각해낸 방법이다. 개터재에 주차를 하고 택시를 타고 오늘의 출발지인 추풍령에 도착하니 거의 출발 예정시간과 일치한다.



추풍령고개비는 정확하게 백두대간 길목에서 백두대간 마루금을 향해 서있다. 추풍령 노래가사가 음각되어 있다. '구름도 자고 가는 바람도 쉬어 가는, 추풍령 구비 마다 한 많은 사연, 흘러간 그 세월을 뒤돌아 보는, 주름진 그 얼굴에 이슬이 맺혀, 그 모습 흐렸구나 추풍령 고개'라는 가사의 남상규가 불렀다는 내용도 있다.

백두대간을 가로 지르는 수 많은 고개 중에서 추풍령고개는 이 곳이 고개인지도 모를 만큼 밋밋하다. 다만 이 고개비가 비로소 이 곳이 고개임을 말해 준다. 해발 230m의 백두대간상 가장 낮은 고개라고 한다.



- 동강난 백두대간

추풍령표지석을 뒤로 하고 조금 가면 금산에 오르게 된다. 호도를 반으로 쪼개 놓은 것처럼 이미 반동강이 난 백두대간을 잇는 금산은 석산개발에 의하여 희생된 것이다. 남쪽에서 보면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뒷 쪽은 속 파먹은 호도껍질 같다. 정상에서 내려다 보면 현기증으로 아찔하다. 이 산을 처음 삽을 댄 것은 일제 때란다. 해방이 되던 해에 중단되었다가 1962년 철도용 자갈을 구한다는 명목으로 다시 깎기 시작했단다. 지금은 고속철도용 자갈을 납품계약 했단다. 아마도 얼마 못 가 절대 없어지지 말아야 할 백두대간의 금산은 지도상에서 사라질 것 같다. 안타깝다.



금산의 중장비 굉음소리를 뒤로 하고 대간 길은 동쪽으로 향한다. 앞에 보이는 502봉 옆으로 방금 떠 오른 햇살이 정면으로 비친다. 대간은 다시 남쪽으로 내려가다가 북동진 하면서 임도가 있는 사기점고개를 지나 30분 정도 오르면 묘함산으로 오르는 콘크리트 포장도로와 만나게 된다. 내가 표시한 지도의 대간 마루금은 묘함산까지 갔다가 급선회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도로 반대편에는 왼쪽으로 우회하라고 표시되어 있다. 조금가면 대간 마루금으로 오르는 길이 있겠지 하면서 여기 저기 쳐다봐도 표지리본은 포장도로가 거의 끝난 지점에 와서야 왼쪽으로 이어진다. 새로 만든 농로를 들어서자 마자 오른쪽의 잡목 숲으로 들어서면 7기의 묘가 있는 지점에서 소나무 바리케이트를 만나게 된다. 아마도 묘지의 자손인 듯 큰 소나무를 베어 다른 잡목과 함께 묘지 양쪽 길을 막아 놓았다. 이 곳의 짧은 능선을 벗어 나면 작점고개다. 충북 영동군과 경북 김천시가 서로 맞 닿아 있는 고개다.



- 당나귀 친구

작점고개에서 용문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완만한 경사의 오르막이다. 한참을 가다 보면 검은 차광막을 두른 제법 높은 허름한 판자집이 하나 나온다. 이쪽으로 유리문도 하나 있다. 무슨 야생동물 촬영할 때 쓰는 위장용 집처럼 생겼다. 무심코 걸어가다 깜짝 놀랐다. 뒤로 돌아가서 문을 살며시 열어 보니 침구가 있고 조그만 앉은뱅이 책상 위엔 성경책이 놓여 있다. 밑에 기도원이 있다던 데 아마도 여기서 기도를 하는 모양이다.

하늘은 맑고 능선에 부는 바람은 땀을 식혀 주기에 충분하다. 따뜻한 봄 기운에 나비까지 벌써 나와서 날고 있다. 눈 걷힌 산등성이의 낙엽은 바람에 군무라도 하듯이 이리저리 휘 날린다. 용문산 기도원을 오른쪽 아래에 두고 687봉을 지나 조금 가면 용문산이다. 용문산 기도원에서 간간이 방송하는 소리가 들린다.



용문산에서 국수봉으로 가는 길은 몇 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를 넘는 힘든 구간이다. 국수봉을 지나면 길은 가파른 잔설과 얼음구간이 기다리고 있다. 683.5봉을 지나 한참을 미끄러운 길과 싸우고 나면 과수원이 나오고 바로 큰재에 닿는다. 분수령(WATERSHED) 표지판이 크게 서 있다. 금강과 낙동강을 갈라 놓는단다. 이 표지판은 지기재, 신의터재, 화령재에도 서 있었다. '물은 산을 넘지 못하고 산은 물을 건너지 않는다'는 백두대간의 대원칙이 살아 있는 대간마루금임을 확실히 알 수가 있다.


이미 폐교가 된 옥산초등학교 인성분교 정문에는 부산녹색연합생태학교라 적혀 있다. 학교 앞에 있는 집으로 들어가 수도꼭지를 틀어 보지만 물은 나오지 않는다. 학교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가노라니 학교 사택이었던 집들이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있다. 봄날의 한 낮 햇살과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다.

고만고만한 능선 길을 산책하듯 걸어 간다. 눈 걷힌 길에는 마른 낙엽들이 대신한다. 능선 길에는 이미 길고 추웠던 겨울은 없다. 시원시원하게 곧게 뻗은 숲 사이로 부드럽게 내려 쪼이는 봄의 햇살과 바람은 힘들고 긴 산행에 지친 나그네의 피곤함을 잊기에 충분하다. 혼자인 것이 아쉽다. 잘 하지도 못하는 노래를 흥얼거려 본다.



지도상의 예정시간이 지났는데 오늘의 목적지는 아직도 멀었단 말인가! 산허리를 감아 돌고 도는 길이 꽤나 길게 느껴진다. 목적지인 개터재에 도착한다. 차 앞의 땅에다 누가 낙서를 해 놨구나. '이교성입니다. 당나귀님'. 정말 반갑다. 여기를 지나 가셨구나. 이 차가 당나귀 차인 줄 어떻게 알고... 이교성씨. 이 분은 인터넷상의 나의 산행기를 읽고 백두대간의 우두령에서 추풍령구간을 동행코자 했던 분이다. 나이는 43세이고 김천에 살고 계신다는 것 외에는 아는 것이 없는 분이다. 마침 그 구간은 일정이 맞지 않아 동행산행이 무산되었고 뒤에 추풍령에서 큰재 구간도 같이 가자고 전화 통화를 한번 한적이 있었지만 그 역시 일정변경으로 이루어 지지 못했었다. 그런데 여기서 이런 식으로 만나게 될 줄이야. 정말 반갑다. 어디로 가신 걸까?



- 여인숙 할머니

차를 다시 화령재에 둘 요량으로 지도를 보면서 상주시 화서면으로 이동한다. 내일의 종착지인 화령재에 가 보고 화서면 소재지에 하나 밖에 없다는 문화여인숙에 여장을 푼다. 주인 할머니는 이런 저런 자랑이 끝이 없다. 제법 시설도 좋고 저녁과 아침밥까지 해 주시겠단다. 내일 아침 6시까지 좀 와 달라고 미리 택시도 예약을 해 두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전화벨이 울린다. 할머니의 목소리다. 새벽 5시30분이다. 내려와서 밥 먹으란다. 산에 가면 아침밥은 꼭 먹어야 한다며 새벽밥을 준비해 주시겠다고 했었다. 산행준비를 해 내려 가니 아침상이 준비되어 있다. 밥그릇보다 높이 솟은 밥이 할머니의 정성으로 보인다. 많은 밥이지만 남길 수 없어서 국물 김치와 함께 밥그릇을 비웠다. 든든하다. 간밤에 비가 내렸는가 보다. 할머니가 배낭에 덮으라고 검은 비닐주머니를 하나 집어 준다. 택시가 기다린다.



택시기사는 개터재가 처음이란다. 보통 큰재나 신의터재까지는 자주 간단다. 지도로 설명을 해주고 내가 오히려 길 안내를 한다.

개터재에 도착하니 빗방울이 떨어진다. 흐린 날씨 탓인지 택시가 가고 없는 고개마루엔 아직도 어둠이 걷히지 않는다. 비내리는 고개마루의 바람도 차갑다. 일기예보에 오후부턴 개이고 강수량은 많지 않을 거라고 했다.



- 고도를 낮춘 대간 능선

마루금으로 오르니 숲속은 더욱 어둡다.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진다. 조금 올라가니 등산로에 '당나귀'라고 적혀 있다. 웃음이 나온다. 이교성씨가 쓴 것이다. 얼굴은 모르지만 제법 장난기가 있는 분 같다. 오늘 올라 갔단 말인가? 발자국도 있는 것 같다. 한번 따라 붙여 봐!

빗방울이 점점 굵어진다. 여인숙 할머니가 준 비닐주머니로 배낭커버를 만들어 씌운다. 비가 온다고 해서 짐을 최대한 줄이고 작은 배낭에 물과 먹을 것만 준비했다. 산허리엔 안개 마져 짙게 끼기 시작한다. 낙엽 위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안개는 지도를 아무짝에도 쓸 수 없도록 한다. 안개 속을 조금가니 백학산표지석이 나온다.'白頭大幹 白鶴山 615m'라고 적혀 있다. 백학산을 내려 서서 길을 잃고 잠시 헤맨다.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아름답다. 혹시 앞서 갈지도 모를 이교성씨에게 들리도록 몇 차례 고함을 질러 본다.



백학산에서 15분정도 내려 오면 임도에 닿는다. 함박골이라고도 한다. 지난번 만났던 대간고수가 버렸을 것으로 보이는 고추장튜브가 떨어져 있다. 삶은 계란에 발라 먹었던 것이다. 주워 만져 본다. 앞서간 고수의 채취가 묻어 나온다. 아마 여기서 야영을 했을지도 모른다. 안개가 좀 걷힌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다. 길섶의 풀잎과 소나무에 맺힌 물방울이 휩쓸려 바지가 젖는다. 적은 비일 것 같아 오버투라우져는 차에 두고 왔다. 비오는 능선 길을 벗어나면 과수원 길이다. 젖은 길의 흙이 신발에 달라 붙어 발이 무겁다.



분수령 표지판이 있는 지기재에서 콘크리트길을 따라 지기재동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오르면 큰 묘지가 하나 있다. 물먹은 잔디의 노란색이 더욱 선명하다. 비는 그친 것 같다. 묘지 옆에 앉아 간식을 먹는다. 먹다가 고수레를 했다. 여태껏 고수레도 않고 음식을 먹었는데 앞으로는 고수레를 먼저 하기로 했었는데 오늘도 잊어버려 한입 먹다가 한 것이다.

지기재에서 신의터재가는 길은 야트막한 능선과 논 밭들로 이어진 곳이 많다. 비옷을 입고 단감 하나를 어그적거리며 먹고 가는데 등산객 세 사람이 온다. 묻지도 않은 신의터재에 다 왔다고 일러준다. 신의터재의 큰 바위표지석에 해발 280m라 적혀 있다. 역시 분수령 표지판도 있다. 차들이 쌩쌩 지나간다.


신의터재를 지나자 햇살이 보이기 시작한다. 구릉과 비슷한 야트막한 능선들이 줄지어 있다. 지리산에서부터 출발한 백두대간의 능선이 황악산을 지나면서 고도를 1000m 아래로 낮추어 속리산에서 다시 고도를 회복하기 까지 아마도 대간 전 구간 가운데 평균 고도가 가장 낮은 구간이 이번 구간 인 것 같다. 조그만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다가 윤지미산으로 오르는 것이 마지막 오르막이다. 윤지미산의 급경사 길을 한 시간정도 내려 오면 화령재이다. 화령재 못 미친 대간 길엔 잘려 나간 소나무들이 터널처럼 뚫여 있다. 청원에서 상주까지의 고속도로공사 구간이다. 잘려진 소나무에 붉은 페인트칠을 해 놓은 것이 피를 토하고 쓰러진 소나무의 절규 같다. 화령재의 팔각 화령정(火嶺亭)에서 택시를 기다리며 오늘의 산행을 정리해 본다.(終)



6.접근로 및 복귀로

- 접근로 : 울산-개터재(승용차), 개터재-추풍령(택시 25,000), 화령재-개터재(택시 35,000)

- 복귀로 : 화령재-화서면(택시 3,000), 화서면-울산(승용차)



7.제10차 구간종주 계획

- 일정 : 2002. 3.17(일)

- 구간 : 화령재-갈령(12.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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