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key의 나홀로 백두대간 종주
제10차 구간종주 산행기

1.산행일정 : 2002. 3.17(일)
2.산행구간 : 화령재-갈령삼거리-천황봉-문장대-밤티재-늘재(28.5Km)
3.산행친구 : 나홀로
4.산행여정
- 3/17 : 제15소구간( 화령재-봉황산-형제봉-천황봉-문장대-밤티재-늘재 : 28.5Km )
00:30 울산출발
03:30 화령재도착 및 산행시작
04:34 산불감시초소
05:19 봉황산
06:40 비재
07:55 못제
08:34 갈령 삼거리
08:54 형제봉
09:27 피앗재
10:25 667봉
11:05 703봉
12:06 속리산(천황봉)
13:03 입석대
14:00 문장대
16:00 밤티재
17:20 늘재

5.산행기
- 입산통제기간중의 산행
휴일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강행군 속의 대간길을 이번 주는 조금 쉬어 본다고 짧게 잡았었는데 같이 가기로 한 아내가 가지 않겠다고 하는 바람에 산행구간을 길게 조정했다. 자는 둥 마는 둥 뒤척이다가 일어나 출발 준비를 한다.
한가한 고속도로를 단숨에 달려와 상주 톨게이트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가 화령재로 향한다. 화령재의 새벽바람을 타고 봄기운이 와 닿는다. 밤 하늘의 별이 초롱초롱 빛난다.

대간 마루금으로 가는 길은 화령재에서 화서면 소재지로 향하는 아스팔트 포장길을 따라 약 300미터정도 내려 가다가 삼거리에서 오른쪽 능선으로 붙어야 한다. 대간길은 화서면을 감싸듯이 안고 북서쪽으로 돈다. 풀리지 않는 몸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며 땀을 좀 흘리고 나니 산불감시초소에 닿는다. 산불감시초소를 지나서 능선길을 가다가 길을 잘못 들어 한참을 내려 갔다. 대간길이 아닌 것 같으면 빨리 다시 찾아 보아야 하거늘, 미심쩍어 하면서도 잘못을 확실히 알고 서야 고칠려고 하면 시간과 힘이 두배로 드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지난번 새벽길을 역주행 한적이 있어서 되도록이면 야간 산행을 하지 않을려고 했는데... 가다가 왼쪽에 높은 능선이 있는 것을 보고서야 되돌아 온다. 한 20여분을 허비했다.
다시 능선에 붙어 봉황산을 오른다. 앞에 보이는 봉황산 정상위에 수 많은 별들이 어둠이 걷히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반짝일려고 하는 듯이 새벽 하늘을 수놓고 있고 북두칠성은 손잡이를 위로 향한 채 봉황산 위에 서 있다. 능선 아래로 화서면 소재지의 불빛들이 조용하게 빛나고 있다.
봉황산을 지나 한참을 가다 보니 여명이 밝아 온다. 때 맞추어 손전등의 불도 꺼진다. 이른 아침의 엷은 안개가 능선 좌우 골짜기 마다에 가볍게 내려 앉아 있다. 등산로 주위의 나무는 아직도 봄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산새들의 지저귐 소리가 아침의 산행길을 더욱더 상큼하게 해 준다. 비재로 내려서기 직전에 벌거벗은 낙엽송들이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다. 비재의 아침은 조용하다. 백두대간 마루금이 잠깐 내려서는 틈을 이용해 가로 질러 신작로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아스팔트 포장길은 골짜기를 따라 휘어 지다가 모습을 감춘다. 운치있는 아침의 비재 고개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다.

맞은 편 철제 계단을 이용해 가파른 된비알을 오른다. 오른쪽 산봉우리 뒤로 아침해가 떠 오른다. 붉고 둥근 모습이 선명하다. 봉우리를 두어개 넘고 조금 가다 보면 왼쪽으로 못제라는 습지가 나온다. 무심코 걷다 보면 그냥 놓치고 말 것 같은 조그만 습지이다. 백두대간 능선상의 하나밖에 없다고 해서 유심히 찾아 본 것이다. 갈대가 조금 있는 조그만 연못을 닮아 있다. 곧 바로 전망좋은 헬기장이 나온다. 땀을 훔치고 옷차림도 가볍게 한다. 앞에는 속리산 초입에 있는 형제봉이 우뚝 서 있다.
갈령에서 올라오면 대간길과 만나는 갈령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돌아 조금 가면 암봉으로 이루어진 봉우리가 형제봉이다. 널찍한 바위위에 서면 전망이 그저 그만이다. 계곡에서 불어 오는 바람이 상쾌하다. 봄의 불청객인 황사가 시야를 흐리게 하지만 속리산 천황봉으로 이어지는 봉우리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제부터 크고 작은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며 천황봉으로 올라야 한다. 667봉 안부에 앉아 늦은 아침을 먹는다. 햇볕은 따스하지만 골짜기에서 불어 오는 바람에 땀이 식어 한기가 든다. 이제 겨우 아침밥이고 가야 할 길은 먼데 다리가 아프다. 새벽부터 시작한 산행이 벌써 일곱시간째다. 703봉에 올라서자 암석위에 올라 앉은 천황봉이 손에 잡힐 듯 서 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한시간을 올라가니 천황봉이다. 일단의 산행객들이 천황봉아래서 밥을 먹고 있다.천황봉이 새겨진 작은 비석 앞에 국립공원관리가 앉아 있다가 다가 온다. 무언가를 손에 들고 있다. 자인서라고 적혀 있다.

관리는 산불방지 입산통제 기간이라고 하면서 신분증을 보여 달라고 한다. 사정을 얘기하면서 배낭을 벗어 내려 놓는다. 새벽에 화령재에서 출발했고 입산금지 기간인줄 몰랐다고 좀 봐 달라고 사정사정했다. 여기서 봐 줘도 가면 또 감시인이 있기 때문에 봐 줄수 없단다. 입산통제기간중에 산에 오르면 벌금이 50만원이란다. 그 때 저 아래에서 식사중이던 한분이 갑자기 올라오더니 다짜고짜 국립공원관리에게 대든다. “산에 올라 오지 말라고 철조망을 치던지 방이라도 쓰서 붙혀 놔야 되지 않느냐?” “산이 좋아 산에 오는 사람한테 벌금을 내라고...?” 동행인듯한 사람들이 말려도 술기운이 있는 그 분은 입에 씹던 음식이 튀어 나오는 줄도 모르고 떠들어 댄다. 나도 가서 말리다가 뒤로 물러서서 배낭을 지고 슬며시 도망치듯 천황봉을 빠져 나온다. 천왕봉에 여유있게 앉아 경치도 보고 땀도 식힐 시간도 가져야 하는데 이런 상황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아직도 얼음이 있어 미끄러운 산죽 길을 조금 내려 오니 헬기장이 있다. 멈춰 서서 앞에 보이는 암봉을 잠깐 바라다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사실 입산통제기간인줄 알았지. 이렇게 정상에까지 나와서 환영해 줄줄을 몰랐을 뿐이지.

- 암봉과 산죽의 절묘한 조화
천황봉을 지나자 온갖 바위란 바위를 다 모아 놓은 듯한 느낌이 든다. 금강산이나 설악의 바위하고는 또 다른 맛의 둥그스레한 암봉들이 즐비하게 널려 있다. 아니 널려 있다기 보다는 누군가에 의해서 조각 되어 진 것 같다. 암봉들을 돌고 도는 산죽길을 따라 한시간정도 가면 임경업장군이 7년간의 수도끝에 세웠다는 전설이 있는 입석대다.
문장대로 이어지는 등산로에는 봄의 휴일을 맞아 나들이 나온 산행객들로 길이 복잡하다. 지나가던 산행객 몇분이 뒤에서 고생하세요!라고 인사를 한다. 뒤돌아 보니 이쪽을 쳐다보고 있다. 대간하시죠?하고 묻는다. 아마도 대간하시는 모양이다. 배낭끈에 매달린 표지기를 보고 인사를 한 것 같다. 나들이 등산객의 물결속을 거슬러 문장대에 다다르니 상춘객들로 붐빈다. 문장대 바위는 형형색색의 옷으로 치장한 상춘객들로 인하여 바위에 꽃이 피어 꽃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듯 하다.
문장대의 대간길은 봉쇄되어 있다. 문장대 표지석 오른쪽에 있는 작은 바위옆에는 목책이 쳐져 있고 헬리포트에서 대간길 가는 길목은 등산로가 아니라고 출입금지표시가 되어 있다. 목책밑으로 몸을 살짝 숨겨 도망가듯 대간길로 접어 든다. 오늘 돈을 많이 버는 것 같다. 키보다 큰 철쭉나무들 사이로 조금 내려가면 본격적인 암봉들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배낭을 벗어 개구멍으로 기어 들기도 하고, 마치 유격훈련이라도 하듯이 아슬아슬한 밧줄에 의지하여 오려내려서기를 반복해야 한다. 암봉과의 싸움에 몰두하다보면 오른편에 있는 매혹적인 능선구경을 놓치기 쉽다. 문장대에서 흘러내린 암봉들로 이루어진 능선은 대간길에 지쳐있는 대간꾼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마천루같은 금강이나 설악의 암봉이 남성적이라고 한다면 이곳 문장대의 암봉 능선은 여성스러운 곡선미가 있다.
길고 힘든 대간길이지만 경치가 좋아 구간 종주의 막바지 피로를 가시게 한다. 밤티재 못미쳐 견훤이 쌓았다는 견훤산성가는 길이 바위에 표시되어 있다. 바위를 지나 곧게 뻗은 낙엽송지대를 지나면 밤티재다. 대간 허리를 깊게 잘라 만든 밤티재의 절개지가 흉하다. 속살을 들어 내고 길을 뚫은 절개지는 봉합하지 않은 수술자국같다.

긴 산행으로 많이 피곤하다. 가로 막고 있는 마지막 봉우리를 넘어야 늘재다. 밤티재 고개에서 한참을 쉰다. 남아 있는 이것 저것의 간식으로 배를 채운다. 행동식으로 점심을 때워 쉬 배고파 진다. 백두대간 구간 출입금지 표지판이 서 있다. 미안한 생각이 들지만 마지막 봉우리를 오르면 늘재까지는 별 어려움 없는 한적한 내리막 능선 길이다. 오늘의 종착지인 늘재에 이르러 14시간여의 어려운 산행을 끝낸다. 분수령표지판이 서 있다. 낙동강과 한강의 분수령이다. (終)

6.접근로 및 복귀로
- 접근로 : 울산-화령재(승용차)
- 복귀로 : 늘재-화령재(택시 20,000), 화령재-울산(승용차)

7.11차 구간 종주 계획
- 일정 : 2002.3.23-3.24(1박2일)
- 구간 : 늘재-은치재-이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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